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 Vol. 25, No. 5, pp.559-575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Oct 2016
Received 12 Sep 2016 Revised 11 Oct 2016 Accepted 26 Oct 2016
DOI: https://doi.org/10.5934/kjhe.2016.25.5.559

중산층 가정내 손자녀 양육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가족 스트레스 맥락 모델의 적용

조윤주*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A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Grandchild Caregiving Experiences in Middle Class Family: Application of Contextual Model of Family Stress
Cho, Yoon Joo*
Dept. of Social Welfare, Sungshin Women’s Univ.

Correspondence to: *Cho, Yoon Joo Tel: +82-2-920-7620, Fax:+82-2-920-2098 Email: bijucho@sungshin.ac.kr

ⓒ 2016, 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In recent years, grandparents are increasingly taking care of grandchildren for dual-working couples. This study was designed to describe and understand the grandchild caregiving in middle class. We used the phenomenological approach among the qualitative methods, and the Boss’s 'Contextual model of family stress' was applied to grandchild caregiving. The participants were 10 grandmothers aged over 55, selected by criterion sampling. Depth interview data were analyzed by Colaizzi’s phenomenological method.

Following were the major results of this qualitative study: Firstly, in structural context, transition to grandparenthood was a eustressor, and took various caregiver roles. Secondly, when analyzed psychological, the participants perceived more positive than negative aspects in grandchild caregiving. Thirdly, their philosophical belief about caregiving were close to familistic values. By intermingling all these contexts, participants adjusted to grandchild caregiving. Consequently, grandchild caregiving was a trial and error purpose to the participants, which was more rewarding than a burden.

Keywords:

middle class family, grandchild caregiving, phenomenological study, Contextual model of family stress

Ⅰ. 연구의 배경

항간에 회자되는 이야기 가운데 ‘손자녀가 오면 반가운데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있다. 이는 손자녀의 존재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 중 유스트레스 원(eustressor)인 동시에 디스트레스 원(distressor)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근자에 물리적인 평균 수명의 기간이 확대되면서 조부모가 손자녀와 상호작용할 기회 또한 증가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일찍이 조부모 역할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나(Neugarten & Weinstein, 1968; Robertson, 1977),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과도기의 단계라 할 수 있다. 관련된 연구들이 보고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가족 해체로 인해 조부모가 자의와 상관없이 손자녀를 돌보아야만 하는 이른바, 조손 가족을 주된 대상으로 하여 왔다(Choi, 2006; Kim, 2005a). 따라서 제시되는 연구 결과들도 이들이 처한 특성상 경제적 및 사회적 측면의 부족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이에 결과의 시사점과 해결 방안으로 상기한 부분에 편중될 수 밖에 없는 제한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실시된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양육 연구는 특정 가족내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국 규모로 수집된 자료를 분석 시(Cho, 2016a), 일반 가족내에서도 상당한 비율을 보이고 있어 조손 가족만의 독특한 양육 방식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맞벌이하는 성인 자녀를 돕기 위해 손자녀를 돌보는 경우에 관한 연구와 조사들이 등장하고 있다(Kang, 2011; Lee et al., 2015; Yoo et al., 2015). 그러나 유관된 자료 중에서도 질적 연구 방법으로 접근한 선행 연구들은 많지 않아 깊이 있는 정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Kim과 Seo(2007)의 손자녀 양육 실제에 관한 연구를 필두로 하여, 손자녀를 양육하는 할머니의 양육 부담에 초점을 둔 연구(Kim, 2007b)가 보고된다. 이외에 Kim과 Chung (2011)은 취업모 가정을 중심으로 손자녀를 대리 양육하는 조모의 적응 경험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Paik(2013)은 돌봄 공백의 가족주의적 대응으로서 중장년 기혼 여성들이 경험하는 손자녀 양육을 살펴보았다. 최근 연구로는 유아기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들의 역할 인식에 관한 연구(Ahn, 2016) 등이 있다.

이와 같이 관련 문헌들이 축적되어 가고 있지만 상기한 연구들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즉, 질적 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결과의 나열에 그치는 수준이거나, 최소한의 참여자 수를 포함하지 않아 내용의 신뢰와 타당성 정도가 미흡하다든지, 현상학적 접근을 이용하였지만 구체적인 이론적 틀을 적용하지 않은 것 등이다. 이에 본 연구는 보다 정교한 연구 설계를 위해 질적 연구자들의 제안을 고려하여 적절한 참여자의 수를 확보할 것이다. 그리고 현상학적 접근하에서도 유스트레스 원이자 디스트레스 원일 수 있는 손자녀 양육에 대해 스트레스의 적응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활용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기존에 치중되었던 연구 대상인 조손 가족에서 벗어나, 맞벌이하는 성인 자녀를 원조하고자 중산층 가정에서 행해지고 있는 손자녀 양육을 살펴볼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유는 빈곤 가정과 차별화될 뿐 아니라 연구 방법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연구를 위해 질적 접근 방법 중에서 현상학적 연구(Phenomenological study)를 이용할 것인데 이는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해 기술하고 핵심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현상학적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고 가정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기준 표집 방법을 이용하여 가급적이면 참여자들의 인구사회학적 배경을 유사한 집단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이전 연구에서는 손자녀를 돌보는 양육 환경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였는데(Cho, 2016b), 본 고에서는 손자녀 양육의 과정에 대해 Boss(2002)의 가족 스트레스 맥락 모델(The Contextual model of family stress)을 적용하여 양육 경험의 심리사회적 영향과 이에 대한 체험의 의미를 발견,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손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조부모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연관된 프로그램이나 제도 마련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Ⅱ. 이론적 틀

본 연구 목적을 달성하고자 체계적인 분석을 위해 Boss(2002)의 가족 스트레스 맥락 모델을 이론적 틀로 상정하였다. 이는 Hill(1958)의 ABC-X 모델을 보다 확장시킨 것으로(Boss, 2002, 재인용), 가족 스트레스는 ‘외부적 맥락’과 ‘내부적 맥락’으로 세분화된다. ‘외부적 맥락’은 가족이 속해 있는 환경으로 가족의 생태 체계라 간주되며 가족이 통제할 수 없는 차원으로 역사, 경제, 발달, 유전, 가족 맥락 등이 해당된다. 반면 ‘내부적 맥락’은 가족 구성원이 통제할 수 있는 차원으로 구성되어 스트레스 대처에 더욱 중요하다. 그는 ‘내부적 맥락’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는데, ‘구조적 맥락’은 가족의 형태나 기능이다. 즉, 경계내에 있는 구성원 및 외부에 있는 구성원과 관련되는 경계, 역할의 배정, 규칙이 포함된다. ‘심리적 맥락’은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지각이나 평가, 정의 또는 사정으로 인지적, 정서적 과정이 구현된다는 점에서 지각이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하다. 이를 통해 사건에 관한 방어 기제를 작동하게 한다. ‘철학적 맥락’은 미시적 수준에서 가족내 가치와 신념인데 가족이 살아가고 있는 상위 체계에 따라 문화적으로 다른 규칙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지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가족이 처한 상황에서의 외부적 요인을 변화시키거나 개선하려는 노력도 하나 대개 그 사건에 대한 내부적 인식의 전환이 주요 대처 방안이 됨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가족이 내부적 차원을 통제함으로써 변화의 여부와 방법에 관한 선택이 가능하며 중시된다. 그러나 가족이 기존의 자원을 활용할 수 없거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험을 재정의할 수 없다면 스트레스 사건은 위기로 전향되게 된다. 환언하면, 위기란 가족내 불균형과 구조적인 혼돈의 상태로 이 상황에서 가족은 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렵고 가족내 상호작용의 변화로 인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Boss(2002)는 가족과 가족 구성원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내·외부적 맥락으로 관점을 확대하여 스트레스 원과 가족의 자원, 인식, 그리고 스트레스 혹은 위기가 순환적인 환류 관계에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가족의 통제가 불가할 뿐 아니라 전 연구에서(Cho, 2016b) 관련된 부분을 일부 기술하였으므로 ‘외부적 맥락’보다는 ‘내부적 맥락’을 중심으로 적용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및 절차

본 연구는 질적 접근 방법 중 현상학적 연구를 이용하였으며, 연구 참여자의 모집을 위해 기준(criterion) 표집을 활용하였다(Creswell, 1998). 참여자의 선정 기준은 동·별거에 상관없이 성인 자녀의 맞벌이로 인해 학령전기와 학령기의 손자녀를 양육하는 55세 이상의 조모이다. 양육하는 손자녀는 친손자녀와 외손자녀를 모두 포함하며, 연령상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로 10세 이하가 해당된다. 양육 기간은 손자녀를 돌본 지 최소 3개월 이상 경과된 경우로 제한하였다. 선정된 참여자는 총 10명이었는데 기존의 연구에서 대략 10명의 수가 타당함이 언급된 것을 참고하였다(Creswell, 1998). 생명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 허가를 득한 후 해당 참여자를 섭외하여 이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1시간 내지 1시간 40분 가량 일 대 일 면접하였다. 이 과정에서 면접 동의와 자발성을 확인하였고, 면접 중이라도 참여 철회 및 중지가 가능함을 고지하였다. 면접이 종료된 후 일정의 사례를 하였다.

분석에 이용된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징은 <Table 1>과 같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7.7세였는데 ‘61-65세’ 3명, ‘66-70세’ 4명, ‘71-75세’ 3명이었다. 교육 수준은 ‘고등학교 중퇴’ 2명, ‘고등학교 졸업’ 3명, ‘대학교 중퇴’ 1명, ‘대학교 졸업’ 4명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있음(7명)’이 ‘배우자 없음(3명)’보다 많았고 없는 경우는 사별이 이유였다. 신체적인 건강은 관절이 안 좋은 경우가 제일 많았고, 주된 수입원은 ‘남편이나 미혼 자녀의 월급’, ‘퇴직금’, ‘저축’, ‘부동산 임대료’, ‘양육 수고비’ 등으로 조사되었다. 참여자의 현 직업으로 ‘전업주부’가 8명, ‘영어강사’와 ‘양봉업’이 각각 1명이었지만 양육으로 중단하여 참여자 모두 돌봄을 전담하는 상태였다. 이들의 주거지는 손자녀 양육을 위해 상경한 3명외에 전부 서울이었고 현재 양육하는 장소도 동일하였다.

Socio-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2. 연구 내용

면접한 주요 내용으로 본 연구의 중심 질문은 ‘손자녀 양육 경험은 어떠한가?’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하위 질문은 ‘손자녀 출산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는가?’, ‘손자녀 양육시 역할은 어떠한가?’, ‘손자녀 양육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손자녀 양육에 따른 변화는 어떠한가?’ 등이었다.

3. 자료 분석

면접 시 녹음되어 전사된 원자료는 Colaizzi(1978)의 현상학적 방법에 따라 일차적으로 참여자별 분석 후 참여자간 분석하였다2). 손자녀 양육 경험에 관해 의미있는 진술들을 추출하여 각 내용에 해당하는 주제어를 유목화하였다. 그리고 유목화한 범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상위 범주들을 추출하여 모든 참여자에게 일반화될 수 있는 코드로 정리하였다. 최종적으로 그 체험의 의미를 중심으로 경험의 핵심을 기술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다원화(triangulation), 부적 사례 분석(negative case analysis), 그리고 동료 검토(peer review)를 실시하였다.


Ⅳ. 연구 결과

수집된 자료는 Boss(2002)의 가족 스트레스 맥락 모델을 적용하여 ‘구조적 맥락’, ‘심리적 맥락’과 ‘철학적 맥락’ 등으로 체계화하였고, 결과는 <Table 2>에 제시하였다.

Analysis results of in-depth interviews

1. 구조적 맥락

1) 조부모로의 전환시 스트레스 원의 여부

(1) 조부모됨에 대한 기쁨

처음 손자녀가 태어나고 조부모가 된 것에 대해 참여자 대다수는 무조건적으로 너무 좋고 마냥 기뻤다는 의견이었다. 혈연에 대한 의지가 강한 우리나라의 정서상 자신의 후손이 생긴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또한 참여자가 예전에 자신의 자녀를 출산했을 때와는 달리 손자녀는 책임감은 적고 즐거움이 많은 대상이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냥 나는 기쁘고 너무 새 인생이 탄생했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1).

근데 힘든다기 보다 애들이 참 저 엄마가 없고 그거를 혼자 책임을 담당을 하면 너무나도 힘들고 그렇지만 뭐 저거 엄마 아빠 있고 내가 뒤를 봐 주면 되고. 또 힘든 건 부탁하면 다 해 주니까(#7).

(2) 조부모됨에 대한 낯설음과 양가감정

하지만 한 참여자는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50대 초반 친척 아이로부터 남편은 아저씨라 불리고 자신은 할머니라 불렸던 경험이 있어 나이듦에 대해 다소 어색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손자녀 돌봄이 앞으로 자신의 몫이란 부담감이 매우 커서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에 양가감정이 있었다고 토로하였다.

시누 손주가 있었는데, 할머니 할머니 그러는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 말 익숙하지가 않아 갖고. 그리고 아직은 친할머니도 아니고 한 다리 건너 할머닌데 50대 초반인데 할머니 소리를 듣는다는 게 너무 이게 감당이 안 됐는데... 처음에 할머니가 될 때는 그 때는 기쁘다 뭐 정신없다 보다 내가 얘를 도맡아 키워야 된다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9)

2) 손자녀 양육시 역할

(1) 조모: 지식보다는 지혜가 많은 가족 지킴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하는 역할 중 장점으로는 크게 일상 생활 관리와 유지, 전통과 지혜의 전달, 정서적인 측면으로 구분되었다. 먼저 생활면에서 평소 정리 정돈을 잘 한다든지, 집안을 청결히 하여 손자녀 위생에 신경을 쓰고, 음식을 사 먹이기보다는 집에서 모든 간식과 반찬을 만들어서 먹이는 점, 신체적으로 건강해서 탁구와 같은 운동을 가르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언급하였다. 또한 일종의 전통 전수자로서 예절에 대해 엄격하게 교육을 시키거나, 예전의 양육 경험이나 지혜를 활용하여 성인 자녀보다 더 잘 대처한다는 것 등이다.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손자녀와 함께 하면서 섬세하고 상처 안 받게, 수용적으로 손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점, 애착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자평하였다.

할머니들은 옛날식으로 잘 챙겨서 조금 먹이는 거 같은 거 하고, 가끔 병원 같은 걸 보면 요즘 의사를 불신해서가 아니고 병원에서는 무조건 감기는 막 감기약 이렇게 해서 하는데, 저는 그걸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데 가끔 요럴 때는 안 먹여도 되겠다, 또 애들 요럴 때는 굳이 병원 의존을 안 하고도 할 수 있는, 요런 같은 경우에는 어른들이 나은 거 같애, 아이들보다... 살아오면서 이제 생긴 뭐 지혜라면 지혜가, 이 정도에서는 뭐 굳이 병원 그걸 안 해도 되겠다 하면 대부분은 그게 맞아요(#5).

반면 부족한 점으로는 인지적인 측면에서 손자녀가 고학년이 될수록 영어 등 학습 지도의 한계를 가장 많이 언급하였다. 이는 조부모의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공통되게 보고되는 것으로 최근의 추세는 조기 교육으로 선행 학습을 할 뿐 아니라 현재 초등학교의 교과 내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외에 조부모라는 여건상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 하여 손자녀의 수상 기회가 적다거나, 문화센터에 갈 때도 아이 엄마처럼 젊어 보이려고 옷차림에 신경쓰는 등의 노력을 하였다. 이처럼 대리 부모로서 기능적으로는 충분히 역할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로 생각된다.

또한 생활 지도의 부분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여 참여자들이 예전의 양육 방식에 익숙해서인지 칭찬에 인색하고 엄격한 경우가 많았다. 조부모들이 허용적이기만 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권위가 있는 부모 역할에 근접하다고 할 수 있는데 잘못된 행동에 대해 조부모가 즉시 지적하거나 꾸중을 해서 손자녀가 조부모에게 반감을 드러내거나 성인 자녀와 마찰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일주일에 한번 (한글 선생님이) 오는데, 가르키는데 보이 옛날 우리 애들 가리킬 때하고 영 뭐... 그래 내가 이거는 이렇게 써야한다고 그러면 선생은 아무거나 해도 잘 했다 하는데 나는 ‘요거는 글자는 요렇게, 어릴 때부터 순서대로 이렇게 해야 된다’고 이렇게 가리키면 애가 나는 잔소리같이 좀 싫어하는 거에요(#2).

(2) 남편: 보조자로 변모 또는 독자적인 일상 생활 유지

배우자가 있는 경우, 참여자가 잠시 외출을 하거나 집안 일로 바쁠 때 손자녀와 놀아 주거나, 간식을 챙겨 주거나, 등하교(원)를 시켜 주고, 외출시 운전을 해 주었다. 어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듯이 ‘∼해 준다’는 표현이 많아 주 양육자는 참여자 자신이고 배우자는 보조 양육자라는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전 결혼 생활 동안에는 절대로 가사에 동참하지 않았던 남편이 손자녀 양육으로 분주하면 설거지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연유에는 남편이 자신에게 잘 해 줘야 손자녀에게도 전달되어 잘 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서로 달력을 놓고 다이어리에 공유를 해서 웬만하면 그 약속을 좀 피해서, 오후에 애 학원이나. 뭐 학원 아직 챙겨야 되니까... 그러니까 은퇴한 게 지금은 저한테는 상당히 도움이 되요. 아마 은퇴 안 했으면 또 내가 혼자 힘들었을 거 같애요... 기본은 자기 하고 시간날 때 도와 주는 거니까. 요새는 방학이니까 좀 놀아 주는데... 시간으로 체크해서 보낸다는 거 그런 거는 100프로가 제 담당이에요... 할아버지가 나한테 잘 해야 손주한테 영향이 가는 걸 알잖아요. 그니깐 나한테도 잘 하고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어요(웃음)(#4).

이는 단지 손자녀 양육 활동 뿐 아니라 시부모 봉양에도 나타나 시어머니를 모실 때에는 남편이 설거지 등을 했으나 돌아가신 후에는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일종의 사회교환론적 사고가 작용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남편은 배우자가 자신의 직계 혈족의 돌봄을 하므로 대신 본인은 일부나마 가사 노동을 함으로써 노동의 교환을 상쇄하려는 일종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도 봐, 19개월 동안 쟤를 키웠어, 우리 작은 애를 아버지가. 저녁마다 데리고 잤어, 자기 엄마땜에... 밥만 먹으면 설거지 다 하고 청소 다 하고, 다 했어... 많이 도와 줬어. 근데 딱 엄마 돌아가시니까 안 하는 거야. 설거지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엄마 모시고 있어서 힘들까 봐 그랬대. 그랬는데 엄마 없으니까 안 한대(#8).

조모가 오로지 손자녀 양육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거나 서울내에서도 주말 부부로 생활할 때, 남편이 직접적으로 손자녀 양육이나 다른 가사 노동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본인 스스로 일상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참여자에게 많은 부담을 경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만약 손자녀 양육이 아니라 다른 일로 인해 주말 부부를 선택해야 했었다면 배우자가 허락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생활상의 불편함을 감수하지도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초기에는 돌봄을 더 많이 찬성했던 남편도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앞으로는 중단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는 주말 부부도 있었다.

내가 애기 보는 것은 처음부터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내가 수영이나 다니면서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것 엄청 불만스러워 했거든요. 근데 내가 애기 본다니까, 빨리 가서 봐 주라고 좋아 했어요... 지금도 내가 애를 봐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요. 우리 애니까 당연이 봐 줘야지. 근데 자기가 조금 귀찮을 때 성질을 내는 것이지, 좋아해요. 근데 6학년까지 봐 주라는 것이지(#3).

(3) 성인 자녀: 물심양면 중에 심(心)보다는 물(物)이 좀 더 많은 지원 제공

성인 자녀의 역할은 주로 지원 제공자였는데 참여자들이 이들에게 제공받는 지원의 영역을 세분화하였을 때 가장 활발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성인 자녀들은 양육 수고비 외에도 수시로 용돈을 주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별도로 비용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병원 진료비를 부담하거나 양육 때문에 관절이 아프자 수영 강습에 다니라고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 주었다. 또한 같이 살지는 않더라도 거의 단일한 생활 공동체여서 생활비가 증가하기도 하였으나, 성인 자녀가 인터넷 등으로 장을 봐 줘서 부식비에 다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

내가 나갈 수가 없으니까 모든 장을 인터넷으로 우리 딸이 다 봐 줘요. 그걸로 따지면 거의 100만원 넘는다 봐야 해. 휴지나 비누, 고기니 뭐니 그런 거 다, 내가 좋아하는 간식, 이런 거 다 해 주고. 그 담에 애기 먹는 것도 다 지가 해 갖고 하고. 밑반찬 같은 건 지가 주말에 해 갖고 일요일 날 밤에 갖고 오고. 그러면서 사실 애 키우면서 나는 돈은 외려 생활비는 더 안 들어요. 무슨 난방비라든가 이런 게 조금 더 나와서 그렇지. 경제적으로는 별로. 그리고 그렇게 받아도 내가 손주한테 많이 써요. 돌 축하금 1000만원 주고 뭐(#9).

그러나 도구적 지원에 있어서는 일부 참여자의 경우 손자녀가 영아였을 때 성인 자녀가 목욕을 시키는 등의 일을 하기는 하였으나 대부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맞벌이다 보니 퇴근 시간이 늦어 주중에 집안 일을 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므로 가사는 참여자가 전담하였다. 주말에 성인 자녀가 일을 한다고 해도 김치 담그기나 반찬 만들기 등 기본적인 일들은 참여자의 몫인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조부모의 가사 부담을 덜어 주려고 이유식이나 반찬 일체를 성인 자녀가 만들기도 하였다. 이 중에서 딸은 조금이라도 일을 하나 사위가 집안 일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는데 한 참여자만 사위가 딸보다 가사를 더 많이, 잘 한다고 보고하였다. 그 배경에는 집안 분위기 자체가 집안 일에 남녀 구분없이 참여자의 남편도 가사 노동을 함께 하여 왔고 가사를 분담하는 나름의 전통이 있어서 사위가 동화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혼인 이전부터 사위와 잘 알던 사이여서 장모를 엄마라 부르며 격의없이 잘 지내어 집안 일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위는 설거지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하고, 빨래 같은 것이 저기 있으면, 다 빨아서 널어놓고. 다 하지 뭐... 우리 딸은 잊는데, 우리 사위는 저녁에 내가 설거지 않고 들어가면 아침에 나오면, 사위가 다 해서 엎어 놔... 딸보다도 우리 사위가 더 잘 해. 그리고 주말에 어디 안 나가면, 사위가 점심 같은 것을 색다른 요리를 해서 주면 먹고(#6).

정서적 지원으로는 성인 자녀들이 내색은 잘 하지 않지만 고마움의 마음이 전달되거나, 적극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양분되었다. 친정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는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고 며느리의 경우에는 고마움의 표현이 적극적이었다. 사위들 중에도 딸보다 더 자주 감사함을 전하기도 하나, 관계가 어색하여 사위가 퇴근하기 전에 본인 집으로 오는 등 접촉하는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양육 과정 중 참여자가 양육이 힘들다고 호소하면 성인 자녀들이 비교적 잘 들어는 주지만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이용 횟수를 늘리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그쳐 이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과 제공되는 지원간에 적합도의 차이가 있기도 하였다. 향후 지원에 대한 바람이 있는가에 대해 별 다르게 요구하는 것은 없었으며 큰 기대도 없어 내리사랑으로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거 잘 안 해요. 원래, 성격이 그래서. 만일에 엄마 많이 힘들 거 같다 해도 지 속으로만 하지, 겉으로는 표현을 안 하니까. 그런 거는 잘 없죠. 기껏해야 뭐 용돈 더 주면서 엄마 쓰라는 게 이제 그런 마음의 표시 같죠. 그러니까 서로 묵언으로 아! 그런 거구나 이렇게 짐작하죠... 근데 우리 사위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장모, 애기를 본다는 거에 대해서 좀 부정적이었어요... 지네들 오면 저는 가버리고, 굳이 함께 한 시간은 저는 잘 안 해요(#5).

출장이 많아. 한 일주일씩, 열흘씩 막. 해외로 막 2주씩 출장이 많더라구. 그리고 여행도 그 회사는 뭐를 잘 하면, 전체가 다 외국을 가더만 또. 그러니까 며느리가 항상 그래. 어머니 없으면 누가 하냐구. 지가 항상 고마워해요. 어머니가 다 키우셨다고 항상 고마워하지(#8).

2. 심리적 맥락

1) 손자녀 양육에 대한 인식

(1) 부담보다 보상이 더 많은 경험

참여자들이 생각하기에 손자녀 양육을 통해 얻게 되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가장 큰 것은 심리사회적인 측면에서였다. 손자녀와의 상호작용에서 이들을 통해 웃을 일이 생기고 즐거움이나 행복감을 느낀다거나 삶의 기쁨이며 희망, 보람 내지 보물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긍정적인 부분은 배가되는 반면,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것은 경감된다고 지각하였다. 이외에도 자신이 아플 때 손자녀가 약을 챙겨준다거나, 가족 행사시 선물이나 편지 등을 주어 키운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양육 참여가 자신이 할 일이 있는 유용한 존재라고 간주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며 혹자는 소일거리라고 하여 다소 축소하여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공통적인 내용이었다.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통해 신체적으로도 더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기회로 여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관계나 활동에서 유리되기보다는 여전히 지속하거나 활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삶을 긍정적으로 지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애들 손녀들 웃고 즐겁게 이리 하는 것만 그것만 봐도. 내 그거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니까요. 그렇게 살아요... 사랑을 내가 준다 하지만 내가 사랑을 받는 거 같아요. 애들이 나를 좋아하고. 웃어 주기만 해도 행복하다니까요. 사랑을 준다기보다 받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우리 애들, 얘들 엄마 키울 때도 그랬어요(#7).

손주 보는기 좋은 점도 있으니까. 왜냐하면 손주 안 보고 하루 종일 가만히 있었다 하면은 무의미했을 거 같애요. 나도 뭐, 뭐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뭐 복지관 이런기사 하지만은 그래도 자기 일이라카믄 일이잖아요... 애들이 좀 어리니까 귀엽기도 하고, 이리 뭐 잠깐 순간적으로 뭐 외로븐 이런기 잊어쁘리고... 그런 의미에서는 좀 건강적으로 나은 거 같고(#2).

뿐만 아니라 예전에 자녀를 키울 때는 미처 알지 못 했던 정서적인 만족감을 갖게 되어 손자녀가 더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녀를 키울 때보다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난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또한 손자녀를 돌봐 줌으로 해서 성인 자녀가 일에 전념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다는 점에서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한다는 자기 만족이 있었다.

우리 자식들이 맘 놓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난 굉장히 커다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또 애를 키우면서 주는 즐거움이 우리 자식 키울 때는 너무 마음이 급해서 안 보였던 것들이 많이 보고 그러니까, 내가 지금 우리 외손주를 키우면서 우리 아들 키울 때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요. 그러면서 이제 왜 우리 아들도 말을 저렇게 시작했을 텐데 나는 그게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육아일기를 매일 쓰면서... ○○○ 어록을 따로 정리해요(#9).

손자녀를 돌보면서 힘들었던 경험으로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은 시간적 제약이었다.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외출이나 여행의 어려움 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양육 초기에는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특히 손자녀를 데리고 자는 조부모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며 24시간 항시 대기 상태여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또한 본인의 성격은 사전에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편인데 양육 활동의 특성상 예측이 불가능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애를 보면서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게 여태까지 내가 개인 생활을 했잖아요 맨날 운동이나 하고 먹고 놀고, 친구들이 좋으니까 친구들이나 만나고, 하다가 시간적으로 억압이 되니까 친구 만날 수도 없고 어디 갈 수도 없고 아무 것도 못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의 우울증이 오기도 했어요. 잡혀 사니까(#3).

(2) 긍정적인 가족 관계로 변화

손자녀 양육을 통해 가족 구성원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사람은 배우자였다. 권위적이었던 남편이 가정적으로 변모하여 가사 노동의 방관자에서 자발적인 참여자로 바뀌기도 하였다. 또한 가족 관계면에서 부자지간 서먹한 사이였으나 손자녀로 인해 훨씬 친밀해졌다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외에 친인척들과의 관계에서 변화도 일부 있어 손자녀를 돌보면서 문중 제사에 빠져도 이를 이해해 주는 분위기거나, 시부모 봉양을 남편이 대신하여 이것에 할애하는 시간이 다소 줄어 심적으로 편해졌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많이 달라졌지. 근데 저 할아버지가 제일 많이 느껴, 그걸. 작은 손주가 문 소리만 나면은 쫓아가 가지고 뭐 할아버지 다녀 오셨어요? 뭐 그러지. 그러니까 머슴앤데도 딸같이 그렇게 해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꼭 저녁때 퇴근할 때 오면 사 가지고 와서 주고. 그런다니까(#8).

아빠가 아들이 성에 안 차 가지고. 그게 인제 굉장히 안 좋았어요. 그래 가지고 정말 뭐 안 보면 안 본다 그럴 정도로 너무 너무 안 좋았거든요. 근데 손주가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너무 그 사이가 가까워진 거에요. 그래서 그 역할을 크게 했다고 볼 수 있죠.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에요, 손주 때문에. 그게 크죠(#4).

손자녀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로 참여자들은 엄마가 직접 키우는 아이들과 조부모가 돌보는 아이들의 차이점에 대해 전자의 경우 사기가 더 진작되고 안정감이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단점으로 꼽기도 하였다. 반면 후자의 상황에서는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가 바르다든지, 조부모와의 접촉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는 기회가 많다고 하였다. 또한 영어 등의 교과에 대한 학업 지도는 아이 엄마가 더 적절할 수 있지만, 한자 지도나 시사 문제 등에 있어서는 본인과 생활해서 보다 낫다고 평가하였다. 이외에 양육자가 누구인가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육자의 품성이 더 많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경우도 있어 구조적인 측면보다 기능적인 측면이 중요함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한문 나오는 거 고거 인제 같이 좀 읽구... 그럼 애가 상식이 좀 늘고, 그게 애들이 공부보다 난 사실 그걸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맨날 뉴스봐서 모르는 게 없어... 관계를 좀 중요시할 거 같애. 혼자 자란 애들은 좀 이기적인데, 얘는 혼자지만 그래도 이렇게 관계가 많잖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그러니까 주위의 가족들을 굉장히 중요시 여길 거, 알 거 같애요. 할머니 할아버지 떨어져 사는 애들은 오면 구경한대,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런 애들 많대(#4).

2) 대처 과정

(1) 외부 기관 이용을 통한 개인 시간 확보

참여자들이 토로한 어려움 중 가장 큰 부분이 시간 활용이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외부 기관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손자녀가 어릴수록 돌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린 연령이지만 유아교육기관에 재원시키기도 하였으며, 인근 백화점 문화센터내 놀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돌봄 시간을 줄임으로써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또한 둘째 출산 계획시 터울이 있게 낳도록 성인 자녀에게 요구하여 연속되는 피로감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렇듯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자녀의 성공을 위해 견딜만하고 인생중에서 5년을 투자하는 희생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참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외손주를 돌보고 있으면서도 아들이 손자녀를 출산하면 그 자녀도 돌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는데 아들이 현재 학업중이며 며느리의 직장이 좋기 때문이었다.

제가 한 얘를 14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애들이 14개월되서 내가 하루 종일 애만 쳐다보는데 너무 우울한 거에요 이게. 내가 뭐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게... 애들이 그 어린 걸 어떻게 어린이집을 보내냐고 막 그러는 걸 이제 할아버지가 중재를 했어요... 근데 막 마음이 아팠지만, 어차피 사는 게 마음 아픈 거를 겪어야 발전이 있는 거구. 그렇게 해서 보냈어요. 보냈더니, 나는 너무 잘 보낸 게 애들이 거기서 사회성이 길러지는 거 같애(#4).

(2) 다양한 내적, 외적 대처 방법 활용

또한 양육 활동 중 성인 자녀로부터 도구적 지원이 적은 것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대처 방법을 구사하였다. 가사 노동 중에는 음식과 관련하여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자신의 장점으로 언급한 것처럼 집에서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드는 참여자가 많아 이 부분의 노동량이 다소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는 손자녀가 어렸을 때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여 예전에 비해 빨래가 그다지 힘들지 않고, 청소 등의 일은 많지 않은 것으로 지각하였다. 어떤 참여자는 집안 일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춰서 부담 역시 크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지금의 환경은 과거에 비하면 물리적으로도 편리할 뿐 더러 가전 제품의 이용으로 가사 노동 자체가 고되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크게 힘든 것은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는 기본만 하고 살자하는 주의니까, 막 일을 만들어 하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하듯이 빨래, 반찬 몇 가지 그것밖에 안 하니까, 크게 힘들다는 것은 못 느껴요(#3).

해산하고 한 달 동안은 제가 전적으로 하고, 그 다음에 애기 엄마가 움직일 때에는 뭐 같이 했죠 뭐. 근데 뭐 요즘 종이 기저귀 쓰고 그러니까. 근데 사실 그 삼시 세끼 산모 밥 차려 주는 게 좀 스트레스였어요(#9).

(3) 시행착오 끝에 얻은 평온

이와 같이 양육 과정의 여러 경험 중에서 성인 자녀와 의견 충돌이 있었는가에 대해 일부 참여자들은 오래 전에 한, 두 번 갈등이 심각한 경우가 있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분가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성인 자녀가 무조건적으로 잘못을 인정해서 이후로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회고하였다. 또한 평소에 대화를 통해서 사전에 상의하므로 큰 갈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며느리가 인제 뭐라구 하더라구, 이걸 이렇게 하면 되느냐구... 그 때 내가 생전 한 번도 큰 소리 안냈는데 그 때 한 번 큰 소리를 냈어요, 인자 내가. 애들 데리고 느네가 살아라, 엄만 나간다, 그러니깐 아주 무릎 꿇고 앉아 가지고 쟤, 쟤가 인제 말을 잘못해서 그러니까 앉혀 놓고 빌드라구. 무릎 꿇구 할머니한테 잘 못 했다구(#8).

한편으로는 성인 자녀들이 손자녀에게 너무 허용적이어서 훈육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으나 조부모 자신이 참고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아 갈등의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양육 정보는 더 많이 알고 있으므로 굳이 본인의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살아보니까 다툴 일이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애 혼내는 것을 싫어한다던가, 또 먹는 것... 애를 키우는 방법에서 불만이 많아요. 살면서 그런 걸로 가끔 다툴 일이 생기더라고요... 요새는 그냥 맞춰서 살려고 애를 써요. 그래 네가 싫어하면 나도 좀 참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싫어하는 점을 많이 맞춰 주더라고요, 얘네들이. 서로가 어차피 살 거면 서로 이해하고 융화가 되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다투는 일이 거의 없어요(#3).

걔네들이 내 머리위에 올라 앉았는데 나는 옛날 무식하게 가르친 그거를 내가 왜 문자를 써 먹어. 난 안 그래. 지들이 뭐 저거하면 내가 인제 말이나 도와 주고. 물어 보면 인제 그래지. 안 그래... 난 일절 말 안 해. 뭘 먹이던지. 뭘 하던지 난 일절 말 안 해. 저희 방식대로 키우는 거지(#1).

이처럼 대부분이 큰 갈등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한 연유에는 ‘성인 자녀가 조부모의 양육 방식을 전적으로 신뢰하여 일임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성인 자녀가 부모를 신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장기에 부모가 자신을 잘 키운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간혹 성인 자녀가 썩 내키지는 않더라도 모든 것을 조부모 위주로 맞춰 주어 본인은 편하고 불만은 없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전혀 없었구, 우리 며느리가 제, 저에 대한 육아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구(웃음). 왜냐믄 너무 잘 해 주니까, 자기가 해 줄 수 없는 반찬을, 저는 한식쪽으로 많이, 음식을 해서 맥이거든요... 그 내가 그렇게 공부까지 가리키다 보니까 얘가 자꾸 너무 애에 대해서 잘 무관심하드라구... 니가 데려가서 가리켜 봐라. 내가 좀 옛날 방식이라 좀 어렵다 그랬더니 그 땐 지가 데려가서 하드라구요(#4).

피차 그렇게 조절을 하니까 뭐 딴 집은 모녀끼리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는데 뭐, 언성 높이고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리 딸이 나한테 전적으로 맡기는 편인 것 같아요... 일단은 자기들이 자란 육아 방식을 굉장히 신뢰해요, 우리 딸 같은 경우는. 엄마가 우리를 잘 키워 줬다라고(#9).

3. 철학적 맥락

1) 손자녀 양육에 대한 생각

(1) 신세대 부모라는 존재 자체가 강점

조부모들이 생각하는 성인 자녀만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아이 엄마라는 존재감 자체를 제일로 꼽았다. 이들은 사정이 어찌되었든 간에 자식은 아이 엄마가 직접 키우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신념이 강하였고 이것이 불가할 때는 친조부모나 외조부모가 키우는 것을 차선책이라고 생각하였다. 조부모가 아무리 성심성의껏 돌본다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성인 자녀의 존재감과 정서적인 근원으로서의 역할을 중시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애들은 어려서 엄마가 키워야 맞는 것 같아요... 정서적으로 교육적으로도... 애들이 (학원에서) 나오면서 엄마! 하고 뛰쳐나오지 할머니! 하고 뛰쳐나오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 엄마가 있으면 애들이 안기고 난리잖아요. 그런 것 봐서는 초등학교 애들은 엄마가 있어야 안정되는 것 같아요(#3).

실질적으로는 성인 자녀가 신세대여서 육아에 대한 정보가 빠르고 학습 지도에 있어 조부모보다 낫다는 것을 강점으로 지적하였다. 반대로 이들의 취약점이라면 소자녀화의 추세이다보니 성인 자녀가 손자녀에게 너무 허용적이고 훈육이 약한 경우가 있어 부모 체계로서 권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부모가 악역을 담당하기도 하는데 조부모가 손자녀를 꾸짖는 것을 언짢아해서 성인 자녀와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다.

(2) 친한 것도 좋지만 때론 적당한 거리두기

손자녀를 돌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인 자녀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 더 가까워진 면도 있으나, 반대로 너무 부담을 주거나 밀착되는 것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였다. 그 이유로는 자신이 평생 시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자녀에게는 동일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손자녀 양육 이전부터 워낙 친밀한 관계여서 이로 인해 큰 변화가 있다고는 지각하지 않기도 하였다. 이는 특히 모녀지간에서 많았는데, 친손주를 돌볼 때에는 아들보다 며느리와 대화가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한 참여자는 자신이 대리 양육을 함으로 해서 성인 자녀가 경험해야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도 하여 성인 자녀가 스스로 경험하고 대처해 나가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자주 여행을 계획한다고 언급하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없을 때 지네들이 할 수 있는 게 조금씩 예방 접종 맞는 거 같은 거. 아! 엄마가 없어져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훈련도 되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세 번째, 안 그러면 가끔 유럽 여행도 갔다 오고 그랬어요(#5).

2) 돌봄에 대한 생각

(1) 손자녀 양육: 향후에도 기꺼이, 또는 어차피 돌봄

앞으로도 손자녀를 돌볼 것인가에 대해 ‘돌볼 것이다’는 응답이 7명으로 다수였다. 이들 중에는 양육에 자발성이 강했던 참여자들이 많이 포함되었으며, 양육 경험이 상당히 긍정적이어서 초기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계속 참여할 계획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지들이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벌어야지. 남한테 맡기면 벌어봤자 소용이 없지. 얼마나 번다고. 친정이던 시집이던 봐 줘야지. 난 옛날에는 안 봐 준다고 했는데, 때가 되면 봐 줘야지. 뭐 하려고 빈둥빈둥 놀기만 해요? 그렇잖아요. 내 애들인데 봐 줘야지 내가 다른 데 가서는 못하지만, 내 앤데 당연히 봐 줘야지(#3).

애를 위주로 모든 걸 생각을 해야지, 그러니까 봐서도 어쩔 수 없이 키워야 된다면 나는 적극 키워 주라고 싶어요. 일하는 사람을 두고 도움을 받더라도. 어느 세상에 누가 피붙이만큼 키워 주겠어요, 나는 남의 손에 맡기는 건 절대 아니라고. 특히 연변 아줌마들 보면 내 애도 손이 가는데, 때리고 싶은데, 남의 애는 난 아니라고 봐. 절대 안 된다고 봐(#9).

반면 2명은 ‘돌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하였는데 이 중 한 참여자는 한달 차이로 태어난 친손주와 외손주를 돌보느라 신체적으로 많이 소진되어서였다. 나머지 1명은 양육이 자신에게는 잘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조부모 자신의 집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손자녀를 키우고 금요일 저녁에 성인 자녀에게 보내는 생활을 해 와서 극심한 수면 부족과 시간 부족 등을 호소하던 터였다. 그래서 더 이상 돌보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남에게 맡길 상황이라면 차라리 본인이 계속 돌보겠다고 하였다. 나머지 1명은 ‘미정’으로 남편이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 부부는 양육을 위해 주말 부부 생활을 하는 경우였다. 처음엔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손주 보기를 권해서 시작한 일이었으나 기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생활상에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기 때문이었다.

만족하는데, 단지 이제 좀 그만 했으면 하는 마음은 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해야 될 거 같아요. 애가 만일에 애미가 직장을 그만 두지 않는 한은 뭐 하겠어요. 또 제가 막 밖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어찌 보면 얘들이 기쁨이 될 수가 있었거든요. 구태여 제가 밖에 활동하고 이런 거 아니면 와서 웃는 일이 얘들밖에 더 있어요?(#5)

선택하면 손주 안 보고, 내가 마음껏 운동하면서, 그냥 내가 여가를 즐기면서, 매이지 않고, 굉장히 매이는 거거든요, 이게. 안 볼 수 있다면, 예를 들어서 외가, 저 외가 친정엄마가 봐 준다하면 그냥 보시라 그러고, 나는 그냥(#4).

(2) 부모 부양: 기대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부모 봉양

손자녀 양육을 통해 향후 자신이 보다 연로해지면 성인 자녀의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없으며 독자적으로 생활하려는 참여자가 많았다. 이유로는 ‘본인이 평생 시집살이하면서 시부모가 너무 의존적이어서 힘들었고 내 자식에게는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기 때문에’ 등이 있었다. 또한 시부모 봉양시 관계가 원만하였다 하더라도 자녀에게는 장례에 대한 부담조차 주고 싶지 않아 부부가 장기 기증을 서약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생각은 해서도 안 되고, 절대 그런 거는 있을 수가 없어요. 요즘은 딴 엄마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자식들이 부모를 공양해야겠다라는 그런 생각하는 자식은 거의 없어요. 나 역시 내가 봐 줘도 내가 봐 줄 수 있으니까 봐 준다지, 내가 이렇게 봐 주니까, 나중에 내가 아프면 나를... 이런 생각은 안 하고 봐 줘요(#3).

그리고 약간의 기대가 있다는 경우도 손자녀 양육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자식된 도리로서 가까이 사니까 몸이 아프거나 응급시에는 도와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한 참여자만이 직설적으로 양육의 대가로 봉양을 요구한다는 참여자가 있었으나 예전에 요양시설에서 자원봉사하면서 쓸쓸히 생활하는 노인들을 자주 목격한 개인적 경험에서였다. 또한 성인 자녀가 무남독녀로 노후에 의지할 대상으로 딸이 유일하기 때문이기도 하였는데 동거하면서 부양하라는 요구는 아니며 요양시설에 가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방문하라는 바람 정도였다.

한 게 있으니까, 한, 쪼끔은 있겠죠. 쪼끔은. 아니라면 그거는 그짓말이겠죠, 조금은. 기본이 그렇다는 거지... 애를 봐 줘서 그 대가가 아니라, 자식이기 때문에 같은 라인에 살면 아주 급할 때, 어려울 때, 뭐 인제 그럴 때 조금은 도움이 되겠죠. 그런 마음이 있지만, 손주를 봐 줘서가 아니라 아래 위층 사는 거에 대한 자식의 도리로서 그런 거는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하고 있죠(#4).

내가 너희 집에서 이렇게 애를 쓰니까, 내가 혹시 치매가 들어서 몰랐을 때, 너 나한테 함부로 하지 마. 내가 그 소리는 못 박히게 얘기를 하지. 왜냐하면 말하는 것하고 안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 내가 다른 데 아팠을 때는 괜찮지만,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 너희 집에 두지 말고 병원에 갔다 놔. 그런데 너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 가. 그걸 아주 못 박아 두지(#6).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부양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성인 자녀를 도와 줘야 한다는 참여자도 있어 앞으로는 양육 수고비도 점차 줄이거나 안 받을 계획을 하였다.

그렇게 별 어려움은 없고. 앞으로 살면서 애들한테 우리가 도움을 줬으면 줬지, 그리고 요즘 애들 삶이란 게 뻔하잖아요. 월급 타 갖고 지네 식구들 하기도 바쁘지. 그니까 뭐 우리 세대를 도와준다는 거는 기대할 것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고(#9).

4. 손자녀 양육의 의미

이와 같이 참여자들에게 있어 손자녀 양육 경험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이 중 행복감, 보람, 위안, 희망 등의 정서적인 만족감이 가장 컸다. 반면 시간적 제약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하였으며 특히 손자녀가 영유아였을 때는 신체적인 피곤함을 많이 호소하였다. 이 역시 양가적으로 전자의 문제에 대해 자유자재로 시간을 쓸 수 없다는 불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돌보지 않았을 때 시간의 무료함, 비생산적인 존재감 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내 본분을 다했다는 자기 만족이 있었다. 결국 조부모에게 손자녀 양육이란, 전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한 참여자가 많았지만, 긍정과 부정이 병존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생활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생활, 손주 안 보고 그냥 뭐, 나이 먹어서 무기력하게 있는 거보다 또 괜히 여자들 돌아다니고 이런 거보다 애들 보면서, 애들한테 또 내가 뭐라도 이렇게 가르켜 주면서 그걸 내가 좀 나도 좀 얻은 게 있더라고(#8).

손자녀 양육이란 엔도르핀+고행길. 양적인 면이 있으니까. 그런 거 같아요. 엔도르핀+고행길. 누가 예수님이 그랬다잖아요. 주시면 받겠지만 걷어갈 수 있으면 걷어가라고(#9).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현상학적 접근하에 손자녀 양육 경험을 Boss(2002)의 가족 스트레스 맥락 모델에 따라 ‘구조적 맥락’, ‘심리적 맥락’, ‘철학적 맥락’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적 맥락’에서 본 연구 참여자들에게 조부모로서의 역할은 유스트레스 원에 근접하다고 할 수 있다. 생활에 여러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을 스트레스 원이라고 할 때, 규범적이고 발달적이며 예측 가능한가의 여부, 장·단기간의 지속 정도, 다수의 또는 단일한 사건으로 축적되는가 등을 준거로 하여 개인에게 디스트레스 원 내지 유스트레스 원으로 작용되는가가 결정된다. 생애 발달 과정상 자신에게 발생할 과업으로 예정되었다면 사전에 대비할 시간이 있으므로 예측 불가한 상황보다 적응이 훨씬 용이하다. 그리고 자신의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서 관여하게 된다면 과정에서 겪게 될 경험들을 보다 긍정적으로 지각하기 쉽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성인 자녀의 혼인 후 손자녀의 출생을 고대하였다. 이는 혈연을 우선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책임감 없는 즐거움의 근원’이라는 Kivett(1985)의 주장에서처럼 양육 부담은 적은 대신 즐거움과 같은 보상을 주로 받는 입장이 어서 일 수도 있다. 환언하면, 대개 손자녀의 양육 책임은 기본적으로 성인 자녀에게 있으며 조부모는 단지 ‘공식형’이나 ‘기쁨 추구형’의 역할만 주로 수행하면 된다는 가정(Neugarten & Weinstein, 1968)에서 유래된 것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 언급되어 조손 가족에서는 조부모가 전적으로 손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하므로 그 부담감이 매우 클 수 있다. 하지만 맞벌이하는 성인 자녀를 원조할 때는 보조 역할자여서 부담 정도가 크지 않으므로 손자녀의 존재에 마냥 호의적인 것이 가능하다.

반면 한 참여자는 친척 아이로부터 할머니라는 호칭을 들은 후로 이에 대해 양가감정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Bordone와 Arpino(2015)는 50-85세의 연령대 중 손자녀가 있을 경우, 없는 사람에 비해 이른 연령이지만 더 노화된 것으로 지각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조부모됨을 노화의 한 증거로 받아들여 다소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하고 젊은 노인들이 증가하면서 역연령보다는 조부모됨과 같은 사회적 시계가 개인에게 주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미정의 상태이기는 하였지만 향후 손자녀 양육을 담당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담을 미리 예상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손자녀 양육은 이미 규정된 생활 사건이고, 장기간이 소요되며 여러 변화가 수반될 것이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즐거운 변화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손자녀를 돌보는 과정에서 참여자의 역할 중 장점으로 두드러진 것은 일상 생활의 관리자 및 교육자, 전통과 지혜의 전달자, 정서적 지원자 등으로 대표될 수 있다. Troll(1983)은 조모가 가족 지킴이(family watch dog)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혼란과 위기 상황에서 자원으로 역할하며 자신이 성인 자녀를 키웠을 당시 경험했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Burton과 Devries (1992)의 연구에서도 조부모는 이 경험에 대해 부모 역할을 다시 잘 수행할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들(Dolbin-MacNab, 2006; Shlomo et al., 2010)에서도 이전의 양육 경험을 토대로 손자녀 양육시 더 많은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여 자신감과 즐거움이 보다 많다는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본 연구에서는 성인 자녀가 주 양육자였다면 미흡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조부모의 연륜과 이전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혜들이 발현되곤 하였다. 가령, 손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허용적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훈육을 병행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식 준비를 한다든지, 한자나 예절 교육 등을 중시하는 것 등이다. 또한 손자녀가 아프거나 비상시에도 무조건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례를 통해 이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뿐만 아니라 성인 자녀가 손자녀에게 정서적 지원자로서 우선되기는 하나 조부모도 또 다른 지지원으로서 역할하여 결과적으로 손자녀에게는 애착의 대상이 확대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조부모만의 특화된 장점이라고 부각되었던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는데 엄격함 등이 한 예로 거론되었다. 이것이 성인 자녀 세대와 갈등으로 발전되기도 하여 조부모와 성인 자녀의 교육관이 다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변화는 세대 차이일 수도 있지만 최근의 소자녀화 현상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어 성인 자녀 중 일부는 매우 허용적인 부모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부모는 Baumrind(1971)의 부모 유형 중 권위있는(authoritative) 양육 형태에 근접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높은 수준의 애정을 보이나 필요시 적절한 통제를 하는 것으로 이러한 유형은 평소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들의 행동에 확고한 기준을 확립하고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원부모보다 많이 일상 생활을 손자녀와 함께 생활하였기 때문으로 훈육 상황에서도 대개 이성적이고, 지지적이고, 일관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 본 연구 참여자들도 이에 대부분 부합하였다.

조부모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언급한 것이 학습 지도였으며 특히 영어 교육을 중시하는 교육 과정의 변화가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인 자녀가 양육시에도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하여 이것이 반드시 조부모만의 취약점은 아닐 수도 있다. 학습과 관련된 부분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의문을 가진 참여자도 있었다. 성인 자녀가 자녀 양육을 통해 경험해야 될 것들을 자신이 대리함으로써 이들의 경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닌가, 또는 손자녀가 성장할수록 어느 정도까지 관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경계의 모호함에 나름 고민을 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참여자에게 배우자가 있을 때 보조 양육자이기는 하나 남편으로부터의 지원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이들이 하는 일들은 주로 놀이 상대나, 부인 외출시 잠깐 동안 손자녀를 돌보거나 설거지, 운전 등 일시적이고 간단한 참여 수준이기는 하였지만 전담하는 조모에게는 시간 활용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심지어 손자녀 양육을 위해 상경하거나 서울내에서도 주말 부부로 생활하는 참여자들에게는 남편이 독자적으로 일상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아직까지 이들 부부에게는 전통적으로 성 역할이 구분된 것에 익숙한 세대에 기인한 것인지 배우자의 사소한 도움도 확대하여 해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편이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용인하는 이유는 ‘내 자손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간혹 아내의 활동이 과중함을 심정적으로 공감하여 관여하기도 하였지만 이보다는 손자녀나 원부모의 안녕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양육이나 봉양과 같은 돌봄에 있어 아내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사회교환론적인 사고에 기초한 참여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여전히 여성이 친족 지킴이(kin keeper)로서(Hareven, 2000), 가족내 돌봄의 구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연로할수록 젊은 세대와의 교류가 소원해지기 쉬운데 손자녀를 돌보는 과정에서 성인 자녀와의 상호작용은 필연적이고 세대간 사회적 통합을 증진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성인 자녀가 제공하는 지원이 대부분 물질적 지원에 치우쳐 있고 정서적 지원이나 도구적 지원은 여기에 훨씬 못 미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원의 종류에 상관없이 성인 자녀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을수록 참여자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조부모의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데 공헌할 수 있다. 그리고 손자녀로부터 받는 지원도 상당하여 하나의 지지원으로 일익을 담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부모가 주 양육자든 보조 양육자든 간에 자신이 뭔가 할 일이 있고 필요하며 유용한 존재라는 점에서 참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 있다. 이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이나 활동 이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맥락이다.

양육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지원이 제공되고 있으나, 지원의 양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참여자 자신이 희망하는 지원의 종류와 제공되는 지원이 얼마나 적합한가가 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이른바 적합도의 문제로 본 연구 참여자들은 성인 자녀들이 가사 일을 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기대는 매우 낮았다. 따라서 도구적 지원이 적은 것에 관한 불만은 거의 없었다. 일부이기는 하나 가급적이면 조부모에게 부담을 덜 주고자 이유식이나 밑반찬 등을 만들어 오거나 목욕은 반드시 성인 자녀 부부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였다. 그리고 도구적 측면에서 부담감이 적은 것은 굳이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가사 노동의 현대화, 다양한 대처 전략 구사 등을 통해 가사 노동이 그다지 고되지 않다고 지각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이외에 정서적 지원 역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교감하고 있으므로 별 다른 요구가 없었다. 이는 며느리보다 딸의 자녀를 돌보는 조모가 많아서 결혼 이전부터 형성된 모녀간의 정서적 유대에 기초하여 가능한 것일 수 있다. 가족 구성원간 친밀감은 긍정적인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데 이 중 모녀 관계는 가장 밀접한 관계 중 하나라는 주장과 같이(Cassidy, 2001), 딸과는 정서적 유대를 이미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나 사위의 경우, 딸보다는 유대 관계가 약하므로 의도적으로 표현을 자주 하거나 혹은 접촉의 기회를 줄이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일종의 고부 갈등이나 장서 갈등으로 발전될 여지를 아예 차단한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성인 자녀에게 요구하는 지원이 적으므로 제공되는 지원이 적거나 잘 부합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심리적 맥락’으로 사회교환론의 견지에서 조부모에게 손자녀 양육의 경험은 부정적인 경험인 비용(cost)보다는 긍정적인 경험인 보상(reward)의 측면이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조부모에게 비용으로 생각되는 부정적 경험으로 시간적 제약이 가장 컸으며, 선행 연구들(Butron & Devries, 1992; Minkler & Roe, 1996; Yoo et al., 2015)에서도 공통되게 나타나는 어려움이다. 참여자들은 양육 참여 초기에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하였고 신체적으로 매우 고되었지만, 내 자손을 돌보는 일이며,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즐겁게 하자거나, 완벽함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는 등 생각의 전환을 꾀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다. 조부모들이 비용보다 보상의 측면을 더 많이 지각하는 데에는 관계면에서 큰 갈등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양육 방식 등에서 성인 자녀와 갈등이 다소 있기는 하였지만 본 연구 참여자들은 성인 자녀가 자신의 성장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부모의 육아 방식을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성인 자녀보다 조부모가 훨씬 더 유능하므로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자평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부모 입장에서도 정보나 지식면에서 성인 자녀가 보다 우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여 갈등의 소지를 불식시키는 면도 있었다.

이처럼 갈등 발생의 빈도가 낮았던 것은 상호 자제하거나, 혹은 일방이 인내하기도 하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동화와 조절과 같은 대처 전략의 적응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Lazarus와 Folkman(1984)이 제안한 대처 중에서 내부지향적 대처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포부 수준을 바꾸거나 대안적 만족을 추구하는 예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기, 정서, 내적 표상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이차적 통제 전략(Heckhausen & Shluz, 1995)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재평가, 하향 비교, 목표 재설정 등이 포함되는데 본 연구 참여자들은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였다. Carstensen et al.(2003)도 고령자들이 젊은이들에 비해 정서 상태를 조절할 목적으로 대처 전략을 주로 이용하며 문제 중심적 전략과 정서 중심적 전략을 모두 사용하기는 하나, 정서적 문제에 대해서는 후자의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에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보상으로 간주되는 긍정적인 경험은 바람직한 정서적 경험의 증가와 지지원으로서, 할 일이 있는 유용한 존재 내지, 보람, 책임 완수, 경제적 도움 등 훨씬 많았다. 이는 보람을 느끼며 노후에도 할 일이 있고 양육 수고비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Yoo et al.(2015)의 조사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보고되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손자녀 양육을 통한 결과로서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많아서 이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로 먼저 소극적이었던 배우자가 적극적인 참여자로 바뀌었으며 성인 자녀와의 친밀함도 증가되었다. 그리고 손자녀의 존재로 인해 부모 자녀간 관계의 질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손자녀의 사회적 관계도 확대되어 정서적인 안정감을 경험하는 장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손자녀 양육은 이익(profit)이 많다고 지각되므로 조부모들이 활동에 대해 만족하고 이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철학적 맥락’으로 전술한 바와 같이 조부모의 장단점이 성인 자녀에게는 반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학습 지도면에서 뿐 아니라 성인 자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부모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역할을 하며 정서적 지지의 근원이라고 조부모들은 지각하였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친부모가 자녀 양육에 최선이고 조부모 양육은 차선책이라는 생각이 강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종의 신념은 강한 모성 이데올로기와도 연관될 수 있어 외부의 양육 기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고 설사 아무리 우수한 기관이라 할지라도 혈연에 의한 돌봄에 우선될 수 없다는 믿음에 기인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적 보육보다는 사적 보육을 고수하고 자신이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손자녀 양육 경험을 통해 향후 돌봄의 지속 여부와 부모 부양 기대에 미치는 영향으로 전자의 문제는 긍정적인 보상을 보다 많이 지각한 경우 기꺼이 돌볼 것을 선택할 계획이고 남들에게도 권유하겠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일지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남에게 맡기느니 양육을 계속할 의사를 보여 혈연에 대한 의무와 희생으로 감내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후자의 문제로는 본인은 장기간 시부모를 봉양하면서 어려움이 많았고 심지어 스트레스로 실명하기도 하였지만 자녀에게는 동일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참여자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부양은 물론 장례식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으려고 사후 장기 기증을 서약한 부부도 있었다. 이와 같이 본인은 윗 세대에 대한 의무는 다 하여 왔으며 대신 아랫 세대로부터 부양을 받을 자격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려는 생각도 적을 뿐 더러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현재의 조부모는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본 연구 참여자들에게 손자녀 양육이란 ‘구조적’, ‘심리적’, ‘철학적’ 맥락으로 구분하기는 하였으나 각 맥락간 나선형처럼 순환 과정을 통해 적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조부모 역할의 취득에서부터 참여자 자신만의 장점 발굴과 배우자 및 자녀로부터의 지원, 대처 전략의 활용 등을 통해 비용보다는 보상의 측면을 보다 많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여 부정적 측면이 좀 더 많을지라도 다각도의 해결 방법을 구사하면서 잘 극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돌봄 과정 중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육 참여의 재선택이나 부양 기대에 있어서도 본인의 이득보다는 가족의 이익을 최선의 가치로 여겼다. 결국 이들에게 손자녀 양육은 ‘부모나 조부모로서 거부하기 어려운 숙명에 가까우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부담보다는 보상을 더 많이 느끼고 발견하려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중산층 가정에서 성인 자녀의 맞벌이로 인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경험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에서 갈등의 발생 빈도나 정도가 심하지 않았는데 이는 실제로 그러한 현상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지만 부모 자녀간 갈등이 극심하였을 경우에는 더 이상 양육 활동을 지속하지 않고 중단하여 아예 대상자에서 배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 중 손자녀 양육에 가족 스트레스 맥락 모델이라는 이론적 틀을 적용한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에 보다 체계적인 분석과 논의가 가능하였고 모델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맥락간의 순환적인 과정을 통해 양육에 참여하는 조부모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원만한 적응이 가능함을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Notes

2) 본 연구는 박사학위 청구논문 원자료의 일부를 재분석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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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Socio-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o. Age Education level Spouse status Health status Income source Occupation
#1 73 high school graduation - arthritis son’s salary realty rent housewife
#2 73 university graduation - good realty rent housewife
#3 65 university graduation married depression husband’s salary housewife
#4 62 university graduation married gynecology operation savings housewife
#5 67 university drop out - arthritis cagegivig reward housewife
#6 68 high school graduation married thyroiditis diabetes savings housewife
#7 67 high school drop out married arthritis cagegivig reward beekeeping→interruption
#8 67 high school graduation married arthritis loss of left eyesight husband’s salary housewife
#9 61 university graduation married arthritis lack of sleep realty rent retirement pay savings English education→interruption
#10 74 high school drop out married good savings cagegivig reward housewife

<Table 2>

Analysis results of in-depth interviews

Theme Code Categorization Restatements of Meaning
Structural context transition to grandparenthood · joy or awkward about being grandmother · eustressor: unconditional joy
· destressor: awkward about aging, equivalence due to caregiving burden
caregiving role · grandmother: family keeper who has wisdom and more knowledge · strength: daily life manager and educator, tradition and wisdom messenger, emotional supporter
· weakness: limitation of study instructor, being rigid about daily life instruct, position as a grandparent
· spouse: change from bystander to assistant · fill a caregiver void as a co-assistant, manage daily life by himself
· adult child: provide more material than emotional support · sufficient economic support. but poor instrumental, emotional support
Psychological context perception · experiences much reward than burden · source of joy and existence
· satisfaction about responsibility accomplishment
· the lack of personal time
· unpredictable caregiving character
· being changed family relations good · spouse: change from bystander of domestic labor to voluntary participant
· grandchild: expanding social relations and attachment subject vs. spoiled and selfish attitude
coping · lack of instrumental support from adult child · use of electronic goods
· lower goal level
· lack of personal time · use of outer education center
· calm through trial and error · consult through conversation usually
· did not impose her own way on adult child
· entrust grandparent’ caregiving way
Philosophical context belief about grandchild caregiving · existence per se new generation parent · strength: existence per se parent, emotional source, excellent education instructor
· weakness: too excessive permission, the absence of discipline
· keeping adequate distance · too excessive intimacy made uncomfortable
belief about caregiving · willingly care for grandchild or inevitable participation in the future · positive experiences result in continous caregiving
· cease caregiving due to hard work
· will not and can not anticipate parent caregiving · did not expect parent caregiving by adult child
· hope to visit 1 time per week
The essence of experience result · the meaning of grandchild caregiving · absolutely positive
· co-existence of positive and negative asp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