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 Vol. 35, No. 2, pp.375-385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6
Received 22 Jan 2026 Revised 26 Mar 2026 Accepted 30 Mar 2026
DOI: https://doi.org/10.5934/kjhe.2026.35.2.375

노인의 병원 길찾기 행동에 대한 질적 탐색 연구: 대형 의료시설의 주요 이동 구간을 중심으로

배수연1), * ; 허다인2) ; 이채원2) ; 이유빈2)
1)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고령서비스-테크 융합전공 부교수
2)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학부생
A Qualitative Exploratory Study of Older Adults’ Wayfinding Behaviors in Hospitals: Focusing on Key Movement Areas in a Large Healthcare Facility
Bae, Suyeon1), * ; Hur, Dain2) ; Lee, Chaewon2) ; Lee, Yubeen2)
1)Department of Housing and Interior Design, AgeTech-convergence Major, Kyung Hee University
2)Department of Housing and Interior Design, Kyung Hee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Suyeon, Bae Tel: +82-2-961-0247, Fax: +82-2-961-0261 E-mail: sbae@khu.ac.kr

ⓒ 2026, 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d how older adults navigate challenges in wayfinding within a large tertiary hospital in Korea, employing a qualitative exploratory design. Unlike prior research that primarily focused on signage design or populations with cognitive impairments, this study explored the actual wayfinding behaviors of older adult visitors in everyday hospital environments. To identify common areas of confusion, semi-structured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two information desk staff members, followed by purposive non-participant field observations over four days in six key movement and decision-making areas. A total of 24 observation sessions (12 hours) were carried out, documenting 82 cases of older visitors, with 75 core cases analyzed in depth. The findings revealed that wayfinding difficulties were not widespread throughout the hospital but concentrated at specific decision points, such as vertical circulation areas, branching corridors, and inter-building transition spaces. Older adults frequently exhibited pause-search-move cycles, backtracking, and help-seeking behaviors, often relying on staff or companions despite available signage. This indicates that wayfinding challenges stem from the interplay of spatial configuration, information systems, and age-related characteristics, rather than solely from individual limitations. By providing field-based evidence from a Korean tertiary hospital, this study underscores the necessity for targeted, age-friendly interventions at critical decision points.

Keywords:

Hospital wayfinding, Older adults, Age-friendly environment, Healthcare facilities, Field observation

키워드:

병원 길찾기, 노인, 고령친화환경, 의료시설환경, 현장관찰

Ⅰ. 서론

1. 의료시설에서의 길찾기와 이용환경 문제

의료시설은 진료, 검사, 행정, 휴식 등 다양한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공공 생활환경이다. 특히 대형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여러 동과 층이 연결된 복잡한 공간 구조를 가지며, 방문자는 병원 이용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이동과 방향 결정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길찾기(wayfinding)는 단순한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이용 경험, 스트레스 수준, 서비스 만족도, 나아가 진료 효율과 안전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논의되어 왔다(Devlin, 2014).

환경심리학 및 환경디자인에서는 길찾기를 환경 단서로 해석하고 연속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의료시설처럼 복합 환경에서는 그 어려움이 더욱 커진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길찾기 실패는 이용자의 불안 및 혼란을 증가시키고 안내자의 반복적인 안내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Passini, 1996).

국내 연구에서도 병원 및 공공시설의 사인 체계와 안내 시스템이 이용자의 이동 효율과 인지 부담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예컨대 종합병원 방문환자의 동선구조와 사인 시스템 관련 연구는 동선 유형에 따라 사인이 이동 경로 인지에 영향을 주며, 정보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오가기, 서희봉, 2022). 또 다른 국내 연구는 병원 사인 시스템 디자인 실태를 조사해 사인 정보의 시각적 요소와 정보 전달 효과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시하였다(김종윤, 정도성, 2018).

2. 고령자와 병원 길찾기

병원 길찾기 문제는 모든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특히 고령자는 취약한 이용자 집단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치매나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노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각 기능의 저하, 정보 처리 속도의 감소, 복잡한 환경에서의 선택 부담 증가, 낯선 공간에 대한 인지적 부담 등이 병원 이용 과정에서 중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건강한 노인이라 하더라도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가 밀집된 병원 환경에서는 표지판을 인식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연구의 예로, 치매노인의 길찾기와 배회행동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길찾기 전략의 차이가 공간 방향 상실 및 배회 행동과 관련 있음을 보였으며, 길찾기 능력과 배회 행동 간의 관련성을 강조했다(임영미 외, 2008). 또한 길찾기 국내 연구동향 분석 논문은 실내 및 복합 공간의 길찾기 관련 선행연구들을 분석하여, 길찾기 연구가 국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다양한 사용자 특성을 반영한 실증 연구가 부족함을 지적했다(김영주, 2015).

그러나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일반 고령자 전체의 병원 이용 경험으로 곧바로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실제 의료시설에서 일반적인 고령 방문자가 어떤 방식으로 방향 결정을 수행하고 혼란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현장 기반의 관찰 연구가 부족하다. 특히 최근 국내 연구는 병원 길찾기 문제를 AR 서비스, UX, 사인 개선 등 해결방안 중심으로 다루는 경향이 강한 반면, 고령 방문자가 실제 병원 공간에서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회귀하고, 도움을 요청하는지를 행동 단위로 추적한 현장기반 연구는 제한적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고자 한다(고다솜 외, 2022).

3. 기존 선행연구의 한계와 필요성

의료시설 내 길찾기 문제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병원 환자 중심 길찾기 사인 시스템 연구는 정보밀집 공간인 종합병원에서 적절한 사인, 색상, 패턴 요소를 활용하여 시각적 안내를 강화하는 필요성을 제기하였다(김보연, 윤주현, 2010). 이처럼 국내 연구들은 사인 시스템 자체의 시각 및 정보적 요소를 중심으로 논의해 왔으나, 고령자의 실제 길찾기 행동 맥락을 현장 기반으로 포착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지금까지의 병원 길찾기 연구는 대부분 설계 제안, 사인 시스템 평가, 혹은 일반 방문자 행동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노인이 실제 병원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공간 및 정보 상황에서 혼란을 겪는지를 깊이 있게 파악한 질적 연구는 부족하다. 설령 국내에서도 병원 길찾기 난이도와 안내체계 문제를 인식한 연구는 존재하나, 이를 주로 설문조사나 시각적 요소 분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의 행동 과정 자체를 직접 관찰한 연구는 드물다.

국제 연구 흐름과 비교할 때, 국외에서는 VR 기반 실험, 아이트래킹, 공간구문론(space syntax) 등의 방법론을 활용한 의료시설 길찾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Chen et al., 2021; Kalantari et al., 2022), 최근에는 고령자의 병원 사인 인식 및 상징 이해에 관한 실증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Deng et al., 2025). 그러나 이들 연구의 상당수는 통제된 실험 환경이나 단일 변인 조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제 병원 환경에서 고령자가 어떤 행동 과정을 거쳐 길찾기를 시도하고 어디에서 실패하는지를 자연발생적 맥락에서 포착한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한국의 상급종합병원처럼 복수의 건물이 증축 및 연결된 독특한 공간 구조 환경에서 고령자의 길찾기 행동을 다룬 연구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사전 인터뷰와 목적적 현장관찰을 결합하여 고령자의 자연발생적 길찾기 행동을 직접 포착함으로써, 기존 연구가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실제 병원 환경 속 노인의 행동 과정’을 탐색적으로 기술하고 행동 유형을 분류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4.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병원 안내데스크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고령 방문자가 병원 내에서 주로 어떤 공간에서 길찾기 어려움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이 어떠한 공간적/정보적 특성과 연결되는지 파악한다. 둘째, 사전 인터뷰를 바탕으로 선정된 주요 이동 및 의사결정 구간에서 현장관찰을 수행하여 고령 방문자의 실제 길찾기 행동과 혼란 양상을 분석한다. 셋째, 이를 통해 노인의 병원 길찾기 어려움이 어떤 공간 및 정보적 맥락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 규명하고, 고령친화적 병원 환경 개선을 위한 실증적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본 연구는 고령자의 일상적 의료 공간 이용 경험을 사회환경적 상호작용이라는 생활과학적 맥락에서 재조명함으로써, 병원 환경 설계 및 운영 개선에 실질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노인의 병원 내 길찾기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질적 탐색 연구(exploratory qualitative study)로 설계되었다. 본 연구가 질적 접근을 택한 이유는 병원 길찾기 어려움이 단순히 목적지 도달 여부로 환원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동 중 멈춤, 주변 탐색, 표지판 확인, 회귀, 도움 요청, 동반자와의 상호작용 등 복합적인 행동 과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노인의 병원 길찾기 어려움을 개인의 인지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공간 구조와 정보 제공 방식, 그리고 실제 생활 맥락 속 이동 행동이 상호작용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자료 수집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째, 병원 안내데스크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반구조화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여 길찾기 문의가 빈번한 공간, 고령 방문자의 반복적 어려움, 관찰이 필요한 취약 구간의 특성을 파악하였다. 둘째, 이러한 사전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길찾기 혼란이 자주 발생하는 주요 이동 및 의사결정 구간을 선정한 뒤, 해당 공간에서 비개입적 현장관찰을 수행하였다.

특히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Braun과 Clarke(2006)의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 절차를 참조하였다. 주제분석은 자료 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과 의미를 귀납적으로 도출하는 데 적합한 질적 분석 방법으로, 비구조화된 관찰 자료와 인터뷰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본 연구의 설계와 부합한다. 다만, 본 연구는 탐색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엄밀한 주제분석의 전 과정을 따르기보다 그 절차적 원칙(반복적 읽기, 귀납적 코딩, 범주 도출)을 준용하여 분석의 체계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2. 연구 장소

연구는 서울시에 위치한 K상급종합병원에서 수행되었다. 해당 병원은 여러 시기에 걸쳐 증축된 건물이 연결된 구조로, 본관‧서관‧동관 등 복수의 건물과 층 간 이동이 빈번하게 요구되는 환경적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병원 내 길찾기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었으며, 이는 본 연구의 현장관찰 장소 선정의 배경이 되었다.

현장관찰은 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임의 선정한 것이 아니라, 사전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목적적으로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안내데스크에서 길찾기 문의가 반복적으로 보고된 공간일 것.

둘째, 엘리베이터, 계단, 에스컬레이터 등 수직 이동 수단의 선택이 요구되는 공간일 것.

셋째, 복수의 이동 경로가 분기되어 방문자가 방향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공간일 것.

넷째, 본관‧서관‧동관과 같이 건물 또는 관의 전환이 발생하는 공간일 것.

다섯째, 표지판, 명칭 체계, 현장 동선 사이에 해석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공간일 것.

최종적으로 선정된 관찰 구간은 다음과 같다: 지하 1층 MRI실 인접구간, 1층 로비 공간, 1층 주차장과 인접한 서관 입구, 1층 뇌신경센터 앞, 2층 본관-서관 연결 통로, 2층 채혈실 인접 구간. 이들 구간은 공통적으로 수직 이동, 갈림길, 관 변경, 또는 목적지 명칭과 실제 이동 판단이 결합되는 의사결정 지점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3. 연구 참여자

1) 사전 인터뷰 참여자

사전 인터뷰는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는 관계자 2인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병원 내 방문자의 길찾기 문의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실무자로, 고령 방문자가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목적지와 공간, 안내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혼란 양상에 대해 풍부한 현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두 참여자의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한 경력은 평균 4.5년이다.

2) 현장관찰 대상자

현장관찰의 주요 관심 대상은 병원을 이용하는 고령 방문자였다. 다만, 본 연구는 비개입적 자연관찰을 원칙으로 하였기 때문에, 관찰 대상자의 연령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거나 개인식별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고령 방문자’는 행정적으로 확인된 연령 범주라기 보다, 외관적 특징(외모, 특성, 보행 속도 및 자세, 신체적 노화 징후, 병원 이용 맥락, 휠체어 및 보행보조도구 사용 여부 등)과 맥락적 단서(동반자의 호칭, 동반자와의 대화 내용, 진료 안내서 및 서류 소지 방식, 직원과의 상호작용 패턴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구자가 현장에서 고령자로 추정한 방문자를 의미한다. 연령 추정이 불분명한 경우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이러한 추정 방식의 한계는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별도 명시하였다.

관찰은 병원을 이용하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이루어졌으며, 연구자는 방문자의 이동 행동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 역할을 유지하였다. 관찰에는 혼자 방문한 경우와 보호자 또는 가족과 동반 방문한 경우를 모두 포함하였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휠체어나 이동 보조가 필요한 방문자 관찰 대상에 포함되었다. 비교를 위해 동일 공간을 이용하는 중‧장년층 및 젊은 연령층의 이동 행동도 함께 관찰되었으나, 분석의 초점은 노인 방문자의 행동에 두었다.

4. 자료 수집 방법

1) 사전 인터뷰

사전 인터뷰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여 진행되었으며, 인터뷰 시간은 1시간 30분 내외로 1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인터뷰는 연구 목적과 자료 활용 방안을 설명한 뒤 참여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으며, 이후 전사하여 분석자료로 활용하였다. 주요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노인 방문자가 병원 내에서 가장 자주 길을 묻는 공간은 어디인가?
  • ▪ 노인 방문자가 길찾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 ▪ 병원 구조 및 안내 체계와 관련된 특징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 ▪ 노인 방문자를 대상으로 길찾기 관찰을 수행할 때 주의할 것은 무엇인가?
2) 현장관찰

현장관찰은 총 4일에 걸쳐 서로 다른 요일과 시간대(오전 및 오후)에 수행되었다. 구체적으로 관찰은 2024년 8월 14일부터 8월 20일까지 수행되었으며 총 24회 세션, 총 1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각 세션에서 연구자는 사전에 선정된 6개 구간 중 1개 지점에 약 30분간 머물며 방문자의 이동 행동을 기록하였다. 구간별 관찰횟수는 4회이다. 관찰은 비개입적 자연관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자는 병원 이용자의 이동 행동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방문자의 개인 식별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다. 모든 기록은 익명화된 서술 형태로 정리되었다. 관찰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 ▪ 이동 경로 및 방향 전환
  • ▪ 체류 시간 및 체류 위치
  • ▪ 안내 표지판, 종이 문서, 휴대전화 등의 활용 여부
  • ▪ 의료진, 직원,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
  • ▪ 혼잣말 또는 동반자와의 대화 등 언어적 표현 등

전체 관찰 사례 중 본 연구의 분석에 포함된 고령 방문자 추정 사례는 총 82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단독 방문 사례 50건, 동반 방문 사례 32건, 휠체어 또는 이동 보조 관련 사례 6건이 포함되었다. 또한 행동 유형 도출에는 반복적으로 유사 패턴이 확인된 핵심사례 75건을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핵심사례 75건의 기준은 전체 82건 중 길찾기 어려움이나 특정 행동 패턴이 명확히 관찰된 사례를 핵심적으로 분류하였으며, 특별한 길찾기 행동 없이 단순 통행한 7건은 제외하였다.

[그림 1]

현장관찰이 진행된 6곳(빨간 별표) 표시(왼쪽부터 2층-1층-지하1층)

5. 자료 분석 방법

수집된 자료와 현장관찰 기록은 다음과 같은 단계적 분석 절차에 따라 분석되었다. 본 연구의 분석 과정은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 Braun & Clarke, 2006)의 절차적 원칙을 준용하여 총 4단계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자료 정리 및 전사이다. 현장관찰 기록지와 사전 인터뷰 녹음 자료를 모두 텍스트 형태로 정리하였다. 인터뷰 녹음은 전사하였으며, 현장관찰 기록은 관찰 당일 작성된 현장 노트(field notes)를 기반으로 행동 서술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1차 개방 코딩(open coding)이다. 전사 및 정리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길찾기 행동과 관련된 의미 단위를 식별하고 개방 코드를 부여하였다. 예를 들어, ‘방문자가 표지판 앞에서 멈춰 좌우를 살핀 후 의료진에게 말을 건다’는 서술에는 ‘표지판-멈춤’, ‘탐색 행동’, ‘도움 요청’ 등의 초기 코드를 부여하였다.

세 번째 단계는 집중 코딩 및 범주 도출(focus coding & categorization)이다. 개방 코딩에서 도출된 초기 코드를 유사성 및 관계성에 따라 묶어 상위 범주를 형성하였다. (1) 도움 요청 시점과 (2) 동반자 유무 및 이동 주도권의 소재를 핵심 분류 기준으로 설정하여 ‘독립 탐색형’, ‘동반 의존형’, ‘조기 도움 요청형’, ‘반복 회귀형’의 네 가지 행동 유형을 범주화하였다.

네 번째 단계는 인터뷰-관찰 자료 삼각검증(triangulation)이다. 사전 인터뷰에서 도출된 길찾기 취약 요인 및 공간 특성과 현장관찰 결과를 상호 비교하여 자료 삼각검증을 실시하였다.

6.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병원을 이용하는 방문자의 일상적인 이상 행동을 비개입적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관찰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으며, 모든 자료는 연구 목적 외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사전 인터뷰 참여자에게는 연구 목적과 자료 활용 방안을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얻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 윤리심의를 통과하여 해당 프로토콜에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Ⅲ. 연구 결과

본 장에서는 사전 인터뷰 결과(1절), 현장관찰의 전반적 행동 특성(2절), 의사결정 지점에서의 혼란 행동(3절), 행동 유형 세분화(4절), 표지판 인식과 활용 차이(5절), 인터뷰-관찰 정합성(6절) 순으로 관찰된 사실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결과의 의미 해석 및 선행연구와의 비교는 Ⅳ장(논의 및 제언)에서 다룬다.

1. 사전 인터뷰

안내데스크 관계자 2인을 대상으로 한 사전 인터뷰 분석 결과, 노인 방문자의 병원 길찾기 어려움은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공간 구조, 정보 제공 방식, 노인의 인지 및 신체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분될 수 있었다.

1) 특정 진료과 및 검사 공간에 집중되는 길찾기 문의

인터뷰 참여자들은 노인 방문자가 가장 자주 길을 묻는 공간으로 정신의학과, MRI실, 물리치료실, 국가검진센터, 내과특화센터를 공통적으로 언급하였다. 이들 공간은 병원 확장 과정에서 기존 위치에서 이동되었거나, 동일 기능이 여러 층과 관에 분산 배치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치매 쪽 어르신들이 많이 가시는 정신건강의학과는 3층에 있는데, 예전에 바닥에 있던 이정표도 없어지고 안내가 복잡해져서 거의 항상 다시 물어보세요.”

MRI 및 물리치료실과 관련해서는 접근 경로의 물리적 부담이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특히 지하 1층 MRI실 인접 구간의 경우, 엘리베이터 이용 후 추가적인 계단 이동이 요구되어 휠체어 이용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이동 부담이 큰 구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본관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하나뿐이라서, 내려가도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해요. 휠체어 타신 분들은 결국 서관으로 돌아가셔야 하거든요.”
2) ‘관’ 구분과 명칭 체계로 인한 혼란

인터뷰 참여자들은 노인 방문자가 ‘본관‧서관‧동관’과 같은 건물 구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길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서관 위치에 대한 문의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

“어르신들은 ‘서관이 어디냐’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하세요. 그래서 건물 이름을 이야기하는 대신 항상 ‘편의점 기준으로 이렇게 가세요’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내과특화센터와 같이 여러 진료과가 하나의 명칭으로 묶여있는 경우, 노인 방문자가 자신의 목적지와 표기된 명칭을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언급하였다.

3) 좌·우 방향 인식과 평면도 이해의 어려움

인터뷰 참여자들은 노인 방문자가 좌‧우 방향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 안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기역자나 니은자 형태의 복도 구조에서 길찾기 혼란이 두드러진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도나 평면도는 붙어있는데, 어르신들은 오래 보셔야 이해하세요. 그래서 설명을 해드려도 중간에 한 번 더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4) 수직 이동과 이동 보조가 필요한 상황

노인 방문자의 이동 특성 중 하나로, 엘리베이터/계단/에스컬레이터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의 혼란이 강조되었다. 휠체어 이용자나 베드 이동 환자의 경우, 안전 문제로 인해 의료진이나 직원의 동행이 필요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

“혼자 휠체어를 타고 가기에는 경사로가 너무 심한 곳도 있어요. 보호자분들이 잘 모르고 밀다가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2. 사전에 선정된 주요 이동 구간에서 관찰된 노인의 전반적 길찾기 행동

본 연구의 현장관찰은 사전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길찾기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 6개 구간에서 수행되었다.

이들 구간에서 노인 방문자는 이동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멈춤-탐색-재이동”의 순환 행동을 보였다. 이동 중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살피거나, 안내 표지판과 손에 든 검사 의뢰서 및 진료 안내서를 번갈아 확인하는 행동이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일부 방문자는 “여기가 맞나?”, “2층이 어디지? 어디로 2층을 올라갈 수 있지?”와 같은 혼잣말을 하며 현재 위치를 재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2]

서관으로 연결되는 복도(좌), 주차장과 연결되는 접수대 및 안내데스크(우)

[그림 3]

동관으로 연결되는 내리막길(좌), MRI실 엘리베이터 옆 계단(우)

특히 노인 방문자는 동일 지점에서 수 초에서 수십 초에 이르는 체류 행동을 보였으며, 젊은 연령층에 비해 이동 속도가 느리고 경로 선택에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경항이 나타났다.

3.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공간에서의 혼란 행동과 반복 동선

현장관찰 결과, 노인의 길찾기 혼란은 모든 관찰 구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유형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되었다. 이러한 공간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동시에 제시되는 수직 이동 지점, 복수의 통로가 분기되는 갈림길, 그리고 본관과 서관을 연결하는 통로가 포함되었다.

일부 노인 방문자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한 뒤 이를 인지하고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회귀 동선을 반복하였다. 예를 들어, 2층 채혈실 인근에서는 채혈실에서 나온 뒤 다른 진료과를 찾기 위해 복도를 이동하다가 다시 동일한 갈림길로 되돌아오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기 참 어려워요”와 같은 발화가 동반되기도 하였다.

지하 1층 MRI 인접 구간에서는 엘리베이터 이용 후 추가 계단 이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방문자가 주변을 서성이다가 의료진에게 길을 묻거나 동행 안내를 받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4. 노인의 병원 길찾기 행동 유형의 세분화

행동 유형은 (1) 도움 요청 시점과 (2) 동반자 유무 및 이동 주도권이라는 두 가지 분류 기준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도출되었다.

첫째, 독립 탐색형은 혼자 방문한 노인이 안내 표지판과 종이 문서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이동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체류 시간이 길고, 혼잣말을 통해 스스로 방향을 점검하는 행동을 보였다.

둘째, 동반 의존형은 보호자나 가족과 함께 방문한 경우로, 이동은 주로 동반자가 주도하되 보호자 역시 병원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함께 혼란을 겪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 경우, “이 쪽이 맞나?”와 같은 대화가 반복되었다.

셋째, 조기 도움 요청형은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안내데스크 직원이나 의료진에게 직접 길을 묻는 유형이다. 이 행동은 복잡한 동선이나 수직 이동이 요구되는 공간에서 특히 자주 나타났다.

넷째, 반복 회귀형은 동일한 갈림길이나 통로를 여러 차례 오가는 유형으로, 방향 확신을 갖지 못한 채 탐색과 회귀를 반복하는 특징을 보였다.

5. 안내 표지판 인식과 실제 활용의 차이

현장관찰 구간 대부분에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표지판의 존재가 길찾기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노인 방문자는 표지판 앞에서 이를 응시하거나 손에 든 종이와 번갈아 보았으나, 명칭 체계나 방향 정보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특히 좌‧우 방향 구분이 요구되는 표지판 앞에서 체류 기간이 길어졌으며, 결국 인근의 의료진이나 보안요원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6. 사전 인터뷰와 현장관찰 결과의 정합성

안내데스크 관계자 인터뷰에서 언급된 길찾기 취약 공간과 행동 특성은 현장관찰 결과와 높은 수준의 정합성을 보였다. 인터뷰에서 지적된 특정 진료과, 관 구분 문제, 수직 이동 동선의 복잡성, 노인의 좌‧우 인식 어려움은 실제 관찰 구간에서 노인 방문자의 체류, 회귀, 도움 요청 행동으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의 병원 길찾기 어려움이 단순한 개인의 혼란이 아니라, 공간 환경과 정보 체계, 그리고 노인의 생활 맥락이 상호작용하며 나타나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Ⅳ. 논의 및 제언

1. 주요 결과 요약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노인의 길찾기 혼란은 의사결정 부담이 높은 공간(수직 이동 지점, 갈림길, 건물 변경 통로)에 집중되었다. 둘째, 고령 방문자는 ‘멈춤-탐색-재이동’ 순환 행동, 도움 요청, 회구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셋째, 표지판이 존재하더라도 정보 해석 및 활용의 간극이 나타났다(상세결과는 Ⅲ장 2~6절 참조).

이러한 결과는 병원 길찾기를 단지 ‘개인 능력’의 문제로 환원하기보다, 공간 구성(건축적 요소)과 정보체계(사인/명칭/지도) 및 고령자의 인지‧신체적 특성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생활환경적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의료시설에서 길찾기가 설계 및 운영에서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 선행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Devlin, 2014).

2. 병원 길찾기 연구 맥락에서의 본 연구의 의의

의료시설 길찾기 연구는 환경심리학 및 환경디자인 영역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으며, 특히 Passini(1996)는 길찾기를 “연속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보고, 건축적 단서와 정보 단계(사인, 지도, 명칭 체계)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Devlin(2014)은 의료시설에서 길찾기가 스트레스, 만족도, 운영 효율과도 연결되는 핵심 과제임에도 종종 ‘사후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계획 단계에서부터 길찾기 관점을 통합할 필요를 강조했다.

이러한 선행연구 흐름 속에서 본 연구는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학문적 기여를 제공한다.

첫째, 기존 연구가 주로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이나 통제된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본 연구는 일반 고령 방문자의 자연발생적 길찾기 행동을 실제 병원 환경에서 직접 포착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노인도 복잡한 병원 공간에서 실질적인 길찾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탐색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고령자 길찾기 연구의 대상 범위를 인지장애 집단 너머로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본 연구는 한국의 상급종합병원이라는 고유한 공간적 맥락(복수의 건물이 서로 다른 시기에 증축 및 연결된 복합 구조)에서 노인의 길찾기 행동을 분석하였다. 이는 단일건물이나 서양 의료시설 환경을 다룬 선행연구(Devlin, 2014; Ford et al., 2020)의 결과를 국내 맥락에서 검토하고 보완하는데 기여한다.

셋째, 본 연구는 현장관찰을 통해 ‘독립 탐색형’, ‘동반 의존형’, ‘조기 도움 요청형’, ‘반복 회귀형’이라는 네 가지 행동 유형을 탐색적으로 범주화함으로써, 이후 고령자 길찾기 연구 및 병원 환경 개선 실천에서 사용자 특성 기반의 개입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초기 분류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넷째, 본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맥락에서 노인 방문자의 실제 길찾기 행동을 자연발생적 상황에서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특히 병원 증축 및 결합으로 인해 공간 구조가 복잡해진 환경에서 노인의 길찾기 혼란이 ‘결정 지점(decision point)’에 집중된다는 점(예: 갈림길, 수직 이동, 관 변경)은 병원 외래 영역의 동선/시야/사인 위치를 함께 고려한 연구 흐름과도 연결된다(Chen et al., 2021; Kalantari et al., 2022).

3. “의사결정 지점”에서 혼란이 집중되는 이유

현장관찰에서 노인의 체류/배회/회귀 행동은 특히 갈림길, 엘리베이터 전후, 본관-서관 연결부 등 선택지가 제시되는 지점에서 집중되었다. 이는 길찾기가 단순 이동이 아니라, 환경에서 단서를 수집하고(탐색), 의미를 해석하고(이해),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의사결정) 과정이라는 설명과 부합한다(Passini, 1996).

특히 고령자에게는 (1) 정보 처리 속도 저하, (2) 시각적 복잡성에서의 선택 부담, (3) 익숙하지 않은 명칭 체계나 상징 이해의 어려움 등이 결합될 때, 표지판이 있어도 “활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연구들도 고령자의 병원 사인 시스템에 대한 인식/태도 및 상징 이해에서 연령 관련 차이를 보고하며, 사인 정보의 친숙성‧구체성‧의미 명료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Deng et al., 2024).

본 연구의 사례(예: 여기가 2층 아니에요? 여기 참 어려워, 2층이 어디야...)에서 보이듯이, 노인은 공간 단서가 불충분하거나 정보가 과밀한 지점에서 현재 위치(Where am I?)와 다음 행동(What should I do next?)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경험한다. 이러한 부담은 Devlin(2014)이 정리한 의료시설 길찾기 문제(복잡한 배치, 부적절한 사인, 스트레스 높은 방문 맥락)와도 상응한다. 본 연구에서 관찰된 멈춤, 재탐색, 회귀, 도움 요청 행동은 바로 이러한 부담이 행동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4. 표지판 “존재-활용” 간극과 명칭 체계의 문제

본 연구에서는 표지판을 직접 응시하거나 종이 문서와 번갈아 확인하는 행동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으나, 그럼에도 도움 요청으로 이어지거나 회귀 행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이는 표지판이 단지 설치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해석 가능성(comprehensibility)과 행동으로의 연결(actionability)을 확보해야 함을 시사한다. 즉, 정보는 제공되고 있었지만, 그것이 고령 방문자에게 “지금 어디에 있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령자의 사인 이해에서 의미적 정확성, 친숙성, 구체성이 중요하다는 연구는 본 연구의 관찰 결과와 특히 잘 맞물린다(Deng et al., 2025).

이러한 결과는 최근 연구(김신혜, 2008)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고령자의 사인 이해에서 친숙성, 구체성, 의미 명료성이 중요하다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사전 인터뷰에서 ‘관(본관‧서관‧동관)’과 같은 건물 명칭, 내과특화센터처럼 여러 과가 묶인 명칭의 혼란은 병원 길찾기 체계에서 명칭 체계 자체의 정합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표지판, 평면도, 종이 안내문, 직원의 구두 안내가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거나, 이용자가 자신의 목적지와 표기된 명칭을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면 길찾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5. 고령친화적 병원 길찾기 개선을 위한 실무적 시사점

본 연구는 병원 전체를 포괄적으로 조사한 연구가 아니라, 길찾기 취약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핵심 구간을 목적적으로 관찰한 연구라는 점에서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즉, 병원 길찾기 개선은 모든 공간을 동일하게 바꾸는 일괄적 접근보다, 실제 혼란이 집중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한 정밀 개입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첫째, 수직 이동 지점에서는 방문자가 즉시 이해할 수 있도록 층, 목적지, 이동수단, 방향 정보를 일관되게 통합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관‧서관‧동관 과 같은 관 구분과 센터 명칭은 지도, 표지판, 접수 안내문, 직원의 구두 안내에서 동일한 용어 체계를 사용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표지판은 정보량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고령자의 읽기와 이해를 전제로 핵심 정보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친숙한 표현과 구체적 기준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넷째, 길찾기 체계는 물리적 사인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안내데스크, 보안요원, 동행 서비스 등 운영 요소와 결합된 통합 시스템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는 사용자 특성‧공간 특성‧정보 특성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최근 의료시설 길찾기 연구 흐름(Ford et al., 2020; Pouyan et al., 2024)과 부합하며, 단일 패턴의 해결책보다 다층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6. 연구의 한계 및 후속 연구 제안

본 연구는 목적적 관찰 설계를 통해 취약 구간에서의 행동을 깊이 있게 기록했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첫째, 관찰은 사전 선정된 구간에서 수행되어 병원 전체의 길찾기 경험을 일반화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다만 이는 본 연구 목적이 ‘취약 구간에서의 실제 행동 특성’ 규명에 있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장관찰에서 연령은 외관적 특징 및 맥락적 단서를 토대로 ‘추정’되었으며, 개인의 인지 수준, 질환 특성, 방문 목적(초진/재진), 익숙함(재방문 빈도)을 정량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셋째, 본 연구는 비개입 관찰 중심이므로, 길찾기 어려움의 원인에 대한 당사자(노인)의 인지적 설명을 직접 수집하지 못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관찰과 짧은 현장 인터셉트 인터뷰(짧은 회상 질문), 또는 동선 추적 실험(예: 표지판/명칭/색채 단서 조정)을 결합한 혼합방법 연구가 유용할 것이다. VR이나 공간구문론(space syntax) 기반 분석과 결합하는 접근도 의료시설 길찾기 연구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 결론적 논의

종합하면, 본 연구는 한국의 대형 의료시설 맥락에서 노인의 길찾기 혼란이 병원 전반에 균등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핵심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관찰 자료로 제시하였다. 또한 표지판의 설치 여부를 넘어, 고령자의 정보 해석 과정과 실제 행동으로의 연결을 고려한 통합적 길찾기 설계(공간/정보/운영)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의료시설 길찾기를 환경심리 및 환경디자인 관점에서 핵심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선행연구 주장과도 일치한다(Devlin, 2014).


Ⅴ. 결론

본 연구는 대형 의료시설에서 노인의 병원 길찾기 어려움이 엘리베이터, 갈림길, 관 변경 구간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 지점에 집중됨을 확인하였다. 현장관찰 결과, 노인 방문자는 멈춤-탐색-재이동의 반복 행동과 도움 요청, 회귀 행동을 빈번하게 보였으며, 안내 표지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의 병원 길찾기 어려움이 개인의 인지 문제를 넘어 공간 구조와 정보 제공 방식, 그리고 노화 특성이 상호작용한 결과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친화적 병원 환경 개선을 위해 본 연구에서 도출된 네 가지 행동 유형을 실천적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독립 탐색형 방문자에게는 목적지별 단계별 경로 안내카드를, 조기 도움 요청형 방문자에게는 혼란 집중 구간의 안내 스테이션을, 동반 의존형을 위해서는 동반자를 포함한 입구 안내 체계를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방문자의 실제 행동 특성에 기반한 접근은, 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일괄적 시설 개보수보다 제한된 자원 내에서 보다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의 결과는 단일 상급종합병원의 특정 6개 구간에서 수행된 탐색적 관찰 연구에 기반하며, 유사한 규모와 복합 증축 구조를 가진 상급종합병원 맥락에서의 시사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를 보다 넓은 맥락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병원 유형과 지역적 맥락에서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가 고령친화적 병원 환경 설계 및 운영 개선을 위한 실증적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6년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연구임(신진연구 No.25486327)

본 논문은 한국연구재단 4단계 BK21 사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연구임(GS-1-JX-NON-20241251).

본 논문은 2020년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BK21 고령서비스테크 융합전공으로 지원된 연구임(512020031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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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 1]
현장관찰이 진행된 6곳(빨간 별표) 표시(왼쪽부터 2층-1층-지하1층)

[그림 2]

[그림 2]
서관으로 연결되는 복도(좌), 주차장과 연결되는 접수대 및 안내데스크(우)

[그림 3]

[그림 3]
동관으로 연결되는 내리막길(좌), MRI실 엘리베이터 옆 계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