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적 소외계층을 위한 현대패션의 사회적 디자인 연구

1. 사회적 디자인의 개념

디자인(design)이라는 용어는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World Art Dictionary, 1999). 이로부터 영어의 ‘to design'이라는 동사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크로키나 도면을 그리는 것을 뜻하는 ‘데생하다’라는 의미와 어떤 도면에 따라 ‘구상한다’는 의미, 다시 말해 어떤 ‘의향’이나 ‘의도’, ‘콘셉트’에 따라 기획한다는 의미다(Vial, 2010). 따라서 디자인 한다는 것은 단지 제품을 포함한 각종 인공물의 구조나 외양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기획하고 창조하는 모든 행위를 총체적으로 포함한다(Grudin, 2010).

이와 같은 디자인은 인간 본능의 표현방식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한 사회와의 관계에 깊이 뿌리내리며,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상을 반영한다. 한편으로는 사회를 인식하게 하는 거울이자 나와 사회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디자인에 대한 일반적 통념은 사물의 형태나 기능에 집중되어 있고, 또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여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써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통념과는 반대로, 사회적 디자인은 사회와 디자인의 유기적 관계에 집중하고, 사회적 문제나 현상들을 디자인으로써 풀어내는 디자인의 사회 개혁 효과를 강조한다. 스테판 비알(Stephane Vial)은 디자인을 어떤 공간이나 제품, 서비스이기 이전에 특히 그 공간이나 제품,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효과’라고 보았다. 이는 디자인이 ‘존재자’가 아니라 ‘사건’이고, 사물이 아니라 반향이며, 소유물이 아니라 파급 효과라는 뜻이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틀을 개선하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구성하며, 미래의 커다란 문제들에 대처한다는 뜻이다(Vial, 2010). 이와 같은 사회적 디자인에 관한 개념은 디자인 사상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빅터 파파넥(Papanek, 1971)은 소비의 시대로 대변되는 70-80년대에 경제적 능력이 있는 소수만을 위한 디자인, 겉만 번지르르한 디자인, 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디자인 등을 비판하며, 디자인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다. 디자인이 그 기원에서부터 품어온 가장 깊은 의도는 언제나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Vial, 2010). 사회적 디자인은 이러한 디자인의 본질적인 역할에 주목한 디자인으로 인간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가지고 인간적이고 생태학적인 가치를 지향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현실사회에 나타난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디자인을 말한다. 이 개념 안에는 제품을 포함한 각종 인공물의 구조나 외양을 단지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하고 창조하는 모든 행위를 총체적으로 포함한다. 이에 본 연구의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이와 같이 제품의 설계, 기획, 창조하는 모든 행위를 총체적으로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됨을 밝혀둔다.

2. 사회적 디자인의 형성 배경

디자인 역사에서 현실사회에 나타난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사회적 디자인의 전통은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술공예운동은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사회적, 도덕적, 예술적 혼란 상태에 대항하여 일어난 최초의 근대 디자인 운동으로, 존 러스킨(John Ruskin)이 사상적 배경(Ruskin, 1857)을 마련했고, 그의 정신을 계승한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에 의해 주도되었다.

모리스는 예술은 만인을 위한 예술이 되어 인류 전체에게 향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계공업시대 이전의 중세 수공업, 즉 사용자와 제작자에게 모두 기쁨이고, 인간을 위하여, 인간에 의해 제작된 예술(Art made by people and for the people, Naylor, 1971)의 부활을 제시한다. 그의 사상은 인간과 디자인, 일상생활을 상호 연결한 생활예술, 민중예술을 강조한 미술공예운동을 통해 나타났다. 이러한 디자인 운동은 결과적으로 디자인을 통해 자치적이고 협동적인 인간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의식에 기여하며, 이후 독일공작연맹, 러시아 구성주의, 바우하우스 등 모던 디자인 운동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모리스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독일공작연맹은 산업제품을 단순한 미적 문제에서 벗어나 생활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로서 바라보았다. 즉. 디자인의 힘을 생활 향상수단으로 보고, 수준 높은 표준형을 개발·양산함으로써 대중에게 양질의 제품을 균등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독일의 제품들이 국제 시장에서 다시금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유토피아적 사회를 꿈꾸는 아방가르드 예술이 나타나게 된다. 아방가르드 예술로 대표되는 베를린 다다이즘, 러시아의 구성주의, 독일의 표현주의 등은 근본적으로 예술과 사회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사회를 더 살기 좋고, 평등하게 만들고자 했던 디자인의 움직임이었다. 특히 표현주의는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주관적인 정서 및 주제와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을 예술의 주요한 경향으로 강조하면서 빈곤층과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깊은 동정심을 느꼈으며(Meggs, 2004), 대표적인 표현주의 작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는 전쟁의 비참한 현실, 헐벗고 굶주린 노동자 등 전쟁과 빈곤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작품을 통해 나타냈다(Park, 2011).

1960년대 중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문화적 헤게모니에 저항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저항문화운동’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는 정치·사회·문화적 혁명의 열기 속에 있었다. 유럽에서는 68혁명이, 미국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히피문화가 확산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흑인민권운동, 여성 해방운동, 동성애자 해방운동, 환경운동, 소비자 운동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저항운동이 전개되어 자유, 평등, 인권과 같은 인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게 되었다. 즉,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한 이전의 사회풍조에 변혁을 요구했고, 그 동안 주류로부터 소외된 것들에 대해 관심을 돌리게 했다(Naver Knowledge Encyclopedia). 이와 같은 사회적 상황은 디자인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며, 스타일링으로 대변되었던 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가치에 대한 자각과 책임을 묻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1964년에는 ‘중요한 것을 먼저(First things first)’라는 선언이 있었다. 이 선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케팅을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한 디자인을 경계하며, 디자이너들이 상품 광고 보다 문화나 교육 등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자인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어 보다 가치 있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데 재능을 의식적으로 써야 함을 촉구함으로써 디자인계의 기후변동을 예고했다. 또한 파리 68혁명 당시 설립한 그라푸스(Grapus)는 디자인의 목적을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쪽으로 설정하고, 주요한 사회, 정치적 이슈들을 구체화해 대중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Park, 2011).

1980년 빅터 파파넥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타일링에 집중된 디자인을 비판하며, 한 사회의 건강함은 그 사회의 디자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디자인은 독자적인 성장이 아니라 그 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하며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깅조하고 장애인, 노인, 제3의 세계 등 소외된 계층의 진정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과 모든 인간들의 삶에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는 디자인 즉,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몸소 실천하였다(Papanek, 1971). 이러한 파파넥의 사상은 이후 디자이너들에게 대안적 모델로 널리 알려지며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확장된다.

1990년대 사회적 디자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나이젤 화이틀리(Nigel Whiteley)는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세 가지 조건, 즉 자연환경을 위한 환경,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등을 모두 고려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디자인을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마지막으로 공정 교역과 윤리적인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들면서 환경과 인간, 산업적 가치가 균형 있게 발전하는 사회적 디자인을 지속가능한 모델로 제시하였다(Ko, 2010).

이와 같이 사회적 디자인의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크게 3가지 범주, 즉 환경 문제에 대한 디자인의 책임을 묻는 활동,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 활동, 그리고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알리고 이를 위한 대안을 촉구하는 디자인 활동의 3가지 범주로 전개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Table 1>에 사회적 디자인의 형성 배경을 정리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자, 고령자, 다양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자, 에이즈 감염환자, 성소수자, 인종, 국가, 종교 등 사회․문화적 어려움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힘든 소외계층을 위해 책임을 묻는 사회적 디자인의 관점에서 현대패션에 나타난 디자인 사례와 활동을 고찰하고자 한다.

<Table 1>

The background of social design

3. 사회․문화적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디자인

장애자, 고령자, 다양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자, 에이즈 감염 환자, 성소수자, 인종, 국가, 종교 등 사회·문화적 어려움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힘든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 변화를 위해 시각적 디자인 분야에서 나타난 사회적 디자인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디자인으로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빅터 파파넥의 디자인 정신을 이어받아 소외계층을 위한 디자인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인덱스(INDEX)는 2005년부터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Design to Improve Life)’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점을 둔 비영리기구인 인덱스의 목표는 오늘날의 당면 과제들을 일반대중에게 환기시키고 그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실현 가능한 해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디자인이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림으로써 전 지구적으로 ‘생각의 변화’를 일구어내는 것이다. 이 단체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미(美)와 추(醜)라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갖춘 디자인을 넘어, 윤리적인 맥락에서 인류와 환경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디자인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 포스터나 광고를 통해 메시지를 담아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갖도록 하거나 사회적 편견에 맞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을 제작해오고 있다(Yoon, 2009).

인종·피부색·언어·성 등의 이유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일하는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흔히 '앰네스티(Amnesty)'라고 부른다. 국가권력에 의해 투옥·구금되어 있는 각국의 정치사상범의 구제를 목적으로 1961년에 민간에 의해 설립되었다. AI는 정치적·종교적, 또는 기타 양심에 입각한 신조 때문에 억압받는 양심수의 석방과 인종·피부색·언어·성 등의 이유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일하며 전 세계 150여 개국, 300만 회원 및 지지자들과 함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포스터를 제작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Figure 1]은 총으로 위협당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과 이를 외면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공권력이나 불합리한 무력에 학대와 인권을 탄압 받는 수많은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무시(Ignore us, ignore human rights.)임을 포스터에 표현하고 있다. [Figure 2]는 남자의 손을 차도르로 표현해 억압당하는 아랍여성의 인권을 표현한 것이다. 최근까지도 소외된 아랍권의 여성들의 상황을 알리며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한다(YTN, 2014).

[Figure 1]

Human Rights Protection Poster Amnesty Internationalhttp://theinspirationroom.com/daily/2010/amnesty-crowdsignore-human-rights/

[Figure 2]

Arab Women's Rights Protection Poster Amnesty Internationalhttp://ideatheory.egloos.com/2841686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 발언과 태도를 중시했던 티보 칼맨(Tibor Kalman)은 「컬러스(COLORS)」를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혹은 견해를 바꾸고자 했다. 요컨대 디자인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포용을 낳고, 결국엔 자신이 속한 문화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끔 했다(Lee, 2008). 예를 들어 인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Figure 3]에서와 같이 엘리자베스(Elizabeth) 영국 여왕을 모델로 하거나 아놀드 슈왈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를 모델로 하여 피부색을 흑인처럼 바꿈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인지를 느끼하게끔 했다.

[Figure 3]

Queen Elizabeth the Black「COLORS」 4(RACE), Lee, (2008), p.16

에이즈를 다룬 호는 에이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에이즈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전형적인 보수주의자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대통령을 [Figur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에이즈 환자로 만들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Lee, 2008). 칼맨은 이러한 디자인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에 큰 충격을 주고, 사회적 편견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Figure 4]

Reagan Taken AIDS「COLORS」7(AIDS), Lee, (2008), p.18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억압당하는 여성, 인종, 피부색, 에이즈 감염 환자 등 사회․문화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해 주로 메시지 전달 포스터를 제작하여 소외된 약자들의 인권상황을 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피부색이나 에이즈 환자 등 다른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혹은 견해를 바꾸고, 이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며, 다른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포용으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디자인 작업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Table 2>에 사회·문화적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 변화를 위해 포스터로 제작된 사례를 정리하였다.

<Table 2>

Design work to change social prejudice for social and cultural marginalized class

1. 패션쇼 퍼포먼스

외모 지상주의가 팽배하게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는 광고나 매스컴을 통해 상업적으로 규범화된 이상적인 신체미를 기준으로 소외계층이 발생되기도 한다. 인체와 관련된 디자인 영역이기에 이상적인 신체와 아름다운 외모가 대접을 받고 있으며, 그 어느 분야보다 나이, 체중, 섹슈얼리티, 인종적 편견이 많은 패션계에서 이러한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모델을 기용하는 패션쇼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Figure 5]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이 1999년 런던 컬렉션에서 다리 장애로 의족을 한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를 무대에 기용한 모습이며, 그녀는 패션 잡지모델로도 기용되었다. 장 폴 골티에(Jean Paul Gaultier)는 고령자의 모델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서 패션쇼의 마지막 무대에 올려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신체적으로 소외된 장애인의 사회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국 BBC 방송은 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모델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이 방송이 인기를 모으면서 장애인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Song, 2011).

[Figure 5]

1999 S/S Alexander Mcqueenhttps://blog.metmuseum.org/alexandermcqueen/tag/no-13/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2001년에 미국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 마크 제이콥스의 옷을 훔치다 적발되어 절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헐리우드 여배우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를 2003년 패션 광고에 과감하게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Figure 6]은 마크 제이콥스의 패션 광고 모델로 나온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다.

[Figure 6]

2003 S/S Marc Jacobshttps://www.pinterest.co.kr/pin/414401603185457862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는 2006년 컬렉션에서 'Everybody is beautiful'이라는 주제로 컬렉션을 열었는데 [Figure 7]은 키가 작은 남자 모델이 키가 큰 여성 모델과 함께 무대에 세운 모습이다. 이와 같이 무대에는 키가 크거나 작거나, 몸매가 날씬하거나 뚱뚱하거나, 혹은 모습이 젊거나 늙었거나 상관없이 다양한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델로 서게 되었다. 이는 ‘모든 사람은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한 컬렉션이었다. 장 폴 고티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보통 사람들을 런웨이에 등장시키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그의 2011년 컬렉션에서 [Figure 8]에서와 패션모델의 고정관념을 깨고 플러스 사이즈의 미국 가수 디토(Ditto)를 무대에 세운 모습이다. [Figure 9]는 2015 그의 마지막 컬렉션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모델로 등장한 모습이다. [Figure 10]은 강렬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던 릭 오웬스(Rick owens)의 2014년 여성복 컬렉션에서 44사이즈의 슈퍼모델이 아닌 40명의 스텝핑 댄서들을 무대에 등장시킨 모습이다. 리얼리티를 반영하듯 거구의 여성 모델들은 컬렉션 의상을 착용하고 강렬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여성의 사이즈와 스킨 톤에 대한 장벽을 허물었으면 패션의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쿨(cool)함’을 나타냈다(www.samsungdesign.net, 2014).

[Figure 7]

2006 S/S, John Galliano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06-ready-to-wear/john-galliano#collection

[Figure 8]

2011 S/S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898788&memberNo=22036999&vType=VERTICAL

[Figure 9]

2015 S/S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15-ready-to-wear/jean-paul-gaultier/slideshow/collection#48

[Figure 10]

2014 S/S Rick Owenshttp://www.thegloss.com/fashion/rick-owens-paris-fashion-week-step-dance-teams/

2. 의복 디자인을 통한 메시지 전달

마틴 마르지엘라는 그의 컬렉션에 관습적으로 인식되는 사이즈와 평균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과도하게 큰 사이즈의 옷을 입은 모델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Figure 11]은 ‘Size 74’라고 불렸던 그의 2000년 컬렉션에서 선보인 터무니없이 큰 사이즈의 코트, 셔츠, 란제리, 남자 와이셔츠이다. 이는 의복을 통해 관습적으로 인식되는 사이즈나 평균에 대한 개념을 의문시하고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의복이 늘 관습적인 평균 사이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큰 사이즈의 옷을 입는 사람도 있음을 상기시키고 배려해야 함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마틴 마르지엘라는 1994년부터 매 시즌 에이즈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을 담은 AIDS T-Shirt를 선보이며 에이즈 감염 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 대신에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보듬어주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전달하고 있다. [Figure 12]는 ‘There is more action to be done to fight AIDS than to wear this T-shirts but it's good start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티셔츠를 입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2009년 컬렉션에서 그가 선보인 것이다. 그는 영문 외에도 매해 새로운 언어의 티셔츠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이 티셔츠는 일반적인 슬로건 티셔츠와는 달리 문구가 티셔츠 내 외부에 함께 프린트 돼 있어, 티셔츠를 입은 사람과의 대화 없이는 완벽하게 읽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에이즈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디자인이다(Seo, 2012).

[Figure 11]

2000 S/S, paris, Martin Margielahttps://www.pinterest.co.kr/pin/550424385687199860/

[Figure 12]

2009 S/S, paris, Martin Margielahttp://blacklognz.blogspo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09-ready-to-wear/maison-martin-margiela/slideshow/collection#18

[Figure 13]은 2006년 마크 제이콥스가 피부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작한 누드 캠페인 티셔츠이다. 그는 기업의 사장인 로버트 더피(Robert Duffy)가 악성 흑색종을 진단받은 것을 계기로 피부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비영리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피부를 보호하자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마크 제이콥스는 피부암 예방 캠페인인 'Protect the Skin You're In' 티셔츠 모델로 친분이 있는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에게 누드 모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하고 그 모습을 티셔츠에 담아 판매했다. 이 캠페인에는 수년에 걸쳐 마크 제이콥스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이를 통해 조성된 4백만 달러 이상의 기금은 뉴욕 대학 암센터에 피부암 치료를 위한 연구 지원에 사용되었다.

[Figure 13]

2006 S/S, Marc Jacobs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177786&cid=43168&categoryId=43168

3. 다양한 스토리를 지닌 모델 기용을 통한 캠페인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 베네통은 2013년에 ‘9 탈렌트’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9 탈렌트(9 Talents)’는 단순히 잘생기고 유명하기만 한 모델이 아닌, 미와 가치를 동시에 지닌 9명 모델들의 모습을 ‘색’을 주제로 표현한 캠페인으로 단순히 잘생기고 유명하기만 한 모델이 아닌, 미와 가치를 동시에 가진 더블 페이스 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Figure 14]는 의족 모델 ‘마리오 갈라(Mario Galla)’,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의 손녀이자 모델인 ‘키에라 채플린(Kiera Chaplin)’,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세상의 편견을 극복한 트랜스젠더 모델 ‘리아 티(Lea T)’ 등 각자 개인적으로 특별한 스토리와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는 9명 인물들의 재능과 특성을 컬러에 담아 표현한 것이다(Park, 2013). 인종, 장애, 성소수자, 국가, 종교 등 그 모든 편견을 초월해 어우러진 9개의 각기 다른 스토리들은 아직도 편견과 선입견을 지닌 체 다른 이를 바라보는 사회에 다양성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사람이 삶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는 고유함은 이야기의 방식을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Figure 14]

Veneton, Unveils Global Campaign, 9 TALENTShttp://www.apparelnews.co.kr/main/inews.php?table=internet_news&query=view&uid=45787

이상으로 현대패션에서 나타난 신체적, 사회·문화적 소외계층들을 위한 디자인은 신체적 약자를 위해 의복 디자인을 개발하거나 기성복을 개조하는 디자인으로 나타났다. 사회·문화적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적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패션쇼 퍼포먼스,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 티셔츠 착용, 그리고 개인적으로 특별한 스토리와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해 사회에 다양성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나타났다. 현대패션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문화적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 변화를 위한 사회적 디자인을 정리하면 <Table 3>과 같다.

<Table 3>

The Social Design to change social prejudice for social and cultural marginalized class in Contemporary 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