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놀이에서 펼쳐지는 별빛반 유아들의 놀이성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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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In this study, children's digital play was looked closely in an attempt to interpret what the Playfulness of Digital Play looked like and what it meant. As a result of the study, the meaning of playfulness created by children in digital play included 'free-moving body', 'Connection to imagination without boundaries'', 'you and I, our connection', 'Pleasure and the resulting immersion', and 'Joke and humor'. The possibility of digital technology, which makes the impossible possible beyond limits of children's ability and environment, was unfolded in a variety of ways, imagining and realizing the impossible by moving the whole body freely. Through this process, children naturally understand interrelationships by adding interest and fun to digital play and become friends with anyone regardless of their peers or digital devices. Early childhood teachers need to understand that digital and early childhood have diverse, dynamic, and cooperative relationships in which energy is exchanged and intertwined in a meaningful relationship rather than separating and controlling existing traditional and digital play. They also need to be interested in the Playfulness expressed in play and support it.
Keywords:
Early childhood, Playfulness, Digital play키워드:
유아교육, 놀이성, 디지털 놀이Ⅰ. 서론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웨어러블(wearable) 기기 등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게 되었고, 가정에서 손쉽게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AI스피커 등을 이용하게 되면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연령도 낮아졌다. 이제 유아들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이은영, 최양미, 2023).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교육부는 미래형 유치원 교육과정을 위한 디지털 환경 조성 및 디지털 교육기반 수립 정책을 마련하였고(관계부처합동, 2020), 부산광역시 교육청에서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모든 공·사립유치원에 ‘유치원 미래형 디지털 교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유치원에 증강현실(VR) 및 가상현실(AR)의 멀티미디어 학습 장치와 터치 테이블, 전자칠판, 기타 디지털 기기 등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보급,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원 연수 또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아교육기관에서의 디지털 활용은 주로 이야기 나누기, 안전교육 등 대·소집단 활동 시간에 사진, 그림,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많이 이루어져 왔다(백은영, 김혜숙, 2021; 윤해옥, 2022).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유아들에게 디지털 활용은 보조적 수단이 아닌 일상생활 그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민아, 한유진(2023)은 유아들에게 디지털 환경은 삶이자 놀이의 일부분임을 기술한 바있다. 예를 들어, 유아들은 놀이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PC로 인터넷 검색하여 정보를 찾고, 태블릿PC로 그린 그림을 출력하여 놀이에 사용하거나, 디지털카메라로 놀이장면을 촬영한 후 감상하고, AI스피커와 대화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 즉,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기기의 보급으로 인해 점차 유아교육 현장에서 유아의 ‘디지털 놀이’가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놀이(digital paly)’는 시대에 따라 그 개념이 변화해 오고 있다. Edwards(2019)에 의하면 디지털 놀이는 크게 2가지 관점에 따라 상이하다. 첫 번째는 디지털 놀이를 유아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놀이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기존의 전통적 놀이 형태와 구분된 특정 행위(Johnson & Christie, 2009)로 보는 것이다. 디지털 놀이를 전통적 놀이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디지털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과 역량, 학습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거나 그러한 특징을 가진 디지털 활용을 강조한다. 예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지털 놀이를 교수학습 및 유아 주도적 놀이를 지원하는 도구(손혜진, 엄정애, 2022)로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전통적 놀이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놀이가 연결되어 분리될 수 없다고 보는 관점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따로 구분 짓고 비교하기보다 이분법적 관계를 뛰어넘어 연속성을 가진 밀접한 관계로 보고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역동적인 관계성을 이해한다(김호, 2023).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유아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 놀이하며, 놀이속 다양한 만남은 또 다른 놀이 기회를 제공하여 새롭고 혼재된 다채로운 놀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즉, 디지털 놀이는 디지털과 비디지털 맥락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일어나는 연속적이고 융합적인 배움의 과정으로 유아들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형, 융합, 재구성하는 일련의 놀이로 이해할 수 있다(이민영 외, 2023).
현재 디지털 놀이는 두 번째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디지털 놀이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디지털 놀이를 바라보는 성인의 시각에는 염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배우는 존재이지만(교육부, 보건복지부, 2019), 디지털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유아는 디지털 미디어의 노출 정도, 사용 목적과 방법 등에 따라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배윤진 외, 2023). 목적 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디지털 놀이는 유아들에게 과몰입과 중독을 야기할 수 있고, 그로 인한 건강 악화, 사회적 상호작용의 저하 등의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노출, 사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피해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신유진, 2024; 윤민아, 한유진, 2023).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둘러싸여 성장한 유아들에게 디지털 환경에서의 놀이는 이제 막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유아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유아들의 놀이는 디지털 및 비디지털 놀잇감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확장됨에 따라 더 이상 디지털 놀이와 비디지털 놀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Undheim, 2022). 또한 디지털 놀이를 통해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컴퓨팅 사고와 창의적 사고 등을 기를 수 있고,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 맺으며, 인간다움과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다(김호, 2023; 박주연 외, 2022)는 주장 등은 디지털 놀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다.
이에 디지털 환경에서 유아들의 놀이 경험을 살펴보고자 하는 연구들(구민경 외, 2023; 박아름, 2017; 엄정애 외, 2023; 오현아, 2024; 이민영 외, 2023; 장유진, 2015)이 최근에 주목받고 있으며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은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서 발현되는 놀이 변화 과정, 디지털 기기 및 또래와의 상호작용 등을 관찰하며 디지털 놀이 경험과 교육의 의미를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영유아들이 디지털 놀이를 통해 디지털 기기 자체를 탐색하고 배울 뿐만 아니라 기기를 통해 또래들과 함께 즐기고 소통하고, 나아가 자신의 아이디어, 생각, 경험을 구현하고 재구성하는 새롭고 독창적인 놀이,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놀이, 주도적인 놀이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디지털 놀이 사례와 양상, 의미 등을 분석함으로써 디지털 놀이가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그러한 놀이의 의미와 교육적 가치 등에 대한 이해의 확장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 행동을 연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놀이에서 드러나는 놀이성을 분석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놀이성(playfulness)은 놀이의 질적 특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놀이에 대한 궁극적인 본성(Huizinga, 1938/ 2018), 놀이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적인 힘(Libermna, 1977), 놀이 행동을 나타나게 하는 성향(Singer & Rummo, 1973) 등으로 표현된다. 대표적인 요소로 자발성과 즐거움을 들 수 있으며(Liberman, 1965), 놀이할 때 유아가 보여 주는 특유의 움직임과 익살스러운 표정, 재미있는 말과 노래 등도 중요한 요소이다(Dewey, 1933). 그 외 여러 선행연구에서 밝힌 놀이성의 구성요소로는 외향성·표현성·창의성·상상력·독특성·재미·비형식성·즉흥성 등이 있다(이훈 외, 2010; Glynn & Webster, 1993; Schaefer & Greenberg, 1997; Shen et al., 2014). 놀이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유아의 창의성, 정서조절능력, 사회적 유능성, 자아존중감, 또래상호작용 등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이영환 외, 2006; 지성애, 김승희, 2010; 최연화, 2011; Lieberman, 1965; Singer & Rummo, 1973).
디지털 놀이에서의 놀이성을 확인하는 일은 유아교사들의 디지털 놀이 이해를 확장하고, 디지털 기기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나는 유아들의 발달적 특성, 배움의 과정과 방법 등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놀이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이에 본 연구는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서 발현되는 놀이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대상은 별빛반 교실을 포함한 유치원의 모든 공간, 즉 연구 현장에서 일어나는 별빛반 유아들의 놀이성이며, 주요 자료 수집은 관계 중심의 관찰(이진희 외, 2023)로 이루어진다. 관계중심의 관찰은 개별 영유아의 전반적 발달상황을 알아보고자 하는 개인 중심의 관찰과 달리, 얽혀있는 관계 속에서 유아들의 놀이, 배움, 성장을 알아보고자 할때 사용되는 관찰 방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아와 유아, 유아와 교사, 유아와 물질 및 자연과의 관계가 서로 얽히면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황, 사건, 현상을 맥락과 흐름 속에서 이해하며 유아들의 놀이성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한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놀이에서 펼쳐지는 별빛반 유아들의 놀이성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Ⅱ. 연구 방법
1. 왜 연구를 하고자 하였는가?
2023년 제1 저자가 속한 유치원은 부산시교육청에서 이루어지는 ‘유치원 미래형 디지털 교실’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디지털 놀이환경 구축을 지원받았다. 기존에 유치원에 구비되어 있던 태블릿PC, 어린이 디지털카메라, 디지털현미경 외 전자칠판, XR액션플로어, VR, AI스피커 등의 디지털 기기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유치원에 디지털 기기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제1 저자는 기존의 전통적 놀이와 디지털 놀이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즉, 유아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자유놀이가 디지털 기기로 인해 좀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역동적인 놀이로 펼쳐질 것을 기대하는 한편, 유아를 디지털 놀이에 미숙한 존재, 디지털 기기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보고 디지털 놀이 종류, 방법, 시간, 콘텐츠 등에 대해 제한을 두고 어떻게 하면 성인의 적극적인 지도로 유아들을잘 관리할 수 있을지 몰두해 왔다는 것을 발견하며 유아들의 전통적 놀이와 디지털 놀이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있음을 느꼈다. 이에 대해 공동 저자들과 논의하며 제1 저자를 포함한 많은 교사들이 디지털 놀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디지털 놀이의 순기능이 교실에서 제한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에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 행동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발현되는 놀이성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2. 연구텍스트와 연구 현장
본 연구에서 해석하고자 한 텍스트는 H유치원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서 발현되는 놀이성이다. H유치원은 H초등학교에 있는 병설유치원으로 4세 1반, 5세 1반, 6세 1반의 총 3학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빛반은 이 중 5세 학급으로 여아 13명, 남아 8명, 총 21명이 재원 중이다.
연구 현장은 별빛반 교실뿐 아니라 유치원의 달빛반, 햇빛반, 복도, 신체놀이실, 바깥놀이터로 별빛반 유아들의 놀이가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이다. 별빛반의 디지털 놀이는 현장체험학습일을 제외한 날의 실내외 자유놀이 시간(9:00~11:30, 총 150분)에 이루어진다. 유아들이 사용 가능한 디지털 놀이 기기 목록은 <표 1>과 같다. XR액션플로어는 신체놀이실, 전자칠판은 교실, VR은 신체놀이실과 교실에 있고 AI스피커, 태블릿PC, 어린이 디지털카메라, 디지털현미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 교실, 복도, 신체놀이실, 바깥놀이터 등 어디서든 놀이가 가능하다.
3. 자료수집 및 분석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 자료는 2023년 9월 14일부터 2024년 1월 11일까지 총 20회, 실내외 자유놀이 시간에 담임교사인 제1 저자의 참여 관찰로, 놀이관찰기록, 놀이 장면 녹화와 음성녹음, 디지털 놀이 중과 후 유아 인터뷰 녹음, 놀이 사진을 통해 수집하였다. 또한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H유치원과 함께 부산시 ‘미래형 디지털 교실’ 사업에 선정된 다른 유치원 담임교사 3명(경력 6년 A교사, 경력 9년 B교사, 경력 12년 C교사)의 각 반 디지털 놀이에 대한 인터뷰를 수집하였다. 이로써 별빛반 유아들의 관찰기록·녹화·녹음·유아 인터뷰 전사본과 사진, 디지털 놀이 경험이 있는 교사 인터뷰 전사본이 주요 연구텍스트로 정리되었다.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결과, A4용지(기본쪽 여백)의 글자 크기 11pt를 기준으로 놀이 관찰기록 19쪽, 비디오 녹화 및 녹음 전사본 47쪽, 유아 인터뷰 전사본 24쪽, 사진 214장, 교사 인터뷰 전사본 11쪽을 최종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자료 분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진행되었는데 첫째, 자료 내용 정리 단계에서 수집된 관찰기록 및 인터뷰 전사본과 사진을 고유 번호를 붙여 정리하였다. 둘째, 범주화 단계에서 전사본을 반복하여 읽으며 비슷한 내용의 에피소드를 분류하고, 이를 포괄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주제어로 범주화하였다. 그 결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 '경계 없는 상상과 연결', '너와 나, 우리의 이음', '즐거움과 그로 인한 몰입', '익살과 유머'로 범주화되었다. 셋째, 의미 해석과 에피소드 추출 단계에서는 범주화한 사진과 전사본의 내용을 다시 읽으며 범주를 명료화하였고, 이 범주에 해당하는 대표 에피소드를 최종적으로 선정하였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는 해석의 과도한 주관성을 경계하고 상호주관성을 찾아가기 위해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과 의미 해석의 진실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였다. 구체적으로, 내부자적 관점에 있는 담임교사 연구자(A)는 현장에서 관찰된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 모습을 가능한 자세히 기록하고, 이를 통한 결과 및 의미 도출에 집중하였다. 외부자적 관점에 있는 유아교육학과 박사과정생 연구자(B)와 유아교육과 교수 연구자(C)는 디지털 놀이와 놀이성에 대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결과 도출과 의미 해석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리고 타당도 확보를 위해 연구자들 간의 비평작업(김영천, 2012)을 통해 선정된 제목과 사례 등이 연구 목적과 질문에 적합한지 확인하였다.
4. 윤리적 고려
질적연구의 윤리와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연구 수행과정 전반에 걸쳐 최대한 정직하고 엄격하고자 노력하였다. 먼저, 유아들에 대한 윤리적 보호, 즉 별빛반 유아들의 신상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료수집에 앞서 21명 유아의 학부모 모두로부터 연구 동의(서명)를 받았다. 연구 현장에서 얻은 영상, 녹음, 인터뷰 자료, 사진을 정리할 때 유치원과 학급, 유아 이름을 가명으로 기재하고 사진은 유아의 얼굴이 식별되지 않도록 처리하였으며, 유아의 성별 외 다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해석 과정에서는 연구자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연구 질문과 디지털 놀이 이야기에 집중하여 놀이성의 의미를 추출하고자 하였다.
Ⅲ. 디지털 놀이에서 별빛반 유아들의 놀이성
1.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서는 쉼 없이 몸을 움직이는 역동성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림 1]은 유아들이 바닥 스크린에 나타난 가상현실 속에서 다리찢기, 달리기, 한 발뛰기, 멀리 뛰기, 스키핑, 갤로핑 등을 하며 바닥 스크린에 보이는 움직이는 물체를 터치하거나 이전 경험을 살려 가상의 양궁장, 복싱장, 축구장 등에서 당기고 쏘기, 치기, 차기 등을 하는 모습이다. 유아들이 신체를 다양하고 활발하게 움직여 바닥에 보이는 이미지를 터치하거나 가상현실속 인물이 되면, 키넥트 센서가 유아들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소리와 함께 TV 모니터와 바닥 스크린 영상이 즉각 변하고, 이를 본 유아들은 자신의 신체를 더 빠르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상호 관계적 과정이 이어졌다. 이러한 동적인 놀이를 유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오랜 시간 즐겼다.
<인터뷰자료 1>은 XR놀이 후 자신의 놀이 차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예슬이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날 신체놀이실 창문 밖에는 세찬 바람에 낙엽들이 휘날렸는데, 신체놀이실 안 XR놀이를 하는 예슬이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예슬이는 옷을 벗으며 땀이 많이 난이유를 엄청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몸을 빠르게 움직여 캐릭터들을 많이 잡을 수 있었음을 자랑스러워하였다. 이렇듯 유아들은 디지털 기기와의 상호관계에 빠져들어 신체를 다양하게 움직이는 대근육 놀이를 매우 좋아했고, 별빛반 유아들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는 놀이 유형이었다.
<인터뷰자료 1>
- 예슬: (이마의 땀을 닦으며) XR놀이 했어요. 더워요. 옷 벗을래요. (겉옷을 벗어 옆 의자에 놓아둔다.)
- 예슬: 엄청 많이 움직였어요. (발로 바닥을 좌우로 왔다 갔다 밟으며) 이렇게 있죠. 이렇게. 이렇게 잡았어요.(재차 발로 바닥을 좌우로 왔다 갔다 밟으며) 이렇게 이렇게. 엄청 빠르죠?
- 예슬: 이렇게 하면 엄청 빨리 잡아요. (손바닥으로 바닥을 좌우로 왔다 갔다 치며) 이렇게 이렇게 (발로 바닥을 좌우로 왔다 갔다 밟으며) 이렇게 밟고 이렇게 엄청 빨리 잡아요.
- 예슬: (손바닥으로 바닥을 좌우 위아래로 치기도 하고, 발로 바닥을 좌우 위아래로 밟기도 하며) 이렇게
- 예슬: (두 손과 발을 좌우로 왔다 갔다 바닥을 치며) 시훈이는 이렇게 해요. 엄청 빨라요. 저도 이렇게 했어요.
- 예슬: (제자리에서 위로 3번 점프하면서 웃으며) 재밌어요.다 잡았어요. 우리가 엄청 많이 잡았어요.
- (2023.10.26. XR놀이 인터뷰)
- 이러한 경향은 H유치원 별빛반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C교사는 초록유치원의 디지털 놀이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중 유아들은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디지털 놀이를 특히 선호하는데, 이는 놀이를 통한 자유로움, 자신감, 스트레스 해소 등의 경험이 놀이를 지속적으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자료 2>
- C교사: 우리 유치원에 많은 디지털 기기가 있는데, 그 중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터치스크린에 유아들이 구상한 화면을 띄우고 벽의 여러 공간을 다양하게 터치하면 화면이 변하는 그런 놀이를 유아들이 아주 좋아해요. 큰 화면의 넓은 공간을 점프하고 구르고 엎드리면서 터치하면 움직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놀이를 너무 신나서 지칠지 모르고 놀이해요. 그게 아무래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또 자신감이 생겨서 아이들이 더 즐겁게 오랜 시간 놀이하는 것 같아요.
(2024.1.15. C교사 인터뷰)
디지털 기기와의 상호관계에 빠져들어 신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유아들의 움직임은 조화롭고 유연하고 민첩하였다. 또한, 그러한 움직임은 자발적이고 주도적이었다. 유아들은 자신의 신체 각 부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성공의 기회를 늘려가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해 가고 있었다. 즉, 디지털 놀이에서 나타나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은 유아들의 신체조절 능력을 키우고, 에너지 이완의 기회를 제공하며, 놀이에서의 자신감 획득과 즐거운 감정으로 연결되었다.
2. 경계 없는 상상과 연결
가상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자유로움은 디지털 놀이의 또 다른 주요 특징으로 관찰되었다. [그림 2]는 다안이와 슬아, 윤하, 태인이가 태블릿PC 속 동물과 함께 놀이하는 모습을 소은이가 찍은 사진이고 <관찰자료 1>은 태블릿PC를 가지고 놀이하는 유아들을 연구자가 관찰한 내용이다. 유아들은 태블릿PC의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함께 놀이하고 싶은 대상을 카드로 불러와 3D로 나타난 거북이와 펭귄, 공룡 등의 모습을 확대, 축소, 회전, 위치를 조작하여 함께 수영하기, 쫓아가기, 뛰어넘기, 꼬리 만지기, 입 벌리기, 올라타기, 도망치기, 쓰다듬기 등의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며 놀이하였다. 이어 실물 놀잇감과 연결해 바닷속 모습과 공룡마을을 구성하거나 다른 동물 카드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1시간가량 놀이를 이어갔다. 유아들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 짓지 않고 한 공간에서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찰자료 1>
- 율하: (엄지 검지로 태블릿PC 화면을 움직여 동물을 크게 조정하며) 진짜 크지? 봐봐~엄청 크지?
- 다안: 어디? 와~ 더 크게 해봐.
- 슬아: 나도 해볼래. (태블릿 화면을 조정하며 웃는다.)
- 다안: 저기로 보내봐. 오~ 뛰어온다. 우리한테. 도망쳐~
- 율하: 너 잡힌다. 더 옆으로 가봐. 쫓아오잖아. 아니 아니.더 옆으로 악~
(2023.11.17. 태블릿PC놀이 관찰)
가상과 현실의 넘나듦 혹은 융합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림 3]의 첫 번째는 유아들이 대쿠션, 원탑, 사각블럭, 평판, 네트바 등을 이용해 자신이 경험한 XR놀이를 구현하거나 놀이 방법·규칙 등을 변형하여 놀이하는 모습이다. 즉 기존의 놀이와 XR놀이 경험이 서로 얽혀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놀이를 고안해 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사진의 유아들은 바깥놀이터에서 우연히 발견한 장수풍뎅이를 디지털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던 중 한 유아가 교실의 장수풍뎅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유아들은 디지털현미경으로 관찰한 장수풍뎅이 사진과 3D로 불러온 딱정벌레 사진, 그리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교실 안에 있는 실물 장수풍뎅이 집에 붙여준 것이다. 이렇듯 디지털 놀이에서 별빛반 유아들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 없이 자유로운 상상으로 세계를 연결하여 놀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디지털이 없는 현실 세계에서는 실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과의 만남을 통해 유아들의 놀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상력으로 펼쳐진다. 즉, 유아들의 놀이는 더 이상 현실 세계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과 상호작용하며, 경계와 위계가 없는 역동적이고 확장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3. 너와 나 우리의 이음
유아들에게서 또래 및 주변 기기와 이어지고자 하는 욕구와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관찰자료 2>에서 준이는 태블릿PC를 이용해 놀이하는 시후를 유심히 바라보다 같이 색종이를 접을 것을 제안하였고, 이후 함께 동영상을 시청하며 색종이 접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은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가져와 공유하고, 색종이 접는 속도를 맞추고, 어려운 부분은 서로 돕고 칭찬하며 놀이를 이어갔는데 이 둘사이에는 유아들이 주도적으로 조작 가능한 디지털 기기가 있었다. 디지털 기기는 혼자만의 놀이를 유발하거나 사회성 발달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윤민아, 한유진, 2023)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찰자료 2>
- 준이: (시후가 태블릿PC로 팝잇 상자 접는 것을 10초 정도 쳐다보다) “나도 같이 접자.” (시후 옆 자리에 앉는다.)
- 시후: (준이를 쳐다보고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터치한 후) “큰 색종이로 접을 거야? 우리 이거 접고 더 큰 거 접어볼래?” (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더 큰 색종이를 찾아 4장 가지고 온다. )
- 준이: (시후에게 색종이 2장을 주고 앉으며) “우리 이걸로 하자”
- 중 략
- 시후: “이거 어렵지?”
- 준이: (태블릿을 터치해 동영상을 멈추며) “나 이거 접어봤어.” (시후 색종이를 대신 접어주며) “이거 이렇게 하면 돼.”
- 시후: “잘 접네~” (둘이 마주 보며 웃는다.)
- 준이: “잠깐만. 이 다음에 어떻게 했어?
- 시후: (태블릿을 터치해 동영상을 멈춘 후) “이건 내가 알아! 이 이 구멍있지~ 이 사이로 넣어. 어 맞아!” (준이가 다 접을 떄까지 기다린다.)
(2023.10.17. 태블릿PC놀이 관찰)
[그림 4]에서는 디지털 놀이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첫 번째 사진은 유아들이 복도에서 태블릿PC를 이용해 자기 자신을 찍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2명이 사진 찍는 놀이를 즐기다 점차 다른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자, 함께 어울리며 친구의 포즈를 따라 찍기도 하고, 새로운 포즈를 함께 고안하여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였다. 두 번째 사진은 유아들이 XR 경쟁게임에서 승패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즐거움에 많은 친구들을 놀이에 초대하고, 마지막은 VR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친구의 시선이 미러링을 통해 TV에 그대로 구현되는 것에 신기해하며 친구에게 다가가 놀이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VR헤드셋을 쓴 친구와 함께 수영하거나 교통안전 교육을 따라 하면서 친구에게 다양한 놀이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유아들의 이음에 대한 욕구는 또래를 넘어 기기에도 적용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관찰자료 3>을 보면, 희채와 유지가 AI스피커에게 궁금한 점을 함께 물어보며 자신들과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는 유아들에게 놀이의 수단이나 매개체를 넘어 함께 노는 놀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이음에 대한 욕구와 행동이 디지털 놀이의 주요 특성으로 확인되었다.
<관찰자료 3>
- 희채: (유지를 바라보고 웃으며 같이 문어의 꿈을 따라 부른 후) 빅스비 너 몇 살이야?
- AI스피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죠.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자에 불과할 수 있겠죠.
- 유지: (희채를 보고 같이 웃으며) 어디에 살아? 너 여자니? 남자니? 우리 친구할래?
- AI스피커: 사람들은 보통 이럴 때 머리를 긁적이죠
- 유지: (희채를 보며 같이 웃는다.)
(2024.1.11. AI스피커놀이 관찰)
이렇듯 별빛반에서는 디지털에 대한 호기심과 디지털 놀이의 개방성이 놀이를 유발하고, 유아들이 재미있는 디지털 놀이를 발견했을 때 또래와 함께 하고자 제안하거나 초대하는 행동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함께 놀이하는 과정에서 유아들은 순서 지키기, 나누어 쓰기, 돕기, 토의하기, 협상하기, 협동하기 등의 사회적 기술을 경험하고 연습하고 있었다. 디지털 놀이에서 경험하는 서로 이어지고자 하는 행동들은 향후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역량의 기초가 될 것이다.
4. 즐거움과 그로 인한 몰입
유아들에 있어서 놀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미와 즐거움이다. 별빛반 유아들은 디지털 놀이를 하는 동안 말, 흥얼거림, 표정 등으로 놀이의 즐거움, 교류의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을 자주 표현했다. 이러한 특성은 인근 디지털 교실에서도 관찰되었다. <인터뷰자료 3>은 유아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며 알아내거나 발견한 것이 있을 때 얼마나 기뻐하는지 보여준다.
<인터뷰자료 3>
- A교사: 저희 반 유아들은 관심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전자칠판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디지털 놀이를 많이 하는데, 놀이하던 중에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놀이를 발견하면 고함을 지르면서 흥분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달려와 사실을 알리면서 기뻐해요. 새롭게 알아낸 사실을 친구들과 같이 공유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엄마에게 자랑했다고 하더라고요.
(2023.12.14. A교사 인터뷰)
유아들의 즐거움은 단순히 어떤 놀이나 장면이 재미있어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낯선 장면이나 현실을 맞닥뜨리며 느끼는 신기함, 신비로움 등에 의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간극이 점점 좁혀져 진짜 같은 가짜, 현실 같은 가상 세상이 우리 눈앞에 펼치는데 <인터뷰 자료 4>에서 유아들은 그러한 세상을 경험하며 신기함에서 이어지는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그림 5]의 첫 번째 사진 또한 유아들은 시·공간적으로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즉각적으로 현실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VR헤드셋을 쓰고 컨트롤러를 이용해 3D 화면으로 보이는 가상현실에서 생존수영, 교통안전, 세계 여러나라 등을 체험하며 정서적 즐거움을 느꼈다.
<인터뷰자료 4>
- 안나: 선생님~ 이거 해봤어요? 진짜 신기하죠? 진짜 움직이는 것 같아요. 환상이에요.
- 안나: 얘들아! 이거 해봐. 이 안에 사는 거 같아.
(2023.11.23. VR놀이 인터뷰)
유아들이 디지털 놀이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은 과제집착 혹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그림 5]의 두 세번째 사진은 전자칠판을 활용해 여러 가지 모양의 선, 도형, 사진 등을 불러와 핀치 인-아웃 등의 기능으로 자유롭게 조작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주제에 대한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얻는 모습이다. 유아들은 자신의 조작적 경험에 의해 작동되는 디지털 기기 사용의 즐거움뿐 아니라, 새로운 조작법을 발견하거나 궁금증을 해결하고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등의 기쁨으로 인해 표정은 밝았고, 오랫동안(30분 이상) 전자칠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과제집착과 몰입을 보였다.
디지털 기기의 신비로움은 유아들을 디지털 놀이에 빠져들게 하고, 디지털 기기는 또다시 유아가 자신의 관심사, 수준, 속도를 조절하여 놀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유아의 놀이 몰입을 지속시킨다. <관찰자료 4>를 보면 현규는 주변의 왁자지껄한 소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종이접기에 몰두하고 있다. 현규는총 34분가량 어린이 유튜브를 보며 4개의 색종이 접기(제트기, 부메랑 비행기, 펄럭이는 비행기, 멀리 나는 비행기)를 완성하였다. 먼저 관심 있는 사물을 선택한 후, 여러 개의 영상 중 도전 가능한 영상을 찾고, 접기가 어렵고 영상이 빠르다 싶으면 일시 정지와 이동바를 조작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긴 시간 색종이 접기에 빠져들었다. 이는 현규가 자신의 관심사와 능력에 따라 손쉽고 빠르게 놀이 과정을 조정,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규의 색종이 접기는 주변의 소란으로 인해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지기도 했는데 금세 이전의 몰입상태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관찰자료 4>
- 현규: (유튜브 키즈 아이콘에서 유튜브 음성검색 마이크 모양을 한번 터치하고, 태블릿PC에 입을 가까이 대며) “비행기 접기”
- (약 50초가량 태블릿을 터치하며 무언가를 찾다 큰색종이를 여러 장 가지고 온다. 태블릿PC 화면을 넘기다 다양한 비행기 접기 중 한 영상을 선택해 전체화면 모양을 터치하여 대략 40초 정도 본다. 영상을 정지하고 다른 동영상을 찾아 7분 20초가량 보면서 색종이를 접는다.)
- 현규: 선생님! 여기~ 못 하겠어요. 도와주세요.
- (2번의 선생님 도움 후 약 25분 12초 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4개의 비행기 접기 영상을 보며 색종이를 접는다.)
- (2023.10.20. 태블릿PC놀이 관찰)
-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놀이는 유아들로 하여금 적절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긴 시간 놀이에 몰입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유아들에게 익숙한 수영, 교통안전 등의 경험과 낯선 과학기술(VR)의 만남은 ‘너무 익숙하지도 너무 낯설지도 않은’ 경험을, 그리고 복잡하지만 언제든 멈추고 다시 보기가 가능한 종이접기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유아들의 흥미와 즐거움을 유발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몰입으로 이어져 놀이를 통한 학습과 성장을 견인하고 있었다.
5. 익살과 유머
유아들은 놀이하면서 종종 남을 웃기려고 하기도 하고, 별거 아닌 모습을 따라 하며 깔깔대곤 한다. 이러한 모습은 모든 놀이에서 나타나는 놀이의 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디지털 놀이에서도 유아들이 익살과 유머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인터뷰자료 5>에서 소은이는 바이러스를 피해 점수를 올리는 놀이에서 바이러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영상 속 우주비행사의 움직임을 익살스럽게 흉내 내는 시우의 모습을 친구와 교사에게 이야기하고, 자신도 친구들 앞에서 시우 행동을 따라 하며 재미있어한다. 그러자 시우는 표정을 다양하게 바꾸며 더욱 재미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려고 하였다.
<인터뷰자료 5>
- (바닥의 화살표를 누르면 그 방향으로 우주비행사가 움직여 앞에 나오는 바이러스를 피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XR놀이를 하다)
- 소은: (XR놀이 바닥에 엎드려 누웠다 일어나며) 시우가 이렇게 누워 있었어요.
- 소은: 있죠~ 바이러스를 잡아라 그 사람 있죠. 그 사람처럼 이렇게(시우가 했던 행동을 따라하며) 따라했어요. 웃기죠?
- 소은: (재차 바닥에 엎드리며) 선생님~ 보세요.
- 인터뷰어: (소은이에게 다가가 웃으며) 진짜 우주비행사 같네. 재밌다.
- 시우: (친구들과 선생님이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주비행사의 움직임과 표정을 계속 바꾼다.)
(2023.10.31. XR놀이 인터뷰)
유아들의 유머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관찰자료 5>는 유지, 희채와 AI스피커 간의 대화 장면을 관찰한 것이다. 유아들은 AI스피커에게 여러 가지 궁금한 정보를 요구했고, 바로바로 대답해 주는 AI스피커를 신기해 하다가 나중에 엉뚱한 질문과 대화를 시도하였다. 유아들은 어쩌면 뭐든 척척 대답하는 AI가 정말 춤까지 출 것인지 궁금했을 수도 있고, 혹은 춤추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질문 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엉덩이춤’을 떠올리며 재미있고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관찰자료 5>
- 희채: 우리 다른 거도 물어보자. 노래 틀어달라고 할까? (3초가량 잠시 생각한 후) 문어의 꿈
- 유지: 문어의 꿈 틀어줘.
- 희채: 야~ 내가 해볼래. 빅스비 문어의 꿈 들려줘.
- 중 략
- 희채: (희채를 보고 같이 웃으며) 너 엉덩이 춤출 수 있어?
- AI스피커: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네요.
- 유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뒤로 내밀어 좌우로 흔들며 웃는다.)
(2024.1.11. AI스피커 놀이 관찰)
이렇듯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는 장난기 많은 익살스러운 표정과 친구의 재미있는 표정이나 행동을 서로 따라 하며 끊임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유머가 있었다. 다차원적이고 우연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디지털 놀이 상황에서 익살과 유머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 자연스럽게 놀이를 확장했다.
Ⅳ. 논의 및 결론
연구자는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를 따라가면서, 디지털 놀이가 갖는 놀이성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대략 5개월간 H유치원 별빛반에 다니는 21명 유아의 디지털 놀이를 관찰하였으며, 수집된 관찰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놀이성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 ‘경계없는 상상과 연결’, ‘너와 나, 우리의 이음’, ‘즐거움과 그로 인한 몰입’, ‘익살과 유머’로 수렴되었다. 이에 대해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성에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유아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 중 XR액션플로어를 특히 선호하였지만, VR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할 때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 노는 대근육 신체 활동을 빈번하게 보였다. 온몸을 움직여 걷고 뛰고 쫓고 커다란 동작을 만드는 놀이는 자연스럽게 강도 높은 운동의 효과를 가져왔다. XR액션플로어에 나타난 풍선을 온 몸으로 터치해 터트리며 에너지를 소모했고, VR을 이용한 복싱놀이에서는 더 민첩하게, 외줄 건너기와 요가에서는 몸을 유연하고 균형있게 조정하는 방법을 알아갔다. 그리고 XR액션플로어의 TV 모니터에 나타난 동작을 정해진 시간 동안 유지하거나 가상의 양궁장과 축구장에서 다양한 자세와 방향으로 활 쏘고 공을 차며 몸의 각 부분을 협응하고 평형을 이루는 방법을 배웠다. 이는 전통적 놀이의 놀이성 특징으로 언급되는 신체적 자발성(Barnett, 1991; Liberman, 1965)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즉, 디지털 놀이는 전통적 놀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운동기능 활동을 주요한 특성으로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재고하게 한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기기에 의존되어 신체적 발달에 문제를 겪게 된다는 염려(김영환 외, 2015)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에 의하면, 디지털 놀이는 유아들의 운동기능을 활성화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확장된 가상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현실적 시공간의 제약없이 신체 활동을 가능하게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아들의 신체 발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개발된 적절한 디지털 기기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를 구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교사 교육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경계 없는 상상과 연결’이라는 놀이성이 나타났다. 유아들은 누가 시키거나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여러 가지 디지털 매체를 연결하거나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상상으로 확장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는 인지적 자발성, 확산적 사고(최석란, 2005; Barnett, 1991)와 같은 맥락의 놀이성으로, AR, VR, 디지털카메라 등을 활용한 디지털 놀이 관련 선행 연구들(손혜진, 엄정애, 2022; 장유진, 2015)에서도 주요하게 나타난 놀이 특성이다. 디지털 놀이가 유아의 발달에 부적절하고 배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존 놀이의 가치를 상실시킨다는 부정적 관점이 있는 것(윤민아, 한유진, 2023)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여러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유아들이 실외에서 디지털현미경으로 관찰한 곤충과 태블릿PC를 이용해 3D로 불러온 곤충을 사진으로 출력하여 교실에 있는 곤충 집에 붙여 친구를 만들어 주고, 태블릿PC로 각종 공룡과 동물을 3D로 불러와 유치원의 놀잇감과 연결해 공룡 마을과 바닷속을 구성하는 등의 디지털 놀이가 개인의 능력이나 환경적 제약을 초월해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다양하고 색다른 놀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배움의 장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디지털 놀이는 기존 놀이가 가진 한계점을 보완해 유아들의 독창적인 상상과 아이디어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 놀이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동풀잎, 2022). 따라서 유아교사는 디지털 놀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단일 기기나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은 유아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풍요로운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여, 유아들이 경계 없는 확장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너와 나, 우리의 이음’이라는 놀이성이 발현되었다. 유아들은 디지털 놀이를 혼자 즐기기보다는 친구들과 디지털 기기와 함께 놀이하는 경향을 보였다. VR수영과 XR 경쟁게임에서 이미 놀이 중인 친구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함께 놀자고 제안하였고, 상대 유아도 거부감 없이 수용하며 친구의 놀이공간을 확보해 주었다. 그리고 함께 놀이 순서를 지키며 존중하고 공감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태블릿PC와 전자칠판을 이용한 색종이 접기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접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한, 또래를 넘어 디지털 기기인 AI스피커에게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하는 등, 유아들은 디지털 놀이 과정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지식, 기술, 태도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놀이성의 사회적 상호성(변은진, 2020)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놀이가 유아들의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이에 대한 우려(장현진, 남옥선, 2021)와는 다른 결과이다. 디지털 놀이에서도 유아들은 혼자 놀기보다는 함께 하는 놀이를 선호하고,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정서적 교류와 유대감을 경험한다는 선행연구들(손혜진, 엄정애, 2022; 오현아, 2024)은 본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디지털 놀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하고, 염려 대신 좀 더 세밀한 관찰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는 ‘즐거움과 그로 인한 몰입’이 나타났다. 디지털 놀이 경험을 살펴본 여러 선행연구(구민경 외, 2023; 박아름, 2017)에서도 유아들이 디지털 놀이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자발적,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보고하였으며, 유아교사들은 디지털 놀이의 가치 중 즐거움과 몰입 유발을 가장 주된 가치로 보고 있었다(윤민아, 한유진, 2023). 유아들의 기쁨이 크면 클수록 디지털 놀이에 온전히 열중하여 몰입하는 ‘빠져듦’이 발현되었는데 이는 변은진(2020)이 말한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즉, 주도적 몰입성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놀이의 주된 특성이다. 디지털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사물의 모습은 유아들에게 미세한 부분을 명확하게 즉시 관찰하게 하고, 그 이미지를 저장하여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으로 놀이에 열중하게 하였다. 또한, VR 교통안전 놀이에서 거리와 교통기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뛰어난 그래픽 기술과 학교를 마치고 친구와 신호등을 건너 과자가게로 가거나 부모의 자동차를 타고 등교하고 가족들과 비행기 타고 구름 위를 지나가는 등의 가상세계 스토리는 유아들로 하여금 기존의 놀이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하였다. 현실성과 실재감을 제공하는 디지털 기술은 유아들을 놀이에 빠져들게 하여 다양한 놀이 상황을 연출하도록 도왔다. 빠져듦 즉, 몰입을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과 작업의 난이도가 균형을 이루어 적절한 긴장과 흥분을 느끼는 평형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Czikszentmihalyi, 1990), 디지털 기기 혹은 프로그램이 개개 유아의 관심사 및 능력에 적절한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몰입을 지속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유아들은 전자칠판과 태블릿PC를 이용해 다양한 색종이 접기, VR 동화, 율동, 디자인작업 중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도전 가능한 놀이를 선택하여 스스로 속도와 수준을 조절하며 놀이에 몰두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유아들의 발달적 특성과 수준에 적절한 디지털 기기가 제공되어 유아들이 즐겁고 자발적으로 디지털 놀이에 몰입하게 된다면, 놀이를 통한 배움과 학습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디지털 놀이는 즐거움과 몰입을 가져와 자연스러운 배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디지털 놀이성으로 드러난 마지막 요소는 ‘익살과 유머’이다. 이는 일반적인 놀이성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유머러스함, 유머 감각(Barnett, 1991; Levy, 1978; Liberman, 1965)과 같은 것이다. 유머 감각이란 또래와 농담을 즐기고 재밌거나 우스운 이야기를 하며 웃고 놀이하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유머는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건전한 판단을 하도록 돕기 때문에 인간의 삶에 있어 중요한 인지적, 정서적 영역의 한 부분이다(Mindess, 1971). 이러한 유머는 어린시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서도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XR의 우주비행사 움직임을 우스꽝스럽게 변형하였고, 그러한 친구의 행동과 표정을 따라 하며 깔깔대기도 했으며, AI스피커에게 엉뚱한 질문과 대답을 요구하며 키득거렸다. 어린이 디지털카메라의 배경을 다양하게 바꾸어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으로 사진을 찍고 친구와 공유하며 서로 더 재미있는 표정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이렇듯 디지털 놀이에서 발현되는 유머는 낯선 기기와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유아들의 긴장을 이완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또래 관계에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참여하도록 도왔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가 프로그램화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도 엉뚱하게 나타나는 유아들의 익살과 유머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 유머가 다시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를 즐거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별빛반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성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몇 가지 주요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유아들을 디지털 놀이에 미숙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고, 디지털 놀이를 통제하고 제한했던 많은 무의식적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디지털 놀이는 기존의 놀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놀이성의 주요 특성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즉, 디지털 놀이는 놀이의 형태와 양상이 바뀌었을 뿐,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 자발성과 즐거움을 추구해 나가는 놀이의 속성에는 변함이 없다(오세경, 이재은, 2022; 정낙림, 2022).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특성들이 더해져 그 놀이성이 더욱 극대화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교사나 부모 등 성인들이 디지털 놀이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디지털 놀이에 대한 염려와 불안, 거부감을 느껴 이를 통제하려 하거나 제한된 허용을 한다면, 디지털 놀이에서 유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다차원적인 무한한 가능성의 경험을 제한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본 연구를 통해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서 찾을 수 있는 놀이성은 원마다 학급마다 조금씩 상이할 수 있겠으나, 놀이의 궁극적인 본성(Huizinga, 1938/2018)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기에 이제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가 더욱 확장, 심화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점을 갖는다. 첫째, 선행연구들은 특정한 단일 기기나 미디어에 국한된(예; 인공지능 스피커, 디지털카메라, 태블릿PC, AR 및 VR기기, 특정 애플리케이션 등) 놀이 경험을 분석했다는 제한점을 갖는 데 반해 본 연구에서는 풍부한 디지털 놀이 환경 속에서 유아들의 자유의지로 나타나는 디지털 놀이를 들여다보았다. 둘째, 선행연구들이 유아의 디지털 놀이 사례, 양상, 의미 등을 분석함으로써 디지털 놀이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도왔다면 본 연구에서는 놀이의 원천인 놀이성에 주목하여 디지털 놀이에서 드러나는 유아들의 놀이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차별점을 통해 본연구는 현재 확장되고 있는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와 그 놀이성 분석을 위한 연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고취하여 가정과 기관에서의 디지털 놀이 지원을 도모할 수 있으며, 정책적으로는 유아들을 위한 디지털 놀이 환경 구축과 놀이 사례 및 지도집 등의 개발과 보급에 기여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참여관찰자는 제1 저자 혼자였다.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 과정을 동영상 촬영과 녹음으로 최대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하였으나, 제1 저자가 주요한 디지털 놀이 상황을 눈과 귀로 쫓는 동안 그 상황 밖에 있는 유아들의 소소한 놀이까지 모두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반 전체를 관찰하고자 할 경우, 관찰자를 증원할 것을 제안하며 유아들의 디지털 놀이와 놀이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4년 한국생활과학회 하계학술대회 구두 발표 논문을 보완하여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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