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 Vol. 30, No. 6, pp.923-934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1
Received 30 Aug 2021 Accepted 24 Sep 2021
DOI: https://doi.org/10.5934/kjhe.2021.30.6.923

그림책에 등장하는 아동의 이혼 적응 과정에 대한 분석

이은주 ; 양성은*
인하대학교 대학원 아동심리학전공 박사과정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교수
Children's Divorce Adjustment in Picture Books
Lee, Eunjoo ; Yang, Sungeun*
Department of Child Studies, Inha University
*Department of Child Studies, Inha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Yang, Sungeun Tel: +82-32-860-8117, Fax: +82-32-863-3022 E-mail: syang@inha.ac.kr

ⓒ 2021, 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This study selected picture books which use divorce as their subject matter, and analyzed how child characters of those picture books respond emotionally to it and cope with it. This study selected 14 divorce-related picture books for children. To analyze data, this study made thematic analysis of those picture books based on the divorce step model of Sprenkle and Storm (1983). Data analysis showed the followings. In the step of ‘pre-divorce decision-making', child characters of picture books expressed negative emotions such as fear for possibility of being deserted, guilty conscience, and betrayal, etc. Many picture books under the step of ‘restructuring after divorce' portrayed children who feel a sense of loss and miss the parent who does not live with them, as well as emotions of bewilderment, loneliness, and shrinking in the face of the new reality. In the step of ‘recovery after divorce', character children were described as reestablishing their relationships with parents, and adjusting themselves with single-parent situations based on supportive relations with those around them. In particular, instead of showing strong emotional response as they do in previous steps, children in this step of recovery cognitively cope with the situations. Due to the characteristics of creative works called picture books, healthy adjustment of children was emphasized. Picture books described that those children can manage to understand divorce of their parents through their cognitive development levels, accept the realities instead of wishing unrealistic things, and grow adjusting to changed environments.

Keywords:

Divorce, Picture book, Adaptation process, Emotional response, Cognitive coping

키워드:

이혼, 그림책, 적응 과정, 정서적 반응, 인지적 대처

Ⅰ. 서론

사회문화적 변화와 함께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족과 재혼을 통한 재구성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안정성보다는 결혼만족도를 중시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이동하고, 배우자 각각의 경제적 독립성이 커지는 것도 이혼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이혼을 부정적인 사건으로 비판하는 것보다는 불만족스러운 부부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방안으로 생각하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이 여전히 고통스러운 실존적 경험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송욱, 2012). 이혼은 법적으로 부부관계의 명료한 해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일련의 사건이 연결된 과정이다(Yong & Long, 2004). 이혼을 결정하기 전부터 이혼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시작되고, 법적 해소가 이루어진 후에도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김경옥, 2017). 이런 측면에서 이혼이란 부부관계에 갈등과 회의가 발생하고, 이를 종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게 되며, 일련의 법적 절차를 거쳐서 결국 독립된 개인으로 생활을 재편하는 일련의 과정까지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김수정, 권신영, 2001).

한편, 아동에게 부모의 이혼이 부정적 사건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을 위해 다양한 심리적 중재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구체적 조작기 이전의 유아를 위한 효과적인 매체로 여겨지는 것이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아동이 어릴 적부터 자주 접하고 친숙하게 생각하는 매체이다. 그림책이란 영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글과 그림이 함께 제시되어 있고, 펼친 면에 하나씩 그림이 실려 있는 도서를 지칭한다(현은자, 김세희, 2005). 그림책은 아동이 속해 있는 사회와 문화 등을 배경으로 하여 가치관을 반영한다(송지은, 배선영, 2017).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그림책에서 다룸으로써 아동이 속한 사회의 모습들을 가장 다양하고 민감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연혜민, 2006).

그림책은 아동이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을 글과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교육적 의의를 지닌다(양유진, 오한나, 2018). 아동은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림책은 아동에게 지식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김정민 외, 2020). 그림책의 주인공이 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동 독자는 자신도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경험을 한다(유은제, 2014). 아동은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를 그림책에서 접하면서, 이전의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기도 한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접함으로써 주인공과 독자 자신을 동일시하고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게 된다(김선영, 현은자, 2004).

아동이 이혼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이혼에 관한 그림책의 출판은 미흡하다. 이혼에 대한 교육적 매체의 활용이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그림책이 아동을 대상으로 하기에 긍정적이고 즐거운 이야기를 선호하기도 하고, 아동이 이혼 그림책을 읽음으로써 가족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김선영, 현은자, 2004).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그림책의 교육적 효과로 알 수 있듯이 그림책은 아동이 이혼이라는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그림책은 아동에게 부모의 이혼에 대하여 보다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친근하고 효과적인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다(박해미, 정종원, 2000). 부모의 이혼을 직접 경험하는 아동에게 그림책이 치유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혼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아동은 그림책으로 이해한 내용을 떠올리며 이혼에 대해서 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정순영, 2004). 이혼 상황을 그림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아동이 다양한 가족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박해미, 정종원, 2000).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부부의 갈등과 이혼을 소재로 한 그림책에 나타난 아동의 이혼 적응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림책 분석을 위해 이혼의 단계를 설명한 Sprenkle과 Storm(1983)의 이론적 모델을 근거로 하였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로 ‘그림책에 나타난 이혼의 단계에 따라 아동이 부모의 이혼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떠한 정서적 반응과 인지적 대처를 하는가’를 설정하였다.


Ⅱ. 그림책 분석을 위한 이론적 모델

Sprenkle과 Storm(1983)은 이혼을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 이혼 후 회복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Sprenkle과 Storm(1983)의 모델은 이혼을 단발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부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법적 유대 관계가 해체되고, 한부모가족으로 재구조화되고, 이후 가족체계가 회복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먼저,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는 부부관계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배우자 없는 미래를 계획하고, 이혼의 절차를 알아보고, 친구나 가족에게 이혼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이다(유순희, 2017). 부부의 갈등이나 불화가 심해지면 부모는 자신의 문제에 몰두하게 되고 자녀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부모는 자녀의 요구에 거부적이거나 무관심한 양육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에 아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거나 생활환경에 적응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윤진영, 2019).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에서 부모의 불화를 경험하는 아동은 부정적인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전조작기 아동은 자신과 타인의 구분이 매우 불완전하여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등이 자신의 감정과 다를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없다. 전조작기에는 조망수용능력이 형성되지 않아서 자기 방식대로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자아중심적인 사고를 가진다(이화도, 2017). 이러한 이유로 전조작기 아동은 부모의 이혼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동은 부모의 욕구와 이혼의 원인을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여 부모 다툼의 원인을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자책한다.

둘째,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에서는 결혼에서 독신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필요한 법적, 정서적, 재정적, 사회적, 부모 역할 상의 준비를 수반한다. 이 시기에는 이사, 생활 수준의 저하, 부모 역할 상의 변화, 사회관계망의 변화 등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부모는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최연실, 2003). 이에 아동은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심각한 혼란에 빠지고, 두려움, 슬픔, 상실감, 분노, 죄책감 등 다양한 심리적 증후군을 나타낸다(허미화, 2002). 한 쪽 부모의 부재는 아동의 동일시 대상을 상실함으로 아동의 성격 발달, 도덕성 발달 등 정상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부모 역할 모델의 상실로 아동의 사회성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한준아, 2008). 아동은 부모의 이혼 후에 한 쪽 부모가 떠난 것이 다른 부모와 헤어졌다기보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Wolchick, 2002). 아동은 다른 사람에 의해 양육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느낀다(양진희, 2012). 한편,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의 연령에 따라 다양한 정서가 나타난다. 특히, 영유아기의 아동에게 부모의 이혼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영유아기의 아동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성된 신뢰감을 기초로 하여 자율성과 주도성을 성취해 나간다(허미화, 2002). 이에 부모의 이혼으로 부모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타인과 협동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하정옥, 2010).

끝으로, 이혼 후 회복 단계는 이혼 후에 새로운 삶의 경험과 정체성을 탐색하는 단계이다(유순희, 2017). 아동에게 부모의 이혼은 삶의 고통과 아픔을 주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성장을 경험하게 한다(주소희, 2015). 아동이 이혼의 지속성과 이혼으로 인한 변화를 인정하고, 아동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구별하고, 그 한계를 수용한다면 아동의 이혼 후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김현경, 장현아, 2015). 아동은 적응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된 현실을 극복해 나가고 자신의 삶과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찾는다(황은숙, 2001). 이혼 후 회복 단계에서 부모는 아동이 부모의 이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지지해야 한다. 아동이 부모의 이혼과 자신의 삶을 적절하게 분리할 수 있고, 변화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함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주변 사람의 지지를 받으며 안정적인 성공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이혼 후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김현경, 장현아, 2015).


Ⅲ. 연구 방법

1. 자료 수집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은 국내에서 출판된 유아용 그림책이다.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그림책을 선정하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터넷 서점(인터파크 도서, 교보문고, yes24)에서 ‘부부의 갈등 및 이혼을 소재로 하는 유아용 그림책’을 검색하여 그림책 40권을 1차로 수집하였다. 둘째, 1차로 선정된 도서들을 공동연구자 2인이 함께 논의하고 검토하였다. 주제 측면에서 부모의 갈등 및 이혼 과정이 드러나지 않은 그림책이거나, 텍스트 위주로 구성되어 유아의 발달 단계에 부적절한 그림책이라고 판단되는 그림책일 경우에 제외하였다. 유아가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도서도 제외하였다. 지식 및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출판된 그림책도 본 연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제외하였다. 셋째, 이러한 기준에 따라 최종적으로 14권의 그림책을 선정하였다.

총 14권의 그림책 중에서 번역도서는 12권, 국내도서는 2권이었다. 그림책 『커다란 포옹』 (Ruillier, 2015/2019)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특징을 여러 가지 색깔의 크고 작은 동그라미로 표현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서 등장인물은 대부분 사람이었고, 그림책 『아빠, 재들은 언제 가요』 (Krause, 2010/2012)에서만 동물인 등장인물을 모두 의인화하였다. 그림책 『모르는 척 공주』 (최숙희, 2012)에서는 주인공은 사람이지만, 동물인 주변 인물들을 의인화하였다. 그림책 『말하고 싶지 않아!』 (Ransom & Finney, 2000/2009)에서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주인공 아동의 감정적 표현이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아동이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사자, 방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코끼리,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야생마,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등으로 변하며 등장하였다.

총 14권의 그림책 중 다수의 그림책에서는 작가가 이혼의 과정에 따라 주인공인 아동의 감정을 세밀하게 기술하기도 하고, 아동이 화자가 되어 이혼의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나머지 몇 권의 그림책에서는 부모의 갈등과 다툼을 경험하며 겪는 주인공인 아동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기술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분석 대상인 그림책의 목록과 기본 정보는 <표 1>과 같다.

분석 대상인 그림책의 목록

2. 자료 분석

본 연구에서는 그림책에 나타난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동의 적응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국내에서 출판된 그림책 14권을 선정하고, Sprenkle과 Storm(1983)의 이혼의 단계를 분석의 틀로 하여 그림책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그림책에 나타난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동의 적응 과정을 Sprenkle과 Storm(1983)의 이혼의 단계에 따라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 이혼 후 회복 단계로 나누었다. 이혼에 관한 그림책의 내용을 분석하기 위하여 그림책을 반복하여 읽으며 그림책 안에서 의미 있게 나타난 문장이나 단어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핵심 주제를 발견하여 조직화하였다.

연구자들은 그림책의 전체적 맥락을 포착하여 핵심 주제어와 의미를 추출하고, 맥락에 따라 그림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기록하기도 하고, 해석적 자료도 도출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해석적 자료의 의미를 다시 검토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 도출된 해석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합의하고 수정, 보완함으로써 결과의 신뢰도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최종적으로 구성된 결과의 타당성 확보를 위하여 동료 2인에게 동료검토를 받음으로써 합의점에 도달하였다.


Ⅳ.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는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 이혼 후 회복 단계로 나누어서 Sprenkle과 Storm(1983)의 이혼의 단계을 기반으로 그림책을 분석하였다. 부부의 갈등 및 이혼으로 결혼 유대 관계가 해체되고, 가족이 재구조화되고, 가족체계가 회복되는 과정으로 나누어 아동의 적응 과정을 살펴보았다. 아동의 적응 과정을 살펴보며 각 단계에서 나타난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동의 정서적 반응과 인지적 대처가 어떠한가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 나타난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부모가 서로 싸우고 갈등 관계에 있는 모습들이 묘사되고 있다. 그림책에는 서로 싸우며 부부갈등으로 괴로워하는 부모의 모습과 부모가 다투는 장면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아동의 감정적 표현이 나타나 있다. 부모의 다툼은 아동에게 충격을 준다. 아동은 부모의 갈등을 지켜보며 절망과 분노를 경험한다. 그림책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 거야』 (Geisler, 2015/2017)에서는 부모의 다툼을 지켜보고 위축되어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에게 화를 내는 아동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림책 『나는 두 집에 살아요』 (Smet & Talsma, 2008/2012)에서는 부모가 싸울 때마다 더 이상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괴로워하는 아동의 모습이 [그림 1]로 표현되었다. 부모의 다툼을 접하고 탁자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는 아동의 모습으로 부모의 갈등을 접한 아동의 부정적인 정서적 반응을 나타냈다.

[그림 1]

부모의 다툼을 접하고 웅크리고 있는 아동의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8-9

다음 날 아침 먹을 때 엄마는 아주 슬퍼 보였어.
아빠는 아예 집에 없었지.
벌써 일하러 간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어.
유치원에서 나는 내내 기분이 엉망이었고
심지어는 레온[친구]에게 벌컥 화를 내고 말았어.
<출처> Geisler, D., 2017. p.18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에서 아동은 부모가 자신을 떠날 것 같아서 두렵다. 그림책 『모르는 척 공주』 (최숙희, 2012)에서는 부모가 서로 싸우는 모습을 접한 아동의 마음을 높은 탑에 들어가서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는 아동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아동의 주위에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아동의 홀로 남겨질 것 같은 두려움을 나타냈다. 그림책 『숲 속으로』 (Browne, 2004/2019)에서는 부모가 싸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 아동의 모습도 나타나 있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어두운 밤에 아동이 홀로 침대에 앉아 있는 장면인 [그림 2]로 아동의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림 2]

부모가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을 느끼는 아동의 모습<출처> Browne, A., 2019. p.3

어느새 공주가 높은 탑에 들어와 있는 거야.
탑 안에는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출처> 최숙희, 2012. p.11

부모의 다툼을 지켜보면서 아동은 부모의 상황이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아동은 오히려 모르는 척을 하며 부모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 회피하려고 한다. 그림책 『말하고 싶지 않아!』 (Ransom & Finney, 2000/2009)에서 아동은 부모의 이혼 통보를 애써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림책 『모르는 척 공주』 (최숙희, 2012)에서도 아동은 부모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불안감을 느끼면서, 무척 화가 난다고 말하였다.

“할 말이 있단다.”
아빠가 말했어요.
엄마, 아빠는 전깃줄에 앉은 새처럼 나를 가운데 두고
서로 떨어져 앉았어요.
나는 듣지 않으려고 그냥 책만 읽었어요.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출처> Ransom, J. F., & Finney, K. K., 2009. p.5
“모르는 척했지만, 나도 무지무지 화가 나.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고!”
꼬마용이 소리쳤어.
<출처> 최숙희, 2012. p.21

한편,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아동의 정서적 반응과 함께 아동의 인지적 대처의 모습도 나타났다. 아동은 부모의 갈등을 접하고 부모의 이혼에 대해 생각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현실에 대해서 대처방안을 모색한다. 그림책 『말하고 싶지 않아!』 (Ransom & Finney, 2000/2009)에서 아동은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신은 누구와 살아야 하나 고민한다. 그림책에서는 부모가 서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동이 부모의 갈등을 중재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부모의 불화로 발생하는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주변 인물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림책 『엄마 아빠가 싸우면 나는 어떡해요』 (Weninger & Ballhaus, 2002/2007)에서는 아동이 부모가 서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웃에게 속상한 감정을 표현하고,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럼, 나는 누구랑 살게 되나요?”
나는 궁금해서 큰 소리로 물었어요.
<출처> Ransom, J. F., & Finney, K. K., 2009. p.22
토비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있잖아요, 내가 어떻게 해야 엄마 아빠가 안 싸울까
요?”
<출처> Weninger, B., & Ballhaus, V., 2007. p.20

2.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

이혼의 단계 중 두 번째 단계인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에서는 아동이 변화를 겪게 되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서 부모의 이혼이 결정되고, 한 쪽 부모가 짐을 꾸리고 떠날 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아동은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하며 상실감을 표현하였다. 그림책 『나는 두 집에 살아요』 (Smet & Talsma, 2008/2012)에서는 한 쪽 부모가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어디론가 향하고, 남겨진 가족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3]을 통해 아동의 상실감을 나타냈다. 아동은 부모가 이제 함께 살지 않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림책 『커다란 포옹』 (Ruillier, 2015/2019)에서 아동은 부모의 이혼을 접하고 둘로 갈라진 느낌이 들었다. 아동은 이혼 후에도 여전히 이혼 전의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 동경하며 떠나간 부모를 그리워한다. 아동은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끼고, 이혼 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림책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Maar & Ballhaus, 2001/2009)에서 아동은 떠나간 부모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림 3]

이혼으로 한 쪽 부모가 떠나고, 남겨진 가족들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10-11

아빠와 엄마는
이제 함께 살지 않아요.
나는 둘로 갈라진 느낌이에요.
<출처> Ruillier, J., 2019. p.13
베른트는 말했어요.
“난 아빠가 돌아왔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출처> Maar, N., & Ballhaus, V., 2009. p.25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에서 아동은 부모의 이혼 후에 달라진 현실에 직면하면서 혼란스러움과 막막함을 경험한다. 그림책에서 아동은 한 쪽 부모의 부재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림책 『나는 두 집에 살아요』 (Smet & Talsma, 2008/2012)에서 부모는 이혼 후에 자신의 문제로 아동의 정서적 반응에 무관심하며, 자녀를 적절히 돌보지 못하고, 일관성 없는 양육행동을 보인다. 그림책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Maar & Ballhaus, 2001/2009)에서 아동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모를 대하며 소외감을 느낀다. 아동은 화내고, 소리치고, 장난감을 집어 던지는 등의 문제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모든 사람들이 낯설게 행동했죠.
엄마는 할머니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할머니는 내가 옆에 있다는 것도 잊으셨어요.
나는 물을 엎지르고, 의자를 걷어차고,
엄마 립스틱으로 사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화를 전혀 내지 않았어요.
<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12-23
처음에는 보보와 도도를 던지고, 레고로 만든 성과
롤러스케이트를 던졌어요.
엄마가 달려와서 소리쳤어요.
“너 미쳤니? 당장 가서 주워 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출처> Maar, N., & Ballhaus, V., 2009. p.25

3. 이혼 후 회복 단계

이혼 후 회복 단계에서는 아동이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이해하고, 현실을 수용하고 적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아울러 자녀의 적응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도 등장한다. 그림책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Maar & Ballhaus, 2001/2009)에서 부모는 이혼이 지속됨을 설명하며 자녀의 적응을 돕는다. 그림책에는 이혼의 과정에서 생기는 자녀의 혼란을 걱정하며, 상처받은 아동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부모의 모습도 나타난다. 그림책 『사막의 왕』 (유해율, 2017)에서 부모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이혼 후에도 여전히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혼 후 자녀에게 미안하여 자꾸 보상해 주려고 하는 부모의 모습도 나타났다. 그림책 『아빠는 궁전을 사주신대요』 (Singer & Roeder, 2003/2005)에서는 부모가 서로 경쟁하며 자녀에게 과도한 선물을 보내는 모습이 등장한다.

“베른트, 네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단다. 우리 셋
은 이제 다시 함께 살지 못할 거야. 지금은 여기가 내
집이야. 너의 두 번째 집이기도 하고.”
<출처> Maar, N., & Ballhaus, V., 2009. p.21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을 때가 있어.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
<출처> 유혜율, 2017. p.29
아빠가 다음에는 궁전을 사주겠다고 하자
엄마는 다른 생각을 해냈어요.
강물을 타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려고
잠수함을 구해오겠다고 한 거예요.
<출처> Singer, C., & Roeder, A., 2005. p.17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는 이혼 후에도 변함없이 자녀와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고, 학교나 유치원에 동행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림책 『나는 두 집에 살아요』 (Smet & Talsma, 2008/2012)에서는 이혼 전 상황과 비슷한 양육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타난다. 자녀의 일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변화된 환경과 교우 관계 등에 관심을 가지는 부모의 모습도 그림책에 묘사되어 있다. 자녀의 달라진 생활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며, 애착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이 [그림 4]로 표현되었다.

[그림 4]

이혼 후에도 자녀에게 변함없이 관심을 가지는 부모의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18-19

엄마랑 같이 있는 토요일에는 엄마랑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가기
도 하고, 야외 무대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 가기도 했어
요. 함께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동물원에도 갔어요.
<출처> Maar, N., & Ballhaus, V., 2009. p.30

한편, 이혼 후 회복 단계에서도 아동의 정서적 반응과 함께 아동의 인지적 대처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동은 부모의 이혼으로 느끼게 되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완화하기 위해 위로가 되는 존재를 찾는다. 그림책에서 아동은 애착인형이나 반려동물을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다투고 있는 부모와 동일시한다. 애착인형이나 반려동물은 아동과 애착을 형성하여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아동의 불안감을 감소시키며 아동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한 쪽 부모가 떠나고 부모와의 갈등이 생기니 아동은 반려동물이나 애착인형을 가족의 일원으로, 삶의 동반자로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다. 그림책 『프레드랑 나랑 함께 살아요!』 (Coffelt & Tusa, 2007/2009)에서 아동은 부모와의 불완전한 애착을 대신하는 안정적인 애착의 대상을 찾는다. 아동은 자신의 편이 되어 자신을 지지해주는 반려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늘 함께 생활하며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어느 땐 난 엄마랑 살아요.
어느 땐 난 아빠랑 살아요.
하지만 프레드[반려동물]는 늘 나랑 함께 살아요.
<출처> Coffelt, N., & Tusa, T., 2009. p.27-28

아동은 부모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안심하고,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 나간다. 아동은 이혼 후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부모의 말에 안정을 찾았다. 그림책 『프레드랑 나랑 함께 살아요!』 (Coffelt & Tusa, 2007/2009)에서 아동은 예전과 똑같은 학교에 다니고, 어울리는 친구들도 예전과 똑같다고 말한다. 아동은 너무 많은 것이 아주 빠르게 변했지만, 어떤 것은 변함없을 거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동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른 집에서 살게 되지만 더 행복해질 수 있고, 이혼했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동은 이혼 후 한 쪽 부모와 같이 지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집을 나간 부모를 만나러 가기도 한다. 반은 엄마와 함께, 또 다른 반은 아빠와 함께 하면서 아동은 조금씩 달라진 생활패턴에 익숙해져 간다. 아동은 부모의 이혼 후 변화된 삶에 적응하고 마음을 잡아간다. 그림책 『따로따로 행복하게』 (Cole, 1997/2000)에서 아동은 부모의 이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가족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책 『나는 두 집에 살아요』 (Smet & Talsma, 2008/2012)에서는 이혼 후에도 변함없이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부모의 노력으로 안정을 찾은 아동의 모습을 [그림 5]로 표현하였다. 그림책 『사막의 왕』 (유해율, 2017)에서는 주인공인 아동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며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아동 자신의 내적 성장을 이루는 모습이 표현되었다.

[그림 5]

부모의 이혼에 적응하고, 안정을 찾은 아동의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22-23

난 예전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어울리는 친구들도
예전과 같아요.
<출처> Coffelt, N., & Tusa, T., 2009. p.5
이렇게 두 집에서 살게 되니까, 뭐든지 두 배가 되었
답니다.
물론 부모님도 두 분이죠. 엄마랑 아빠는 지금 아주
아주 행복하세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실 거고요. 엄마 따로 아빠 따로, 따
로따로요!
<출처> Cole, B., 2000. p.30-31
엄마 집에는 아빠가 없고, 아빠 집에는 엄마가 없지
만, 난 사랑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어.
나는 더 이상 작고 슬픈 아이가 아니야.
<출처> 유혜율, 2017. p.33

그림책에는 재혼가족의 모습도 묘사된다. 재혼으로 가족체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족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아동은 혼란을 경험한다. 정서적으로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림책에서 아동은 부모의 재혼으로 이전의 가족이 해체된 상황을 경험하며 친부모와의 익숙한 생활환경에 대한 상실감을 느낀다. 이전의 가족체계에서와 다른 가족 간의 역할과 규칙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새로운 가족 내에서의 자원 배분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 그림책 『특별한 손님』 (McAfee & Browne, 1984/2020)에서 아동은 부모의 재혼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친부모의 관심과 사랑뿐만 아니라 이전에 누렸던 생활공간, 물건, 일상생활 패턴까지도 새로운 가족과 공유해야 하는 현실에 대하여 분노한다.

케이티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어요.
더 이상 자신의 집과 정원과 장난감과 산책과 식사를
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더 이상 아빠를 나누어 갖고 싶지 않았어요.
<출처> McAfee, A., & Browne, A., 2020. p.22

재혼가족의 경우에는 기존의 가족 경계를 허물고 가족의 재구성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수용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재혼가정을 이루는 과정 중에 가족들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으며 새로운 가족의 규칙을 정한다. 가족 간의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모호했던 가족 간의 관계도 정립해 나간다. 그림책에서 아동은 새로운 가족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족들과 친밀감과 애착을 형성해 나간다. 그림책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자녀의 의사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묘사된다. 부모의 재혼으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해서 생활하다가도 자녀가 새로운 가족의 지속을 원치 않으면 재혼부부가 헤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아동이 재결합을 원하여 다시 결합했을 때는 가족 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말을 맺는다. 그림책 『특별한 손님』 (McAfee & Browne, 1984/2020)에서는 부모의 재혼을 경험하며 겪는 주인공 아동의 감정의 변화가 잘 나타나 있다. 아동은 새로운 가족체계를 인정하고 재혼으로 구성된 가족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수용하고 인정한다. 그림책 『아빠, 쟤들은 언제 가요?』 (Krause, 2010/2012)에서는 재혼가정에서의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이 해소되어 행복한 결말을 맺는 상황을 유쾌하게 묘사하였다.

션과 메리 아줌마라면, 아빠든 집이든 장난감이든 산
책이든 함께 나눠도 상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출처> McAfee, A., & Browne, A., 2020. p.28
아빠도 우리를 보고 아주 기뻐했다.
우리가 마침내 사이가 좋아진 것을 보고는 더 기뻐했다.
<출처> Krause, U., 2012. p.22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Sprenkle과 Storm(1983)의 이혼의 단계를 분석의 틀로 하여 이혼 전 부부의 갈등을 포함한 이혼의 과정을 묘사한 그림책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서는 부모의 갈등 및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이 일련의 적응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감정적 표현과 인지적 대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책의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에서 아동은 부모가 서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분노와 충격,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아동은 부모가 싸우는 상황에 대해 궁금하지만 오히려 모르는 척 하고 회피하려고 한다.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에서 아동은 한 쪽 부모에 대한 상실감과 그리움을 느끼고, 이혼 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달라진 현실에 직면하면서 혼란스러움과 막막함을 경험한다. 이혼 후 회복 단계에서 아동은 부모와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인지적 대처를 한다. 아동은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이해하고, 현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어려움을 이기고 성장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논의를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서 아동과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의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책은 주인공인 아동이 부모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의 이혼으로 생기는 혼란과 갈등을 극복하며 부모의 이혼에 적응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부모는 아동이 부모의 이혼에 대해 자책감을 갖지 않도록 돕고, 부모의 이혼에 대한 감정표현을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아동의 감정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동이 원하는 부모의 재결합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아동에게 이혼의 지속성에 대하여 명확히 이해시켜 주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도 묘사되어 있었다. 자녀를 사랑하며 수용하지만, 자녀에게 성숙하게 행동하도록 요구하며 적절한 훈육을 하는 등 일관성 있고 합리적인 양육태도를 보이는 부모의 모습도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림책에는 부모의 문제에 빠져서 자녀의 양육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자녀와의 갈등을 형성하는 부모의 모습도 보인다. 그림책에서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와 방임과 같은 부정적인 양육방식은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과정 중에 부모와 아동과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냈다. 부모의 양육행동은 이혼을 경험하는 자녀의 적응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인이다(하정옥, 2010). 그림책에서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며 부모와 아동이 서로 제안하고, 경청하고, 수용하며 이혼이라는 문제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부모의 양육태도는 아동의 문제해결력에 영향을 미친다. 사랑과 존중이라는 정서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의 적응을 돕는 요인인 것이다(정지연, 한유진, 2007).  

둘째,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서는 아동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며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존재를 찾기도 하고, 다양한 사회적 지지를 기반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부모의 이혼에 적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한 쪽 부모가 떠나고 부모자녀관계가 붕괴되면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은 부모에게서 애정, 안정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주소희, 2003). 그림책에서 아동은 언제 어디서든지 함께 할 수 있고,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 자신을 지지해주는 애착인형이나 반려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림책에서는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이 마음의 문을 닫고 환경에 관심을 잃어버릴 때 애착인형이나 반려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한편, 사회적 지지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족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회관계망의 연결을 통해서 제공된다(하정옥, 2010). 그림책에서 주인공인 아동은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며 부모, 형제 등의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부모의 이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달라진 현실을 수용하며, 적절한 대처방안을 마련해 나간다. 가정에서의 정서적 지지에서 더 나아가서, 아동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문제를 친구, 이웃 등 주변 인물에게 털어놓는다. 아동은 공감과 위로와 격려 등의 사회적 지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아동에게는 이러한 사회적 지지가 긍정적인 자원이 되고,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지원이 된다(하정옥, 2010).

셋째,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이 부모의 갈등과 이혼을 다루고 있지만, 아동 문학의 특성상 나타나는 긍정성이 대두된 것이 사실이다. 그림책에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동의 건강한 적응이 희망적으로 강조된다. 이혼 전 의사결정 단계와 이혼 직후 재구조화 단계에서 아동은 주로 부정적인 정서를 표현하지만, 이혼 후 회복 단계에서는 긍정적인 정서로 변화하는 과정이 강조된다. 주인공인 아동은 주위의 인물들과 갈등 상황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도 하고, 주변 인물의 도움을 받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혼은 자녀에게 위기의 시간인 동시에 극복하고 적응해야 하는 생활 사건인 것이다(주소희, 2015).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에서는 독자에게 부모의 이혼을 실패와 좌절로 받아들이지 말고, 부모의 이혼을 이해하는 작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신세니, 조희숙, 2009).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이혼에 관한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적인 접근은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능동적인 접근이라고 사료된다.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동은 이혼에 관한 그림책을 접함으로써 그림책 속의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 감정적인 해소와 위안,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혼을 경험하지 않은 아동은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이혼을 다룬 그림책 분석은 이를 매체로 하는 아동교육 및 상담 현장에서 실천적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로 나타난 아동 문학의 긍정성에 주목하면서 본 연구의 대상인 그림책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실제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담론화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인하대학교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This work was supported by INHA UNIVERSITY Research Grant).

본 논문은 2021년 한국생활과학회 학술대회 포스터발표를 보완한 것임.

References

  • 김경옥(2017). 이혼한 한부모여성의 자녀양육경험. 예술인문사회 융합 멀티미디어 논문지, 7(7), 501-510.
  • 김선영, 현은자(2004). 그림책에 나타난 가족형태 및 가족관계 분석. 생활과학, 7, 165-187.
  • 김수정, 권신영(2001). 이혼과정에 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가족사회복지학, 8, 41-75.
  • 김정민, 이은진, 권민균(2020). 한국 창작 그림책에 나타나는 시기별(1995-2018) 어머니 모습과 역할 분석. 아동교육, 29(1), 165-184.
  • 김현경, 장현아(2015). 이혼가정 아동을 위한 인지행동 집단 프로그램이 우울감, 자존감, 부모이혼지각에 미치는 효과. 청소년상담연구지, 23(2), 423-445.
  • 박해미, 정종원(2000). 반편견 교육과정의 적용: 이혼개념을 중심으로. 유아교육연구, 20(4), 127-147.
  • 송욱(2012). 여성의 이혼 후 적응과정에 관한 근거 이론적 접근. 서울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 송지은, 배선영(2017). 유아용 그림책에 나타난 아버지 역할 분석 연구: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을 중심으로. 어린이문학교육연구, 18(3), 115-137.
  • 신세니, 조희숙(2009). 비전통적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책 분석: 주제를 중심으로. 생태유아교육연구, 8(3), 51-75.
  • 양유진, 오한나(2018). 창작 그림책에 나타난 노인 특성 분석 연구: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어린이미디어연구, 17(4), 1-25.
  • 양진희(2012). 유아기 자녀를 둔 재혼가정 어머니의 재혼가족생활 경험에 대한 연구. 유아교육연구, 32(4), 5-34.
  • 연혜민(2006). 창작그림책에 나타난 갈등관계 및 갈등의 구조 분석 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유순희(2017). 황혼이혼 결정과정에 관한 연구: 근거이론 중심으로. 울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 유은제(2014). 빈곤에 관한 사회적 사실주의 그림책의 연구. 일러스트레이션 포럼, 15(39), 25-36.
  • 유해율(2017). 사막의 왕. 서울: 바람의 아이들.
  • 윤진영(2019). 부모 불화를 경험한 아동의 놀이치료 사례연구. 발달지원연구, 8(3), 71-89.
  • 이화도(2017). 유아인지발달. 서울: 창지사.
  • 정순영(2004). 다문화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활동이 유아의 가족구조 및 이혼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정지연, 한유진(2007). 저소득층 이혼가정 아동의 사회적 지지 및 문제해결력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한국생활과학회지, 16(3), 491-504.
  • 주소희(2003). 부모이혼에 대한 아동의 지각과 이혼가정 자녀의 심리·행동적응문제와의 관계. 한국가족복지학, 12, 179-210.
  • 주소희(2015). 이혼가정자녀의 부모이혼경험과 외상후 성장에 관한 연구. 한국가족복지학, 49, 97-131.
  • 최연실(2003). 가족치료에서의 이혼단계이론과 개입: 이혼과정을 통한 치료적 함의. 사회과학연구, 17, 1-21.
  • 최숙희(2012). 모르는 척 공주. 서울: 책읽는 곰.
  • 하정옥(2010). 한부모 자녀의 일상생활적응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른 자아존중감. 사회복지지원학회지, 5(1), 55-80.
  • 한준아(2008). 이혼 가정 아동의 자아지각 및 문제행동. 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 허미화(2002). 한국사회의 이혼율 증가 원인 및 이혼가정 아동의 부적응에 관한 문헌적 고찰. 유아교육학논집, 6(2), 183-205.
  • 현은자, 김세희(2005). 그림책의 이해. 경기: 사계절.
  • 황은숙(2001). 한부모가정에 대한 반편견유아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시효과.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Browne, A. (2004). Into the Forest. Eun Mi Heo Translated (2019). Seoul: Better Books.
  • Coffelt, N., & Tusa, T. (2007). Fred stays with me!. Geon Sin Hyung Translated (2009). Seoul: Prooni Books.
  • Cole, B. (1997). Two of everything. A Jeong Go Translated (2000). Seoul: Borim.
  • Geisler, D. (2015). Manchmal gibt es einfach Streit. Kyung Hee Han Translated (2017). Seoul: Pullbit.
  • Krause, U. (2010). Wann Gehen Die WIeder?. Seo Jeong Kim Translated (2012). Seoul: Moonji.
  • Maar, N., & Ballhaus, V. (2001). Papa Wohnt Jetzt in der Heinrichstrabe. Ji Yeon Lee Translated (2009). Seoul: Mirae N Culture Group.
  • McAfee, A., & Browne, A. (1984). The visitors who came to stay. Eun Mi Heo Translated (2020). Seoul: Better Books.
  • Ransom, J. F., & Finney, K. K. (2000).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Soon Mi Lee Translated (2009). Seoul: Prooni Books.
  • Ruillier, J. (2015). Un immense calin. Hye Gwon Myung Translated (2019). Pajoo: YellowPig.
  • Singer, C., & Roeder, A. (2003). Und Papa Schenkt Mir Ein Schloss!. Hye Ja Yoo Translated (2005). Seoul: Gamoonbee.
  • Smet, M. D., & Talsma, N. (2008). Ik woon in twee huizen. Shin Jae Jung Translated (2012). Seoul: Dourei.
  • Sprenkle, D. H., & Storm, C. L. (1983). Divorce therapy outcome research: A substantive and methodological review. Journal of Marital and Family Therapy, 9, 239-258. [https://doi.org/10.1111/j.1752-0606.1983.tb01509.x]
  • Weninger, B., & Ballhaus, V. (2002). Tobi und der Zankapfel. Seo Jeong Kim Translated (2007). Seoul: Green Book.
  • Wolchick, S. D. (2002). Fear abandonment as mediator of the relation between divorce stressors and mother-child relationship quality and children`s adjustment problems. Journal of abnormal child psychology, 30(4), 401-419.
  • Young, M. E., & Long L. L. (1997). Counseling and Therapy for Couples. Jeong Yeon Lee Translated (2004). Seoul: Sigmapress.

[그림 1]

[그림 1]
부모의 다툼을 접하고 웅크리고 있는 아동의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8-9

[그림 2]

[그림 2]
부모가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을 느끼는 아동의 모습<출처> Browne, A., 2019. p.3

[그림 3]

[그림 3]
이혼으로 한 쪽 부모가 떠나고, 남겨진 가족들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10-11

[그림 4]

[그림 4]
이혼 후에도 자녀에게 변함없이 관심을 가지는 부모의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18-19

[그림 5]

[그림 5]
부모의 이혼에 적응하고, 안정을 찾은 아동의 모습<출처> Smet, M. D., & Talsma, N., 2012. p.22-23

<표 1>

분석 대상인 그림책의 목록

번호 도서명 국내도서/번역도서 글 작가 그림 작가 번역자 원본출판(국내출판) 국내 출판사
1 사막의 왕 국내도서 유혜율 유혜율 - 2017년 바람의 아이들
2 모르는 척 공주 국내도서 최숙희 최숙희 - 2012년 책 읽는 곰
3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번역도서 Nele Maar Verena Balhaus 이지연 2001년
(2009년)
아이세움
4 엄마 아빠가 싸우면 나는 어떡해요 번역도서 Brigitte
Weninger
Verena Balhaus 김서정 2002년
(2007년)
그린북
5 아빠, 쟤들은 언제 가요? 번역도서 Ute Krause Ute Krause 김서정 2010년
(2012년)
문학과 지성사
6 아빠는 궁전을 사주신대요 번역도서 Claire
Singer
Annette
Roeder
유혜자 2003년
(2005년)
가문비
7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 거야 번역도서 Dagmar
Geisler
Dagmar
Geisler
한경희 2015년
(2017년)
풀빛
8 특별한 손님 번역도서 Annalena
McAfee
Anthony
Browne
허은미 1984년
(2020년)
베틀북
9 따로 따로 행복하게 번역도서 Babette Cole Babette Cole 고정아 1997년
(2000년)
보림
10 숲 속으로 번역도서 Anthony
Browne
Anthony
Browne
허은미 2004년
(2019년)
베틀북
11 프레드랑 나랑 함께 살아요! 번역도서 Nancy
Coffelt
Tricia Tusa 신형건 2007년
(2009년)
보물창고
12 말하고 싶지 않아 번역도서 Jeanie Franz
Ransom
Kathryn Kunz
Finney
이순미 2000년
(2009년)
보물창고
13 커다란 포옹 번역도서 Jérôme
Ruillier
Jérôme
Ruillier
명혜권 2015년
(2019년)
달그림
14 나는 두 집에 살아요 번역도서 Marian Smet Nynke Talsma 정신재 2008년
(2012년)
두레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