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혼 남녀의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관계에서 공감과 의사소통의 매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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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explored the mediating roles of empathy and couple communication in the relationship between self-differentiation and marital satisfaction among married individuals. The sample comprised 226 married adult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self-report questionnaires that assessed self-differentiation, empathy, couple communication, and marital satisfaction, and were analyzed using SPSS 23.0 and AMOS 22.0 via confirmatory factor analysis and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The findings revealed that self-differentiation positively influenced both couple communication and marital satisfaction. While empathy significantly predicted all subtypes of couple communication, it did not have a direct effect on marital satisfaction. Among the various subtypes of couple communication, only mutual understanding was found to significantly predict marital satisfaction. Additionally, empathy did not significantly mediate the relationship between self-differentiation and couple communication; however, couple communication did significantly mediate the relationship between empathy and marital satisfaction. Finally, the sequential indirect effect of self-differentiation on marital satisfaction through empathy and couple communication was significant. These results indicate that self-differentiation enhances marital satisfaction both directly and through relational processes, with mutual understanding emerging as a particularly important aspect of communication linked to marital satisfaction.
Keywords:
Marital satisfaction, Empathy, Communication, Self-differentiation키워드:
결혼만족도, 공감, 의사소통, 자기분화Ⅰ. 서론
관계 형성에 대한 근원적 욕구는 친밀한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며, 이는 개인의 심리적 건강과 삶의 만족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생의 동반자인 배우자와의 관계는 성인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부부가 상호 존중과 긍정적 정서를 기반으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때, 가정은 안정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그 안에서 개인은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부부관계는 가정의 핵심 체계로서 깊은 정서적 교류와 친밀감을 공유하는 장이며, 가정 내에서 경험하는 안정성과 지지는 개인의 성장과 주관적 행복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류단비, 하정희, 2023). 따라서 가정 형성의 출발점이자 중심 축인 부부관계의 만족도는 매우 중요한 변인으로 간주되며, 부부가 상호작용을 어떻게 인식하고 결혼생활 전반에 대해 어떠한 정서적·인지적 평가를 내리느냐는 가정 분위기와 관계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강차선, 2006).
한편, 결혼은 부부관계를 제도적으로 안정화하는 사회적 장치이지만, 현대 사회의 급격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2024)의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혼인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이혼율은 일정 시점 이후 완만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부부가 여전히 이혼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혼인 건수 감소에 따라 전체 이혼 건수 또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결혼한 부부 중 이혼을 선택하는 비율은 여전히 유의한 수준을 유지하며 다양한 연령층과 사회계층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구조적 변화와 개인 내적 심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핵가족화의 심화,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 저출산 등 사회적 환경 변화는 부부관계의 기능과 기대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부부관계 내적 요인인 결혼만족도의 저하는 이혼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이삼식 외, 2015). 핵가족 중심으로의 가족 구조 재편은 부부 간 경제적·정서적 상호의존성을 심화시켰으며, 정서적 지지 기능이 부부관계에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갈등 및 관계 불만족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관계 해체로 이어질 위험성이 증가하였다. 또한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은 결혼을 전통적 의무나 역할 수행의 장이 아니라 개인의 자아실현과 만족을 추구하는 관계로 재정의하게 하였으며, 이에 따라 관계의 질과 만족에 대한 기대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혼의 예측요인을 분석한 연구들에서도 결혼만족도는 가장 강력한 예측변인 중 하나로 보고되었다(김현주, 안현의, 2011; 한혜영, 현명호, 2006; Gottman & Levenson, 2000). 이처럼 결혼만족도가 이혼을 예측하는 핵심 변인으로 주목받는 만큼, 결혼만족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려는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선행연구들은 경제적 조건, 의사소통 방식, 성격 특성, 자녀 양육, 성생활, 사회적 지지, 가치관 차이 등 다양한 개인적·환경적 요인이 결혼만족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침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특히 송진아와 전세송(2023)은 한국 부부의 결혼만족도와 관련 요인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개인·관계·환경적 측면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부부가 결합을 통해 각자의 환경을 공유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 특성, 관계의 질, 사회적 맥락이 상호작용하며 결혼만족도를 형성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김희진, 2004; 류민영, 정현숙, 2023; 송진아, 전세송, 2023).
Ⅱ. 문헌고찰
1. 연구대상
부부 개개인의 심리적 건강성은 결혼만족도와 직결되는 핵심 변인이다. 이는 개인적 특성에 해당하나,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질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대인관계에서의 심리적 독립성을 뜻하는 자기분화(self-differentiation)는 결혼만족도의 주요 예측요인으로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안용주, 이정화, 2024; 윤성민, 2017; 주수산나 외, 2015). Bowen(1978)은 자기분화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구분하고, 상대의 정서에 과도하게 휘말리지 않으면서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자기분화는 심리내적 차원과 대인관계적 차원에서 동시에 설명될 수 있다. 전자는 감정과 사고를 구분하는 인지·정서적 조절 능력을 의미하며, 후자는 자신과 타인을 심리적으로 구분하면서도 관계적 유대를 유지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에 대해 박승민(2021)은 자기분화를 “관계 속에서 경험되는 개인의 정서반응성을 관리하면서도 친밀감과 자율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자기분화가 개인 내부의 조절 역량이자 관계적 역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높은 자기분화는 정서적 융합 없이 타인과 친밀함을 유지하도록 하며, 배우자의 정서적 요구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데 기여한다. 반면 자기분화 수준이 낮은 경우,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구분하여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저해되며(문유정, 김보령, 2018), 배우자의 감정에 쉽게 동요되고 정서조절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부부관계에서 자기분화가 높을수록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배우자와 건강한 경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결혼생활의 만족도를 증진하는 기반이 된다. 이와 같이 자기분화는 부부관계의 안정성과 만족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인적 자원으로 간주된다. Skowron과 Schmitt(2003)는 자기분화가 정서적 안정성과 상호의존적 관계 형성에 기여함을 보고하였으며, Asadpour et al.(2025)은 자기분화가 갈등 상황에서 정서적 과잉반응을 완화하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과 관련됨을 밝혔다. 종합하면, 자기분화는 갈등 상황에서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상대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정서조절 능력과 인지적 유연성과 관련되며, 이러한 특성은 궁극적으로 결혼만족도를 증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다수의 경험적 연구들은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를 유의하게 예측함을 보고하였으며, 자신 또는 배우자, 나아가 부부 모두의 자기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나남숙, 이인수, 2017; 신현정, 홍혜영, 2018; 이은실, 이이슬, 2024; 제석봉, 2002; 최종선, 2015; 한영숙, 200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혼 남녀의 결혼만족도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개인의 자기분화 수준을 가정하였다.
나아가 자기분화는 단순한 내적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부부 간 일상적 상호작용 양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감과 의사소통은 핵심적 매개변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자기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타인을 보다 수용적으로 이해하고 관용적 태도를 보이며, 공감능력 또한 높은 경향이 보고되었다(남연희, 2008). Rogers(1957)는 공감을 상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혼동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내면세계에 정서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김윤희, 2017). 이러한 정의는 정서적 연결과 심리적 독립성을 동시에 강조한다는 점에서 Bowen(1978)의 자기분화 개념과 이론적으로 맞닿아 있다. 즉, 자기분화는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보존하는 역량의 기초가 되며, 이는 타인을 향한 공감적 태도로 확장될 수 있다. 공감은 부부 상호작용에서 배우자의 정서와 욕구를 정확히 인식하고 수용하는 능력으로, 정신화 및 정서지능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갈등을 완화하고 관계적 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경로로 작동한다(Fonagy et al., 2000). 따라서 자기분화는 공감능력을 통해 부부 상호작용의 질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결혼만족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경로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기분화는 비방어적이고 명료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갈등 상황에서의 조율과 정서적 친밀감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Bowen, 1978; Ko & Lewis, 2011). 의사소통은 관계 속에서 감정, 생각, 태도 등을 표현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으로, 개인은 의사소통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발전시킨다(강정실, 2015). 특히 부부가 기능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표현적 측면과 수용적 측면을 균형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현언어는 자신의 생각·감정·욕구를 명확하고 적절히 전달하는 능력이며, 수용언어는 상대의 메시지를 정확히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표현이 과도하고 수용이 부족할 경우 상호이해가 저해될 수 있고, 반대로 수용이 높아도 표현이 부족할 경우 자신의 의사가 왜곡되거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Satir(1983) 역시 개인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표현하는 동시에 원가족과 건강한 유대감을 유지할 때 자존감이 향상되고 기능적 의사소통이 촉진된다고 보았다. 반대로 원가족과의 정서적 단절로 자기분화가 저하되고 자존감이 낮아질 경우, 개인은 역기능적 의사소통 양식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부부가 정서적 융합과 분리를 적절히 조절하며 배우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할 때, 건강한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가 형성·유지되고, 이는 결혼만족도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자기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개방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부부 상호작용의 질이 향상되며, 이는 결혼만족도 증가에 기여한다는 실증적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Asadpour et al., 2025; Skowron & Schmitt, 2003). 김향순 외(2014) 또한 부부의 자기분화와 의사소통 간 정적 관계를 확인하였고, 자기분화가 의사소통을 매개로 결혼만족도를 높이는 경로를 제시하였다. 그 밖의 연구들 또한 자기분화와 의사소통의 정적 관련을 일관되게 확인하였다(정현숙, 2009; 최옥화, 2015). 즉 자기분화가 높다는 것은 자율성과 연결감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이며, 이러한 균형은 기능적 의사소통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분화 수준이 높은 개인은 정서체계와 지적 체계의 분화를 바탕으로 감정과 사고를 구별할 수 있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보다 성숙한 사고와 객관적 판단을 수행할 수 있다(김향순 외, 2014).
의사소통은 결혼만족도의 가장 직접적인 결정요인 중 하나로, 동일한 문제라도 상호작용 방식에 따라 부부관계의 질이 달라진다는 점이 선행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강차선, 2006; 김정희, 2019; 김희진, 2004; 박영화, 고재홍, 2005; 이창훈, 2008; 장문선, 김영환, 2002). 부부는 각기 다른 경험과 기대를 공유하는 관계이므로 갈등은 어느 정도 필연적이다. 이때 부부는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을 모색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유대감, 신뢰, 애정을 강화할 수 있다. 김정희(2019)는 부부의 유대감이 개방적 의사소통에 의해 강화되며,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수록 갈등이 증폭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기능적 의사소통을 보이는 부부는 경청과 발화에서 성실한 태도를 유지하고 상대 의견을 존중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표현한다(Lavner et al., 2017). 의사소통의 빈도와 자기표현 수준, 비언어적 단서의 정확성, 상호 간 감정이입 수준이 높을수록 부부관계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임성은, 2014). 즉 건강한 의사소통은 친밀감 형성, 상호이해 증진, 동등하고 민주적인 관계 구축에 기여하며, 갈등과 정서적 스트레스 감소를 통해 부부관계 안정성과 가족 기능을 향상시키고 개인의 심리적 안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 사이에는 실제로 부부가 생활하면서 공감과 의사소통을 통해서 서로의 감정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 매개할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부부관계 맥락에서 공감은 상호이해와 정서 조율을 촉진하여 관계의 질을 높이며(Barnett, 1987; Eisenberg & Miller, 1987), 공감적 이해와 반응이 높은 부부일수록 자기표현과 상대수용, 상호이해가 원활하고 갈등 상황에서의 부정적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문유정 외, 2017). 나아가 부부의사소통의 질은 결혼만족도를 강력하게 예측하며, 비난·경멸·방어·회피 등 부정적 상호작용의 누적은 결혼만족도 저하 및 이혼과 관련되는 반면(Gottman & Levenson, 2000), 개방적 정서표현과 문제해결 중심 상호작용은 만족과 안정성을 증진한다(Fincham, 1998). 국내 연구들 역시 공감이 높을수록 긍정적 의사소통이 증가하고 부정적 의사소통은 감소하며, 의사소통이 결혼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김향순 외, 2014; 오현주 외, 2012). 따라서 공감은 긍정적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이러한 의사소통의 질이 부부관계의 질과 결혼만족도를 예측한다는 가정을 이론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Fincham, 1998; Gottman & Levenson, 2000).
본 연구모형의 차별성은 자기분화를 단순한 개인 특성이나 직접 예측 변인으로 다루는 기존 연구의 접근을 넘어, 이를 정서적·관계적 조절 체계의 출발점으로 재개념화하였다는 데 있다. 기존 연구들은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직접 관계에 초점을 둔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았고(김남진, 김영희, 2010; 제석봉, 2002; 한영숙, 2007), 다양한 심리사회적 변인의 매개효과를 복합적으로 통합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또한 매개효과를 다룬 연구에서도 단일 매개변인만을 검증하거나(김병숙, 손승희, 2020; 신현정, 홍혜연, 2018; 이소미, 고영건, 2009; 이은실, 이이슬, 2024), 두 매개변인을 독립적으로만 다루는 데 그쳐(김정희, 2019; 김현주, 안현의, 2011; 윤희원 외, 2015; 이창훈, 2008) 다중매개 경로의 통합적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자기분화를 개인의 심리내적 기능과 대인관계 기능을 포괄하는 핵심 역량으로 설정하고, 이 역량이 먼저 공감(인지적·정서적 차원)을 통해 정서적 이해 능력으로 구체화되며, 다시 부부의사소통(자기표현·상대수용·상호이해)이라는 행동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확장되어 궁극적으로 결혼만족도에 이르는 연쇄적 다중매개 구조를 통합적으로 검증하였다. 즉, 본 연구는 개인 내적 정서 조절 역량이 대인 간 정서 이해를 거쳐 실제 관계 행동과 관련되고, 그 결과가 관계만족으로 연결되는 ‘내적 조절–정서적 공명–행동적 상호작용’의 단계적 메커니즘을 경험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자기분화 연구를 개인 수준에서 관계 과정 수준으로 확장하였다는 이론적 의의를 갖는다. 또한 최근 연구들은 의사소통을 단일한 구성개념으로 보기보다 그 기능과 과정에 따라 구분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친밀감 형성 과정에서는 자기개방 그 자체보다 상대의 공감적 반응성과 수용 경험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제시되었으며(Reis & Shaver, 1988), 파트너의 정서적 반응성은 관계만족을 직접적으로 예측하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되었다(Feeney, 2007). 또한 파괴적 의사소통과 건설적 의사소통이 관계만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Gottman, 1994)는 의사소통의 하위유형에 따른 차별적 접근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의사소통이 단순한 표현 행위가 아니라 자기표현, 상대수용, 상호이해와 같은 관계적 기능을 포함하는 다차원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의사소통을 단일 지표로 다루기보다, 관계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따라 자기표현, 상대수용, 상호이해의 하위유형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한편, 결혼생활은 가족 구조와 생애주기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녀 유무, 연령, 성별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요인이 부부관계 경험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제기되어 왔다(Amato & Rogers, 1997). 이에 본 연구에서는 주요 변수 간 관계를 분석함과 동시에 연구대상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이 연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하여 연령, 성별, 자녀 유무에 따른 차이를 추가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 결혼만족을 종속변수로 하여 다변량분산분석(MANOVA)을 구조방정식 분석에 앞서 실시하고자 한다. 연구 문제 및 연구모형은 다음과 같다.
- 연구문제 1. 연령, 성별, 자녀 유무와 같은 인구사회학적 변인에 따라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 결혼만족에는 차이가 나타나는가?
- 연구문제 2. 본 연구에 포함된 자기분화, 공감, 부부의사소통의 하위유형, 결혼만족도 간의 관련성은 어떠한가?
- 연구문제 3. 기혼 남녀의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공감, 부부의사소통의 각 하위유형에 의해 개별적으로 매개되는가?
- 연구문제 4. 기혼 남녀의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공감과 부부의사소통 하위유형을 거치는 순차적 매개경로를 통해 설명되는가?
Ⅲ.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및 자료수집
총 227명으로 불성실한 응답을 한 1명을 제외하고 226명의 응답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참여자는 모두 기혼이었으며, 성별은 남성 76명(33.6%), 여성 150명(66.4%)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령은 50.13세(SD=9.85)로 최소연령 만 29세부터 최대연령 만 70세까지의 분포를 보였다. 구체적인 인구통계학적 정보는 <표 1>에 제시하였다. 설문은 2025년 6월 3일부터 6월 17일까지 실시되었으며, 온라인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참여자가 자발적인 동의를 한 경우에만 설문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는 익명 자기보고 설문을 활용한 최소위험 연구로 수행되었으며, 연구윤리 준수를 위해 연구 목적, 자발적 참여, 익명성, 중단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였다. 또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 교육 10시간을 모두 이수하였으며, 연구참여자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를 충분히 설명한 후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 자료를 수집하였다.
2. 측정 도구
자기분화를 측정하기 위해 정혜정과 조은경(2007)이 개발한 한국형 자기분화 척도(KSDI)를 사용하였다. 자기분화의 정도를 측정할 때, 기존에는 Bowen의 자기분화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외국 척도를 번역해 사용하거나, 전춘애(1994) 등이 번안한 척도를 사용하였으나, 한국인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과, 척도의 신뢰성, 타당성 문제가 있었다(정혜정, 조은경, 2007). 이에 이를 보완하여 만들어진 한국형 자기분화 척도(KSDI)를 본 연구에 사용하였다.
KSDI 척도는 자기분화를 심리내적 차원의 ‘정서적 반응’과 ‘자기입장’, 대인관계 차원의 ‘타인과의 융합’과 ‘정서적 단절’, 그리고 심리내적 차원과 대인관계 차원을 모두 포함하는 ‘정서적 융합’의 5가지 하위 척도로 분류하여 측정하였다. 외부 자극이나 타인에 의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인 ‘정서적 반응’은 ‘나는 감정이 격해졌을 때에는 제대로 생각하기가 어렵다.’와 같은 9개의 문항으로 측정한다. 외부의 압력에도 자신의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나타내는 ‘자기입장’에는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와 같은 8문항이 있고, 타인의 정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정도를 측정하는 ‘타인과의 융합’에는 ‘내 자존심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를 포함하는 7문항이 있다. 관계에서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타인과 거리를 두려는 정도를 의미하는 ‘정서적 단절’은 5문항으로, ‘배우자가 이해하지 못할까봐, 내 속마음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한다.’ 등의 문항을 포함한다. 마지막 ‘정서적 융합’은 개인의 자존감이나 정서가 타인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을 측정하며 ‘배우자가 나를 비난하면, 한동안 마음이 괴롭다.’ 등의 9개 문항이 있다.
한국형 자기분화 척도(KSDI)는 총 3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은 6점 Likert 척도(0=전혀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평정한다. 채점은 ‘자기입장’을 제외하고 모두 역채점하며, 점수의 총합이 높을수록 자기분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혜정과 조은경(2007)의 연구에서 전체 문항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89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에서의 문항 신뢰도 계수는 .91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김윤희와 김진숙(2017)이 개발한 공감척도를 가져와 공감의 태도적 요인을 제외하고 사용하였다. 공감의 3가지 차원인 인지적 공감, 정서적 공감, 태도적 공감에서 인지적, 정서적 영역만을 연구에 활용한 이유는 본 연구의 또 다른 매개변인인 ‘의사소통’ 과 ‘태도적 공감’ 이 중첩되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김윤희와 김진숙(2017)의 공감척도는 기존 Davis(1983)의 공감척도인 IRI의 인지적·정서적 공감 구성요소를 유지하면서 한국인의 문맥에 맞는 문항으로 재구성해 문화적 타당성이 확보된 척도이기도 하다. 즉 원 척도의 주요 하위요인 구조가 잘 재현되어 있으면서 문화적 적합성 또한 뒷받침되기에 한국인의 공감 양상을 신뢰롭게 반영할 것으로 여겨져 채택하였다.
공감의 인지적 차원에는 ‘역할수용’과 ‘감정파악’이 있다. ‘역할수용’은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관점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으로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내 자신이 상대방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듣는다.’와 같은 내용을 측정한다. ‘감정파악’은 타인의 감정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얼굴 표정을 보면, 나는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한숨과 같은 상대방의 몸짓으로 그 사람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다.’를 포함하는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서적 차원의 공감에는 ‘감정공명’과 ‘대리감정’이 있는데, ‘감정공명’ 은 한 사람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어 상대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상대방이 우울해하면 나도 함께 우울해진다.’와 같은 항목을 측정하는, 4개의 문항이 포함된다. ‘대리감정’은 타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의 감정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그의 상황에 부합한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상대방의 감정에 맞추어 느끼려고 노력한다.’와 같은 6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공감척도는 총 1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평정한다. 점수의 총합이 높을수록 공감능력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김윤희와 김진숙(2017)의 연구에서 공감 척도의 신뢰도를 검증한 결과, 전체 문항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93이고, 하위요인의 신뢰도 계수는 역할수용이 .83, 감정파악은 .86, 감정공명은 .73, 대리감정은 .89,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 계수는 .94로 나타났다. 하위요인별로 살펴보면 역할수용 .82, 감정파악 .87, 감정공명 .74, 대리감정 .91의 신뢰도를 보였다.
부부의사소통은 강정실(2015)이 개발한 부부의사소통 척도를 사용하였다. 부부의사소통 척도는 ‘자기표현’, ‘상대수용’, ‘상호이해’의 3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표현’은 자신을 상대에게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는 문항으로 ‘나의 그때 그때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배우자에게 이야기한다.’와 같은 12개의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상대수용’은 상대의 말을 비판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를 보는 문항으로 ‘배우자의 입장에서 배우자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등을 포함하는 11문항으로 이루어지며, ‘상호이해’는 상대와의 의견 차이에 서로 일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이며 ‘배우자와 이야기하는 도중 의견이 다를 때 나의 의견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파악한다.’와 같은 10개의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3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점 Likert 척도(1=거의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평정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부의사소통 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정실(2015)의 연구에서 전체 문항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95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96으로 나타났다.
결혼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Norton(1983)이 개발한 QMI(Quality of Marriage Index)를 장춘미(2001)가 번안하고 타당화한 결혼만족도 척도를 사용하였다. 부부관계 및 결혼생활 전반의 질과 만족도를 간결하게 측정하는 6문항 단일요인 척도로 다른 관계적 변인과 섞이지 않은 순수 결혼만족도를 제공하는 척도이다. 전체 문항 중 1번부터 5번까지의 5문항은 7점 Likert 척도(1점=전혀 그렇지 않다, 7=매우 그렇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6번 문항은 1점(절대적으로 불행하다)에서 10점(완벽하게 행복하다)까지의 10점 척도를 사용하였다. ‘우리는 좋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배우자로 인하여 행복하다.’ 등과 같은 문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점수의 총합이 높을수록 결혼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춘미(2001)의 연구에서 전체 문항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남편 .96, 아내 .97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93으로 나타났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는 자료 분석을 위해 IBM SPSS Statistics 23.0과 AMOS 22.0을 사용하였으며, 아래의 절차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였다.
첫째, IBM SPSS Statistics 23.0을 이용하여 각 변인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하고, 첨도 및 왜도 값을 확인하여 수집된 데이터가 정규분포를 충족하는지 확인하였다. 또한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 상관계수를 계산하였다.
둘째, 모형의 적합도를 검증하기 위해 AMOS 22.0을 이용하였다. 의사소통 하위요인과 결혼만족도와 같이 일부 변인의 경우 문항꾸러미(item parcel)를 구성하여 적용하였으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구조방정식 모형에서 관측변수(문항)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추정해야 할 모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모델의 식별 문제가 발생하거나 과도하게 큰 표본 크기가 요구되는 한계가 있다(Bagozzi & Edwards, 1998). 따라서 문항꾸러미를 통해 모수의 수를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모델의 간명성과 추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또한 변인별 특성에 따라 꾸러미 구성 방식을 달리하였다. 하위요인이 명확히 구분되는 '자기분화'와 '공감'은 기존 이론적 구조를 따랐으나, 단일 차원으로 구성된 '의사소통'과 '결혼만족도'는 문항꾸러미 구성이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단일 차원 척도에서 꾸러미를 사용할 경우 개별 문항의 고유 오차를 줄이고 연속 변수로서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다(Bandalos & Finney, 2001). 꾸러미 구성 시에는 항목 적재치에 기초한 순차적 할당 방식을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 각 변인의 요인분석을 통해 산출된 요인부하량(factor loading)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와 가장 낮은 수치의 문항을 순차적으로 짝지어 배정함으로써, 각 꾸러미 간의 평균 적재치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하였다.
본 연구는 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해 CFI, TLI, RMSEA 등의 적합도 지수를 확인하였다. TLI, CFI, RMSEA 지수의 경우, 표본의 크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지 않고 모형의 간명성을 고려할 수 있기에 사용하였다(홍세희, 2000). RMSEA는 .05 이하일 때 모형이 자료에 좋은 적합도(close fit)로 해석되며, .05~.08 범위는 합리적 수준의 적합도록 간주된다. 또한 .08~.10 범위는 보통 수준의 적합도(mediocre fit)로, .10 이상은 부적합(poor fit)으로 해석될 수 있다(Browne & Cudeck, 1992). 한편, 구조방정식 모형의 적합도 평가는 단일 지수보다는 여러 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Kline, 2016).
셋째, 공감과 의사소통 하위요인들의 매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핑(배병렬, 2015) 방법을 수행하였다. 구조모형의 적합도 검증은 측정모형의 검증 방법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변인 간의 상관관계 분석
본 연구에서는 주요 변인들 간의 관련성과 특성 확인을 위해서 주요 변인들 간 상관계수, 평균과 표준편차, 왜도와 첨도를 산출하였다.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모든 변인들의 왜도, 첨도 절댓값이 각각 2와 7을 넘지 않아 정규분포 가정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각 하위요인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변수들 간에는 유의한 정적 상관이 나타났다. 자기분화의 하위요인 중 심리내적 차원(1a)과 대인관계 차원(1b)은 서로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r = .488, p < .01), 정서적 융합(1c)은 공감의 하위 변인과만 부적 상관(r = -.165~-.168, p < .05)을 나타냈다. 공감(2a, 2b), 의사소통(3a~5c), 결혼만족도(6a~6c) 하위요인 간에는 전반적으로 중간 수준 이상의 정적 상관이 나타났으며(r = .200~.915, p < .01), 특히 동일 구성개념 내 하위요인들 간 상관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2. 집단별 주요 변인 간 평균비교
본 연구에서는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 결혼만족도가 인구통계학적 특성인 연령, 성별, 자녀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MANOVA를 실시하였다. 다변량분석의 가정을 검토하기 위해 공분산 행렬의 동질성 검정(Box’s M test)을 실시하였다. 공분산 행렬의 동일성을 검정한 결과 Box의 M 값은 집단의 공분산행렬의 동일성 가정을 만족시키지 못하였으며 [F = 1.935, p < .001], Mertler와 Vannatta(2005)가 제안한 대로 Pillai's Trace 값을 살펴보았다. 다변량 검정 결과 연령의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Pillai’s Trace = .086, F(24, 856) = .788, p = .755, 부분η² = .022]. 성별의 주효과 또한 유의하지 않았으며[Pillai’s Trace = .041, F(4, 211) = 2.245, p = .065, 부분η² = .041], 자녀 유무 역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Pillai’s Trace = .031, F(4, 211) = 1.692, p = .153, 부분η² = .031].
다변량 분석 이후 각 종속변수에 대한 개체 간 효과 검정(Test of Between-Subjects Effects)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결혼만족도에서만 성별과 자녀 유무의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면, 성별[F(1, 214) = 5.536, p = .020, 부분η² = .025]과 자녀 유무[F(1, 214) = 6.733, p = .010, 부분η² = .031]에 따라서 결혼만족도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남성과 자녀가 없는 집단에서 결혼만족도 평균이 높았다. 반면,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에서는 연령, 성별, 자녀 유무에 따른 평균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 측정모형의 검증 결과
구조모형의 검증에 앞서, 본 연구에서는 확인적 요인분석을 기반으로 측정 변인들이 해당 잠재변인을 적절하게 구인하였는지 검증하였다.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 측정모형이 자료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χ2(105, N = 226) = 327.576, CFI = .935, TLI = .916, RMSEA = .097(90% 신뢰구간 = .085~.109). 구체적으로 Hu와 Bentler(1999)가 제안한 수용범위인 CFI와 TLI가 .90 이상을 충족했기에 수용 가능한 적합도로 판단하였으며, RMSEA = .097은 보통 수준의 적합도록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측정 변인에서 잠재변인으로의 모든 요인 부하량이 .001 수준에서 유의하였으며, <표 4>에 제시하였다. 자기분화의 하위요인들은 .529~.944의 요인 부하량을, 공감은 .796~.904의 요인 부하량을, 자기표현은 .861~.972의 요인 부하량을, 상대수용은 .907~.953의 요인 부하량을, 상호이해는 .837~.907의 요인 부하량을, 마지막으로 결혼만족도는 .822~.962의 요인부하량을 보였다. 이는 Cohen(1988)이 주장한 최소 기준 .30보다 큰 표준화 회귀계수로, 17개의 측정 변인이 6개의 잠재변인을 구인한 것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4. 구조모형의 검증
본 연구에서는 기혼 남녀들의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관계를 공감과 의사소통의 세 하위요인들이 매개하는지를 살펴보고자 구조모형을 설정하였고 검증하였다. 구조방정식 분석 결과, 연구모형이 자료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χ2(105, N = 226) = 327.576, CFI = .935, TLI = .916, RMSEA = .097(90% 신뢰구간 = .085~.109). 구체적으로 Hu와 Bentler(1999)가 제안한 수용범위인 CFI와 TLI가 .90이상을 충족했기에 수용 가능한 적합도로 판단하였다. 다만 RMSEA는 .097로 나타나 엄격한 기준에서는 양호한 적합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10 이하의 범위에 해당하여 보통 수준의 적합도록 판단하였다. 또한 TLI, CFI 등 다른 적합도 지수가 함께 고려될 때, 본 구조모형은 전반적으로 해석 가능한 수준의 적합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표 5>에 제시하였다.
구조모형 분석 결과, [그림 2], <표 6>과 같이 자기분화는 자기표현(β = .332, p < .001), 상대수용(β = .223, p < .001), 상호이해(β = .262, p < .001), 결혼만족도(β = .204, p < .001)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은 자기표현(β = .396, p < .001), 상대수용(β = .501, p < .001), 상호이해(β = .586, p < .001)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결혼만족도(β = .008, p > .05)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 중에서는 상호이해(β = .355, p < .05)만이 결혼만족도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 개별 및 순차매개효과 분석
다음으로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핑 검증을 진행하였다(Shrout & Bolger, 2002). 부트스트랩핑 검증을 위해 원자료(N = 226)에서 10,000개의 표본을 생성하여 모수 추정치에 사용하였고, 신뢰구간은 95%로 설정되었다. 첫째, 자기분화와 자기표현(β = -.022, p >.05), 상대수용(β = -.028, p >.05), 상호이해(β = -.032, p >.05)의 관계에서 공감의 간접효과를 본 결과 모두 신뢰구간 내에 0이 포함되어 있어 공감의 매개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공감과 결혼만족도의 관계에서 의사소통 하위요인을 포함하는 간접 경로(β = .339, p < .001)는 신뢰구간 내(.219~.500)에 0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유의하였다. 결과는 <표 7>에 제시하였다.
셋째,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관계에서 공감과 의사소통 세 하위요인의 간접효과(β = .146, p < .001) 역시 모두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뢰구간 내(.006~.261)에 0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순차매개효과 검증 결과는 <표 8>에 제시하였다.
전체 순차매개효과는 각 의사소통 하위요인의 개별 간접효과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의사소통 각각의 매개효과가 다를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추가 분석을 실시하였다. 의사소통 각각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팬텀변수(phantom variable)를 활용하였으며, 매개효과의 유의미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핑 검증을 실시하였다. 팬텀변수(phantom variable)는 모델적합도 및 모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상의 변수로 팬텀변수에 의한 경로를 재구성하여 부트스트랩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간접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다(배병렬, 2015). 의사소통 하위요인별 개별 순차매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표 9>와 같이 팬텀변수(phantom variable)를 활용한 추가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자기분화 → 공감 → 상호이해 → 결혼만족도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β = −.011, p < .01) 해당 간접효과의 크기는 매우 작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자기분화와 공감 간 직접경로가 유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Ⅴ.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의 목적은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감과 의사소통(자기표현·상대수용·상호이해)의 순차매개효과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감능력과 부부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경로를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이 주요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연령, 성별, 자녀 유무를 독립변수로 하고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 결혼만족도를 종속변수로 하는 다변량분산분석(MANOVA)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였다. 실제 평균값을 살펴보더라도 연령 집단 간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 결혼만족도의 평균 차이는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으며, 대부분 유사한 범위 내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해당 변인들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특성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연령 집단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관계적·심리적 특성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부부관계 관련 심리적 변인이 특정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보다는 관계적 상호작용 과정과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 의해 설명되는 경향이 있다는 선행연구의 주장과도 대체로 일치한다(Gottman & Levenson, 2000). 한편, 종속변인에 따라 보면 결혼만족도에서 성별과 자녀 유무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평균값을 살펴보면 결혼만족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자녀가 없는 집단이 자녀가 있는 집단보다 높은 평균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결혼만족도가 개인의 심리적 특성뿐 아니라 가족구조와 역할 경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선행연구에서도 자녀 양육 부담, 역할 분담, 가족 내 책임 증가 등이 부부의 관계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Amato & Rogers, 1997; Twenge et al., 2003).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자기분화, 공감, 의사소통과 같은 관계적·심리적 변인은 인구사회학적 요인의 영향이 제한적인 반면, 결혼만족도는 가족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반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자기분화는 부부의사소통과 결혼만족도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분화가 확립될 때, 부부관계에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며, 결혼만족도 역시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 나온 자기분화와 부부의사소통, 결혼만족도와의 관계는 높은 자기분화가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상승한다는 김향순 외(2014)의 연구와도 일치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자기분화가 높을수록 부부의사소통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자기분화와 의사소통의 정적 관계를 밝힌 최옥화(2015)와 정현숙(2009)의 연구와도 일치한다. 즉, 부부가 정서적 융합과 분리를 적절히 조절하며 배우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한다면, 건강한 의사소통을 통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며, 이는 자연스레 결혼 만족으로도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 나타난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 간의 관계는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 간의 긍정적 상관을 확인한 연구들(김남진, 김영희, 2010; 김병숙, 손승희, 2020; 나남숙, 이인수, 2017; 신현정, 홍혜연, 2018; 안용주, 이정화, 2024; 이은실, 이이슬, 2024; 제석봉, 2002; 주수산나 외, 2015; 최종선, 2015; 한영숙, 2007)과도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 부부관계에 있어 적절한 거리감과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이 결혼생활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임을 알 수 있다.
셋째, 공감은 부부의사소통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능력의 향상이 직접적으로 부부의 의사소통능력을 증진시킨다고 보고된 선행연구는 제한적이지만 공감과 의사소통을 비슷한 개념으로 묶어서 관계 증진의 요소 중 하나로 살펴보거나, 관계 개선 혹은 적응에 이르는 매개역할로 설명하는 연구(김환 외, 2022)는 공감과 의사소통의 정적 관계를 추정케 한다. 정유수와 이영순(2018)의 연구에서도 부부가 의사결정을 하거나 소통을 높이는 데 있어서 공감이 중요한 기제로 사용됨을 언급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공감은 결혼만족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감과 결혼생활 만족의 관련성을 살펴본 선행연구와는 불일치한 것이다(김성구, 2015; 김현주, 안현의, 2011). 이는 공감이 결혼만족도를 직접적으로 높이기보다는 의사소통과 같은 관계 과정 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적 기제로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공감 그 자체보다 공감이 실제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관계적 경험으로 전환되는지가 결혼만족도에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부부의사소통의 하위유형 중 상호이해 역시 결혼만족도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는 의사소통이 부부만족도를 예측하는 중요한 변인으로 보고되어 왔다(Gottman, 1994; Markman et al., 2010). 그러나 의사소통의 효과는 그 하위유형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Gottman(1994)은 부정적 의사소통이 관계 안정성을 강하게 저해한다고 보고하였으며, Reis와 Shaver(1988)는 친밀감이 자기개방 그 자체보다 상대의 반응성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Feeney(2007)는 지각된 파트너의 정서적 수용이 관계만족을 직접적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들은 의사소통이 단일 구성개념이 아니라, 그 기능과 맥락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자기표현과 상대방 수용의 직접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난 반면, 상호이해가 더 중요한 경로로 작동한 결과는 이러한 선행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즉, 의사소통의 양적 측면이나 표현 능력 그 자체보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상호이해가 관계만족의 핵심 기제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섯째, 공감이 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부의 사소통의 매개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감이 갈등 상황에서의 관점수용과 정서적 조율을 촉진해 비난·방어·회피와 같은 역기능적 상호작용을 줄이고, 명료한 자기표현과 공감적 경청, 합의형 문제해결로 대표되는 기능적 대화 전략을 증가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의사소통의 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부관계만족과 안정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Gottman, 1994; Karney & Bradbury, 1995), 공감과 같은 정서적 역량은 이러한 대화기술의 실행 가능성을 높여 의사소통을 통한 간접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Fincham & Beach, 2010). 또한 중재연구에서도 공감적 이해를 기술화된 의사소통 훈련과 결합할 때 만족이 유의하게 증진되는 패턴이 확인되었으며(Johnson, 2004; Markman & Rhoades, 2012),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선행연구를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자기분화와 부부의사소통의 관계에서 공감의 개별 간접효과를 살펴본 결과 결과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공감을 잘하며, 이는 다시 의사소통의 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본 연구의 가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자기분화에서 공감으로 가는 직접경로가 유의하지 않았던 부분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기분화는 정서적 자율성·경계유지·자기입장 표명 같은 자기조절 역량을 포함하며(Bowen, 1978; Skowron & Friedlander, 1998), 타인에 대한 정서적 공감으로 직접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공감은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관점수용)으로 구분되는데(Davis, 1983), 공감의 하위요인 중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의 매개효과를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관계에서 공감과 의사소통을 통한 순차매개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분화가 공감과 의사소통을 통해서 결혼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분화는 정서적 자율성과 경계유지를 통해 갈등 상황에서도 평정과 명료한 자기표현을 높이며(Bowen, 1978; Kerr & Bowen, 1988), 개인의 자기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의사소통과 결혼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었다(Peleg, 2008; Skowron & Friedlander, 1998). 다음으로, 공감은 관점수용과 정서적 조율을 통해 비난·방어·회피를 줄이고 관계에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 전략 사용을 촉진하여 관계만족으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를 형성한다(Gottman, 1994; Ickes, 1997; Reis & Shaver, 1988). 실제로 장기추적·개입 연구에서도 의사소통의 질이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공감적 이해를 기술화된 의사소통 훈련과 함께 실시할 때 만족도가 증진되었다(Johnson, 2004; Karney & Bradbury, 1995; Markman & Rhoades, 2012). 한편, 본 연구에서는 의사소통의 하위요인 중에서도 자기분화에서 공감, 상호이해를 통해 결혼만족도로 가는 경로만이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에서 특히 상호이해를 통한 경로만이 유의하게 나타난 것은, 부부 간 소통에서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선 ‘정서적 맥락의 공유’가 지닌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다. 이는 자기분화의 내적 역량이 공감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다시 상호이해를 지향하는 기능적 의사소통으로 구현될 때 결혼만족도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부부 상담 현장에서는 개별 상담을 통한 자기분화 수준의 향상뿐만 아니라, 이를 공감적 소통과 상호이해의 기술로 연결하는 통합적인 개입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사소통의 하위유형 중 다른 변인들의 순차매개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부분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들이 좀 더 필요해 보이지만 자기표현, 상대수용 등의 경로가 유의하지 않았던 점은 한국 부부 문화의 특수성과 관련지어 해석해 볼 수 있다. 서구적 관점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명확하고 개방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강조하지만(Gottman, 1994), 고맥락 문화(High-Context Culture)인 한국 사회에서는 언어적 명시성보다 상대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하고 수용하는 이심전심 식의 상호이해가 관계만족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최상진, 2000). 특히 본 연구 대상자의 절반 가까이가 결혼 지속 기간 20년 이상의 중·장년기 부부라는 점은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에 따르면, 관계의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정보 전달이나 자기개방과 같은 도구적 소통보다 정서적 의미 공유와 상호이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Carstensen et al., 2011). 오랜 기간 삶의 궤적을 공유해 온 부부에게는 세련된 대화 기술이나 모든 것을 드러내는 개방성보다, 서로의 맥락을 깊이 있게 수용하는 '상호이해'가 결혼생활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더 본질적인 기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기 부부일수록 배우자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관계만족의 핵심이라는 선행연구들(이종선, 권정혜, 2002; Jacobson & Christensen, 1996)과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대상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주의 깊은 해석이 요구되며, 혼인 유지 기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의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감과 부부의사소통(자기표현·상대수용· 상호이해)의 역할을 살펴보고, 이들 변인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결혼만족도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자기분화는 부부의사소통과 결혼만족도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감은 부부의사소통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쳤지만 결혼만족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의사소통의 하위요인 가운데 상호이해만이 결혼만족도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한 자기표현이나 상대수용보다 정서적 맥락을 공유하는 상호이해가 결혼만족도의 핵심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매개효과 분석에서는 자기분화와 부부의사소통의 관계에서 공감의 단일 매개효과는 유의하지 않았으나, 공감에서 결혼만족도로 이어지는 경로에서는 의사소통이 유의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전체 순차매개효과는 유의하게 나타났으나, 개별 경로 분석에서는 자기분화 → 공감 → 상호이해 → 결혼만족도 경로만이 유의하였고, 그 효과 크기는 매우 작았다. 따라서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관계에서 공감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분화가 결혼만족도와 유의하게 관련됨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 한국 사회의 이혼·관계 불안정이라는 맥락 속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자기분화를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부부관계 유지를 가능케 하는 핵심 심리역량(정서적 자율성, 경계유지, 갈등 상황에서의 평정과 명료한 자기표현)으로 재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결혼만족도 저하나 이혼 위험을 설명할 때 인구사회학적 배경이나 성격 특성만을 강조하던 관점을 넘어, 상담·교육에서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개입 가능한 기반 역량으로서 자기분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제시한다. 둘째, 본 연구는 자기분화와 결혼만족도의 관계에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고, 공감은 의사소통을 거쳐 결혼만족도와 관련되는 간접적 매개변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기존의 단일·병렬 매개 중심 접근을 넘어, 보웬의 분화 이론과 부부의사소통 이론을 하나의 경로모형으로 통합하여 정서가 의사소통 행동으로 변환되어 결혼만족도를 높이는 과정 메커니즘을 구체화한 것이다. 본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부부상담 개입은 자기분화 수준과 공감, 의사소통과 같은 상호관계에서의 의사소통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메커니즘을 개입의 틀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우선 상담자는 사례개념화 단계에서 자기분화, 공감(관점수용·정서적 조율), 의사소통(자기표현·상대수용·상호이해) 세 차원을 분리 평가하고, 각 차원의 취약 지점을 우선 순위화하여 개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입에는 자기분화를 단순 성향이 아니라 개입 가능한 기반 역량으로 다루고, 그 변화가 공감 및 의사소통의 질적 개선을 통해 관계 결과(만족)로 전이된다는 과정을 전제하는 임상적 가정이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제한점 및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자기보고식 질문지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응답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응답 내용이 실제 자기분화 수준, 공감능력, 의사소통능력, 결혼만족도 수준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향후 연구에서는 설문자료 이외에 추가적인 면담이나 관찰 등의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여 자료를 수집한다면, 연구 결과의 신뢰도와 타당성을 보다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연구대상자 표집 과정에서 연구자의 지인과 주변인을 중심으로 한 편의표본추출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표집 방법의 특성상 응답자의 다수가 충청남도 지역에 거주하고, 성별 비율이 남성 33.6%, 여성 66.4%로 불균형한 양상을 보여 표본의 대표성에 한계가 존재한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표본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요인에 따른 생활패턴의 유사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환경적 영향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성별 비율의 불균형은 성차에 따른 심리적·생물학적 차이가 본 연구에서 측정된 심리적 변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표본의 지역·성별·연령 등 인구사회학적 특성이 보다 고르게 분포되도록 설계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과 대표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연령 제한 없이 전체 기혼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나, 응답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살펴본 결과 평균 연령이 50세로 중년층에 집중되어 있고, 결혼 기간 30년 이상(23%) 및 막내 자녀가 성인인 경우(49.6%)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표본의 연령 및 가족 생애주기적 특성이 연구 결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중년층은 자녀의 독립과 부부관계 재정립이라는 발달 과제를 경험하는 시기로, 이들의 결혼만족도는 청년기 혹은 초기 결혼기의 부부와는 다른 심리·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본 연구가 제시한 결과를 토대로 연령대별, 결혼 기간별, 자녀 발달단계별 집단을 구분하여 분석함으로써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결혼만족도의 차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국환희(2025)의 단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중 일부를 발췌, 수정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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