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 Vol. 27, No. 6, pp.435-460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18
Received 08 Nov 2018 Revised 07 Dec 2018 Accepted 11 Dec 2018
DOI: https://doi.org/10.5934/kjhe.2018.27.6.435

미국 거주 한인 유학 대학생의 심리적 적응 과정 연구

류경희*
창원대학교 가족복지학과
A Study of Psychological Adjustment Process of Korean Students in American Colleges
Ryu, Kyung Hee*
Dept. of Family Welfare Studies, Changwon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Ryu, Kyung Hee, Tel: +82-55-213-3542, Fax: +82-55-213-3549, E-mail: ryukh@changwon.ac.kr

ⓒ 2018, 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The aim of this work is to understand the process of psychological adjustment of Korean students in America and to find ways for them to adjust successfully in new cultural environment. Main question is how the process of psychological adjustment evolves as time passes after their arrival in the US. In this work, ethnographic in-depth interviews were employed. Participants in the interviews were eight college students (from Korea) of around 3 to 6 years of stay near ‘S’ City and nearby counties in West Coast America. From analysis of these interviews, we found five major domains categories, thirteen intermediate domains, as well as twelve minor domains. Korean students begin their adventure with high expectations for the new world. However, they experience psychological difficulties facing with barriers of a world that is quite different from what they expected initially. They make up their minds to survive and make efforts to overcome psychological difficulties. Gradually, Korean students experience transition into the familiar world of America. Eventually, they find themselves comfortable and stable in the now-familiar new world. From this study, we seek and find some ways of intervention to understand the Korean students in the US and help them adjust more successfully in the new society.

Keywords:

ethnographic in-depth interviews, korean students abroad, psychological adjustment.

키워드:

문화기술학적 심층면접, 한인 유학 대학생, 심리적 적응

Ⅰ. 서론

현대의 국제화된 세계에서 유학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이로써 자신이 태어난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 속에서 성장하게 된 세대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한국도 이러한 추세에서 예외는 아니며, 미국은 여전히 유학을 선호하는 대상 국가들 중의 하나이다. 낯선 곳으로의 유학과 같이 새로운 환경으로 생활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개인에게 많은 변화와 적응을 요구한다. 따라서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전 세계를 무대로 삶의 양식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해외에 체류 중인 대학생들이 새로운 문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 가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요청된다.

새로운 문화에의 적응은 다른 문화적 근원을 가진 집단이 직접적, 지속적으로 접촉할 때 한 집단 혹은 두 집단 모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라 할 수 있는데(Redfield et al., 1936), 한 개인이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환경의 요구에 맞도록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혹은 환경을 자신에게 맞도록 능동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Yang, 2004).

문화 적응은 크게 ‘심리적 적응(psychological adaption)'과 ‘사회문화적 적응(sociocultural adaption)’으로 구분된다. 심리적 적응은 심리적 안녕감이나 자존감으로 설명되기도 하고(Ward & Kennedy, 1993), 개인의 성격, 생활의 변화, 대처양식, 관계의 만족감, 정체감, 심리적 안녕감 등과 관련이 있다(Berry, 1997). 사회문화적 적응은 새로운 문화에서 적절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유능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Ward & Kennedy, 1993), 문화가 서로 접촉하는 상황에서 매일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다뤄나가는지에 관한 사회적인 능력을 의미한다(Searle & Ward, 1990).

새로운 문화로의 이동에서 문화적 적응에는 심리적 적응과 사회문화적 적응이 모두 필요한 과정이지만, 유학생들은 이민자와 달리 일시적 체류 상태의 문화집단이므로 문화적응에서 고려하는 두 문화에 대한 태도, 가치관, 민족정체성, 또 문화선호를 기초로 한 문화 적응보다는 유학생들의 개인 삶에서의 행복과 안녕에 직결되는 심리적 적응에 우선적으로 더 초점을 맞추어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 적응은 당면한 스트레스 사건에서 적응적인 사고과정을 거쳐 목표를 내면화하고(Schroevers et al., 2007), 목표를 재 정의하고 긍정적인 의미를 찾으면서 적응해 나아가는 것이며(Emmons, 1999; Park & Folkman, 1997; Tedeschi & Calhoun, 2004), 상황에 대한 재평가와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 것은 심리적 안녕감에 영향을 준다(Taylor, 1983).

유학생들이 새로운 사회에 안정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심리적 적응에의 긍정적 자 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과정을 밝히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익숙한 관계, 언어, 사회체제와 떨어져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유학생들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충격은 언어적인 문제와 달리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양적으로 쉽게 측정되지 않는다(Gaines, et al., 1997). 이런 점에서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심층적인 질적 연구가 요구된다.

한편, 어느 연령 시기에 유학을 떠났느냐에 따라 심리적 적응의 정도는 매우 다를 것으로 보여지는데, Pruitt(1978)의 연구에서는 어린 학생일수록 유학생활에 쉽게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초등학교 시기에 유학을 떠나는 경우보다 중고등학교 청소년 시기에 홀로 유학을 떠날 때는 신체적으로 사춘기 변화를 경험하고 정서적으로 혼란과 갈등을 많이 겪을 수 있는 시기이기에 낯선 새로운 문화에 들어간다는 것은 더 큰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측된다.

청소년들의 경우 새로운 문화경험에 적응하면서 언어장벽으로 인한 문제를 표면적으로 지각할 것이고, 정체감을 확립하고 자아를 형성해가는 발달단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어려움은 언어문제를 시작으로 정서적 어려움, 관계적 어려움, 자아정체감의 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Kim, 2007).

따라서 중고등학교 청소년 시기에 단독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 대학생이 된 유학생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적응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유학생들은 새로운 문화 속에서 적응해 나가야 하는 힘겨운 과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간다면 유학이라는 선택은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는 빠른 세계화의 물결이 사회의 구성원을 다양화시킬 것이며, 이것은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생활방식의 문화적 이질성을 지닌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촉진시키게 되므로, 상이한 문화들 가운데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 점점 더 일상적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세계화의 변화 속에서 한인 유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여 다시 한국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심리적 적응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에서 이루어진 해외 유학생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조기유학 청소년들이나 유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양적 조사 분석을 통하여 현재 시점에서의 문화적응, 심리적 특성 및 스트레스, 학교 적응을 파악하는 연구(Kim & Kim, 2014; Kwon & Lee, 2010: Kwon & Lee, 2007: Lee, 2014; Lee & Desiree, 2011; Oh & Lee, 2011; Park, 2006; Yoo, 2005)가 대부분이었고, 해외 유학생의 문화 적응 및 심리적 적응을 돕기 위한 집단미술치료, 노래심리치료, 인터넷 상담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Choi, 2012; Choi, 2009; Park et al., 2002)가 있는 정도이다. 질적 분석을 통하여 학부 과정 유학생 또는 조기 유학생의 적응 과정 및 생활경험을 살펴보고자 한 연구(Jung, 1996; Kim, 2007; Lee & Cha, 2013)도 있기는 하지만, 연구 참여자의 상황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어머니와만 거주하거나 혼자 유학을 와 있는 경우가 혼재 되어 있었고, 유학 와 있는 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함께 연구되거나, 해외 유학 자유화 조치 이후 도피 유학생의 경향이 짙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였다. 따라서 도피성 유학이 아닌 선진 교육 체계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하면서 단독으로 청소년 시기에 유학을 와 현재 대학생이 되기까지 전체 적응 과정을 다룬 질적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기존 양적 조사 연구들에서도 연구대상자를 세분화하지 않고 이민자와 단기 거주 유학생을 표본에 함께 섞어 연구함으로써 유학생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연구대상자의 신분이 시민권자, 영주권자, 학생비자로 체류하는 등에 따라 심리적 적응 양상은 매우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 변인을 고려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한계들도 있다. 그리고 미국에 장기간 거주한 한인 청소년 및 아시아 청소년에 대한 연구들은 미국 이주 기간이 짧은 한인 유학생의 적응경험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어서(Yeh et al., 2005) 미국에 이주한 기간이 짧은 한인 유학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 시기에 단독으로 유학을 와 3년에서 6년간 거주하면서 유학 기간의 경과에 따라 심리적으로 어떻게 적응해 가는가를 문화기술학적 심층면접의 방법으로 분석하여 보고자 한다. 또한 이 연구의 분석 결과를 청소년기에 단독 유학을 온 유학생을 이해하고, 이 같은 유학생들이 유학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활용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미국 거주 한인 유학생의 유학기간 경과에 따른 심리적인 적응의 과정과 결과는 어떠한가’를 연구문제로 설정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미국 한인유학생의 정의 및 실태

유학생들은 강제적으로 이주된 난민이나 영구적 체류를 목적으로 하는 이민자와는 구별되는 집단으로 학업을 목표로 하여 유학국가라는 타문화 안으로 이동하는 일시적 체류 상태의 문화집단(Berry & Sam, 1997)이다. 일시적 체류상태인 유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원 문화와 새 문화에 대한 태도가 이민 청소년들에 비해 갈등적이지 않고 대부분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하고 있다(Lee, 2007).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학생이 학업을 위해 해외 정규대학에서 학부, 대학원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통해 학위취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유학생으로 정의해 볼 수 있는데(Kim, 2005), 대부분 자신의 미래와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유학을 결정하는 비율이 높았다(Lee, 2006). 즉 과거처럼 성적이 낮아서 유학을 떠나거나 중하위권 학생들이 국내에서의 교육 불만족으로 도피성 유학을 선택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기르고 다양한 문화의 경험을 위한 도약형 유학으로 변화하였다(Park, el al., 2002; Cho, 2002).

한인 유학생 통계를 살펴보면, 대학 및 대학원 과정의 해외 유학생 수는 2011년 262,465명으로 가장 크게 증가하였다가 2012년 239,213명, 2013년 227,126명, 2014년 219,543명, 2015년 214,696명으로 점점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다시 중국으로의 유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2016년 223,908명, 2017년 239,824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나라별 유학생 수를 보면 2016년과 2017년 중국 유학생 수는 각각 66,672명(29.8%), 73,240(30.5%), 미국 유학생 수는 각각 63,710명(28.5%), 61,007명(25.4%)으로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유학생 수가 많았다(Ministry of Education, 2017). 최근 중국으로 떠나는 유학생이 증가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미국은 유학을 선호하는 대상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유학 환경에서 유학생들은 언어문제, 문화적 편견, 외로움 등을 경험하며 새로운 문화를 학습해야 하는 외국인으로서의 역할, 또래 학생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 정체성의 갈등을 겪으며 성숙, 발달하는 청소년의 역할(Furnham & Bochner, 1986), 새로운 학교에서의 학업과 스트레스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으로서의 역할(Kwon, 2009)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여러 지위를 동시에 지니는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 학업을 하는 학생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Wang, 2006; Lee, 1995) 할 수 있는 문화 집단이다.

본 연구에서는 해외 유학생의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하여 미국 거주 한인 유학생이라 함은 대한민국 국적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의 미래와 학업을 위해 중고등학교 시기에 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청소년 시기에 단독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3년에서 6년 사이의 유학기간이 경과한 현재 대학생이거나 2년제 대학을 졸업한 경우를 말한다.

2. 유학생의 심리적 적응

유학생들은 자신이 성장해 온 사회와 문화를 떠나 타문화로 진입,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재사회화의 과정을 경험하며, 문화 접촉에 따른 적응이 요구되는 문화 적응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화가 다른 두 사회집단이 장시간에 걸쳐 접촉이 진행될 때 어느 한쪽 또는 양쪽 성원들의 문화에 변화가 나타나는 문화적응(acculturation)현상이 발생하게 된다(Redfield, Linton & Herkovits, 1936). 유학생활은 세계화 추세 속에 나타난 문화접촉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유학생은 문화접촉에 따른 적응이 요구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적응이란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맞추어 자신이 변화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Germain & Gitterman, 1996).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맞추거나 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기 까지는 적응의 과정이 필요하며, 그 적응의 과정은 아마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연구들은 유학생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문제들, 심리적 어려움에 주목하고 있다. 분명 새로운 사회에 진입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러한 스트레스는 높은 신체화 증상, 낮은 수준의 정신건강상태, 소외감, 정체성 혼란과 같은 부정적 상태를 동반한다(Berry et al, 1987). 개인의 성격, 생활의 변화, 대처양식, 통제소재, 관계의 만족감, 정체감, 심리적 안녕감 등이 어떠냐에 따라 유학생의 심리적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Berry, 1997; Ward & Kennedy, 1999).

특히 유학의 출발 시점이 중고등학생 시기인 청소년들의 경우는 급격한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변화, 정체감 형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성장 급변의 시기에 자신이 친숙히 여기던 환경을 떠나 해외에서 전혀 새로운 유학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업임에 틀림없다. 또한 중고등학교 시기에 유학을 와서 대학생이 된 경우에도 자율성과 책임이 증가되고 대인관계 및 사회적인 활동 또한 자발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대학생활은 유학생들에게 큰 변화로 다가갈 것이며,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한국에 있는 학생들보다 크기에 심리적 적응을 위한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 유학생들의 적응의 형태를 연구한 Lysgaard(1955)는 적응의 형태가 U턴 모양을 보인다고 주장한다.즉 유학생이 처음으로 새로운 문화에 들어서게 되면 행복감을 느끼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화적 부적응상태를 경험하게 되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는 그 문화를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1년 미만 체류한 유학생들은 더 오랜 기간 체류한 유학생들보다 덜 좌절하고, 덜 걱정하며 문제를 덜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더 열성적이고 더 느슨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이 있다(Lysgaard, 1955).

심리적 적응에 대한 이상의 연구들은 체류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유학생활에서의 심리적 적응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또한 청소년들의 경우 자아정체감을 형성해가는 발달단계를 고려할 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언어장벽, 문화 장벽의 문제가 정서적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 자아정체감의 혼란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중고등학교 시기 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 와 미국에 거주한지 3년에서 6년 사이의 한인 유학 대학생을 대상으로 유학 기간 경과에 따라 심리적 적응의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3. 선행연구 고찰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 심리적 문제들과 관련된 선행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과 관련된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 언어에서의 어려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어려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유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징후와 관련되어 있다(Constantine et al., 2004; Sue & Sue, 2003; Uba, 1994). 현지 학생들과는 달리 고민을 털어놓을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서적으로 외로움과 좌절감, 멀어진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불안의 원인이 된다(Lewthwaite, 1996). 유학 생활에서 경험하는 학업스트레스와 문화진입스트레스가 높으면 우울과 불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Kim & Kim, 2014). 그리고 유학생들이 경험하는 학업과 관련된 언어적 어려움, 시험 등은 학생들에게 극도의 불안을 일으킨다(Lewthwaite, 1996).

또한 유학생들은 언어에서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언어능력은 이주국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증가시키고 사회문화적 적응문제를 감소시키며(Ward & Kennedy, 1993), 문화 적응 스트레스를 낮춰 준다(Kwon & Lee, 2010). 영어 유창성은 학업수행, 사회적 상호작용 뿐 아니라 미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적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학생의 심리적 안녕감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Koyama, 2005). 유학생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제출해야 하는 과중한 학업과제, 필기, 수업의 이해, 에세이 작성, 시험, 발표 수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데(Koyama, 2005), 고차원적 영어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러한 학업 과제들이 언어적 장벽을 가진 유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유학생들은 미국에 홀로 와서 사회적 고립 및 사회적 지지의 상실을 경험한다. 사회적 지지감은 유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감을 갖게 되면 여러 스트레스 상황을 감정적이 아닌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고, 발생 가능한 심리적인 부적응을 줄여 적응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Chae, 2009). 이러한 결과는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사회에서 사회적지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필요함을 시사해 준다.

이상과 같이 유학생들에게 심리적 적응상의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학생의 대다수인 약 80%는 일시적 어려움을 경험한 후 적절히 잘 적응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Church, 1982). 그러나 유학생들이 처한 환경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환경에 대해 개인이 지각하는 것이 적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Kim, 2005), 유학생들의 유학 생활에 대한 심리적 적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선행연구 결과들을 통해 볼 때, 유학생들은 우울과 불안, 언어의 어려움, 사회적 고립 및 사회적 지지감의 상실 등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여 심리적 적응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학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심리적 적응으로 나아가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로는 미국 서부의 S시 및 그 근방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유학 대학생들이다. 한인 유학생이란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또는 졸업 후에 홀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온지 3년에서 6년 사이의 대학생을 말하며, 현재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을 하였거나 2년제 칼리지 졸업 후 4년제 대학으로 옮겨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유학생도 모두 포함하였다. 면접대상자를 유학 후 3년에서 6년 사이로 제한한 것은 유학 와서 대개 3년이 되면 언어가 익숙해지고 적응으로 전환되는 시기이며, 회고에 적절하기 때문에 3년 이후, 6년 사이로 제한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학생비자로 체류하고 있었으며,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 상태이다. 한편, 미국에 유학을 오기 전 2~3달 정도 단기간의 해외 경험은 무방하나, 그 이외 단·장기간의 해외 경험이 있었던 참여자와 학생신분이지만 체류 중에 이민가정의 자녀와 결혼하여 시민권자가 된 유학생들은 연구 참여자에서 제외시켰다.

연구 참여자 모집 방법으로는 미국 서부 S시에 있는 대학교의 한인 학생회 단체 페이스북과 한인교회에 참여자 모집 안내문을 올려서 자발적인 참여자를 찾았고, 또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유의적 표집(purposive sampling)과 제보자모집 표집(snow-ball sampling)을 이용하여 최종 8명의 적합한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유학 동기는 다음과 같다. 연구 참여자1은 초등학교 시절 2~3개월 호주 어학연수의 긍정적 경험이 계기가 되어 처음엔 본인이 다시 어학연수를 희망하였다가 부모의 권유로 스스로 유학을 선택하였고, 연구 참여자2는 한국교육에 대한 갑갑함, 학업스트레스, 학업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부모님을 설득해 유학을 선택하였다. 연구 참여자3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던 중 한국보다는 미국이라는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부모님이 권유하여 본인 스스로 동의하여 유학을 선택하였고, 연구 참여자4는 고등학교 재학 중 미국에 유학 간 친구와 연락하면서 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부모님을 설득해 유학을 선택하였다. 연구 참여자5는 아토피가 심해져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집에서 쉬던 중, 주변 지인의 권유로 유학을 결심해서 오게 되었고, 연구 참여자6은 오빠가 먼저 유학 가 있는 상태에서 오빠처럼 자신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유학을 선택하였다. 연구 참여자7은 미국에 유학 간 친구의 영향으로 미국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고 스스로 유학을 선택하였고, 연구 참여자8은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배정된 불만으로 대신 유학을 스스로 선택하였다. 참여자들은 모두 유학에 대한 부모의 강요는 없었고, 부모님이 먼저 권유한 경우에도 선택은 본인 스스로가 하였다.

심층면접 연구 참여자의 특성 및 유학 동기는 <Table 1>과 같다. 한편, 본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라는 용어는 연구결과 부분부터는 편의상 모두 참여자로 통일하여 기술하였다.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2. 연구 절차 및 분석 방법

미국 거주 한인 유학생들은 보통사람들과는 구별되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그들의 주관적 경험, 의미, 해석, 가족 간의 상호작용, 역동, 내용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Spradley(1979)의 문화기술학(Ethnography)적 심층면접을 적용하였다.

선정된 연구 참여자에게는 연구 설명문을 제공하고 연구의 목적을 알렸으며, 연구자로서 연구 수행을 위한 생명윤리교육을 받았고,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음을 알렸다. 또한 연구 참여자로서 자발적인 동의를 확인한 후 동의서 양식에 서명하도록 하였다.

심층면접은 2017년 3월 중순부터 2017년 5월까지 이루어졌으며, 주로 대학교 도서관이나 지역의 커피숍, 음식점 등에서 만나 한 참여자 당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1~2회의 집중 면접을 하였다. 연구 참여자로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특별한 질문에 대한 답을 거부할 수 있으며, 중도 포기를 할 수도 있으며, 연구의 결과에 대해서도 요구할 수 있음을 밝혔고, 연구자에게 연구 참여자로서의 권리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연구자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음을 밝혔다.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은 Spradly(1980, 1979)의 발전식 연구절차에 따라 진행되었고, 면접 시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다. 더 이상 나올 정보가 없다고 판단되면 종료하였고, 면접내용 및 비언어적 행동은 있는 그대로 적는 필사본으로(확장된 노트) 전환하였다.

분석은 면접 필사본을 읽어 내려가면서 각 의미 있는 단어, 구, 절들의 의미론적 관계를 찾으면서 영역을 확인해 나갔고, 각 영역을 포함할 수 있는 더 큰 영역을 찾으려고 하면서 의미론적 관계를 찾아 나갔다. 또한 영역의 분류들 간에 관련된 대조점이 되는 속성을 찾으려고 하였고, 영역들의 대조의 차원의 유사성을 검토함으로써 주제를 확인해 나갔다.

한편, 연구방법론의 평가기준으로는 Lincoln과 Guba(1985)가 제시한 사실적 가치, 적용가능성, 일관성, 중립성을 적용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구 결과와 핵심내용을 주제 분석표로 작성하여 이메일로 발송하였고 연구 결과와 제시된 주제 영역들이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과 현상을 잘 나타내고 있는지 사실적 가치를 확인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가 아닌 유학생 2명에게도 연구 결과물을 이메일로 보내주었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연구결과가 적용 가능한지를 검증하였다. 그리고 연구 결과에 대한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가족학 박사 2인과 검토하는 논의과정을 거쳐서 연구를 진행한 자취를 다른 연구자도 따라갈 수 있고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최종 주제 분석 결과, 영역들 간의 의미론적 관계(부분, 속성, 결과, 방법, 종류)들을 발견해 나가면서, 5개의 대영역(새로운 세계를 꿈꾸기, 생각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벽,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남자!, 새로운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들어서기, 익숙한 세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 찾기), 13개의 중 영역, 12개의 소 영역을 찾았다. 주제 영역 명 뒤에는 편의상 대영역은 (대)로, 중영역은 (중)으로, 소영역은 (소)로 표시하였다.

영역들 간의 의미론적 관계(부분, 속성, 결과, 방법, 종류)는 예를 들면, ‘생각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벽’ 대영역의 부분은 언어의 벽(중), 관계의 벽(중), 문화의 벽(중)이며, 언어의 벽(중)의 결과는 좌절감(소), 무서움과 두려움(소), 무시당함(소)이다. 또한 관계의 벽(중)의 결과는 친구 없는 지독한 외로움(소), 가족에 대한 그리움(소)이다. 친구 없는 지독한 외로움(소)의 속성은 말할 상대가 없음, 친구 없는 외로움이 정말 무서운 것, 전교생이 다 웃는데 혼자만 영문을 모름 등이며, 친구 없는 지독한 외로움(소)의 대처방법은 슬픈 영화보고 실컷 울기, 계속 울기만 함 등이다.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기’ 중영역의 종류는 같은 처지 한국 유학생들(소), 이미 길을 닦아 놓은 한인들(소), 한인 외에 나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소)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영역들 간의 의미론적 관계들을 찾아 나갔다.

이러한 의미론적 관계들을 찾아 나가면서 주제들이 대영역, 중영역, 소영역으로 범주화 되었고 간략히 제시하면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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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연구결과

1. 새로운 세계를 꿈꾸기

참여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상황에서 미국 유학을 선택하였지만, 이들 모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미국에 가는 행운과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국 땅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모험에 스스로를 던져 보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1)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설렘

참여자들에게 미국은 자신들에게 많은 꿈과 기대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생각되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삶이 어떠할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준비하기 보다는 막연하게 한국보다는 좋은 교육 시스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서 미국 친구들을 사귀며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상적인 생각들을 하면서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부모들도 미국에 가서 공부하면 영어는 완벽하게 하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아무리 못해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성공자의 개념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영어만 잘해도 많은 이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참여자들은 미국에서의 학교생활에서도 한국과 달리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방과 후에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나, 여가 활동을 즐기면서, 여러 가지 즐거운 이벤트로 학교생활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먼저 이민을 가서 살고 있거나 유학을 가 있는 주변의 친척이나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단편적인 미국에서의 학교생활 이야기는 참여자들에게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나도 한번 미국에 가서 학교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갖는데 영향을 주었다.

참여자들에게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는 멋있는 일이었고, 넓은 세상에서 배울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아 시야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유학을 준비하였다. 유학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들을 막상 닥쳐서 경험하기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막상 유학을 와서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런 생각들이 헛된 꿈, 생각 없는 기쁨, 알지 못하는 기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유학이라는 것이 마냥 좋아 보이고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를 대단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유학을 결정하고 왔지만, 현실적인 유학의 세계는 그들이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였던 것이다.

부모님은 미국에 가야지 성공자... 그런 부모님의 기대도 있어서..솔직히 영화 같은데 보면 엄청 큰 대학교에 잔디밭이 있고 그런데서 애들하고 같이 영어로 얘기하고 그런 판타지 같은 삶을 꿈꾸면서 왔는데...일단 언어 하나는 가기만 하면 완벽해질 거란 생각이 있었어요. 영어만 잘해도 한국에서는 뭔가 메리트가 있으니까 그거에 대한 기대가 많이 컸어요(참여자3).
미국에 대한 헛꿈이라고 해야 하나 멋있고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한다는 거 자체가 저한테는 멋있다고 생각이 되서 그때는 진짜 구체적으로 계획도 없이 무작정 엄마한테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참여자7).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고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무엇보다도 영어를 앞으로 어떻게 되든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그래서 미국 오면서 아 나도 다른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구나.. 솔직히 어떻게 보면 생각 없는 기쁨이였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기쁨, 마냥 좋아했던 거 같아요(참여자5).
2) 미국에 가는 행운과 찬스 잡기

참여자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설렘과 더불어 미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행운이고 남들이 쉽게 누릴 수 없는 특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유학이기에 자신에게 유학의 기회가 왔을 때 그런 기회는 바로 잡아야 하는 행운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가 결정적으로 가겠다고 했었던 거는 제가 행운이라고 느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다는 게 그렇지 못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참여자1).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온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유학생활에 대해서 한국 사람이 로망 같은 게 있잖아요. 해외에 나가서 공부한다는 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특권이고 어떻게 보면 쉽게 가질 수 없는 찬스니까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땐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구요(참여자5).
3) 모험에 나를 맡기기

참여자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설렘 속에서 미국에 가는 행운과 기회를 잡았지만, 낯선 곳에서의 삶이 현재 한국에서처럼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기보다는 힘든 도전들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새 삶은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스스로를 고생시키려는 각오도 하면서 그냥 부딪혀보자, 무조건 나가서 나를 한번 그 모험에 던져보자는 식으로 과감한 용기를 낸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은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이었기에 그런 힘든 과정들을 미리 알았다면 유학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라 고 하며, 그런 현실을 잘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낯선 땅에 와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근데 너무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막막할 정도로… 집 문제 같은 것도 그렇고 솔직히 저는 그냥 제대로 준비 많이 안하고 왔거든요. ‘그냥 부딪혀보자’ 해서 저를 스스로 고생시킬려고.... 이제 바로 가서 집도 알아봐야 하고 이런 문제들도 있었어요(참여자3).
저는 그냥 무조건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그냥 나가고 싶었어요. 원래 모험하고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나를 한번 던져보자는 식으로 원래 유학이 이렇게 힘들다는 거 알았으면 안 왔죠. 근데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와있는 거구요(참여자5).

2. 생각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벽

참여자들은 미국 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자 자신들이 생각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벽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즉 언어의 벽, 관계의 벽, 문화의 벽에 부딪히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 언어의 벽

참여자들은 언어의 벽에 부딪히면서 좌절감, 무서움과 두려움, 무시당함 등의 심리적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힘든 심리적 적응의 과정이 시작된다.

① 좌절감

참여자들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에서부터 영어로 소통해야 만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참여자1의 경우에는 비행기가 60년만의 폭설로 갑자기 연착되어 게이트가 바뀌는 바람에 비행기 티켓을 들고 영어로 소통하느라 당황하기도 하고, 배가 고파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낯설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음식을 주문하는지 옆에서 지켜보다가 자신도 그대로 따라하는 등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 중에는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서부터 시작하여 계속 영어를 공부해 온 경우도 있었고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영어 수업을 듣기도 하였고, 나름대로 영어를 좋아하여 꾸준히 준비해 온 경우가 많았지만 막상 미국에 도착하여 홈스테이 호스트를 만나자 마자, 또 학교에 첫 등교하자마자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어에 한계가 있고, 이제껏 자신들이 알았던 영어가 아니라는 생각에 매우 당황하였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웠던 것처럼 미국인들이 또박또박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자신들이 한국에서 영어를 잘못 배웠다는 것, 이곳에서의 영어는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진짜 영어라는 것, 이제까지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를 다 무너뜨리고 새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참여자들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영어의 벽에 부딪히면서 정신상태가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깊은 좌절감, 영어가 들리는 것도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등의 심정이 되어 깊은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일단 (비행기에서) 딱 내렸는데 저한테 대화를 거시는데 내가 듣던 영어가 아니다.. 충격... 듣는 순간 지금까지 배웠던 게 다 무너지는 느낌인 거예요. 아, 내가 잘못 배웠구나 , 이런 식으로 배우면 안 되었구나 라는 게 느껴지면서 완전 다 무너져가는, 아..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지 라는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딱 영어 듣는 그 순간 정신상태가 완전 무너진 거 같아요(참여자2).
비행기에서 내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유학생활을 처음 맞닥뜨려보니까 바로 깨달아지더라구요. 학교 간 첫날부터 깨달아지더라구요. 아.. 이건 무작정 막 와서 되는 게 아니구나… 유학생활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확실히 깨달아지더라구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어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참여자5).

② 무서움과 두려움

도착하자마자 언어의 벽에 부딪힌 참여자들은 영어로 소통해야만 하는 상황에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어디를 가든 마음 편한 곳이 없게 된다. 머릿속에서 생각은 나는데 입에서 영어로 말을 떼기가 매우 힘들고 부족한 영어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나를 얼마나 멍청한 아이로 볼까, 틀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고, 피곤하게 되어 스스로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한국말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만큼 영어로는 자신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로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미국 유학 현실에 처음 맞닥뜨린 참여자들에게는 너무 힘든 과제였다. 또한 유학 초반에는 언어의 벽에서 생겨나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주변에 토로하고 위로해 줄 사람을 찾기 어려웠기에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어딜 가도 마음 편한 곳이 없는 거예요. 학교도 힘들고 홈스테이 가정도 불편하고, 그 첫 두 달은 제 입에서 영어나오기가 너무 무서운 거예요. 내가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무시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생각은 다 나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참여자2).
제가 영어를 못해서 친구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 나는 한국말로는 날 더 보여줄 수 있는데 나를 얼마나 멍청한 아이로 볼까 하는 게 젤 답답하고 힘들었던 거 같아요(참여자7).

③ 무시당함

참여자3은 영어로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억울한 상황이나, 자신의 권리를 내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억울해도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 못하고 차별을 받더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참여자8도 학교 수업에서 영어 발음이 좋지 않은 유학생들의 질문에 자존심 상하게 대응하는 선생님을 경험하면서 자신 혼자만의 무시당함이 아닌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강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도 유학생들은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내 나라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놓지 않고 있었다. 또한 미국 학교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운동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방과 후에 스포츠활동을 충분히 해 왔기에 한국에서 학업에만 열중했던 유학생들과는 운동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자7처럼 유학생들은 주변의 학생들이 영어도 못하는데 운동도 못한다는 식으로 무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유학생들은 차별받고 가만히 있는 편이거든요. 왜냐하면 말을 못하거든요. 나서서 반박도 못하고 그냥 바보 취급받고 가만히 있는데 예를 들어서 새치기를 당해도 유학생들은 처음에는 화가 나서 뭐라고 하려고 하다가도.... 그 사람이 영어로 막 뭐라고 해버리면 말문이 막히니까(참여자3).
한 수학 선생님은 동양 애들이 수학을 물어보면 영어 똑바로 못 알아듣겠다고 What? What? 이러시는 분들도 많았고… 되게 자존심 상하죠. 나도 한국이라는 자랑스런 내 나라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하니까...(참여자8).
풋볼도 배우고, 어느 시간엔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도 하고 그러는데 솔직히 미국 애들은 운동신경이 좋은 게 확실한 거 같은데, 전… 무시하는 게 느껴져요. 애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안 하네… 깎두기 취급하더라구요(참여자7).
2) 관계의 벽

참여자들은 언어의 벽에 맞닥뜨리면서 영어로 자유로운 소통이 어렵게 되자 자연스럽게 관계의 벽에도 부딪히게 되면서 지독한 외로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되는 심리적 경험을 하게 된다.

① 친구 없는 지독한 외로움

낯선 땅에서 참여자들은 친구도 말할 상대도 없는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미국의 학교 시스템은 한국과 달리 교과목마다 학생들이 교실을 찾아가면서 수업을 받기에 같은 교실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수업을 듣는 한국의 경우처럼 같은 친구들을 계속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또한 이미 형성되어 있는 그들만의 그룹이 있고, 밖에서 전혀 낄 수 없는 그들만의 가족수준의 친밀함이 강하여 새로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참여자5는 학교에서 백인 애들끼리, 멕시칸 애들끼리, 아시아인들끼리, 미식축구 애들끼리, 농구부끼리, 치어리더끼리 등등 이미 친구관계 그룹이 다 형성되어 있어서 1년 동안 친구가 없었던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낯선 미국인들과는 서로 통하는 부분이 없다는 생각에 함께 어울리기 어려운 뭔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참여자1은 영어로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전교생이 다 웃는 상황에서도 자신만 홀로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집단 속의 소외감을 경험하였고, 참여자7은 체육시간에 친한 친구들끼리 탈의실에 모여 함께 옷 갈아입는데 자신은 친구가 없어서 너무 외로웠고 운동장 달리기를 하면서 많이 울었던 경험을 하였다. 학교생활에서도 친구 없는 외로움을 스스로 혼자 견디어 내야 하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학을 오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독한 외로움, 자신 홀로 낯선 땅에 떨어져 있는 그 고독함이 어린 유학생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특히나 참여자 대부분은 중·고등학교 사춘기시기에 홀로 유학을 와 있기에 사춘기의 정서적인 혼란과 민감함에 더불어서 힘든 외로움을 함께 견뎌야 하는 심리적인 고통이 가중되어 있었다. 또한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와의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이 시기에 친구 없는 외로움은 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인 것이다.

그냥 말하는 투도 다르고, 말할 때 느껴지는 분위기라든가 계속 어울려서 놀기 힘든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백인 애들이 많았는데 자기네끼리는 거의 가족수준의 친밀함이 있어서 저희가 낄 자리는 없었죠...저는 체육시간에 탈의실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옷 갈아입고 나가는데 저는 친한 친구가 없잖아요. 그때 너무 외로운 거예요. 그래서 운동장 달리기를 시키는데 뛰면서 많이 울었어요(참여자7).
아무리 미국이 차별이 없어 졌다 해도 학교 딱 들어가면 백인 애들은 백인 애들이랑 놀고 멕시칸 애들은 멕시칸 애들끼리 놀아요. 아시아인은 아시아인들끼리 놀아요. 또 미국 미식축구 애들은 그들끼리 놀아요, 농구부는 농구부끼리 놀아요, 치어리더는 치어리더끼리 놀아요. 이미 그룹이 딱 정해져 있어요. 이미 고등학교 들어왔을 때 그런 그룹이 형성되어서 저 같은 경우는 1년 동안 친구가 없었거든요. 밖에서 혼자 맨날 점심 먹고… 왜 그러냐면 낄 수 가 없었어요(참여자5).

참여자들이 겪어야 했던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그들은 주로 끊임없이 울고 또 울기, 학교 화장실에서 울기,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기,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혼자 지내기 등의 소극적인 대처를 보였고,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상황에서 참여자2처럼 그나마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기회를 많이 만들거나, 참여자7처럼 한국에 있는 친구와 소통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정도였다. 이들에겐 한국에 있는 친구와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며, 친구와의 관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은 한국에 있는 친구여서 한국의 친구와 인터넷이나 카톡으로 연락하며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유학의 초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에 유학생들의 심리적 외로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들이 주변에 부족하였고, 주로 개인적으로 대처하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정도였으며, 유학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의지가 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유학 온지 얼마 안 된 초기에는 이런 정서적 어려움이 더 가중되어 청소년 시기의 어린 나이에 홀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처절한 외로움 이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진짜로 엄청 많이 울었어요. 대처를 못하니까, 그 문화차이를 극복을 못하니까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아무 이유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문화적으로 충격이 왔었을 때 그 충격을 못 피했어요. 대처할 방법도 몰랐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했으니까 그냥 많이 눈물을 흘렸던 거 같아요. 유학생들이 안 운 아이들이 없을 거예요. 힘들고 지치고 슬프고 외롭고 그래서 유학생들이 서로 사귀는 애들이 많은데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런 것처럼 외롭다는 게 진짜 무서운 거구나 이걸 알게 되고..(참여자5).
옛날에는 처음에 학교 다닐 때 학교 화장실 변기통에 앉아서 울었어요. 학교에 있는 거 자체가 고통이여서… 처음 두 달 동안은 정말 향수병이 걸렸는데 밥맛도 없고 눈물만 계속 나는 거예요. 살도 엄청 빠지고 머리카락도 엄청 많이 빠지고 이러다 우울증 걸리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나갔어요. 억지로 밖으로 나가고 그러면서 견디었던 거 같아요(참여자2).

② 가족에 대한 그리움

유학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참여자들은 가족품을 떠났다는 실감을 하게 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참여자2처럼 명절이나 생일과 같이 가족끼리 함께 해 왔던 날들이 돌아오면 더욱더 가족이 떠오르고, 한국의 가족들과 동떨어져서 홀로 미국에 와 있는 자신의 처지를 더 생각하게 되면서 가족에 대한 향수가 심하게 올라오게 된다. 그 무엇도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참여자4는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멀리 타국에 와 보니 부모님이 밥 챙겨주시고 집에서 편히 자고, 누군가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훨씬 좋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여자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올라 올 때마다 가족과 통화하여 울면서 그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고, 한국의 부모님도 매번 울면서 전화하는 자식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유학 초기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고 그리움에 눈물짓는 자식을 볼 때 마음이 아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부모였지만, 참여자2처럼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신 부모님에 대한 불효라는 생각 등등에 막상 돌아갈 용기도 내기 어려웠다. 대부분 청소년 시기에 홀로 유학 온 참여자들은 유학

(도착해서) 아~ 내가 가족 품을 떠났구나 라는 실감이 되게 많이 났어요. 한국의 추석이나 명절 때 가족이 다 모였을 때 영상통화하면 아~ 저 자리에 나도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되게 눈물 나기도 하고 아무리 주변에서 챙겨준다고 해도 그 가족의 빈자리를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울기만 했어요. 엄마도 처음 보내는 거니까 마음아파서 울고 그러다 엄마가 비행기 티켓 끊어줄까? 그런 말 들으면 그래달라고 싶은데 많은 돈을 투자한 거고 엄마, 아빠도 쉬운 결정이 아니였기 때문에 두 달 만에 돌아가는 건 정말 부모님한테도 불효고 견뎌야겠다(참여자2).
거의 하루에 한 번씩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고, 제가 매일 울면서 전화하니까 부모님도 마음이 약해지셔서 돌아오라고도 몇 번 하셨고 그냥 이렇게까지 널 멀리 보내서 살 필요가 있냐고,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분명히 알지만 그래도 지금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부모님도 마음이 안 좋으셨나봐요. 제가 이렇게 힘든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까 제가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많이 없었고...(참여자7).
3) 문화의 벽

참여자들은 한국과 전혀 다른 상황의 낯선 세계에서 문화적 충격과 이질감, 괴리감을 느끼며 문화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① 충격

미국 문화에서의 마약문화, 합법화된 마리화나, 위험한 파티문화, 동성애, 총기자살, 홈리스 등과 같은 부분들은 참여자들에게 이질감, 괴리감을 넘어서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 서부 S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 되어 있는 곳이고, 21살이 되면 구입도 가능한 지역이다. 마리화나 외에도 다른 종류의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쿠키 안에 마약을 넣어 함께 먹을 정도로 주변에서 마리화나와 마약 사용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 문화에 처음 접하게 된 참여자들은 마리화나와 마약을 주변에서 권유받기도 할 때 충격을 받았다. 참여자3은 한인 유학생들 중에서도 특히 남학생의 경우에 그런 마약 문화에 노출되어 마약을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참여자8은 성에 있어서도 개방적이고 어린 나이임에도 많은 친구들이 성경험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라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허용적인 분위기와 동성애 스킨쉽을 직접 목격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고, 총기 소지가 허용되어 있어서 총기 관련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부분, 홈리스들이 눈에 많이 띄는 부분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유학을 떠나오기 전에 참여자3은 어른들로부터 유학을 가서 외로워 한인유학생들끼리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더라, 성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파티문화에서 위험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고, 마약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긴 했지만 실제로 그런 부분들을 목격하거나 경험하면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충격 많이 받았죠. 학교에서 마약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하이스쿨 아이들은 베이킹을 정말 많이 하고 가져와서 나눠먹고 하는데 브라우니 안에 마약을 가져와요. 그 브라우니 안에 약이 있는 거죠. 자기 네 끼리는 다 알죠. 다 아는 친구들끼리 ‘브라우니’ 하면 자기들만의 신호죠..(중략)...학교에서 하는 댄스파티가 있어요. 거기에 갔는데 애들 춤추는 거나 그런 거 보면서 진짜 문화충격 많이 받았어요. 여고인데도 남자들을 데리고 오거든요. 그런데 한국 클럽에서 성인들이 출 만 한 춤을 벌써부터 추더라구요. 애들이 저보다 어린데도 그런 애들이 다 성에 대해서도 알고 경험도 있고 한 거에 놀랐고...(참여자8).
미국은 총기 소지가 되다보니까 저희 학년에서 한명이 자살을 했어요. 근데 제가 듣기로 총을 가지고 했다 하니까 한국에서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홈리스들이 길거리에 있는데...재미있는 홈리스들은 노래를 부른다거나 그런 문화가 다른 거…(참여자6).

② 이질감과 괴리감

참여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한국과 다른 문화 차이를 경험하게 되면서 이질감, 괴리감 등을 느끼게 된다. 참여자8은 미국 홈스테이 가정의 호스트와의 관계에서 어른에게 꾸중을 들을 때 한국에서는 어른에게 말대꾸하지 않고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을 예의 있는 것으로 생각해 그렇게 행동했다가, 오히려 예의 없다고 더 야단을 맞는 상황을 경험하였다. 미국에서는 상대방과 대화시에 상대방 눈을 바라보고 자신의 할 말을 분명하게 하는 것을 오히려 예의 있는 것으로 간주함을 일상생활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깨닫게 된다. 또한 부모자녀간의 대화에서도 한국에서는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어색하고 부끄러운 일이라 성에 대해서는 거의 대화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미국은 부모자녀 간에도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학교 수업 상황에서도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교실을 찾아 왔다 갔다하는 모습들부터 시작해서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태도들, 껌을 씹는다든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등의 모습은 한국 상황에서는 보기 드문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라 신기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어른과 아이들 간의 수평적이고 친밀한 관계 모습도 신기하게 여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참여자7에게 한국사회는 많은 것들이 빠르게 일처리가 되는 반면 미국은 많은 부분에서 느릿느릿 일처리가 되는 것이 매우 대조적으로 인식되었는데, 고등학교 입학 행정에서 일처리가 느리게 되어 입학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는 마음에 많이 놀랐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문화차이가 정말 심해요. 그 호스트 아주머니는 제가 뭐만 하면 버릇이 없다고.... 꾸중을 듣거나 하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잖아요,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그게 예의에 어긋나는 거예요. 항상 사람하고 말할 때는 눈을 보고 말해야하고... 말대꾸를 하면 안 좋게 보잖아요. 근데 미국은 안 그래요. 오히려 꾹 참고 있으면 다시 화살로 돌아와요. 그때 왜 말 안 했냐, 그때 똑바로 말했으면 이런 일 없지 않느냐 그러면서… 미국에서 항상 사람들이 하는 말이 스피크 업 하라고 할 말 있으면 해야 한다고… 꼿꼿이 고개 들고. 그런데 한국에서는 완전 반대잖아요. 어른 앞에서 누가 고개 꼿꼿이 들고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대꾸 하냐고 이런 식으로 보잖아요...(중략).... 외국이 성에 대해 개방적이다 보니까 식탁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요. 근데 저희 한국에서는 식탁에서 부모님 앞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제가 어쩔 줄 몰라하면 되게 귀여워하면서 웃으셨어요(참여자8).
처음에 애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던 건 수업시간에 여기 애들이 다리 꼬고 있고 껌을 씹는다던지 그런 거에 충격을 받았지만, 어른과 아이들과의 관계, 한국은 딱딱하잖아요. (미국은) 교장선생님하고도 친하고 모든 관계가 유연하다고 해야 하나 그게 신기하면서 저는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친구 같은 선생님, 좀 더 찾아가기 편하고....(참여자6).

참여자들이 새로운 세계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괴리감은 심리적 적응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새로운 사회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줄어들 것으로 사료된다.

3.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남자!

참여자들은 유학 초기의 언어의 벽, 관계의 벽, 문화의 벽에 부딪히는 힘든 경험 속에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 차게 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한국 교육과정에서 대학진학을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되어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였고, 결국 못 견디고 돌아와 유학에 실패했다는 주변의 시선을 감당하기 어렵고, 부모님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듣게 하느니 차라리 자신이 이 힘든 과정을 극복해 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유학을 위해 경제적 투자를 해 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것은 불효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또 유학 떠나 올 때 했던 꼭 이루고 오겠다는 각오를 다시 떠올려 보기도 하고, 지금은 돌아갈 수 없지만 학업을 마치는 대로 바로 한국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이 힘든 상황을 이를 악물고 스스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자신감을 찾기

참여자들은 미국사회에서의 적응이 힘들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택하고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스스로 헤쳐 나가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스스로 헤쳐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살아남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면 관계의 벽, 언어의 벽을 차츰 허물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① 잘 할 수 있는 것 찾기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친구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관계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을 하였다. 학교생활에서 자신은 영어도 힘들고 친구도 없고, 내세울 것이 없다는 위축된 마음을 가졌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자신감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즉 참여자1, 참여자6과 같이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농구, 축구, 야구 등의 운동을 통해서 합창단과 같은 학교 활동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였고, 차츰 관계의 벽을 허물기 위한 물꼬를 터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미국 학생들 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수학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남들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인정받는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영어를 잘 못해서 위축되었던 마음이 수학 공부를 통해 회복되고 친구들과 관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학교생활에서 참여자들은 차츰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되고, 친구가 서서히 생기고 관계의 벽은 차츰 허물어져 간다.

그냥 속으로 얘들은 나보다 공부를 못한다 생각하면서 위로 했어요. 거의 제가 수학시간에는 제일 높은 점수를 받고 했으니까… 친구들이 수학을 잘 한다 인정해 주고 저한테 물으러 오고해서 그땐 기분이 좋았어요(참여자7).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농구랑 축구를 했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합창단 이런 걸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합창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겹치는 애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겹치다 보면 좀 더 친해지죠. 여기 와서는 내세울 게 없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선택한 게 공부였어요. 제가 유일하게 이 애들을 누를 수 있는 거는 공부밖에 없다. 그래서 열심히 하니까 선생님들도 많이 알아주시고 좋아해주시고, 공부를 잘하면 애들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서 제 자리를 찾은 거 같아요. 내 자리를 찾으면 (친구는) 자연스럽게 붙게 되더라구요(참여자6).

②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

참여자들은 언어의 벽으로 인해 좌절감,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였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에 몰두하게 된다. 참여자7은 유학 초반에는 힘들고 외롭다 보니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였지만 차츰 영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한인유학생들과의 교류를 끊을 정도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 영어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참여자들은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고 마치 자신이 한국인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서툰 영어지만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하였고, 열심히 한 만큼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에 성취감을 느꼈다.

제가 이성 친구 유학생을 두 번을 만났었는데 두 번 다 느낀 게 유학생들을 만나면 일단 영어가 안 늘어요. 그냥 놀기 바쁘고 그리고 통화를 해도 한국말로 하니까 한국말을 매일 쓰는 거예요. 이성친구면 더 외국인을 만나는 자리가 적어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단절이 되고 결국 유학생하고 저 둘만 남게 되더라구요. 그게 어느 순간 딱 깨달아지더라구요.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고… (참여자3).
어쨌든 살아남아야 하니까… 학교에서도 영어가 잘 안되니까 선생님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긴 했는데...따라가야 하는 것도 있어서 영어공부를 제일 많이 했던 거 같아요....(중략)... 러시아에서 온 유학생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영어로 자기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으면서 했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서 온 저렇게 하는걸 보니까 더 자극이 됐던 거 같아요. 정말 영원히 안 될 것 같았는데 6개월 동안 많이 듣고 하다보니까… 들리기 시작하니까 재미있어지고, 성취감도 들고.. (참여자1).
2)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 찾기

참여자들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관계의 벽으로 인한 친구 없는 지독한 외로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힘들고 외로운 유학생활에서 함께 심리적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고 가족처럼 친밀감과 편안함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그래서 위로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참여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있으면서 공통점을 공유할 수 있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참여자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사람들은 미국인들보다는 같은 처지의 한인 유학생들, 한인 이민가정의 자녀들과 한인교회 사람들과 같이 이미 길을 닦아 놓은 한인들, 동양인 유학생들과 영어가 세컨 랭귀지인 학생들과 같이 한인 외에 나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었다. 물론 미국인들과도 교류는 있었지만 미국생활 적응 초기에는 다른 문화에서 오는 서로 잘 통하지 않는 분위기,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 등에서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보였다.

① 같은 처지 한국유학생들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참여자들과 가장 공통분모가 많고 동질적인 사람들은 같은 입장의 한인유학생들이다. 한인 유학생들 간에는 서로간의 힘듦과 외로움, 그리움 등 정서적인 부분에서 많은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있고, 같은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낯선 미국 땅에서 더욱더 반갑고 함께 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참여자들은 같은 한인 유학생들끼리 서로 만나면서 어려움과 힘듦을 함께 나누고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받긴 하지만, 결국은 영어를 배우는데 한계가 있고,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에도 그들 끼리만의 만남은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또한 참여자5는 자신들의 경험은 아닐지라도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같은 한인 유학생들끼리 서로 사귀면서 이성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가운데 동거를 하게 된다던가, 너무 정신적으로 서로 의존해서 과잉밀착에 의한 정서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한인유학생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음주, 흡연, 기타 사고 등의 좋지 않은 행실을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봐 왔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렇듯 한인유학생들 간의 만남은 유학생활에서의 외로움과 그리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부정적으로는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함을 경험을 통하여 깨닫게 된다. 그래서 참여자6은 한인유학생들 중에서 자신이 보고 배울만하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자신의 가치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멀리하고 관계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인을 만난 게 너무 반갑고 한국인들과 있고 싶어지는 거예요. 막상 닥치니 나이도 어리고 무서워 다를 한국인들 끼리끼리 만나게 되더라구요. 여기가 한국인가 헷갈릴 정도로.. 한국에서 이성 친구 만나는 거랑 외국에서 만나는 거랑 다른 게 외국생활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의지를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헤어지니까 너무 공허한 거예요.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진짜 폐인처럼 있었어요. 저는 제가 그럴 줄 몰랐는데 헤어지면서 ‘내가 그렇게 많이 좋아했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내편을 잃은 거 같은… 그게 무서운 거 같아요(참여자3)
굳이 만나려고 한다면 유학생들 진짜 쉽게 만나죠. 한국인이기 때문에 커넥션이 많잖아요. 나와 너 사이에 공통분모가 엄청 많잖아요. 그래서 제가 찾고자 하면은 정말 쉽게 친해질 수 있고 금방 가까워 질 수 있는데 안하려고 했던 게 솔직히 여기 한국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학생들에 대한 평판이 좋지가 않아요..(중략)..그래서 그런 유학생들이랑 안 친해지려고 한 거일 수도 있고...(참여자5).
고등학교 때 철없이 노는 한국인 친구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죠. 그 친구들은 돈이 많은데 한국에서 엄마가 학교 다니지 말래서 여기 와서 영어나 배우라고 해서 왔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나랑 다르다...그런데 여기서도 어떻게 열심히 안할 수 있지.. 하고 생각하죠. 그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은 건 참 잘 한 거 같아요. 저한테 좋을 게 없었던 거 같아요(참여자7).

② 이미 길을 닦아 놓은 한인들

참여자들은 한인 이민 가정의 자녀들과 한인 교회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유학생활 중에 만나게 된 이민가정의 2세 자녀들은 겉모습은 자신과 똑같은 한국인이지만, 미국 땅에서 태어난 미국시민권자이고, 내면에 있어서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서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미국인이었다.

한인유학생들은 미국 내에서도 한 지역에 계속 있기보다는 떠나가고 떠나오는 그런 상황이 많아 친구관계를 맺더라도 꾸준히 지속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민가정의 자녀들은 안정된 가정에서 지내면서 그 지역에 오랫동안 사는 사람들이라 한번 좋은 관계를 맺게 되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의 사람들이다.

참여자3은 한인 유학생들 간의 친구관계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만나게 되는 한철인 관계이고 함께 힘듦을 헤쳐 나가야 하는 관계라고 표현한 반면, 이민 가정의 2세 자녀들과의 관계는 지속적이고 떠나지 않을 사람들, 그들이 닦아 놓은 길을 알려주는 신뢰로운 관계라고 표현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유학생활 중에 자연스럽게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 한인공동체인 한국교회에 나가게 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한인교회를 통해서 외로움과 힘듦을 극복하는데 많은 힘과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참여자6, 참여자7과 같이 몇몇 참여자들은 한국 교회에서 같은 한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자체에서만도 위안이 되었지만, 실망스런 한인들의 모습을 볼 때는 신뢰감이 깨지기도 하였고, 같은 한인들에게서 기대한 만큼 상처를 더 받을 거고, 상처를 받으면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부터 거리감을 두기도 하였다.

교회 다니면서 아는 분들도 생기고 그러면서 얘기 나누고 도움 많이 됐던 거 같아요. 집에 있으면 너무 우울함이 컸기 때문에 향수병 걸렸을 때, 교회에서 계속 뭐 한다 그러면 무조건 갈래요 이러면서 따라가고... 그러면서 적응 많이 했던 거 같아요(참여자2).
저 같은 경우는 워낙 전도사님이나 교회 분들이 가족처럼 잘 대해 주셔가지고, 어떻게 보면 외로울 때 가족보고 싶을 때 대체적으로 많이 도와주셨죠. 힘들어했는데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솔직히 교회 사람들이였죠. (중략) 힘들 때마다 도와주시고 제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도와주시고, 만약에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이미(한국에) 들어갔을 거예요(참여자5).

③ 한인 외에 나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

참여자들은 유학생들 중에서도 자신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같은 동양인 유학생이나 영어가 세컨 랭귀지인 학생들과 마음이 통하는 교류를 하면서 관계의 벽에서 느꼈던 외로움이나 그리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같은 유학생이면서 동양인이거나 같은 동양인은 아니더라도 영어가 세컨 랭귀지인 경우에는 현지 미국인들과 달리 서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입장, 유학생이다 보니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현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어려움 등을 공유할 수 있다는 동질감에서 소통의 고리를 찾을 수 있었고, 서로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여 깊은 교제가 가능하였다. 또한 다양한 인종을 경험하는 새로운 장으로서 친구관계 경험 및 문화교류가 가능하여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인식도 할 수 있었다.

제 친구 중 중국인이 있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마음이 어느 순간 동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애와 유일하게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 아이도 알고 보니까 비슷한 입장인거예요. 중국에서 유학을 왔으니까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게 맘처럼 안 된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든가, 그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외국인이랑도 깊은 사이가 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참여자 3).
같은 유학생이고 동양인이기 때문에 진짜 더 가까워지기 쉬운 거 같아요. 서로 언어도 서툴고 그래도 진짜 다 통해요. 또 중국 애들이 한국 되게 좋아하잖아요. 저희 학교에 태국 유학생도 있었는데 걔 랑도 진짜 친하게 지냈어요. 정말 동양인들 끼리 친해지는 거 같아요. 같이 유학 와 있고 공통점도 많다 보니까.. 중국 애들은 한국 화장품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정말 잘 알아요. 그래서 제 친구도 한국가면 한국 화장품만 한 박스 사온다고… 그런데 미국 애들하고는 이런 대화가 아예 안 되잖아요. 미국 애들하고는 스타일도 다르고 하니까 코드가 안 맞는 거예요(참여자8).

4. 새로운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들어서기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남자고 버티기로 결심한 참여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하였고, 서서히 언어의 벽, 관계의 벽, 문화의 벽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들어서는 심리적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 차츰 줄어드는 미국 문화에의 이질감과 괴리감

참여자들은 유학 초반에는 낯선 미국 사회에서 한국과 다른 문화적 모습에서 이질감과 괴리감, 더 나아가 충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낯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 끝에 차츰 차츰 새로운 세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초반에 느꼈던 이질감과 괴리감, 충격적이었던 것들이 미국사회의 일상에서 생겨나고 있는 모습으로 인식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자연스럽게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다양한 인종에 대한 신기함, 거부감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관계 맺어 나가면서 편견이 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과 같이 한국 문화에서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부분들에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처음엔 주변에 외국인들이 보이는 게 신기하고, 운전하다가 옆에 보면 외국인이 있으니까 어색하잖아요, 원래 한국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길 갈 때마다 외국인이 있으니까 신기하잖아요. 이제는 외국인이 있는 게 당연한 거고 다양한 인종들이 보이는 게 당연해지고 그런 게 느껴지면 적응 좀 했구나 이렇죠..(중략)...살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스펀지가 물에 닿으면 자동적으로 물을 흡수하듯이 그런 거 같아요. 저희도 마찬가진 거 같아요. 그냥 미국에서 계속 있다 보니까 그 문화에 대해서 자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이 빨아들이고 흡수하게 되는 거 같더라구요. 내가 싫어도 어쩔 수 없잖아요. 내가 그 문화라는 걸 벗어날 수가 없잖아요.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미국에 있는데 어떻게 미국 문화를 피해요. 그러다보니까 지금은 이제 자리를 잡은 거 같거든요(참여자5).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흑인이 되게 무서웠거든요. 아무리 괜찮다 하는데도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학교) 스포츠팀 들어가면서 거기 있는 (흑인) 친구가 너무 잘해주고 너무 재밌는 거예요. 아~흑인 애들이 내가 생각했던 거만큼 나쁜 애들은 아니구나 인식이.. 이제는 걔네들한테 너무 고맙죠. 저한테 이런 새로운 생각을 심어준 아이들이어서… 걔네 때문에 지금 많이 변한 거 같아요(참여자2).
2)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의 괴리감

참여자들은 유학생활 초기에는 친구 없는 외로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터넷이나 전화로 연락하면서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위로받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점점 미국사회에 익숙해지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는 서로 다른 사고방식, 한국의 친구들은 미국 문화를 자신은 한국 문화를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자신은 한국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다르다는 인식을 하는 괴리감이 생기게 된다. 점점 한국의 친구들과 공통분모가 작아지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한국에 있는 친구보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더 어울리고 싶어지고, 더 잘 어울리게 될 때였고, 그러면서 차츰 한국의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지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괴리감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참여자8은 한국 친구들은 힘들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허무하다고 하지만, 자신은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몇 배의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 대학에 와서는 그동안의 고생의 결과 자신의 앞날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게 된 점이 다르다고 한다. 또한 참여자1은 한국 친구들과는 다른 개방된 마음가짐, 좀 더 넓어진 시야,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참여자7은 자신이 익숙해져 있는 미국 문화에 한국 친구들은 무서움과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볼 때 다르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참여자들은 한국의 친구들과 소통의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다름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들은 미국 사회에 점점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한편, 한국의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참여자6과 같이 유학생활에서 힘든 부분들을 가족에게 터놓고 말하기 보다는 혼자서 삭히고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그런 어려움과 힘듦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님이 놀라시기도 한 것처럼 한국의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르는 괴리감이 있었다. 참여자8은 한국의 부모님들이 미국의 문화를 잘 몰라 소통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고 자신에겐 없는 인종에 대한 차별 의식이 있는 것을 볼 때 괴리감을 느끼게 되면서 그만큼 자신은 미국 사회에 익숙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제가 다른 애들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사고방식이 다른 거 같아요. 고3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왔는데 허무하다, 힘들다 이런 친구들 많은데 전 그래도 저만의 생각하는 게 있으니까 그게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것도 있고...(중략)..제가 한국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저 혼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저는 한국의 대학교 시스템에 대해 아예 모르니까… 그리고 저는 계절 학기라는데 섬머 스쿨인지 몰랐어요. ‘그게 뭐야’ 하니까 ‘여름에 수업 듣는 거’ 이러더라구요. 처음에 유치원 때부터 서로 다 알아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같이 시작했다면 지금은 다들 완전 길이 다르니까… (참여자8)
저는 한국에서 놀러오는 친구들한테도 (마리화나) 해볼래? 하고 물어보거든요. 너희가 경험할 수 없는 거니까 여기서 경험해 보고 가라는 생각인데 친구들은 무섭다고 해요. 저는 왜 무섭지? 전혀 무서울 게 아닌데.... 전 강압적으로 해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는 해 보고 싶어도 못하는 건데 아쉬운 생각이 들고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 싶어요(참여자7).

5. 익숙한 세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 찾기

참여자들은 미국 문화에 대한 이질감, 괴리감이 차츰 줄어들고 한국에 있는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괴리감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그만큼 미국 문화에 익숙해져 감을 인식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이 처음에 경험했던 낯선 세계는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세계가 아닌 익숙한 세계가 되었으며, 익숙한 세계에서 미국 문화에의 동질감, 미국은 내 집과 가족 같은 사람들이 있는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으며 미국 문화에 적응해 오면서 결국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익숙한 세계에서 몸도 마음도 이제는 미국에 두고 있으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게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 미국 문화에의 동질감

참여자들은 이제 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생기게 되었고,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고 교류하는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인들과 웃으면서 편안하게 소통하게 되고, 그들이 열광하는 미식축구도 이해하게 되면서 소통이 되는 부분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의 다양한 음식에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고, 미국인들의 패션과 비슷하게 옷을 입게 되며, 칭찬을 잘 해주고 느긋하게 행동하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처럼 자신도 칭찬을 잘 하게 되고 느긋하게 변하게 되는 부분들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이 미국 문화에 많이 적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미국 사회와 문화는 새롭고 낯선 세계였다가 이제는 익숙한 세계가 되었으며, 미국 사람들의 의생활, 식생활에 동화되어 가며, 미국인들의 행동 습성이 자신의 몸에도 베이는 경험을 하면서 미국 문화에의 동질감을 형성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커넥션 공통분모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잖아요. 그런데 나도 미국에 살긴 살았구나 생각이 드는 게 미국 애들이랑 얘기하다 보면은 이해가 되는 게 있어요. 그러면 내가 좀 살았네 싶고....원래는 미식축구 보는 걸 안 좋아했거든요. 안 좋아 하는 게 아니라 재미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근데 미식축구를 보게 되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나도 어느 정도 (여기에) 살았구나 싶고… 미국 애들이랑 여러 가지 이야기 하면서 서로 커넥션이 있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그런 게 느껴지면 적응 좀 했구나 이렇죠(참여자5).
한국에서는 서양음식 먹어봤다 해도 여기 오면 미국은 다민족 국가여서 별의별 음식을 다 팔잖아요. 그런 거에 대해 개방적이 된 거 같고, 옷 입는 것도 굉장히 과격하게 입죠. 미국에서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시 하나만 입고 다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러면 안 좋게 보잖아요. 한국에 갔을 때 짧은치마나 바지에 나시 입으면 엄마는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말씀 하세요..(중략)...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일처리가 빠르잖아요,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그걸 못해요. 정말 느긋해요, 뭐 하고 싶어도 일주일 기간을 둬야하고 만나려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기간을 둬야 하는데 처음엔 그게 진짜 힘들었어요. 걷는 것도 느긋하고… 그런데 저한테서 그런 모습, 느긋해지는 걸 보면 내가 미국에 익숙해졌구나 싶어요. 이젠 더 이상 전처럼 답답해하지 않는거죠(참여자8).
2) 미국은 내 집, 가족 같은 사람들이 있는 편안한 곳

참여자들에게 미국에서의 익숙함이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로 미국은 이제 내 집이 있는 편안한 곳이 되었다. 처음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올 때와 너무나 다르게 미국으로 가는 길은 집으로 가는 편안한 길이 되었고, 미국은 이제 내가 있는 자리라는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 미국을 떠나올 때의 설렘처럼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갈 때 설레게 되고, 막상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색하고 답답한 마음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또한 몇몇 참여자는 미국에서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생겼고, 가족처럼 느껴지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미국에서의 삶을 더 안정되고 편안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지금은 한국 가는 게 훨씬 설레고 한국에서 미국 올 때는 원래 있던 내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고 한국은 내가 있던 자리인데도 너무 오래 떠나있다 들어가는 거라서 처음에는 집에 가는 것도 너무 어색했고, 한국가면 신분이 학생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집에만 있고 흐지부지 지내는 몇 개월이 전 너무 답답하다고 느꼈거든요. 내가 있던 자리로 너무 돌아가고… 내가 공부하는 내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 여기가 내가 있던 곳이지 하면서 안정감이 더 드는 것 같아요. 저도 미국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에 너무 놀랬는데 여기서 일상의 조그만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면서 안정감이 들 때가 많죠. 그리고 여기서도 제가 아는 분들이 많아졌고 이제 다니던 학교도 익숙하고 정보도 많이 쌓이고 이러다보니까 되게 안정감이 쌓였죠...(중략).. (이민 2세인) 남자친구 사귄 게 정말 의지가 많이 됐죠. 제일 가까운 사람이고 도움 많이 됐고 그리고 같이 수업 듣는 언니들(이민 가정의 2세 언니들)… 그분들만 해도 너무 많이 챙겨주시고 주위 분들도 너무 많이 챙겨주셔서, 생일도 챙겨주시고 가족적인 느낌도 많이 들고..(참여자2).
이성 친구는 좀 더 다르잖아요. 그냥 친구하고 남자친구하고는… 그래서 이성 친구한테 더 마음이 가죠. 예전에는 마음이 한국에만 있었다면, 지금은 마음이 미국에도 있는… (참여자4)
3) 달라진 나

참여자들에게 미국 문화는 익숙한 세계가 되었고, 익숙한 세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게 되면서 심리 정서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참여자들 스스로도 유학생활을 통해서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을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독립심과 자립심이 길러졌고, 어디서든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다 보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였다. 스스로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낸 자기 자신에게 ‘잘 해냈다’, ‘잘 이겨냈다’는 격려의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래서 어려움도 많이 겪고 다른 나라에서 혼자 살기 때문에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도 괜찮겠다. 생활력이 강해진 거 같아요. 저는 잘 살았다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을 와서도 하루도 허투로 쓰지 않아서 대견스럽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미국에서)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게 다 득이 되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자랑스럽다, 나 잘 이겨냈다고 어디가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참여자8).
과거를 돌아봤을 땐 잘 참아왔다, 지금의 나를 보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런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러니까 정신 차리자, 그리고 배울 수 있는 거를 최대한 많이 배워서 돌아가자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배울 수 있는 거 최대한 많이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고… 정말 많이 경험하고 싶고요… 물론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많이 경험했고 많이 배웠지만 아직도 그냥… 만약에 내가 나한테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면 그냥 앞으로도 잘 참을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고 지금부터 다시 정신 차리고 이제 시작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참여자5).

Ⅳ.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미국 서부의 S시 및 그 근방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홀로 유학 온지 3년에서 6년 사이의 한인 유학 대학생 8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문화에 심리적으로 어떻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가를 문화기술학적 심층면접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5개의 대영역(대), 13개의 중영역(중), 12개의 소영역(소)을 찾았다. 즉, 한인 유학생들은 유학의 출발점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면서 시작한다. ‘새로운 세계를 꿈꾸기(대)’ 라는 대영역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설렘(중)’, ‘미국에 가는 행운과 찬스 잡기(중)’, ‘모험에 나를 맡기기(중)’라는 3개의 중영역이 분석되었다. 그러나 유학에 맞닥뜨리면서는 ‘생각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벽(대)’에 부딪히는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다. ‘생각했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벽(대)’이라는 대영역에서는 ‘언어의 벽(중)’, ‘관계의 벽(중)’, ‘문화의 벽(중)’이라는 3개의 중영역이 분석되었고, ‘언어의 벽(중)’에서는 ‘좌절감(소)’, ‘무서움과 두려움(소)’, ‘무시당함(소)’이라는 3개의 소영역이, ‘관계의 벽(중)’에서는 ‘친구 없는 지독한 외로움(소)’, ‘가족에 대한 그리움(소)’ 이라는 2개의 소영역이, ‘문화의 벽(중)’에서는 ‘충격(소)’, ‘이질감과 괴리감(소)’이라는 2개의 소영역이 분석되었다.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에서도 참여자들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남자(대)’고 다짐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남자!(대)’라는 대영역에서는 ‘자신감을 찾기(중)’,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기(중)’라는 2개의 중영역이 분석되었다. ‘자신감을 찾기(중)’ 중영역에서는 ‘잘 할 수 있는 것 찾기(소)’,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소)’라는 2개의 소영역이,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기(중)’ 중영역에서는‘같은 처지 한국 유학생들(소)’, ‘이미 길을 닦아 놓은 한인들(소)’, ‘한인 외에 나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소)’이라는 3개의 소영역이 분석되었다.

한편, 참여자들은 차츰 자신감을 얻게 되고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통해서 위로받고 관계성을 회복하면서 새로운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들어서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결국은 익숙한 세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들어서기(대)’라는 대영역에서는 ‘차츰 줄어드는 미국 문화에의 이질감과 괴리감(중)’,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의 괴리감(중)’이라는 2개의 중영역이, ‘익숙한 세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 찾기(대)’라는 대영역에서는 ‘미국 문화에의 동질감(중)’, ‘미국은 내 집, 가족 같은 사람들이 있는 편안한 곳(중)’, ‘달라진 나(중)’라는 3개의 중영역이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청소년 시기에 홀로 유학온 한인 유학 대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심리적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입 방안을 모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학 시작단계에서 경험해야 하는 문화 충격을 줄이는 방편으로 사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이나 현지적응을 돕기 위한 유학 선경험자들의 체험담을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유학을 떠나오기 전 참여자들 대부분은 사전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 없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설렘, 미국에 가는 행운과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미국 땅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모험에 자신을 맡겼다. 유학생활의 적응과 관련해 실질적인 사전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경우에는 실제 유학의 시작 단계에서 어느 정도 혼란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보여진다.

둘째, 유학생들의 언어 능력 습득은 유학생활 적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언어 능력 습득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 및 환경에 대한 정보를 잘 습득하고 유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유학 초반부에 참여자들은 언어의 벽에서 경험했던 좌절감, 무서움과 두려움, 무시당함 등의 심리적 어려움이 매우 컸다. 또한 이러한 언어의 장벽으로 인하여 미국인과의 교류 및 문화에 대한 접촉의 기회가 제한되는 것을 볼 때 언어는 적응의 성패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러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어느 시기에 유학을 왔는가, 또 어떤 지역으로 유학을 왔는가, 한국에 오지 않고 얼마나 영어환경에 몰입되어 살아 왔는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즉 참여자들의 대부분은 중고등학교시기에 유학을 와서 어린시기에 미국의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터득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늦게 유학을 온 참여자3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나름대로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영어에 개방되어 있더라도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바로 대학으로 진학했기에 다른 참여자에 비해 어려움을 더 많이 토로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처음에 어떤 지역으로 유학을 왔는가에 따라 언어에 대한 적응은 달랐다. 처음부터 한국인이 별로 살지 않는 조용한 시골 지역으로 유학을 가서 중고등학교 시기에 완전히 미국 문화에 몰입하는 환경에 살았던 참여자와 그렇지 않은 참여자의 경우에는 언어에 대한 어려움이 달랐다. 즉 참여자3, 참여자5와 같이 처음부터 한국인이 많았던 지역에 유학을 온 경우에는 한국인과의 빈번한 접촉이 영어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주었다.

그리고 유학 생활 중에 한국에 오지 않고 얼마나 영어에 몰입되어 있었는가에 따라서도 달랐다. 참여자7의 경우에는 한국인이 많이 살았던 지역에 유학을 왔지만 4년간 미국을 떠나지 않으면 대학등록금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4년 동안 한 번도 한국에 가지 않으면서 악착같이 버티는 삶을 살았고, 그런 적극성이 언어에 빨리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셋째,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내적 자원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내의 시설이나 한인 커뮤니티 조직 안에서 한인 유학생들을 위한 상담 창구가 마련되어 유학생활에 관한 정보나 심리적 적응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참여자들은 유학 초기의 심리적 고통과 어려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은 사춘기 청소년의 정서적 특성과 맞물리면서 더 극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 알게 되면 걱정할까봐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고, 또 멀리 있는 부모나 가족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문제 해결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심리적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 창구를 찾기 어려웠고, 힘듦과 어려움을 혼자 삭히면서 스스로 극복하고자 노력하였을 뿐이다.

참여자들은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에 매진하면서 언어의 벽을 극복하고, 관계의 벽으로 인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극복해 나갔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다행히도 스스로 버틸 수 있는 긍정적인 내적 자원, 즉 자신감과 적극성이라는 내적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학생활에 어느 정도 문화화 되어 있었던 참여자들과 달리 그 주변에는 긍정적인 내적 자원을 발견하고 개발하지 못하여 유학 기간이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리적 적응에 힘들어 했던 유학생들이 있음을 참여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학생들의 심리 적응을 위한 상담 창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학교 내 유학생 대상 상담 서비스가 미흡하고, 대학교 안의 상담자는 대부분 미국인으로 영어로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고, 한국인의 정서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한인회나 한인생활상담소 등의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도움을 제공해 주고는 있지만, 기관의 재정적, 인적 자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민 가정 외에 한인 유학생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상담 및 복지 서비스를 실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넷째,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을 위해서는 사회적지지 자원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참여자들 대부분은 유학 초반의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지지 자원을 바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들이 생김을 알 수 있었다. 같은 한국 유학생들, 한인 이민가정의 자녀들과 한인교회 사람들, 동양인 유학생들과 영어가 세컨 랭귀지인 학생들처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지지를 얻으면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사회적지지 자원에도 한계가 있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의 도움이 매우 필요하지만, 타국에서는 그런 지지 자원을 찾기 어려웠고, 한인 커뮤니티 중에서도 그나마 한인 교회가 유학생들을 더 가까이에서 포용하고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다섯째, 한인 유학생들의 심리적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개입 방안 중의 하나로 인터넷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 창구가 제한적이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 같은 사회적 지지 자원도 찾기 어려웠다. 따라서 물리적인 거리를 해결하면서 상담할 수 있는 인터넷 상담 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 조기유학 청소년이 상담개입을 필요로 하는 영역 및 분야를 평가하고, 인터넷 상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효과를 검증한 결과, 인터넷 상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은 목표명료성, 자기조절성, 자신감, 자기주장성, 스트레스 등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ark et al., 2002). 이러한 인터넷 상담 서비스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상담원들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지 유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상담 및 정보 제공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여섯째, 미국 대학교 내 한인 유학생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먼저 유학 온 선배들이 후배 유학생들에게 자신의 적응경험을 알려주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며, 유학의 성공 요인과 졸업 후 직장 생활 등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 나가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진로 선택 과정, 현재 직업과 관련한 진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후배 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체계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일곱째, 유학을 선택할 시에는 유학 당사자 스스로가 능동성을 가지고 선택, 결정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참여자들은 처음에 막연한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유학을 선택한 것을 보았을 때 본인 스스로 유학의 목적과 필요성을 잘 인지하는 과정을 거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유학 보내줄 것을 부모에게 요청하였거나 부모가 먼저 권유하였지만 본인들이 스스로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최종 선택했다는 점에서 유학 선택에 대한 자발성이 매우 큰 집단이었고,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유학 온 학생들은 없었다. 선택과정에서부터 본인 스스로의 능동성이 두드러지는 집단이었기 때문에 유학 초반에 어려움과 힘듦이 있더라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헤쳐 나가려는 의지를 더 가졌다. 따라서 유학을 선택할 시 본인 스스로가 능동성을 가지고 선택, 결정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힘든 유학 과정을 성공적으로 잘 이겨낼 가능성이 큼을 시사해 준다.

여덟째, 유학 시작 단계부터 경험해야 하는 문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학을 떠나기 전에 국내외에서 다양한 문화 체험과 교류를 경험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은 차츰 언어의 벽, 관계의 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문화의 벽도 극복하게 된다. 미국 문화에서의 이질감, 괴리감은 줄어들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의 괴리감은 점점 커지게 되면서 천천히 새로운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들어서는 경험을 한다. 결국은 미국 문화에 대한 동질감, 미국은 내 집과 가족 같은 사람들이 있는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익숙한 세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게 된다. 언어의 벽, 관계의 벽을 허물고 나면 문화의 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경험, 미국문화에 접하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차츰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에서 홀로 떨어진 청소년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춘기에 외국에서 외롭게 살면서 향수를 달래지 못해 부적응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외롭고 힘든 유학생활에서 스스로 헤쳐 나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하였고, 대부분 한국 유학생 집단에만 몰입하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한인 유학생들을 멀리하면서 자신이 유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들에 더 몰입하였다. 그러면서 서서히 미국인들과도 교류를 확대해 나갔고, 문화 경험을 축적해 가면서 적응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Jung(1996)의 연구에서도 미국 문화에 대한 접촉이 많을수록, 한국 학생 집단의 몰입 정도가 약할수록 실제 유학의 결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통해 볼 때 다양한 문화에 대한 접촉 경험이 유학을 떠나기 전에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면 문화 수용 능력을 길러주고 유학생활에서의 낯선 문화에도 잘 적응하도록 해 줄 것으로 보여진다.

이상과 같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인유학생들이 심리적 적응을 이루어내기 위해 필요한 개입 방안을 제안해 보았다.

문화적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문화적응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패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자신의 목적을 이뤄나간다(Berry, 2005)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적응 과정을 통해 이들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자원, 즉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 글로벌 감각,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력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 줄 수 있다면, 이들은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한국사회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인 유학 대학생들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개입 방안을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또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기 자녀와 그 부모들에게 유학을 대비한 사전 교육용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본연구의 제한점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인 유학생들의 생활 세계에 참여하여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유학생들의 심리·정서적 면에서의 적응을 밝히려고 하는 참여관찰의 방법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적용하지 못한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둘째, 연구 참여자들은 미국 유학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유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유학기간의 경과에 따라 적응을 하지 못하는 다른 유형의 유학생들 설명에는 제한적임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적 이동을 통한 문화 적응과정은 심리적 적응과 사회문화적 적응이 모두 필요한 과정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미국 문화에 유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유학생들이 미국문화에서의 일상생활 경험을 통한 사회문화적 관계 면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가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나라별 유학생 수에서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유학생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볼 때 미국 문화와 달리 같은 동양권인 중국문화에서는 유학생들이 어떻게 심리적, 사회문화적으로 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7~2018년도 창원대학교 자율연구과제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임.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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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Participants Age
(Age at the time of entry to US)
Sex Present Status Length of Stay in US
(Length of Stay abroad before entry to US)
Motives of Choosing to Study in the US
Participant 1 23
(17)
Male Senior in College 6 years
(2~3 months)
Positive experience at a language school in Australia during elementary school. At first he wanted a language training course but, with parents’ encouragement, chose formal education in the US.
Participant 2 18
(15)
Female Freshman in College 3 years
(0)
Worried of discord with her parents due to dissatisfaction with Korean education system, academic stress, and workloads, she chose to study abroad by persuading her parents.
Participant 3 23
(20)
Female Preparing for transfer after graduating from a community college 3 years
(0)
While preparing to go on to college after graduating from high school, her parents recommended her to study in a better educational environment in the US rather than in Korea, to which she agreed.
Participant 4 22
(17)
Female Sophomore in College 4.5 years
(0)
During high school years, she contacted her friend who was studying in the United States and persuaded her parents to study abroad with vague longing for American life.
Participant 5 20
(17)
Male Freshman in College 3 years
(0)
He decided to study abroad at the recommendation of his acquaintances while he was staying home after dropping out of high school because of severe atopic dermatitis.
Participant 6 20
(15)
Female Sophomore in College 5.5 years
(0)
She chose to study abroad because she wanted to try it herself like her brother who was studying abroad already.
Participant 7 20
(14)
Female Junior in College 6 years
(0)
She chose to study abroad dreaming of American life by the influence of her friend who was studying in the US.
Participant 8 20
(15)
Female Freshman in College 5 years
(0)
She chose to study abroad on her own due to her dissatisfaction with being assigned to an unwanted high school.

<Table 2>

Table for theme domains

Major Domains Sub-Domains Minor Domains
1. Dreaming of a new world 1) Expectations and excitement about a new world
2) Grabbing the good fortune and opportunity to go to America
3) Leaving oneself to adventure
2. Hitting the wall of a totally different world.. 1) Language barrier (1) Frustration
(2) Fear
(3) Being looked down
2) Barrier of relationship (1) Loneliness without friends
(2) Longing for family
3) Cultural barrier (1) Culture shock
(2) Isolation and alienation
3. If you can not go back, just survive ! 1) Gaining self-confidence (1) Finding what one can do best
(2) Learning English to survive
2) Finding people with affinity (1) Korean students in similar situation
(2) Koreans who already paved the way and are settled down
(3) Other people similar to me outside Koreans
4 Entering into a familiar world from the new world 1) The sense of isolation and alienation in American culture gradually diminishes.
2) A sense of gap with family and friends in Korea
5. Finding comfort and stability in a familiar world 1) A sense of identity with American culture
2) The United States is my home, a comfortable place where people are like my family.
3) Changed 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