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 Vol. 25, No. 6, pp.835-847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Dec 2016
Received 06 Jul 2016 Revised 31 Oct 2016 Accepted 28 Dec 2016
DOI: https://doi.org/10.5934/kjhe.2016.25.6.835

재미 결혼이주 한인여성이 인식하는 미국인 남편의 역할

김병수*
전북대학교 아동학과
A Qualitative Case Study to Understand Husband's Role Among Korean Women in America who Married American Men
Kim, Byungsu*
Dept. of Child Studies, Chonbuk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Kim, Byungsu Tel: +82-70-4829-5806, Fax: +82-63-270-3839 E-mail: kbs4679@hanmail.net

© 2016, 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research study was understand the role of husband among Korean women in America who married American men.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with 11 Korean-women who married American men and analyzed using qualitative case study approach: within-case and cross-case analysis. In the within-case analysis, the marital adjustment of wives was relevant to behaviors that their husbands performed as roles of caretaker and home leader. In the cross-case analysis, the results were explained by five roles of the husband: a man who satisfy expectations of wife, a caretaker, an accepter who understands his wife's national culture, a man who is responsible and a man who expresses religious faith. Results found that policy implications of effective educations about wives' national culture, language, and modern gender-role attitudes might be needed for American husbands.

Keywords:

American husband, Korean wife, case study, husband role

키워드:

미국인 남편, 역할, 재미 한인여성

Ⅰ. 서론

현대는 국제화, 개방화시대로 국제결혼을 통한 인구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추세는 매우 드문 현상이었지만, 현재는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과 산업화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의 급증으로 외국인 아내를 맞이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 국제결혼은 우리나라 여성이 외국남성과 결혼하여 이주하여 나가는 형태가 주로 이루어져 왔다(Kim et al., 2015). 당시 우리나라 여성의 결혼 대상국으로는 미국이 가장 높았다. 미국 내 한인 이주 통계를 보면, 1962-1968년 사이 미국 이주자의 40%, 1970-1989년 15.4%가 국제결혼과 함께 이루어진 이주였으며, 1965년 이후 이주자의 40-50%는 이들의 초청에 의한 것이었다(Yuh, 2002/2007). 그 뒤 우리나라 여성과 미국 남성과의 국제결혼 양상 속에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전체제’ 속에 미군이 한국에 지금도 주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줄잡아 10만여 한국 여성이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다문화 한인여성의 가정생활은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문화적 차이와 언어능력 부재로 인해 적응력 부재, 자녀양육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교민사회에서도 미국인 남편이라는 그들만의 이질감으로 또 다른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Yuh, 2002/2007).

그동안 한인여성에 대한 연구는 이민생활이 정착되기까지의 어려움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교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포사회의 기능과 교회의 역할에 관한 연구 및 교민들의 가부장적 가치로 인한 가족관계의 문제 및 가족의 가치관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Ahn, 2013; Kim, 2007; Kim, 2010; Kim, 2012; Park, 2012; Park, 2013). 이러한 연구는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당당한 미국 시민으로서 성장되기까지 이민자로서의 삶이 주 초점이 되어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재미 한인 여성들의 가정생활에 대한 연구가 일부 있지만 한국인 남편 혹은 미국인 남편과의 삶 속에서 그들의 인권 유린 측면, 가정폭력 등을 주된 연구내용으로 하여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결혼생활 연구가 주로 이루어져왔다(Jun, 2011; Jung, 2013; Kim & Sung, 2000). 그러한 연구도 사회 인구학적 통계 자료를 활용한 탐색적 연구로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한인 다문화 여성들의 결혼생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하류층 또는 기지촌 출신으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를 경험하며 미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폭력과 학대 속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Yuh(2002/2007)는 미군 아내인 한인 여성의 상당수는 실제로 기지촌과 아무 관련이 없고, 이들도 다른 일반 미국교포와 다른 점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매춘 및 폭력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로 미국사회는 물론 교포사회에서도 차별적인 대우를 경험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결혼이주 다문화 한인여성들에 대한 결혼생활의 연구 및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한 실정에서, 유교적인 전통이 남아있는 한국 문화 속에서 성장한 후 미국으로 결혼 이주한 한인 여성들과 미국인 남편사이의 결혼생활에 대한 궁금증에서 본 연구는 시작되었다. 따라서 재미 한인여성들이 미국인 남편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지 참여자들의 심층면접 방법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고 질적 연구의 방법 중 사례연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미국인 남편과 결혼 경험이 있는 한인 여성들의 남편에 대한 역할인식 연구이다. 결혼이주 한인여성들에게 “결혼 후 남편이 가정 내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 왔는가?” “남편에게서 결혼 당시 혹은 결혼생활을 지속해 오던 과정 속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였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그들의 남편에 대한 역할정의를 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인 다문화 이민 여성들의 부부관계의 적응을 위한 상담 및 프로그램의 개발과 정보제공은 물론 국내 결혼이주여성들의 부부관계 향상을 위한 탐색적인 연구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고찰

1. 미국으로의 국제결혼

미국으로의 한국인 최초 이민 역사는 1903년부터 1905년 사이의 하와이의 사탕수수 밭의 부족한 노동력을 위해 동원된 플랜테이션 노동자와 그들 가족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들이 사진을 통해 선을 보고 신부를 데려오게 되는 ‘사진 신부’들로부터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은 시작된다(Kim, 2012). 이러한 현상은 당시 인종차별적인 미국의 법이 ‘백인’과 ‘유색 인종’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어서, 유럽으로부터의 이주자를 제외한 멕시코 인이나 아시아인들은 미국 내 백인과 결혼할 수 없으므로, 고국으로부터 여성을 불러와 결혼을 하였던 것이다(Kim et al., 2015). 이러한 결혼은 국제결혼이기는 하지만 같은 민족 내 결혼이었다. 그 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다. 이들 미군과 결혼한 한국 여성들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때 미국에 입국한 한국인들의 대다수가 한국전쟁 후에 한국에 주둔한 미군과 결혼한 여성들과, 한국전쟁 후 전쟁고아로 미국으로 온 미국 내 한국인으로 그 수가 합하여 3만 2천여 명에 달하였다(Yuh, 2002/2007). 이 시기에 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주하여 살게 된 여성들을 전쟁신부 혹은 미군 아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유형이 인종 간 국제결혼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개정된 이민법에 의해 미국에 건너 온 한인들이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었고, 국제 결혼한 한인 여성들과 함께 이들이 한국에 남은 가족을 초청하면서 1970년대에 들어서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하여 한인 이민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사회의 국제결혼이란 경제적으로 가난한 한국의 여성들이 주로 미국으로 혹은 일본으로 국제 결혼하여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국내에서 외국인과 결혼해 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특히 이들 결혼 이주 한인 여성들은 언어사용의 어려움, 모국에 대한 향수, 새로 접하게 된 이질적인 문화와 관습, 가치관의 차이, 자녀교육과 같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Park, 2012).

2. 재미 다문화 한인여성의 결혼생활

결혼생활 적응과정에서 문화적 혼돈 경험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 결과 부정적인 결혼생활을 만들 수 있다. 다문화 한인 여성들은 한국과는 다른 미국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남편 원가족과 친밀감 형성의 어려움과 남편의 주류사회에서 소외감을 경험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에게 심리적,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되어 결혼생활 적응 및 결혼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Han, 1997; Yang & Shin, 2008). 재미 한인여성들의 상당수가 한국에서 성인기까지 보낸 후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과 한국에서 교제하고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입국한 형태가 많다(Park, 1983). 미국에서 다문화가정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한인여성들에 관한 그동안의 많은 연구에서 문화부적응으로 혹은 가정폭력으로 미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많았다. 남편에 대한 의존적이고 지배적인 형태에서 아내폭력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결혼 이주 한인 여성의 부부관계 부적응 유형 중 문화적응수준이 낮은 경우, 전통적 가부장적 성역할태도, 이민 상황에서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정도, 언어와 문화적 스트레스에 노출정도가 많을수록 가정폭력 및 부부 부적응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Kim & Sung, 2000; Lee, 2004). 한인 다문화 여성 이민 1세대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유교주의적 문화권내에서 남성 우위적인 상황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이 가정폭력 발생에 영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결혼 이주한 한인 여성에게 있어 영구적이고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기 위한 빌미로 배우자 학대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Jun, 2011; Narayan, 1995).

한편 텍사스에 사는 미국인 남편과 사는 한인여성과, 한인남편과 결혼한 한인여성 사이의 결혼만족도를 비교한 Han(1997)의 연구에서 오히려 국제 결혼한 한인여성들의 결혼만족도가 높았는데 이것은 문화적 동화를 통하여 결혼만족도가 향상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3. 국제 결혼한 다문화 여성의 남편의 역할 인식

역할이란 개인이 차지한 지위와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주어지는 행동규준이나 문화적인 행동양식이다(Yu et al., 2008). 개인이 인식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인식은 그 사람이 성장한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사회화된 방법에 의해 형성된다. 사회화된 방법에 의해 상대방의 역할을 기대하고 수행해야 한다고 지각하게 된다. 부부간의 역할기대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국제결혼을 통해 결혼한 부부의 경우 서로 언어가 다르고 성장한 배경 가족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역할에 대한 기대의 차이는 발생할 수밖에 없고 건강한 부부관계 형성에도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들은 남편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자국에서 성장한 배경을 토대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아내들은 사회주의 문화에서 많은 부분의 가사활동을 남편이 도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역할 또한 그렇게 기대한다고 하였다(Seo et al., 2008).

인종 혹은 문화가 달리 결혼한 부부들의 결혼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부부들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Sharaievska et al., 2013), Sung(2011)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우리나라 결혼이주여성의 부부관계 연구에 의하면 남편의 성역할 고정관념은 아내나라의 문화수용 및 다문화 감수성과 부적상관을 보였고, 아내나라에 대한 문화이해를 비롯한 문화적응이 아내의 결혼만족 및 삶의 만족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 Hong(2010)의 부부갈등과 갈등대처전략에 관한 연구에서 부부의 역할갈등 초기는 성역할 갈등에 집중되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자녀교육자로서의 역할갈등으로 변화되었다고 하였다. 다문화 여성들은 남편의 역할에 대해 영역별로 기대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다문화 여성은 정서적 지지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친밀한 행동표현을 원하고 있었고(Park, 2007), 국내 결혼이주 여성들은 한국기혼여성보다 가사노동 및 역할분담의 영역에 대해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였고, 경제활동 및 육아 자녀교육에서는 부부가 함께 처리하기를 원하였다(Jung, 2012; Seo et al., 2008; Youn & Lee, 2010).

이처럼 결혼 이주여성들이 인식하는 남편으로서의 역할수행은 결혼만족도와 결혼생활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및 자료수집

참여자들은 주로 70-80년대에 결혼 이주한 여성이 8명, 2000년대에 결혼 이주한 여성은 3명이다. 결혼 당시 남편의 직업은 주한미군 8명(참여자1,2.3,5,6,8,10,11), 가족의 초정으로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미군(참여자 4)과 결혼, 학생(참여자 7), 강사(참여자 9) 각각 1명씩 이었다. Yuh(2002/2007)의 연구에서 미군 아내의 한인여성의 상당수가 실제 기지촌과 아무 관련이 없었던 것처럼 본 연구의 참여자들도 남편이 미군이지만 기지촌과 관련이 없었고, 결혼 당시 영어 대화능력은 대다수 여성들이 낮은 수준이었다.

참여자 10, 11은 미국인 남편과 이혼 한 후 지금은 한국인 남편과 재혼 하였지만, 본 연구의 주제가 미국에서 미국인 남편과의 결혼생활 중 그들이 인식하는 남편의 역할에 관한 연구이기 때문에 미국인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경험을 인터뷰하여 자료로 활용하였다. 참여자들의 연령은 30대 1명, 40대 3명, 50대 5명, 60대 2명이었다. 연구자는 미국 동남부인 사우스케롤라이나 주에서 2년여 기간을 살았고 한인 이민가족들과 자주 어울릴 기회가 있어 그 분들을 통해 미국인 남편과 결혼생활을 했던 혹은 하고 있는 분들을 눈덩이 표집선정(snowballing sampling)으로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자료의 풍부함과 심도 깊은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참여자 표집을 위해 최대편차 표집선정(maximum variation sampling)으로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특성(결혼기간, 학력, 경제적 수준, 결혼의 동기)을 보이는 참여자들을 모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료를 분석하였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결혼동기 및 남편과의 만남의 과정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연구자가 거주한 사우스케롤라이나의 주도인 콜롬비아에는 포트 잭슨이라는 미 육군 최대의 기초군사 및 보수교육 훈련소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 주, 군, 지방정부에서 일하는 시민들이 다수였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의 미국인 남편이 군 관련 업무를 종사하거나 과거 종사했던 사람들이 다수인 것도 지역적인 특수성의 영향이 클 것이다. 인터뷰 당시 참여자들은 결혼생활 노출에 대한 불편함과 한인부부 이민생활자로부터 편견을 경험해왔던 터라 그들의 결혼생활에 대해 인터뷰와 녹취를 거절하는 참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연구자의 비밀보장을 문서화하여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인터뷰는 미국인 남편과 2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한인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한두 차례 참여자가 원하는 곳인 레스토랑, 커피숍 혹은 한인교회에서 이루어졌다. 면담의 과정에서 참여자와의 원활한 면담과 관찰을 위해 현지의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중인 유학생 1인과 동석하여 인터뷰에 대한 기록 및 녹음을 도와주었다.

연구의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여 연구 시작 전 자료수집에 앞서 연구목적과 개인의 비밀과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을 자세히 설명하였고, 자발적 참여의사를 밝히고 서면 동의한 참여자들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참여의 중단과 녹취의 거부에 대해 본인이 원할 때에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참여자들은 한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연구자가 인터뷰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참여자들에게 재차 확인의 과정을 거쳤고, 주미 한인 여성들의 가정폭력에 대해 연구해 온 현지 교수님과 본 연구의 면담과정에서 함께 참석한 연구원과 상호 의견교환을 통하여 점검, 조정함으로써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의 요청에 의해 참여자들의 개인적 정보를 최소한의 자료만을 <Table 1>에서 제시 하였다.

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2. 자료분석

본 연구는 질적 자료 분석방법 중 사례연구의 방법을 적용하였다. 사례연구는 사례의 맥락 속에서 심층적 자료 수집을 통해 단일 혹은 다중 사례를 탐색하는 것이다. 자료 분석은 전체사례의 총체적인 분석이 될 수도 있고 사례의 특정한 측면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될 수도 있다. 분석은 각 사례에 대한 자세한 기술(사례 내 분석), 사례에 따른 주제별 분석(사례 간 분석)으로 이루어지고 사례의 의미에 대한 주장이나 해석을 함께 제시하게 된다(Creswell, 1994/2006). 본 연구의 ‘사례 내 분석’에서는 각 사례를 확인하여 사례내부의 주제를 찾고, ‘사례 간 분석’을 통하여 공통의 주제를 도출해 내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녹음된 면접 내용들을 필사하였고, 남편의 역할에 대한 진술문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중요한 주제들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남편 역할에 대한 참여자들의 진술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여 진술문을 재정리 하였고, 의미 단위로 요약하였다. 주요 진술들에 대해 반복적 비교분석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에 주목하여 주제들을 추출해 나갔다.


Ⅳ. 연구결과

연구결과는 11사례의 분석을 통해 각각의 사례 속에서 남편의 역할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식을 분석하였다. 사례 내 분석에서는 각각 참여자별로 그들이 결혼생활의 경험에서 남편에 대한 중요한 정의를 발견하여 기술하였고, 원자료를 다시 검토하면서 분석하여 유목화 과정으로 94개의 개념과 12개의 하위범주, 그리고 남편의 역할에 대한 다섯 가지 상위범주가 도출되었다.

1. 사례 내 분석

<참여자 1>

한국에서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던 중에 소개로 주한미군으로 와 있던 남편을 만나게 된다. 적극적인 구애, 프로포즈와 선한 인상, 미국에 대한 환상, 가난으로 부터의 탈출, 배려받음 등으로 남편과 결혼을 결정하게 된다. 군인이기 때문에 잦은 이사로 외로움을 경험 했다. 느긋한 남편의 행동과 태도가 가장으로서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보여졌지만, 첫 자녀의 죽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고에서 남편에게서 동반자로서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믿음직한 남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생활력이 강한 본인과 함께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고,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편을 다 받아주고, 참아주는 사람으로 정의하였다.

<참여자 2>

주한미군으로 와 있던 남편을 소개로 만나 한국에서 동거 후 임신과 출산. 그 후 미국으로 발령받아 미국으로 들어와서 결혼생활을 계속 해오고 있다. 자상함, 아내와 자녀를 위해 저녁준비해 주는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하였다. 주말이면 항상 아내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남편이다. 남편은 문화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몸에 배어있고,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있다. 사전 예고 없이 들르는 한국 교민들에게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자녀 교육은 자연스럽게 엄부자모의 역할수행을 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를 자기 집으로 모셔서 아내가 병수발을 했던 것에 대해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현해 주었다. 남편은 한국식 가족문화를 수용하고 선호하는 더 한국인 같은 미국 남자로, 자신을 그대로 수용해주는 사람으로 정의하였다.

<참여자 3>

12살 때 부모를 여의고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고, 일가친척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거주와 생계를 해결하면서 살다가 지인 소개로 주한 미군이었던 남편을 만나 동거하기 시작했다. 첫아이를 유산했을 때 남편이 미역국을 사오고, 헌신적으로 수발 들어주던 모습에 남편으로서 믿음이 생겨 결혼을 결심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자신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한글을 배운 남편. 아직도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장보기, 자녀교육, 가정의 대소사 모든 일을 도맡아 해왔다. 아내는 근검절약하면서 저축하는 생활태도로 가정 내 경제권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이 답답한 맘을 술로 푸는 것 같아 처음에는 인정해 줬지만, 지금은 알콜 의존증이 심해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한 경험이 있어 참여자가 통제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미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가사노동은 아내의 몫이다. 남편은 가정 밖의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이다. 지금은 알콜로 건강악화되어 아내에게 모든 걸 의지하면서 생활하고 있고, 이제는 자녀들이 어머니를 도와 가정이외의 역할 수행을 도와주고 있었다.

<참여자 4>

미국에서 살고 있는 언니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입국하였고 술, 담배를 하는 본인이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들과 잘 맞지 않을 것이고, 신분상의 보장을 위해 미국인과 결혼하고자 하였다. 지인의 소개로 군인과 만남을 가졌고 몇 개월 되지 않아 임신하였다. 첫인상이 착해 보였고 미국에서의 신분 안정을 위해 결혼하였다. 참여자는 가정적이고 로맨틱한 미국인 형부를 통해 미국인 남성들의 낭만적이고 가정적인 면에서 높은 기대수준을 갖고 결혼했다. 그러나 참여자에게 남편은 가정적이지 않았고 전통적 성역할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남편이 알아서 가정 일도 해주기를 희망했지만, 남편의 느긋함의 성향이 참여자에게는 게으르고 개인주의적인 서양인으로 비춰졌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없고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오히려 아내에게 모든 걸 의지하려는 심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음주사건으로 군대에서 면직되었고 아내는 이혼하였다.

<참여자 5>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가족 내 성차별을 가족원으로 부터 경험하고 성장해 온 참여자는 어학연수의 경험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낯가림이 없었고, 오히려 한국 남성보다 외국인 남성을 이상적인 배우자감으로 생각해 왔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주한 미군으로 와 있던 남편과 인터넷 소개 사이트를 통해 만나 교제 중 남편은 미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참여자는 미국으로 찾아와 만남이 계속되었고 임신과 결혼의 과정을 미국에서 진행하였다. 참여자는 남편에 대해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같은 성향이 좋았다고 했다. 어머니에 대한 효 사상, 타인지향적인 사고 등이 한국인 같다고 하였다. 남편은 강한 가족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낮에는 은행의 업무와 밤에는 야간 대학을 다니는 책임감이 강하고 존중과 배려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참여자 6>

한국의 지인의 소개로 주한 미군으로 와 있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자녀 둘을 전처가 키우고 있는 이혼 남 이었다. 친정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결혼한 후 미국으로 입국하였으나, 다음 해에 전처가 병으로 죽어, 자녀 둘을 참여자가 데리고 살게 된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항상 표현해 주었다. 참여자는 자녀와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그렇기 때문에 참여자는 남편에게 자녀 교육과 양육에서 전적으로 의지한다. 그 후 남편은 신학을 공부하면서 종교적인 모습, 영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 참여자 자신을 성장시켜 주기 때문에 남편을 존경한다고 하였다. 부부가 자영업을 함께 하고 있지만, 남편의 성향은 물건을 흥정하고 판매하는 것에 잦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집과 가구 등을 고치는 일과 가사 일 등은 남편이 분담하고 있고, 생활력이 강한 참여자 본인은 가정 소득을 담당하고 있는 주된 역할을 하고, 남편은 직장 내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였다.

<참여자 7>

한국에서 남편의 무시와 폭언으로 힘든 결혼생활을 해오던 참여자는 결국 15년 만에 이혼하고,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공부보다는 그냥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미국에 왔고, 석사과정을 하면서 남편을 classmate로 만나게 되어 만학도로서 학업에 도움을 받으면서 호감을 갖게 되었고, 결혼하면서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남편은 많은 업무로 가정생활이 방해된다면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아내의 행복이 일과 자녀보다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원 가족과도 경계가 뚜렷하게 애정적인 부부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아내가 미국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미국문화와 아내를 연결해 주는 디딤돌 역할을 해 주었다. 참여자는 전 남편이 일을 우선하면서 가정과 아내는 철저하게 무시 되었다고 느껴왔기 때문에 지금의 남편의 의미는 가장이기 전에 자신에게 동반자이고 존중과 배려를 통해 삶의 목적을 다시 찾게 해 준 사람이다. 부부에게 경제적인 것은 불편함이 없는 정도면 그만이고, 부부중심으로 시간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참여자 8>

한국에서 바텐더로 있던 참여자는 주한미군이던 첫 번째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함께 입국하여 결혼생활을 시작하였고 첫 번째 남편은 군인을 그만두고 참여자의 돈을 가지고 가게를 차리고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참여자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남편 없이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심각한 가정폭력과, 외도로 이혼하였다. 두 번째 결혼에서도 일본계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참여자는 경제적 자립과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배웠고 미국에서 당당하게 홀로서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세 번째 남편을 만나 나이가 많아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딸을 낳아 결혼생활을 해오고 있다. 참여자는 결혼과 남자에 대한 불신,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상처 입은 자신의 영혼을 남편이 치료해주고 변화시켜 주었다고 했다. 참여자에게 지금의 남편은 거칠고 힘들기만 했던 자신의 인생을 바꿔 준 동반자이고 베푸는 사랑을 보여준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참여자 9>

일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던 참여자는 새로운 미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무작정 미국으로 입국하여 어학원을 다니던 중 영어 강사로 있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여 미국에서 정착하게 된다. 금발의 미국인 남편의 이국적인 외모에 호감이 생겼고, 동양 남성과는 다른 젠틀한 매너와 자상함과 부드러움이 좋았다. 남편의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성격이 좋았고, 남편이 알콜 중독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고백도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의 실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생활에는 관심이 없이 성실하지 못했고, 계속되는 남편의 과음은 참을 수 없었다. 참여자는 자신과는 다른 성향이 자신을 보완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참여자를 무시하고 답답해하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참여자가 미국생활에서 힘들어 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무시하는 폭언을 계속하였다. 무엇보다 자녀양육과 교육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참여자는 이혼하였다.

<참여자 10>

미군부대 근처에 친척집이 있어 자주 놀러가던 중 미군들이 야구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남편의 멋진 외모에 반해 만나 교제하였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신도 했고, 따라가야지 하는 맘으로 무작정 미국으로 입국하였다. 그러나 입국 후 남편은 독일로 발령을 받아 떠났고, 자신과 아이는 미국인 시댁으로 들어가서 시댁 가족들과 지냈다. 잦은 해외 근무로 남편과 소원해지게 되었고 다시 한국으로 오고 싶은 맘이 생겼지만, 혼혈아인 자신의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고, 아이를 두고 한국에 온다는 것도 마음이 허락지 않아 그냥 소원한 관계로 남편과 결혼생활을 한다. 참여자에게 남편은 무엇보다도 아내를 책임지는 믿음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참여자 남편은 남편으로서 책임감이 없었고, 우유부단한 단지 착한 사람이었다. 참여자는 남편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고, 서로 교류하지 못한다는 것에 심한 외로움을 경험하였다. 남편과 정서적, 감정적 교류는 단절되었고,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결혼 후 5년이 지나서 자신이 두 번째 결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전처를 계속 만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믿음을 상실하게 되어 마음이 닫히게 되었고, 결혼 12년 후 이혼하였다.

<참여자 11>

부모님이 외국인 상대로 클럽을 운영했고 거기서 일을 도와주다가 주한 미군으로 와 있던 남편을 만나 임신하였지만 남편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홀로 한국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 남편은 참여자가 좋아 한국말을 배웠고, 미국인들에게 한국말을 통역해 줄 정도로 능통해졌다. 편지와 전화를 주고 받으면서 3년을 한국에서 홀로 미혼모로 살다가 남편이 한국으로 나와 참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독일로 발령을 받아 거기서 3년을 살면서 넉넉하지 못한 남편의 월급으로 생활은 힘들었고, 참여자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직업을 2-3개 갖고 엄청난 노동일을 하면서 생활해 갔다. 남편과의 삶의 태도 차이는 서로가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참여자는 열심히 노력해서 잘 살아야 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참여자는 남편에게 생활력이 중요한 반면, 남편은 오늘 하루 즐겁게 살 정도의 돈이 있으면 휴가도 즐기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노는 것만 좋아하고 책임감 없는 남편은 대신 가정의 경제를 꾸려나가는 아내의 모습에 너무 ‘돈’, ‘돈’한다면서 비난하였고 둘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남편은 군대를 비만으로 그만 두었고, 아내는 더 밖으로 나가서 일해야만 했다. 남편은 술과 도박으로 살아갔고, 결국 참여자는 이혼하였다.

2. 사례 간 분석

사례 간 분석을 통해 나타난 진술 주제를 통해 다섯 가지의 범주로 나타났는데 순서대로 나열하면, ‘기대 충족자, 탈출구 역할’, ‘돌봄자 역할’, ‘문화 수용자 역할’, ‘책임감 있는 역할’, ‘종교심 역할’ 이다. 이들 주제를 원 자료에 근거하여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1) 기대 충족자, 탈출구 역할

한국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쳐 있었던 참여자들에게 이국적인 외모, 적극적인 구애의 행동은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것 같은 마음을 갖게 한다. 한국에서 가난과 그로 인해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고된 노동일로 힘들게 살아가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변화를 꿈꾸던 참여자들은 주한 미군으로 와있던 남편을 만나게 되고 임신하게 된다. 미국으로의 이민에 대한 유혹은 친정식구들의 결혼 반대에도 불구하고 드림(dream)을 꿈꾸기에 충분하였다. 현재의 상황과 원가족으로부터 벗어나 미국에 가서 변화된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남편은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충족자, 탈출구 역할이었다. 남편을 참여자들은 백마 탄 왕자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일부 참여자들은 외로움 혹은 신분안정을 위해 미국인 남자를 소개 받고 젠틀함, 이국적인 외모에서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와는 다른 가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의 역할을 기대하였지만 충족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경험 하였다.

“저 사람 한번 따라가 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좋다는 사람 있을 때 갈까 생각했어요. 남편을 사랑하고 뭐 이런 감정은 아니었어요. 그냥 그 당시엔 나이 먹고 저렇게(기지촌 나이든 여자) 될 법도 있고....차라리 가자 그런 마음으로 결혼했어요.” <참여자 1>

“그 때 제가 담배도 폈어요. 그러니까 언니가 ”한국 남자들이 여자가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 없다 그런 것도 있고. 한국 사람하고는 안 된다 미국사람하고 해라. 형부(미국남자)가 워낙에 가정적이고 너무 잘하니까 미국 사람들은 다 형부 같은 줄 안 거야.“ <참여자 4>

“왠지 외국남자들은 이해심이 많고 오픈 마인드다.... 뭔가 다를거다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참여자 5>

“저희 아버님이 사업을 해서 다 망해서, 아버지가 보증을 엄청 스셨어요. 진짜 우리 친정이 힘든 상황이었어요. 탈출이었어요. 도망가고 싶다 생각할 정도 탈출. 옆에서 나한테 잘 해주고…” <참여자 11>

2) 돌봄자 역할

참여자들은 처음 미국 입국 당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손짓, 발짓으로 남편과 의사소통 해 왔지만, 미국에서의 신혼생활은 처음의 낭만적인 상상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미국문화에서 혼돈스러워하였다. 모든 업무는 남편과 함께 해야 하거나 남편이 대신 해주어야만 했다. 운전, 장보기, 병원, 은행업무 모든 것을 남편과 함께 처리해야 했고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야 했다. 결혼 초 참여자들은 임신한 채로 입국하거나 출산 후 아이와 함께 입국한 경우도 있었다. 부족한 의사소통 능력과 전문적인 기술 등이 없고, 어린 자녀가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수동적 의존적 상태가 지속된다. 오직 남편의 경제적 능력과 남편의 도움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남편은 마치 둥지에 있는 아기 새를 돌보는 어미 새처럼 아내 및 자녀교육의 일을 수행한다. 자녀를 돌보는 일은 참여자들이 수행하지만, 자녀가 자랄수록 자녀교육 및 학부모 면담과 같은 대외적 일도 남편이 수행한다. 남편은 동반자적인 관계보다는 참여자들을 책임지는 보호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시간이 지나 미국사회에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그러한 남편의 역할수행에 대해 고마워하였다. 남편 또한 생활력 있고, 인내심 있는 아내를 보면서 측은해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부부의 친밀감을 형성해 간다. 그러나 일부 참여자 남편은 아내에게서 전통적인 역할수행 즉, 표현적인 역할수행을 기대하고 부족한 아내의 역할수행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답답해하면서 술과 도박, 혹은 외도를 하거나 나태한 생활을 하면서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하였다. 가정에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가 지속되자 생활력이 강했던 참여자들은 식당이나 청소 일을 하면서 본인들이 도구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되는 상황에서 남편과의 친밀감 형성보다는 오히려 관계를 단절 하였다.

“아무도 없고, 저만 혼자잖아. 평상시에 자상해요. 가정적이고 일 같다 들어오면 저녁준비부터 해서 애기하고 나하고 딱 먹이고...... 남편이 설거지나 빨래 돌리는 것은 지금은 (식구가) 둘이니까 자기가 돌리고 하지만 밥하는 것은 애들 어릴때도 아빠가 많이 했어. 음식을 전부해서 애들 먹이고.”<참여자 2>

“내가 여기 와가지고 영어도 모르고 그럴 때인데 남편이 하나하나 다 해줘야 되잖아요. 남편이 만약에 내가 병원에 진료 받는다 하면 그냥 남편이 중간에 일하다가 나오고. 우리 애들까지 다 그렇게 했었어요. 나는 모르지. 애들한테 뭘 가르쳐주고 하고 한적은 없었어요. 학교 이런 거 다 남편이 해준 것 같아. 애들 뭐 받아오고 하는 것도 남편이 봐서 사인하고 다했지, 내가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참여자 6>

“밤마다 애랑 보드게임도 많이 하고.... 게임도 해주고 잘 때 책읽어 주고... 애기 때부터 안 빠지고 자기가 다 해줘요”<참여자 7>

3) 문화수용자 역할

참여자들은 한국, 한국음식 혹은 친정가족들을 그리워한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한국음식을 사오거나 만들어서 먹거나 근무지를 한국으로 자청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이 한국음식을 만들어도 그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아내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배려해 주려는 수용적 태도를 보여준다. 참여자들에게 남편의 나라 미국문화만을 따르도록 강요하지 않고 한국의 문화를 수용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내가 미국 문화 속에서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 시댁가족에게 한국에 대해 소개해주고 의사소통의 통역을 해주어 시댁과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녀의 가치관 교육에 한국의 가족주의를 교육시키거나 한글교육을 강조하거나 어른 공경과 같은 예의범절을 한국식으로 교육시키는 참여자들도 있었으나 이런 경우는 남편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가능한 경우 이루어지고 있었다. 반면에 일부 남편은 아내의 나라 음식 냄새가 역겹다고 표현하거나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무시하는 말을 쉽게 하고, 오직 미국문화에 적응하고 미국인으로 살지 못하는 것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비난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남편이 한국과 동양에 대해 나쁜 생각도 아니고, 한국 LG에 대해 시엄마한테 얘기해주고, 시누가 차를 새로 살 거래요. 소나타로... 우리 신랑이 막 대개 그래요. 그럴 때 흐뭇하죠. 저희 신랑 휴대폰 LG로 바꿨거든요”<참여자 5>

“김치를 자기가 좋아하지 않지만, 냄새가 싫지만 그걸 먹어라 말라 그런 건 절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요. 문화에 대해서 굉장히 포용력이 있어요”<참여자 7>

“우리 아저씨는(남편은) 한국의 정서와 엄마의 예의범절 같은 걸 (애들한테) 많이 알려줘. 그러면 아이들이 ‘아빠 그걸 어떻게 알아요?라고 물으면 아빠가 한국에 있을 때 이렇게 했다 라고 하는 것...”<참여자 8>

4) 책임감 있는 역할

참여자들은 한국에서 성장한 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온 여성들로서 전통적인 한국남성들 모델링을 통해 남편의 역할을 습득하였다. 아내와 자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열심히 밖에서 일하는 전통적인 도구적 역할의 모습이 남편의 주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참여자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결혼생활 안정성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 되었다. 참여자들은 경제적 안정에 대한 욕구가 높았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결혼 선택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인 남편은 한국인 남편과 다른 성향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천천히 일을 진행해 나가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보다는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게으르고 잦은 외박으로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거나 자녀와 아내의 안녕에는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인식되기도 하였고 실제로 아내와 자식보다는 술과 도박, 여자에 빠져 무책임한 남편도 있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할 때 참여자들은 취업을 한 후 경제적인 부양자 역할을 감당하였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자녀양육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은 경제적 빈곤을 가중시켜 힘든 이민생활을 해 나가게 하였다. 이런 경험을 한 일부 참여자들은 남편과 이혼한 후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였고 다시 재혼하여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참여자들도 있었지만 경제적 빈곤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참여자도 있었다.

“굉장히 어려웠고, 봉급타서 기저귀 사 놓고 우유 사놓고 하면 어떨 때는 쿼터(25센트 동전)하나 없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지금도 남편한테 감사한건, 남편이 나보다 4살 어려요. 저는 봉제공장에 다녀야 돼서 차를 운전해야 하고, 남편은 집에서 부대까지 40분 걸리는데 자전거타고 다녔어요. 젊은 나이에 그 더운데 콜라하나 안 빼먹어요. 지금 생각하면 남편한테 너무 감사해요.”<참여자 1>

“딴 남편들은 TV에 미쳐, 게임에 미쳐..미치는 거 많아. 그렇지만 남편이 착하니까 그런거 일제 안하잖아. 그렇다고 여러 가지로 미치는 사람도 있고... 나가서 술먹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거 미치는 사람 있고 여러 가지야. 그러나 우리남편은 가정적이잖아. 일, 집, 일, 집 서로 믿고 그런 거지.”<참여자 2>

5) 종교심 역할

참여자들은 남편이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엄격하게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존경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종교적인 분위기는 가족원 상호간을 서로 묶어주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가족에게 닥친 위기에도 종교적인 신념으로 평정심을 갖고 행동하는 모습이 아내에게 믿음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족은 건강한 부부관계는 물론 참여자가 결혼생활을 잘 적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아내와 남편이 같은 종교단체에 소속됨으로써 미국사회의 지역사회 네트워크형성 및 사회적 지지자원이 되었다. 미국인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참여자들이 건강한 이민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 건강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제가 진짜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요. 한국말, 영어도 성격이 급해가지고 막 나와요. 그러면 남편이 피해요. 내가 혼자서 씩씩 거리다가 잠잠해지잖아요. 그러면 5분? 10분? 지나잖아요. 그 사이에 남편이 기도하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내가 살짝 들어가서 ‘미안해’ 이러면 자기도 기도하고 있었다고 그래요.”<참여자 6>

“직장 떨어지면 어떻게 사나 그러기도 했는데, 자기는 하나님이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어주신다, 나 격려하느라고 그런 식으로 신앙심으로 버티고, 너무 쭈그러들고 있지도 않고, 열심히 직장 찾고..”<참여자 7>

“남편은 항상 everything ok라는 자세로. 그러다 보면 또 어떻게 되더라구요. 재작년 집안에 물난리 나고, 남편 차도 박살나고 그런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났는데, 그냥 이정도면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 뭐 던지 이런 식이에요. 근게 참 감사한거야. 건강하고, 화목하고 서로 화목하고, 막말로 아무리 때려 죽일 듯이 미워도 진심이 와 닿으면 용서도 되더라고.”<참여자 8>


Ⅳ. 결론 및 논의

본 연구는 언어와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미국으로 결혼 이주한 한인 여성들이 미국인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미국사회의 정착과 적응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부부관계 형성을 위한 미국인 남편들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로서 연구결과는 다문화 한인여성들의 결혼생활적응과 부부관계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본 연구에서 재미 한인 여성이 인식하는 미국인 남편에 대한 역할은 생계지원자로서 책임감 있는 가장의 역할(도구적인 역할)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다. 결혼의 동기가 경제적 안정 추구였던 참여자에게 가장으로서 가족구성원을 책임지는 남편의 역할은 중요한 요인이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여성들은 기대하는 남편의 역할이 문화적응을 위한 남편의 이해와 배려(Park, 2012; Jung, 2012),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에 대해 요구하고 있었지만(Seo et al, 2008) 재미 한인여성들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역할수행을 원하고 있었다. 남편으로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이러한 도구적인 역할수행은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와 60-70년대 전통적인 산업화 사회속에서 성장한 참여자들에게 남편으로서 신뢰받는 남자다운 모습으로 역할 사회화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개인주의와 맞벌이 문화 국가로 아내의 경제활동 참여가 남편의 개인주의적인 생활을 용이하게 하였으나, 결혼이주 한인여성들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불가능했고, 그나마 가능한 일도 낮은 임금의 노동일이 가능하였다. 따라서 남편이 가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경제활동은 재미 한인여성들과 그 자녀에게는 생존과도 같은 일이 되었다.

남편에게 기대하는 또 다른 역할은 미국사회로 이주로 인한 새로운 사회와 문화의 적응은 참여자들에게 큰 과제였고, 이들에게 믿을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인 상황에서 남편에게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자로서 역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아내의 사회적 활동을 도와 줄 통역자 및 가사도우미 역할, 아내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다문화 역할 수용자 역할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이 충족되는 정도에 따라 아내의 결혼생활 적응도는 상승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성장한 남편의 융통성 있는 성역할에 대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면서 자녀양육, 가사노동의 측면에서 개방적인 협력이 가능해졌다고 보여진다. 국내 결혼 이주 여성의 결혼생활과 삶의 만족도를 연구한 Sung(2011)은 남편의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을수록 아내의 결혼 및 삶의 만족이 낮고, 다문화 감수성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서도 이러한 역할 수행이 남편에 의해 수용되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면서 아내의 결혼생활 적응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남편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인식은 결혼생활 적응과 행복한 결혼생활 유지의 배경이 되었는데(Byun & Kang, 2010; Hwang, 2014; Jung, 2012), 본 연구에서 미국인 남편에 대한 긍정적 역할 인식의 측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참여자들은 영어가 부족하고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가 결혼생활과 미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정 일의 대소사는 물론 식사, 청소, 자녀 돌봄과 교육 등 모든 것을 전담해서 해결해주는 돌봄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정보와 가사노동과 양육에 대한 분담은 특히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결혼생활 적응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재미한인여성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편에 대한 절대적 심리적 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국여성과 재미 한인여성의 가족가치관을 비교한 Kim(2010)은 재미 한인 여성들이 한국의 여성보다 더 부부관계의 위계를 존중하고 남편 의존적인 경향으로 나타났는데 남편과의 관계가 미국사회에서 시작된 의존적 관계였고 자신의 보호자 역할을 수행해 왔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남편의 문화수용의 융통성 역할이다. 참여자들은 시댁 혹은 자녀와 경험할 수 있는 문화의 차이를 남편의 배려 속에서 해결해 나간다. 남편은 아내의 나라를 존중해주고 아내의 문화를 가정 내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문화수용자 역할을 해준다. 미국에서 성장한 자녀에게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모두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시댁에 한국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장점에 대해 소개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준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문화의 존중을 넘어서서 자신에 대한 존중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정적인 남편에 대한 역할 인식의 측면은, 참여자들이 결혼결정을 하기에 앞서 배우자와 배우자의 문화에 대한 탐색기를 거치지 못하고 충분한 정보습득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 결혼을 결정하였다. 남편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가정생활에 헌신하지 않는 남편의 역할태도는 결혼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사대주의적 문화수용태도로 아내에게 미국문화에 동화되어 모든 미국문화를 수용할 것을 강요하는 남편의 역할은 부부관계 속에서 친밀감 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결혼생활은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논의점을 제안하면, 첫째, 재미 다문화 한인여성은 물론 확대하여 국내 다문화 결혼 부부 가족을 위한 근대적 성역할 태도에 대한 교육과 개선이 필요하다. 전통적 역할고정관념이 학습된 한국의 여성에게 가장으로서 도구적 역할 수행능력은 남편의 역할수행에 있어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남편들이 아내에게 바라는 역할도 표현적인 역할 수행이었다. 그러나 언어능력의 부재는 아내와 정서적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아내의 자녀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 또한 어려웠다. 다문화 가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에 맞춰 그들의 역할을 규정짓기보다 부부가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역할 공유를 통해 가정생활을 유지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문화 가정의 부부의 근대적 성역할 태도 형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둘째, 재미 한인 다문화 여성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그들이 인식하는 긍정적인 남편의 역할은 경제적 안정의 토대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따라서 경제적 안정이 한인 여성에게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가정의 경제적 취약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기초생활유지를 위한 최저생계보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한인 여성들의 안전적인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및 언어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남편에게는 미국문화로의 동화를 요구하기보다 타문화에 대한 수용적 태도와 아내역할에 대한 고정되지 않은 역할 인식이 요구된다. 남편의 나라 문화만을 따르기만을 강요하기보다 아내의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이해와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참여자 남편은 대부분이 주한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던 미군으로 한국어에 어느 정도의 이해와 한국음식에 대한 수용, 아내의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문화와의 차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 아내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결혼생활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내 나라에 대한 문화를 남편에게 교육하고 이를 통해 가족원들이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결혼생활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한 현지에서의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결과가 참여자 아내들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남편의 입장과 인식을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추후 연구는 부부를 대상으로 이들 각자가 인식하는 긍정적 배우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ferences

  • Ahn, M. O, (2013), A Study about the role of Korean churches in ministry with multicultural families in Korea, through the lens of interracial marriages between Korean American women and non-Korean men, Korea Reformed Journal, 26, p141-175.
  • Byun, M. H., & Kang, K. J., (2010), Factors of married couples influencing the marital satisfaction of wives in multicultural amilies,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15(2), p127-141.
  • Creswell, W. J., (1994), Qualitative inquiry and research design, Heung-seek Cho et al, translated, (2006), Seoul, Hakjisa.
  • Han, J. H., (1997), A Study of the relationship between cultural differences and marital satisfaction : A comparative analysis between interracially married Korean women and innerracially married Korean women in Texas, Unpublished doctoral thesis, Baylor University.
  • Hong, S. H, (2010), The Marital conflicts and coping strategies in the multicultural families, Korean Family Resource Management Association, 16(1), p149-174.
  • Hwang, Y. H., (2014), Changes in self and educational expectation of female marriage immigrants through the recognition of husband’s role : Focused on vietnamese women, Unpublished master’s thesis, Kyonggi University.
  • Jun, M. H., (2011), Understanding characteristics of domestic violence in Korean American community : Content analysis of female victim's cases, Korean Journal of Clinical Social Work, 8(3), p51-75.
  • Jung, E. J, (2012), Potential correlations of male spouses' role performance and their marital stability in international marriage, Asia-Pacific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and Entrepreneurship, 7(1), p1-6. [https://doi.org/10.16972/apjbve.7.1.201203.1]
  • Jung, H. S., (2013), The Self-sufficiency experience of Korean-American single mothers with the history of domestic violence in poverty, Korean Journal of Social Welfare, 65(4), p245-269. [https://doi.org/10.20970/kasw.2013.65.4.010]
  • Kim, H. K., Do, Mi. H., Moon, H. S., Park, C. S., Sohn, H. S., & Oh, J. O. et al, (2015), Social work with family, Seoul, Knowledge community.
  • Kim, J. Y., & Sung, K. T, (2000), Conjugal violence in Korean American family : A residue cultural tradition, Journal of Family Violence, 15(4), p331-346. [https://doi.org/10.1023/A:1007502212754]
  • Kim, K. S., (2010), A Comparative study on family value orientations of Korean women living in Korea and USA - Continuity and variation inquiry through cohort and personal history analysis-, Journal of Family Relations, 15(1), p271-296.
  • Kim, M. J., (2012), Migration and intermarriages: Lives of female Korean Americans in Hawaii, Family and Culture, 24(3), p98-130.
  • Kim, S. J., (2007), The Establishment and development of the Korean community in the American small-medium city, Indianapolis- Focused on activities of Korean churches, hangeul schools and Korean associations, Journal of History and Culture, 28, p351-398.
  • Lee, E. J., (2004), Domestic violence and the predictors for Korean immigrant Women in the U. S., Korean Journal of Family Social Work, 13, p165-188.
  • Narayan., U., (1995), Male-order brides: Immigrant women, domestic violence and immigrantion law, A Journal of Feminist Philosophy, 10(1), p104-119. [https://doi.org/10.1111/j.1527-2001.1995.tb01355.x]
  • Park, H. W., (2012), A Study of factors affecting family function of Korean immigrant family,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 32(4), p304-331. [https://doi.org/10.15709/hswr.2012.32.4.304]
  • Park, J. S., (1983), A Clinical study on communication conflict in Korean-American marriage : Toward establishing a social work practice theory, Korean Journal of Social Welfare, 4(4), p1-13.
  • Park, K. D., (2007), A Study on the making and conflicts of multicultural families, Unpublished master’s thesis, Chonnam National University.
  • Park, S. Y., (2013), The relationships among loneliness, spirituality and depression : focused on Korean immigrant women in vietnam, Unpublished master’s thesis, Chungang University.
  • Seo, H. L., Kim, K. E., & Kim, Y. H., (2008), A Young Study of the factors impacting parenting stress of married vietnamese immigrant women in Korea, Journal of Family Relation, 13(3), p121-143.
  • Sharaievska, I., Kim., J, & Stodolska, M., (2013), Leisure and merital satisfaction in interculture marriage, Journal of Leisure Research, 45(4), p445-465. [https://doi.org/10.18666/JLR-2013-V45-I4-3894]
  • Sung, H. R., (2011), The Influence of husbands` sex role stereotype, intercultural sensitivity, and the acceptance of their wives` culture on their wives` acculturation and marital and life satisfaction in multicultural family: Daegu and Gyeongbuk area, Korean Journal of Psychological and Social Issues, 17(2), p219-239.
  • Yang, J. A., & Shin, K. H., (2008), Vulnerability, resilence and well-being of intermarriage: An ethnography approach to Korean women, Journal of International Women's Studies, 10(2), p46-63.
  • Youn, H., & Lee, Y. H., (2010), Mental health of Vietnamese migrant wives married to Koreans: Focus on urban-rural differences, Kore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29(3), p659-684. [https://doi.org/10.15842/kjcp.2010.29.3.002]
  • Yu, Y. J., Kim, S. O., & Kim, K. S., (2008), Family relations, Gyomoon publishers, Seoul. Korea.
  • Yuh, J. Y., (2002), Beyond the shadow of camptown : Korean military brides in America, Ok Hee Im translated, (2007), Seoul, Samin.

<Table 1>

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ID Age Immigration (yr) Wife/Husband employed Education level of wife Reported income level Marital period (yrs) English of conversation Current marital status
1 54 1984 Yes/yes Elementary school High 31 Low Married
2 59 1983 Yes/no Elementary school Middle 33 Low Married
3 64 1980 No/no Uneducated Middle 35 Low Married
4 60 1985 Yes/no High school Low 3 Low Divorced
5 35 2013 No/yes College graduate Middle 1 Middle Married
6 55 1987 Yes/yes High school Middle 27 Low Married
7 51 2001 No/yes Postgraduate Middle 13 Middle Married
8 48 1986 Yes/no Middle school Middle 4 Low Married
9 43 2003 Yes/no College graduate Middle 5 Middle Divorced
10 59 1977 Yes/no High school High 12 Low Married
11 49 1989 Yes/yes High school Middle 5 Low Marr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