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JHE - Vol. 23, No. 5, pp.789-805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Oct 2014
Received 03 Sep 2014 Revised 22 Oct 2014 Accepted 22 Oct 2014
DOI: https://doi.org/10.5934/kjhe.2014.23.5.789

A Study of Immigrant Wives’ Perceived Conflicts with their Mother-in-laws and Coping Experiences

HongDal Ah Gi* ; LeeSun Woo ; HwangEun Kyung
Institute for Better Living, Wonkwang University Healthy Family Support Center, Wonkwang University Graduate School, Dept. of family · Child welfare, Wonkwang University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 경험에 관한 연구

Correspondence to: * Hong, Dalahgi Tel: +82-63-850-6652; Fax: +82-63-850-7301 Email : dalhong@wku.ac.kr

This study is performed to verify immigrant wives’ perceived conflicts with mother-in-laws and coping experiences. In order to understand in-depth conflicts between female immigrants and their mother-in-laws, we selected 8 foreign daughter-in-laws who have stayed over 5 years in Korea. We applied van Manen’s phenomenological methods. After the data analysis, 7 fundamental themes were derived and these are as follows: First, mother-in-laws as a prison guard, second, living a conscious life of other’s eyes, third, annoying words from mother-in-laws, fourth, treat married female immigrants as invisible woman not as family members, fifth, saying we are one finger which can overcome pains from biting, sixth, mother-in-laws can’t let her son go, seventh, not distributing love. In addition, coping behaviors were as follows: they just deal with living a conscious life of other’s eyes, making a feeble complaints, accepting it with understanding, resisting the situation, evading and enduring the circumstances. Husband was most reliable supporter and secured hiding place. Her friends were her spirit supporters.

Keywords:

conflicts, coping experiences, married female immigrants, multicultural family, 갈등, 대처경험,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족

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고부갈등이란 가정에서 비슷한 지위와 역할을 갖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상반되는 견해 및 이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적 대립을 말한다. 고부관계는 결혼에 의해 혈연이 아닌 타인끼리 한 남성을 매개로 가족관계가 맺어지고, 가정 내 역할이 유사하여 갈등의 소지가 많아진다고 본다. 특히 여성은 결혼을 통하여 자기의 기원으로부터 분리되는 단절을 경험하고 낯선 집안 환경에 편입되어 남편의 집안 가풍에 맞춰 살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Kim, 2002). 또한 한국은 유교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시댁에 대한 다양한 요구와 의무가 존재하고, 남녀 성역할의 구분이 강화되는 등 구조적 특징으로 인하여 갈등의 소지가 많다(Bae, 1996). 전통사회에서 고부관계는 효 의식을 바탕으로 며느리의 절대적인 복종과 인내를 요구하였기에 갈등을 표면화할 수 없었지만, 핵가족 확대, 효 의식의 약화, 며느리의 교육수준 향상 등으로 과거 순종과 인내로 유지되어 온 고부관계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었다(Kwon, 2004).

국제결혼의 경우 여성들이 자신의 출신 국을 떠나 결혼이주를 한다는 점에서 가까이 있는 시댁과의 관계가 더 많이 영향을 주고, 특히 다른 생활환경과 문화뿐만 아니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많은 차이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자신에게는 낯선 타국의 시어머니로부터 기본적인 생활 전반을 배우는 과정에서 지나친 간섭과 전통적 가치관의 강요로 심각한 갈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2006). 또한 시부모와의 관계에서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함께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생활방식의 차이가 가장 대표적인 갈등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의 경우 결혼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외국인 며느리를 둔 한국인 시어머니에게도 새로운 관계성의 구축, 낯선 문화의 흡수와 통합 등의 과제가 추가로 요구되며(Seong et al., 2012), 시어머니는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적응에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지만 갈등과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는 시어머니가 타문화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 며느리에게 요구하는 것을 똑같이 결혼이주여성에게 요구하면서 고부갈등이 악화(Han, 2006)되기 때문이다.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 Republic of Korea, 2012)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의 경우 현재 배우자와 이혼·별거의 이유로는 성격차이 48.1%, 경제적 무능력 20.7%,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 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가 다른 한국 남편과의 성격차이 다음으로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상황이 결혼생활 유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가족유형을 보면 배우자 가족과의 동거가 읍면지역 결혼의 41.3%로 나타났으며, 따로 사는 경우에도 일터와 거주지가 가까워 고부간의 접촉이 많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남편 외 가족과의 갈등도 비중이 높은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도 경제적 신분상승을 목적으로 결혼을 결정한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서로 상이한 결혼동기로 다양한 측면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어 고부간에는 시어머니의 통제와 간섭, 감시,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신뢰와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결혼이주여성의 고부갈등과 대처에 관련된 연구들은 별도의 주제를 다루기보다 갈등이라는 주제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며느리 입장보다 시어머니를 통해서 파악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갈등에 관한 연구는 가족 내 갈등(Han, 2006; Jeon, 2013; Park & Bae, 2011; Park, 2008; Park et al, 2007; ), 적응과 갈등(Kim, 2013; Lee, 2012; Park, 2011), 문화적 갈등(Kim et al., 2006), 부부갈등(Kim, 2006; Lee, 2012; Lee et al., 2012; Park & Lee, 2014)에 관한 연구가 있다. 그리고 농촌지역 시어머니의 외국인 며느리 봄에 관한 연구(Yoon & Lee, 2010)와 문화적응스트레스(Lee, 2011), 적응과정 경험(Chung & Lee, 2010), 고부갈등 경험(Gong, 2009; Seong et al., 2012; ) 등 시어머니 입장에서의 경험에 대한 연구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시부모와 관계에서 한국어로 소통하는데 필리핀출신은 43%, 베트남과 한족출신은 30%가 어려움이 있다(Chung, 2008)고 했으며,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차이, 전통적인 며느리의 역할 강조, 지나친 간섭 등으로 시부모와 친인척 갈등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Kim, 2009; Park, 2007). 또한 시어머니와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및 시집살이, 가사노동 방식, 가부장적인 문화, 세대차이 및 생활방식의 차이 등으로 고부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Han, 2006). 따라서 결혼이주여성들이 고부갈등을 극복하고 가족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갈등 요인과 과정을 심층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고부갈등과 대처경험을 통해 구체화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언어적 한계로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주로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결혼이주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연구는 미흡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심층면담을 통해 고부갈등 경험과 대처를 파악하고자 한다. 시어머니에게 결혼이주여성이 느끼는 갈등은 무엇이며, 대처방식은 어떠한지 며느리의 입장에서 조명해보고 이들의 고부갈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바람직한 대처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이 가족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고, 고부관계에 대한 편견과 인식전환에 도움을 주며,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 질문은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경험은 어떠한가?”이다. 한국어 표현이 서툰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 심층면접에 의해 이들의 상황과 환경에 따른 시어머니와의 갈등경험의 본질을 연구 참여자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의 현상을 밝히고자 현상학적 방법을 사용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결혼이주여성의 고부갈등 유형과 원인

고부관계는 아들의 결혼에 의해 형성된 인척관계이므로 결혼으로 결합된 부부관계나 혈연에 의해 이루어진 부모·자녀관계보다 폐쇄적일 수 있고, 다른 하위체계보다 역할이 유사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고부갈등은 가족이라는 상위체계 속에 다양한 하위체계가 존재하는데, 역할과 이해관계에 따라 가족구성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고부갈등을 권력구조적 측면, 역할구조적 측면, 생활구조적 측면, 애정구조적 측면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Koo, 1999).

전통사회에서는 시어머니가 가사운영전반에 대한 권리를 모두 갖고 있었으며 며느리는 그 집안의 가장 낮은 지위부터 출발하여 순종과 인내로 자신의 욕구나 가치는 시가의 규범 및 관습에 종속시키며 살아야 했다. 이러한 삶의 과정은 며느리에게 갈등과 불만을 외부로 표출할 수 없게 함으로써 자기 내적 갈등의 형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오늘날 고부관계는 시어머니의 권력이 약화되어 권력구조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하였다. 외국인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의 권력구조적인 고부갈등 원인은 시어머니를 가르치려는 며느리의 태도, 며느리에게 무시당하는 기분, 시어머니에 대한 배려없음(Yang, 2007), 못 사는 나라출신, 말이 통하지 않아 애 터지고 답답함, 며느리의 성질부리기(Park & Bae, 2011), 자기중심적 태도, 경제적인 목적의 결혼(An & Chung, 2014), 무례한 행동, 자신이 하는 말을 무시해서 불쾌함(Kang, 2013) 등으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 등 권력과 지위를 침범당한다고 느끼는 것에서 갈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느끼는 고부갈등은 시어머니의 의심, 참견, 말 안함, 말 안 통함, 기분 상함, 시어머니의 태도에 겁이 남(Kim, 2011), 출신국에 대한 무시, 경제권을 갖지 못하고 아이취급 받는 것, 시어머니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소리를 지르는 것(Han, 2006), 시어머니의 생활비 관리(Kang, 2013) 등으로 며느리 역시 존중받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면서 시어머니에게 종속되는 지위에 대해 갈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할구조적 측면에서 고부간에는 상호역할기대와 수행의 불일치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여자는 결혼과 더불어 아내의 역할, 며느리의 역할 그리고 자녀출산으로 어머니의 역할이 부여된다. 그러므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역할 중복 및 상실은 곧 시어머니 자신에 대한 역할기대와 현실간의 차이가 있음을 뜻하며, 역할에 대한 지각, 역할수행능력과 인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고부간의 갈등이 발생하게 되며, 상호간의 기대 불일치, 과잉참여, 자녀교육문제 등으로 갈등이 심화된다(Park, 2011). 외국인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은 알아서 행동하는 것이 부족함(Han, 2006), 한국음식을 못함(Kang, 2013), 게으르고 눈치없는 며느리(Park & Bae, 2011), 불성실함, 고집스러움, 게으름, 남편과 자녀를 보살피지 않음, 한국어를 못함, 사회성이 부족함(An & Chung, 2014), 각자가 지닌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과 차이(Gong, 2009)등으로 나타났다. 결혼이주여성이 시어머니에게 느끼는 고부갈등은 며느리를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태도, 매사에 참견하는 시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음(Kang, 2013), 시어머니의 방식 고집, 며느리의 잘못지적, 가족 내에서 맏며느리형수로 인정받지 못함, 무시와 차별(Yang, 2007)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가정 내 역할구조적 차이의 갈등이라고 보여지며, 시어머니는 며느리역할을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며느리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활구조적 측면은 생활환경, 역할에 의한 세대차이, 고부간의 성격차이 등이 주된 원인이며, 고부간의 가치체계를 받아들이는 수용도가 다르고, 사고방식과 문화적인 면에서 상당한 이질감을 느낀다.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 다른 연령이면서 같은 역할집단에 속함으로서 문화적 차이 뿐 아니라, 가치, 취미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낳는다(Kwon, 2004). 따라서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다른 시어머니와 결혼이주여성이 동일한 역할집단에 속함으로써 문화차이와 세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으로 이어지며, 며느리의 모국문화 및 정보가 전혀 없는 시어머니는 전통적 생활방식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고부갈등이 누적된다(Her & Kim, 2010). 외국인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은 며느리 나라의 문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알아서 행동하는 것’이 부족하며(Han, 2006), 일처리를 하는데 있어서 서로 다른 방식 불만, 따로 놀음(Yang, 2007), 의사소통의 어려움, 관습이나 문화차이로 인한 상호이해부족(Gong, 2009), 인사법이 다르다, 식사예절을 모른다, 지저분하다(Kim, 2011), 한국음식을 거부하는 며느리가 못 마땅함(Park & Bae, 2011), 낭비벽(An & Chung, 2014)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시어머니에게 느끼는 고부갈등은 사이(프라이버시)가 없다(Han, 2006), 항상 먹을 것을 대접해야 하며, 항상 양말을 신어야 한다. 고국에 갈 수 없고 서로 믿지 못함(Kim, 2011), 위생적이지 못한 생활방식과 자녀양육 방식 간섭과 훈계(Kang, 2013)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차이, 생활방식, 성격차이 등 전반적인 생활구조적 측면에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애정구조적 측면에서의 갈등은 전통적 사회에서 고부간의 갈등을 초래하던 가장 큰 요인인 특별한 모자관계가 현대사회에서도 고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모자관계가 밀착되어 있는 경우에 며느리가 아들을 빼앗았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역할에 경쟁자가 생겼다고 생각하여 시어머니는 자기 방어를 위해 며느리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즉, 시어머니는 집안의 가계계승과 자신의 존재가치 및 지위를 확고히 해준 아들에 대한 집착이 클수록 아들의 애정을 빼앗아간 며느리에 대해 질투를 느끼거나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Koo, 1999). 특히 젊은 시절 남편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심한 시집살이를 경험한 경우, 아들이 독자인 경우 애정 구조적 갈등 면에서 갈등을 더 느낀다. 시어머니가 아들편만 드는 경우와 동서와 자신을 대하는 게 다르다든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음, 배려와 보살핌 없을 때(Yang, 2007) 애정구조적 측면에서 갈등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2. 고부갈등 대처행동의 개념 및 분류

갈등대처행동이란 문제나 갈등에 직면해서 그것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찾는 것으로(Folkman & Lazarus, 1980) 자신이 어떻게 지각하고 행동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Straus(1979)는 갈등 대처 행동으로 문제에 대해 의논하거나 해결할 정보 등을 이용하는 이성적 방법과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언어적 공격, 육체적 힘이나 완력을 이용하는 폭력의 3가지로 분류하였다. 즉, 대처행동은 사람과 환경과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보면 역동적, 쌍방적 과정으로 개인의 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에 의해 매개된다고 본다. McCubbin et al.(1980)은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증진시키고 조직화와 화합을 조장하는 가족체계에서의 조화를 성취해 가는 과정이며, 심리적 안정성에 대한 중요한 위협을 처리하기 위하여 사용되어지는 모든 방법의 총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대처전략은 일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차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정되는 것이므로 대처능력이 향상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감정이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보고 있다. Black & Mouton(1961)은 갈등관리에 있어 문제나 갈등에 직면해서 그것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대처방식이나 해결방식으로 개념화하여 지배, 타협, 협력, 회피, 완화라는 5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긍정적인 대처방식은 해결책을 찾고 타협하고 협력하지만, 부정적인 갈등방식은 회피하고 지배하려고 함으로써 갈등이 미해결로 남게 된다. 그러므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갈등에서 상황에 따라 어떤 대처방법을 이용하고, 감정조절은 어떻게 하는지는 이들의 관계유지를 위해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고부갈등은 대처행동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며느리의 대처행동은 인내하기, 가족에게 호소하기, 반동적 저항 및 가정폭력으로 위기, 공존의 합리화, 표면적 관계개선 시도, 유보적 회피(이중문화 공유, 자기영역 고수, 의례적 고부관계)로 나타나고 있으며, 시어머니의 갈등대처방법은 의도적 회피, 심리적 중압감, 일방적 동화요구, 대안적 절충, 표현적 책략, 현실과 타협, 잠재적 갈등으로 나타났다(Kang, 2013). 친밀한 관계를 잘 유지한다는 것은 갈등이 없어서가 아니라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잘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대처행동은 생활사건에 직면하여 개인이 지니는 특정한 행위, 인지, 자각 등에 의하여 복합적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고, 긍정적 대처방식과 부정적 대처방식으로 표현되며, 갈등상황을 제거, 수정, 보완하지 않으면 갈등이 지속됨을 알 수 있다.


Ⅲ. 연구방법 및 절차

1.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

본 연구는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경험에 관한 경험의 본질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질적연구 방법인 van Manen(1990)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는 개인의 주관적인 삶의 경험을 이해하고 체험의 본질을 포착하여 텍스트로 표현하고, 삶의 일상적인 경험의 본성이나 의미를 보다 더 깊이 이해하는 연구방법으로서 경험의 본질을 밝히고 인간경험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방법이다.

결혼이주여성은 모국과 가족을 떠나 전혀 낯선 타국에서 남편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입장이면서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과 자신의 감정표현이 어렵다. 특히 고부관계는 과거로부터 한국사회에서 원천적인 부정적 관계로 되어 있고, 결혼초기 고부갈등이 미해결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 갈등의 골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결혼이주여성이 시어머니와 어떠한 갈등을 경험하고 또 그 갈등에 대한 대처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한국가족생활적응에서 우선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자는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경험의 의미를 밝히고 본질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이 연구방법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van Manen(1990)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분석틀에 따라 진행하였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는 한국생활을 하면서 시어머니와 동거한 경험이 있고,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5년 이상 거주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결혼이주여성은 8명이며, 연령은 20대 1명, 30대 3명, 40대 4명이었고, 참여자의 배우자 연령은 40대 6명, 50대 1명, 60대 1명이었다. 연구 참여자의 평균 국내 거주기간은 12년이었다. 시부모와 동거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는 8명이었고, 평균 동거기간은 5년이었다. 현재 3명은 동거 중이고, 나머지 5명은 분가하였다.

3. 자료 수집 및 분석방법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K시에 소재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소개를 받고 면담 후 다른 참여자를 소개받는 방식(snowball sampling)을 이용하여 연구 참여자 8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상담을 하면서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듣고 고부갈등과 대처경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평소에 안면은 있지만 가족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다며 마음을 열고 기꺼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본 연구에서는 반 구조화된 질문으로 ‘결혼생활을 하면서 시어머니와 갈등을 느낄 때는 언제이며, 대처경험은 어떠했는지?, 그 당시 감정은 어땠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앞으로 관계유지를 위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등에 대하여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가정을 방문하여 심층면담을 진행할 때는 그들의 생활환경과 가족관계를 관찰할 수 있었다. 면담은 1회 1시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참여자별 면담횟수는 2~4회까지 평균 3회 면담을 실시하였고 면담 일정은 참여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결정하였으며, 장소는 참여자의 집이나 카페 등 주로 집이나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면담내용을 전사하면서 불분명한 내용은 다음 면담이나 전화로 확인하였다. 면담과정에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을 때 면담을 종료하였다.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인 고려는 일상생활에 깊이 있게 접근하기 위해 면담시작 전에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였으며, 녹음의 필요성과 연구 목적이 기술 된 동의서를 받았다. 면담내용에 대한 익명성과 비밀유지를 설명하였고, 연구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과 참여자가 원하면 참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사적인 갈등과 대처내용임을 감안하여 연구자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본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들과의 심층면담을 진행하면서 주제와 관련된 현상이나 체험의 실존적 의미에 집중하여 본 연구에서 밝히고자 하는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 경험과 대처현상을 드러낼 수 있는 본질적인 주제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총 84개의 의미단위와 27개의 주제, 7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다.

4.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1985)의 엄밀성 평가 기준에 따라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의 측면에서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사실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참여자 선정과정에서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고부갈등 경험자, 한국어 소통 능력이 있는 자를 선정하였으며, 연구 결과의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하였다. 또한 진술내용의 분석과정에서 질적 연구 경험자와 토론을 통하여 공통된 결과를 도출하였다. 적용성은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더 이상 새로운 의미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그 의미와 본질이 명확하게 도출될 때까지 다단계의 분석과정을 거쳤다. 일관성은 연구 전 과정에서 실존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고자 하였으며, van Manen(1990)의 절차와 기법에 따라 진행하였다. 중립성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하여 연구자의 개인적 편견과 선입견, 기존의 지식이 참여자의 경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연구 전 과정에서 개인노트에 기록하여 자료수집과 분석 및 글쓰기 과정에 이르기까지 반성의 자료로 삼았다.


Ⅳ. 연구결과

1. 참여자의 특성

본 연구의 참여자는 총 8명이며, 이들의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2. 분석결과

결혼이주여성과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은 입국 이후 한국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미해결되어 이어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초기 관계형성에 있어서 대화가 중요한 요소이지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세대가 다르고, 생활습관이 달라서 겪게 되는 초기의 의사전달과 상호 오해로 인한 부정적관계가 고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는 시간이 흘러도 충분한 이해와 용서가 없이는 변하기 어려우며, 갈등이 쌓일수록 관계의 골도 깊어진다. 이에 결혼이주여성에게 초기 관계형성은 가족관계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한국거주기간이 평균 12년이며, 시어머니와의 동거기간이 평균 5년으로 조사되었지만, 고부갈등의 내용을 보면 초기 관계패턴이 현재의 고부갈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경험에 대해 참여자들의 언어와 표정 등 다양한 표출들로부터 수집된 기술을 통해 관련된 의미단위는 84개, 하위 주제는 27개, 본질적 주제는 7개가 도출되었으며 <Table 2>와 같다.

Sub Categories and Essence of the Theme based on Experience

2-1.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 경험의 본질적 주제 분석

결혼이주여성은 언어적·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한국인 며느리들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데 이들이 고부갈등에 대해 특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떠한 현상이 이들로 하여금, 고부갈등을 느끼게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한 해석학적 순환과정을 거친 결과 결혼이주여성들이 경험하는 고부갈등의 생활세계 의미는 1) 시어머니는 감옥의 간수, 2) 눈치만 봐야하는 신세, 3) 숨 막히고 귀찮은 시어머니의 말말말, 4) 가족이 아닌 투명인간, 5) 우리는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 6) 아들을 놓지 못하는 시어머니, 7) 나눠주지 않는 사랑과 인정이라는 주제로 집약할 수 있었다.

1) 시어머니는 감옥의 간수

결혼이주여성들의 고부갈등은 결혼초기 모든 것이 낯선 시댁살이에서 시작된다.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들의 얼굴이나 냄새도 낯선 음식들, 잠자리, 부엌, 화장실, 자신을 둘러싼 공기까지, 모든 것이 설은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소통에 중요한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적응과정을 갖게 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모국보다 잘 살 수 있고 친정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 둘 곳이 없다. 가장 힘든 것은 말도 통하지 않고, 할 말도 없는 시어머니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것이며(4), 낮잠을 자도 며느리를 옆에 두고 자는 것은 ’도망 갈까봐’ 그런다고 한다. 또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가족들의 반대로 할 수 없을 때(7) 개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이해도 없다는 점이 더 슬프게 했다. 시어머니의 끊임없는 의심과 감시, 통제는 며느리에게 화가 나고 속상하며, 거리감이 느껴지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포기하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경험하게 되면서 시어머니를 감옥의 간수로 인식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한국에 와서 집에만 있기가 답답한데, 아는 언니네 집 가고 싶은데 못 가게 했어요. 시어머니와 하루 종일...도 안통하고,.. 낮잠을 자도 제 옆에서 자요. 엄마니까 그랬는데,..언니가 도망가는지 보려고 한다고 해서 기분 나빴어요. 의심하고,..큰 소리로 말하고, 맨날 화내요. 집이 감옥 같아요. 너무 힘들었어요.<참여자 1>
일을 못하게 해서 안 하다가 다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남편과 시어머니가 무조건 못하게...어쩌다 한번 친구들이 오면 싫은 소리하면서 화를 내요...‘작작다녀라.’ 못 알아듣는 친구들은 괜찮은데...그래도 표정을 보면 다 알아요.<참가자 7>

2) 눈치로 살아가는 신세

결혼이주여성들은 시어머니와 말이 안 통하므로 주로 시어머니가 하는 것을 보거나 보디랭귀지로 의사소통을 시작하지만, 서로 알아듣지 못하고 답답하기 때문에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시어머니들은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며느리와 대화가 통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답답해하며 무서운 표정을 짓고 큰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3, 6). 며느리는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온몸의 신경세포들을 총동원하여 어머니가 하는 행동과 표정만 살피면서, 시어머니가 나한테 화를 내는 걸까? 아니면 내가 뭘 잘못했나?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몰라 무섭고 어려운 시어머니의 눈치만 살피게 된다(3, 8). 분명하게 알 수 없는 상황들에 불안해하며,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다가서지 못하고(4, 5, 8), 어려움에 눈치를 보며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다(2, 3, 6). 시간이 흐르면서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은 굳어가고, 소통이 단절되어 한 집에 살아도 서로 남남처럼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 초, 말을 할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시어머니의 행동, 표정, 말투, 억양, 음색 등을 관찰하고 느낌과 감각으로 상황을 파악하다보니 시간이 흘러도 눈치로 살아가는 신세이며, 굳어버린 마음은 표현하는 것에도 한계를 느끼게 하며 자신의 현실을 좌절하게 만든다.

시어머니는 하나하나 가르쳐주기는 하는데 한두 번씩 하고나면 혼자 하라고 그래요. 두 번에 못하면 ‘갑갑해서 죽겄다’하고 나가버려요...또 큰 소리로 화내면서 나가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니까. 그냥 눈치만 보는 거죠...시어머니 화낼 때 정말 무서워요.<참여자 3>
시어머니가 한 말 중에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좀 무서워요. 왕과 하녀 이런 것 같았어요. 또 인사는 잘해야 된다, 밥 먹을 때 어른 먼저 드셔야 된다...필리핀하고 많이 달라서 눈치보고 그랬어요. 그럴 때는 내가 이 나라에 왜 왔을까?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참여자 1>

3) 숨 막히고 귀찮은 시어머니의 말말말

결혼이주여성들은 귀가 열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시어머니의 끊임없는 가르침과 큰 목소리는 결혼이주여성에게는 잔소리와 간섭이며, 자신에게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조금씩 이해하고 말할 줄 알게 되면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빨리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에 잔소리가 많아지고, 며느리는 이를 지나치다고 인식하여 귀찮아하고 흘려듣게 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시어머니들은 며느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며느리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밥 먹는 것, 청소하는 것, 물건정리, 빨래 등등 끊임없이 이야기한다(1, 3, 5, 6). 그러다보니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좋은 말도 간섭으로 들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되며, 어느 순간 마음속에 반항심이 생겨 가끔은 대들기도 한다(1). 그 중에 가장 힘든 것은 동서, 친구 등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못 한다’, ‘못 알아듣는다’고 구박하는 것이다(3, 4, 6, 8). 그래서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으로도 생각된다고 한다. 시어머니들은 ‘살다보면 그냥 알아지는 줄’ 알며,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어머니의 한국 생활에 대한 적응요구는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일방적인 동화를 강요하는 간섭과 잔소리로 숨 막히고 귀찮은 말들로 인식됨을 알 수 있다.

근데 시어머니가 막 맨날 잔소리하고...한 말 또 하고 또 하고...처음에는 못 알아들으니까괜찮았는데...근데 다 알아들으니까. 아이 진짜 짜증났어요...나도 할 수 있는데...그냥...뭐라고 해도...딴 귀로(보디랭귀지로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린다고 표현함).<참여자 1>
제가 딱 와서 며칠 안됐는데 김치찌개를 끓이래요...시어머니가 드시는 입맛이 있고, 제가 먹는 입맛이 있잖아요. 거기다가 설탕을 넣은 것을 어떻게 알아요...남편이 7시 반 출근하면 그때부터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돼서 어머니 출근하시기 전까지...그때는 애도 안 생겼어요. 그게 도가 지나치게 하니까 제가 참을 수가 없었어요.<참여자 5>

4) 가족이 아닌 투명인간

결혼이주여성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 있지만 없는 것 같은 존재로 살고 있으며, 며느리의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며느리들에게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는 아내, 며느리, 엄마로서 살기 위해서 참고 견디고, 인내하는 마음이 없다면 삶을 지탱해주기 어렵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그녀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무시하며(1, 4, 8), 가정부 대하듯 하고(1, 5),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어서 며느리라는 자신의 존재가 없는 것 같고(1, 2, 3, 4, 5, 6, 7, 8),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돈을 벌어 모두 주는 경우도 있다(4). 또한 시댁 가족들은 냉랭하고 내 집 같지 않기 때문에 마음 붙이는 것이 어려우며(1, 2, 3, 4, 5, 6, 7, 8), 남편이라도 내 편이 되어주면 나을 텐데(2, 3, 4, 6),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이렇듯 무관심과 무시는 시어머니와 가족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밖에 나가서 일을 하면 ‘내가 인정을 받는데, 왜 시댁에서는 인정을 못 받는지’ 며느리들은 의아해한다. 이런 속사정은 창피해서 믿을 만한 친구가 아니면 말을 못하고, 친정가족들에게는 속상할까봐, 그리고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속아리만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의 상처는 가족이기에 더 큰 허전함으로 남고,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존재가 가족이 아닌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명절날, 제삿날 이런 날은 집에 있기가 싫어요. 가족이 모두 모이는데 남편은 늘 나가고 나머지 식구들은 자기 가족끼리 같이 있어요. 저는 아이가 없으니 남편도 가족도 옆에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가족들 눈에는 제가 보이지 않나 봐요. 그저 부엌에서 심부름만 하는 거죠<참여자 6>
저 같은 경우는 아프면 안돼요. 아프면 누가 일해요? 저 대신 개미 한 마리도 일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 신랑은 “아프니까 조금 쉬어라” 절대 안 해요. 절대...내가 일하는지 아픈지 관심을 안 가져요.<참여자 1>

5) 우리는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

결혼이주여성들의 남편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서 혼기를 놓쳤거나, 단순 근로자로 일하기 때문에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경우, 또는 장남기피 현상으로 결혼이 늦어진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장남이 권위가 있다고 들었는데, 남편이 장남이지만, 늘 시어머니의 서열에서는 맨 뒤로 밀려있고, 일은 장남과 맏며느리가 다하는 데, 좋은 것은 늘 막내에게 주는 시어머니가 이해가 안 간다(1)고 하는 반면 장남만 위하는 집도 있다(6, 8). 가족 내 남편의 지위에 따라서 달라지는 대접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건강한 가정생활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주며,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힘들게 한다.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칭찬한번 못 듣고 안 좋은 소리만 들으면서도 해야 할 일은 모두 해야 하는 그런 심정을 시어머니와 가족들이 몰라줘서 속상하다. 시댁가족과 정을 붙이고 싶지만 냉대를 받는 것이 한 없이 원망스럽고, ‘이렇게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국 속담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결혼이주여성 며느리들은 가족 안에서 ‘우리는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처럼 느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집은 “우리 큰아들, 우리 큰아들” 그러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일은 큰 아들 시키는데, 이쁜 것은 다 막내아들 이예요. 일하는 사람은 큰 아들, 큰 며느리인데...큰 아들, 큰 며느리가 조금 잘못한 것은 보여요.(씁쓸한 웃음) 잘 한건 안보이고...어머니 병원비가 없어서 내라고 하면...잘 살면서 모른다고 해요. 그럼 우리는 빚을 내서...그렇게 잘해도 우리 남편은 시어머니한테 인정을 받지 못해요. 그 돈을 갚으려면 저는 너무 힘들어요. 가족들은 이런 생각 없어요.<참여자 1>

6) 아들을 놓지 못하는 시어머니

결혼이주여성과 결혼하는 한국남성들은 대부분 시어머니에게는 안쓰럽고, 아픈 자식인 경우가 많다 보니 ‘아들이 잘 살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아들을 며느리에게 떠나보낸다는 허전함에 아들을 놓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아들의 의미는 자신의 지위와 며느리로서 위상을 세워주고 가문을 이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원천이기 때문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며느리들은 아들을 놓지 못하는 시어머니로 인하여 결혼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어머니가 무조건 아들 편만 들고(5, 6), 며느리를 내 식구로 만들기 위하여 감싸주기는커녕 무시하고 푸대접함으로써 가족이 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6, 8). 또한 아들에 대한 염려와 치우친 사랑이 부부관계를 어렵게 하고 아들로 하여금 가장으로 바로 설 수 없게 하며, 어머니 말만 잘 듣는 마마보이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남편을 믿고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한다. 이는 시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애정과 집착을 분리하지 못하고, 결혼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으며, 며느리에게는 아들을 놓지 못하는 시어머니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기아빠 있을 때는 안 그러는데, 애기아빠 없으면, 2층 우리 침대에 올라와서 주무세요. 자기 방도 있는데...그렇게 심술을 부려요. 애기아빠하고 손잡고 나가면 되게 싫어해요, 질투하고, 성질내고<참여자 5>
제가 남편을 뭐 무시하고 얕잡아 보고, 나쁘다 라고 말할까봐 딱 자르려고 하는 것인지...우리 어머니는 들어보지도 않고 아들 편에 선다는 것...어머니는 50대인 아들을 품에 안으려고 하지 말고 내밀고(밀어내고),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갖게 해야 되거든요. 우리 집의 가장은 아직도 어머니라는 것...“어머님이 80이 됐을 때, 그때가면 누가 가장이냐고?”<참여자 6>

7) 나눠주지 않는 사랑과 인정

결혼이주여성들은 시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인정받거나, 배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처럼 나눠주지 않는 사랑과 인정으로 한국살이가 힘겹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며, 긴 시간이 요구되지만, 빠른 적응과 한국문화에 따라야 한다는 동화적 태도는 반발감만 살 뿐 방해요소가 된다.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시어머니나 가족들은 그들의 직업을 인정해주지 않고,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으며, 며느리로서 할 도리와 의무만을 요구하는데(6), 이는 며느리들이 한국사회에서 직장인으로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이다. 며느리들 중에는 불교국가에서 온 경우가 많은데 그녀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타종교를 강요하여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도 심각하다(1, 2). 또한 친정을 돕기 위해 한국으로 결혼을 결정한 며느리에게 친정에 대한 염려와 챙김 받지 못하는 경우는 그녀들의 존재를 거부하는 것과 같고, 그녀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1, 3). 이처럼 직장생활, 종교생활, 문화, 친정에 대한 배려 없음과, 다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사랑을 나눠주지 과 인정해주지 않는 것으로 갈등하고 있다.

한국 시어머니들이 ‘김치만 먹어라’...1년에 한번이라도 이거 사줄까?...얼마나 기분 좋고, 쌓여있는 안 좋은 부분이 다 사라지잖아요. 또 가끔씩 엄마한테 전화는 했어? 그 말씀만이라도 얼마나 고마워요? 넉넉한 형편 아니라도 엄마 용돈 보냈어? 이렇게 물어보면, 좋잖아요.<참여자 1>
교회 때문에 문제 많이 있어. 베트남 우리나라 절 많이 다녀. 근데 어머니 같이 가자고 하니까 교회가, 마음 안 편해. 처음 한국말 모르면... 아무 것도 모르는데 시간은 안가고 머리 아프고 답답해, 또 사람들이 물어보면 눈치 많이 봐...그때 기분 안 좋지. 어머니는 내 마음을 전혀 몰라요.<참여자 2>
친정에 전화하면 제가 중국어로 막 일러바친다고 시어머니가 그런 거예요. 또 애기아빠가 퇴근하고 딱 오잖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집안 공기가 엄청 안 좋게 변하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어머님이 애기아빠 직장으로 전화해서 니네 각시가 이런 저런 실수를 했다...그런 말을 다 했다는데...나는 무슨 실수를 했는지도 모르고...<참여자 8>
2-2.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 대처 경험

결혼이주여성들(며느리)이 지각하는 다양한 고부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대처경험은 5개의 주제로 추출되었다. 눈치껏 살아감, 하소연으로 해소함, 이해하여 수용함, 표현하고 반항함, 포기와 인내로 회피함의 형태로 나타났다.

1) 눈치껏 살아감

결혼초기에 결혼이주여성들은 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상대방의 표정, 반응, 행동으로 상황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말보다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1, 2, 3, 4, 5, 6, 7, 8). 눈치의 사전적 의미는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힘’을 의미하여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쓰는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서 고개만 갸우뚱하거나(1, 2, 3, 8), ‘도망 갈까봐’ 라는 의심을 받으면서 외출도 못하고 답답함을 참아야 한다(4). 며느리들의 눈치는 예민한 반응부터 상황판단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 사는 것이 눈치로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고부갈등에 있어서 자신의 생각과 정황이 맞는지, 틀리는지 파악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눈치껏 살아가는 것도 가정을 편안하게 하고자하는 것이며 긍정적 대처방법임을 말하고 있다.

사투리가 너무 심해요. ‘저분 갖고 와라’ 그거 사투리잖아요. 그걸 못 알아듣는 거예요. 찌깨씩, 찌깨씩(조금씩)...하루 종일 얘기해도 말이 안 통하니까 진짜 짜증난다고 해요.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눈만 깜빡...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눈치만 봐요.<참여자 3>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제 마음대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저녁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잖아요...어떨 때 출장도 나가고...그런 말을 못해요. 말붙이기 무서워요. 엄청 시어머니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해야 해요. <참여자 6>

2) 하소연으로 해소함.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른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해도 남편과는 말이 통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일을 남편에게 하소연함으로써 문제해결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주로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이해 안 되는 상황, 속상한 마음,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잔소리, 부부 외출 등 사소한 일에서 큰일까지 남편에게 하소연함으로써(1, 2, 3, 4, 5, 6, 7, 8) 한국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가족과의 관계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있어서 남편의 지지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남편과 관계가 좋지 못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지지자와 은신처가 없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며, 스스로 오해에 대한 해명을 하지만, 가족과의 거리만 멀어질 뿐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처럼 가족 간에 있었던 불편한 일들을 남편이나 믿을 만한 친구에게 하소연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고 상황을 수정하고 싶은 긍정적 대처방식임을 알 수 있다.

제가 뭐(어이없는 웃음), 제가 뭐 아는 것 있다고, 내 이름으로 된 것도 다 남편이 싸인 한 건데...그렇게 다 제 탓을...그러니 어머님이 저를 못마땅하게...그니까 살림도 못한다, 경제 관리도 못한다. 이런 식으로...친구를 만나서 하소연해요.<참여자 6>
어머니가 잔소리할 때 그냥 속상해요. 저는 어머니가 뭐라고 할 때 그냥 들어요. 엄마가 뭐라고 하면 남편한테 얘기하고, 그러면 남편이 ‘엄마가 왜 신경 써?’ 그럼 엄마가 놔둬요. 남편이 뭐라고 하면 듣는데, 내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들어요. <참여자 1>

3) 이해하여 수용함

결혼이주여성들은 시어머니가 하는 말을 대부분 수용하고, 이해하며, 포용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생활에 대한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시어머니의 문화적응 요구와(1), 가족을 돌보는 일(6), 식사시간 규칙을 수용하려고 하며(6), 시어머니들이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참고 인내하며(3), 이해하고자 한다(1, 7). 한국인으로 살기를 원하지만 한국인이 될 수 없는 경계선상의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춰가면서 살아가려고 며느리들은 이해하려하고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다 알지 못하는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수용의 자세로 갈등상황을 인지, 자각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님이 ‘너희 나가서 살아라’. 남편 돈 한 푼도 없어요. 어머님도 알아요. 나갈 수가 없잖아요. 돈이 없는데 왜 집 안 찾냐고? 며칠에 한 번씩 뭐라고 해요. 남편이 못 나간다는 것을 알면서 그래요. 저만 힘들잖아요. 그래도 그냥 참고 견뎌요.<참여자 6>
음식 같은거요. 시어머니랑 힘들었어요...애기 낳고 매일 곰탕 같은 것, 돼지뼈,..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때는 애기낳고 먹는 음식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는 왜 매일 먹으라고 하는지 알아요. <참여자 4>
돈은 없었지만, 시부모님이 잘해줬어요. 근데 저 혼자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힘들어요. 나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어떤 때는 화도 나지만, 말도 못하고...그러면 혼자 옥상 올라가 울어요. 그렇게 하면 풀려요. 그냥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나 싶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 많다고 생각하니까...그리고 애기 때문에 그냥 살아요.<참여자 4>

4) 표현하고 반항함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거주 기간이 길어지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표출하고 반항도 해 본다. 참여자 중에는 시어머니의 이해 없는 말 한마디에 화가 나기도 하고, 가족들과 다툼으로 관계가 소원해졌으며(1, 4), 참다보니 억눌린 감정을 쏟아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참을 만할 때는 남편한테 이런 저런 오해가 있었고 시어머니가 이랬다저랬다 하소연을 할 수 있을 때지만, 돌아오는 말은 늘 ‘이해해라’ 이 한마디이다(5, 8).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한국 며느리가 아니라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직장도 다니고 살림도 하려면 며느리도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을 텐데’(1, 2, 3, 4, 5, 6, 7, 8),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의사표현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배려 받지 못한 감정을 표현하고 반항함으로 부정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여름에 농사일을 끝내고 남편이랑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부모님 저녁준비 다해놓고 나왔어요. 그런데 식사시간에 제가 없으니 시어머니가 밥을 차려 드시면서 시누이에게는 ”이 시간에도 안 왔어. 놀러 갔는가봐. 밥도 안차려줘서“....우리 시누 그 소리 들으면 화나죠. 저도 화가 나서...정말로 친정도 먼데, 이것도 이해 못해줘요? 하면서 싸웠어요.<참여자 1>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밥. 반찬 다해줬거든요. 나는 아직 요리를 잘 못하니까. 한번은 시어머니 밥 해주려고, 도와주고 싶으니까. 근데 엄마가 밥하지 말라고...불만만 해요. 밥이 잘 안됐다고, 못한다고...나는 “알았어. 엄마가 알아서 해!” 그랬어요. 그 뒤로 아무 것도 할 마음이 안 생겨요.<참여자 3>

5) 포기와 인내로 회피함

결혼이주여성들은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시어머니와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도 하고, 반항도 해보고, 이해도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포기를 하고 인내를 하며 회피하고 있다. 늘 똑같은 시어머니의 잔소리(2)와 무서운 어머니에게 말을 하지 않는 걸로 회피하고(3, 6), 모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가족들이 싫어하면 참고 하지 않았으며(1, 3), 친구들과의 잦은 교류와 외출 등도 싫어함을 알기에 포기했다(6).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의 가족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고 인내하면서 견디고 있었으며, 그래도 어려운 부분은 상황을 모면하고자 회피하는 대처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처방법은 미해결된 갈등으로 남게 되어 갈등 상황을 수정, 보완하지 않고 유보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져 풀기 어려운 관계로 남게 되며, 고부갈등이 악화되고 고착되어 부정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는 말 못하니까, 그냥 모른 척 한 거예요. 남편 싫어하는데 근데 시어머니가 약장사 본다고 계속가요. 거기 멀어요. 시어머니가 내년에는 80인데, 그래서 남편이 가지 말라고 하는데...추운데 왜 그렇게 다녀요? 저는 그런 말 못해요. 그냥 내버려둬요.<참여자 1>
저희 어머님하고는 얘기가 안돼요. 처음에 얘기했을 때 너무 거절당함? 제 느낌은 그랬어요. “남편이 술담배를 많이 해서 힘들어요” 어머니가 좀 뭐라고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어머님은 “남자가 밖에서 일하고 할 수도 있지”하시니...그때부터 말을 잘 안하게 되었고, 지금은 더 할 말이 진짜 없어요.<참여자 6>

본 연구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초기에는 눈치껏 살아가다가 남편이나 친구들에게 하소연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 시어머니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면서 수용적인 태도를 가짐으로써 갈등에 대처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정, 배려가 없는 상황에서는 감정을 표현하고 거부적인 반응으로 대처했고, 자신이 노력해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때 포기와 인내, 회피의 방법으로 유보된 갈등은 미해결된 상태에서 고착되어 부정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해석학적 현상학적 글쓰기

해석학적 현상학적 글쓰기 단계는 인생의 생생한 현실을 기술하고 반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연구의 의미를 이해하는 자료의 유형으로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이다(van Manen, 1990). 따라서 본 연구에서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과 대처 경험의 본질적 주제 분석이 이루어지는 반성적 과정을 통해 van Manen이 제시한 체험적 공간(spatiality)과 체험적 시간(temporality), 체험적 신체(corporeality), 체험적 관계(relationality)가 긴밀하게 엮어진 구조의 실존체를 확인하며, 연구 참여자의 의미를 서술하고자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의 문화와 살림을 배우기 위해 체험적 공간인 시댁에서 대부분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가족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모국과 다른 생활습관이나 문화, 가풍 등을 익혀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워 한국생활에 동화되도록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도망갈까봐’라는 의심으로 외출이나 친구 만나는 것이 어렵고, 직장에 다니는 것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의심은 결혼이주여성에게 창살없는 감옥처럼 보이지 않는 감시와 통제 속에서 고부갈등의 체험적 공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사소한 간섭과 잔소리, 타당하지 않은 꾸지람을 들었을 때 한국 며느리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게 된다. 시어머니의 끝없는 간섭과 잔소리는 귀를 닫게 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주지 않는 가족들에 대한 서운함과 내 집 살면서도 가족과의 겉돌음으로 가정부 같은 느낌이 들며, 며느리의 책임과 의무감만을 강조하여 가족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시집살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말을 이해하게 되고, 시어머니의 아픈 과거와 힘겨웠던 삶들을 시어머니 이전에 여자로서 이해하면서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여는 성숙한 체험의 시간을 경험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을 통해서 며느리, 아내, 엄마라는 관계를 형성하였다. 아내가 보는 남편은 어머니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못하여 어머니에게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아들을 독립시키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원망스럽고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는 엄하게, 아들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 일방적으로 한국식 며느리역할에 적응하기를 기대하지만 며느리는 한국식이 무엇인지 이해하기도 힘들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여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말이 많아지고 시어머니의 지나친 말과 교육방식은 며느리에게는 잔소리와 간섭으로 느껴지며, 매사에 어린아이 취급하는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피하고 싶은 관계로 인식하게 된다. 모국을 떠나 낯선 나라로 올 때 남편만을 믿고 왔는데, 때로는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내편이 되어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기도 하고, 형제관계에서도 대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불공평한 관계를 경험하며 살기도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족의 저녁식사를 제때 챙겨야 하며, 나에게 익숙함을 버리고 의식적인 긴장하는 삶을 살게 된다. 또한 모국의 음식을 못 먹게 하고,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며, ‘딸은 출가외인’을 강조하면서 친정에 도움을 주는 것도 싫어하기에 자신의 입장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시어머니의 말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러 보내는 무심함으로 소극적인 복수를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의미도 모르는 교회에서 괴롭고 불편한 마음을 경험하며 시어머니의 말에 거부하지 못하고 꼭두각시 역할을 해야 하는 체험적 신체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족 모임에서는 어디에도 끼어주지 않아서 존재감을 가질 수 없는 투명인간 같은 느낌을 갖기도 한다.

이와 같이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의 원인은 시어머니와 동일한 역할집단에 속함으로써 문화차이와 세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으로 이어지며, 며느리의 모국문화 및 정보가 전혀 없는 시어머니가 전통적 생활방식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고부갈등이 누적된다(Her & Kim, 2010)는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에게 던져진 상황에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각하면서 고부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경험하면서 한국의 며느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하는 고부갈등 및 대처에 관한 경험을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으로 분석하여 이들의 고부갈등 경험의 본질과 대처과정을 살펴보고자 이루어졌다,

연구대상은 한국거주 5년 이상인 결혼이주여성으로 한국어가 가능하고 고부간의 동거경험이 있거나 동거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다.

지금까지 결혼이주여성이 지각한 고부갈등의 내적체험과 생활세계의 특징은 1) 시어머니는 감옥의 간수, 2) 눈치만 봐야하는 신세, 3) 숨 막히고 귀찮은 시어머니의 말말말, 4) 가족이 아닌 투명인간, 5) 우리는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 6) 아들을 놓지 못하는 시어머니, 7) 나눠주지 않는 사랑과 인정이라는 7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부터 나온 주제들에 연관되는 핵심논의들을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결혼이주여성과 시어머니의 관계는 감시와 통제 속에서 형성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관계는 상대적인 것으로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이 불편한 관계에서 어색하고, 답답함을 느끼고, 이러한 상황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신뢰관계형성이 쉽지 않게 된다. 따라서 시어머니는 감시하고 통제하게 되고, 며느리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되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다가서는 것, 말을 건네는 것도 어렵게 느끼게 된다. 시어머니의 의심은 외국인 며느리들이 도망갈까 두려워하며 소문에 민감하며(Lee, 2009), 시어머니의 ‘도주 불안’의 기조에는 며느리들이 ‘부족한 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똑똑한 며느리’에서 오는 불안감, 즉 며느리가 똑똑해서 아들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며느리에게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하며, 심한 간섭으로 이어지는 폐단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Seong et al., 2012). 인간관계를 해치는 것이 불신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상대가 가족일 때는 배신감도 더 클 것이다. 이렇듯 며느리들의 삶은 시작부터 편견과 의심으로 고단하고 힘겨운 환경에서 시어머니와 관계가 불신으로 답답하게 시작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감옥의 간수로 느껴지고, 무서운 시어머니로 지각하면서 고부갈등은 심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 참여자 중에는 남편이 조금 부족해도 자식을 생각하여 시어머니와의 갈등도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맺은 부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내 자식과 같이 살아갈 곳이기 때문에 지키고 싶다고 하였다.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감시와 통제가 아닌 사랑과 포용으로 대하고 차이를 인정해주는 자세가 요구된다. 또 이들이 초기 소통을 위해서는 통역과 의사소통교육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둘째, 시어머니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하며 상대방의 말을 어떤 태도로 들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소통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또 외국인 며느리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한국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화차이를 경험하며 빠른 적응을 원하지만 가족구성원 간에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 없는 부정적인 견해로 인한 갈등(Kang & Jung, 2009)을 겪기 때문에 더욱 눈치로 이해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여 진다. 이러한 갈등은 고부관계에서 권력구조적인 측면의 종속관계로 인식되고, 부정적인 감정 표출이 어렵기 때문에 고부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셋째, 지나친 시어머니의 교육적인 조언은 며느리들에게 숨 막히고 귀찮은 시어머니의 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어머니는 자신에게 익숙한 가사라는 영역을 며느리가 맡게 되므로 자신이 보살피고 가르쳐야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소신은 과도한 말로 표현되어(Kang, 2013) 며느리에게는 잔소리와 간섭으로 귀담아듣지 않게 된다. 시어머니의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서로에게 갈등을 일으키고 한국생활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화 방법과 서로에 대한 역할기대수준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시어머니의 무시와 간섭은 홀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배려가 없는 데에 기인한다. 며느리들은 가족모임에서 소외감을 느낄 때 자신의 존재가 가족이 아닌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살림과 생활방식을 배우지만,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배려받지 못한다는(Yang, 2007) 느낌을 갖는다. 며느리들은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가족들이 인정해주고 배려받기를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며느리의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하면서 위로가 없고, 곁을 내어주지 않는 시어머니와 가족들로 인하여 상처받고 원망하게 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결혼 초기부터 시간이 흘러도 지속되고 있었으며, 추후 가족불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시어머니의 배려와 사랑이 며느리의 사회문화적 적응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며, 갈등을 상담으로 연계하여 예방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다섯째,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아들 감싸기와 잘난 자식과 못난 자식에 대한 시어머니의 차별은 며느리에게 또 다른 낯설음을 느끼게 하는 갈등의 원인이다. 며느리도 자식이지만 인정해주지 않고, 부족하여 국제결혼한 아들은 차별을 하니 자신은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이렇듯 시어머니의 차별대우로 인한 소외감과 속상함은 고부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랑을 나눠주고 자식을 인정해주는 관계형성이 요구된다.

여섯째, 결혼한 자식이지만 놓지 못하고 간섭하고 챙기고, 보호하려는 시어머니는 아들만을 위한 아들만의 어머니가 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다문화가정의 대부분의 남편들은 시어머니와 오랜 기간 동거한 경우가 많다보니, 어머니와 아들 관계가 특별하여 며느리가 그 사이에 들어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어머니의 아들바라기는 며느리와 아들의 부부관계 형성에 지장을 주며 부부갈등의 원인이 됨을 알 수 있다(Koo, 1999). 따라서 관계 변화에 따른 역할기대와 역할수행에 대한 재편성이 필요하며,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가장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돕지 않는다면 부부갈등과 고부갈등은 계속될 수 있으므로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가족교육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일곱째, 시어머니는 자신에게 사랑과 배려를 나누어주지 않고,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해도, 종교가 다른 점도 존중해 주지 않으며, 친정을 향한 며느리의 마음을 전혀 살펴주지 않는 점이 속상하고 무시당한 느낌을 갖게 된다(Yang, 2007). 따라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일방적인 동화와 적응을 요구하기 보다는 사랑과 배려로 마음을 알아주는 세심함이 있을 때 가족의 정을 느끼고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이방인으로 대하면 그들도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하고, 서로의 갈등을 줄이고, 화합할 수 있는 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여덟째, 결혼이주여성들의 갈등대처방법은 눈치껏 살아감, 하소연함으로써 해소함, 이해하며 수용함, 표현하고 반항함, 포기와 인내로 회피함 등 상황에 따른 다양한 대처경험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처음에 와서는 눈치를 보고, 남편과 주변에 하소연을 하다가 반항도 해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고 이해하면서 수용하고, 그래도 갈등해결이 안 되는 경우 포기하고 인내하며 회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분명하게 큰소리를 내고 따지는 적극적인 대처행동도 보였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고부갈등이 발생했을 때 참거나 반응하지 않고 회피하는 대처방법을 사용하였으며, 주위의 차별적 시선에 위축되며 존중받지 못함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심적 불편함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어머니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남편과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면서 시어머니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였다. 남편이 가장 많은 하소연 대상이 되고 있고 이러한 대처방법은 결혼이주여성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있음을 볼 때 부부교육에서 의사소통과 마음 읽기 등의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편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못한 경우는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하고 잠재되어 있을 뿐이며, 이런 경우 갈등에 대한 대처보다는 포기와 회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친구들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수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렇듯 갈등상황에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개인의 성향과 경험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처음 관계맺음 단계에서 어떠한 대처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짐을 알 수 있다. 회피, 반항 등의 대처방식은 갈등이 잠재하고 있을 뿐 해결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이 발생했을 때, 심리적 위축과 부담감이 증가하며, 가족의 건강성에 문제가 잠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그동안 결혼이주여성의 개인내적 경험, 주관적 체험에 대한 생생한 자료를 토대로 낯선 환경의 생활세계에서 경험하는 고부갈등은 무엇이며, 대처방식은 어떠한지에 대해 며느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자신이 삶의 주체자로서 거듭나고,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나가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함으로써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한 상담적 접근 및 연구 방향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부족하고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부갈등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해나가며 견디어 온 것은 한국 사회적응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많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며, 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혼자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사회문화적 고정관념과 ‘도망가지 않는 며느리’라는 의식을 깨기 위한 문제를 각자 해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양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갈등이란 쌍방 간의 다른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상호작용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쌍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중재역할을 하는 남편과 시어머니 등 주변인의 입장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은 연구의 한계이며, 추후 연구에서는 이들 주요 관련인들을 포함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제언한다.

Notes

이 논문은 2013년도 원광대학교의 교비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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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O Country Age Marriage
period
(year)
Cohabitation period
with mother-in-law
(year)
Job Husband
Age
Husband
Job
1 Philippines 43 17 9 English instructor 48 Unemployed
2 Vietnam 31 8 8 Housewife 44 Company Employees
3 Japan 48 16 1.5 Housewife 49 Unemployed
4 Vietnam 33 9 9 Company Employee 63 Unemployed
5 Korean Chinese 41 18 0.6 Housewife 44 self-employed
6 Korean Chinese 41 10 10 Chinese instructor 48 heavy equipment
7 Vietnam 27 8 8 Company Employee 46 Company Employee
8 Korean Chinese 39 18 1.5 Translation and Interpretation 56 Transport

<Table 2>

Sub Categories and Essence of the Theme based on Experience

Sub Categories Essence of the Theme
▪ Not allowing anybody to come and go.
▪ Suffocating living at home all the time, and not allowing going out because of escaping.
▪ Having a suspicious look at back.
▪ No trust
Mother in law as prison guard
▪ Leak of understanding each other leads to living a conscious life of other's eyes.
▪ Having nothing to talk leads to awkward situations
▪ Having cowered feeling that he or she might refuse to talk
▪ Difficult to verbalize thoughts and feelings.
living a conscious life of other's eye
▪ Having rebellious spirit if understood.
▪ Interference and nagging by mother-in-law
▪ Comparison with others and being ill-treated
suffocating and troublesome words from mother-in-law
▪ Emphasizing daughter-in-law's responsibility and obligation without comfort.
▪ Uncomfort feeling although living in own hous and treated as housemaid.
▪ No recognition or understanding although she made huge effort.
invisible woman, not as family
▪ Discriminating against children.
▪ Prejudice and discriminated treatment with husband's sister.
▪ Ignore their siblings.
we are one finger without pain.
▪ Cover son's fault.
▪ Protecting son from daughter-in-law.
▪ Making son to listen mother-in-law.
▪ Making a hundred and eighty degrees on mother-in-law's attitude when son is not around.
▪ Son's refusal to go out as accompanied couple, and backbiting frequently.
Mother-in-law won't let her son independent
▪ No consideration and recognition of work life.
▪ Without understanding of difference of religion.
▪ Without understanding of difference of culture.
▪ Disregard reputation.
▪ Without consideration of married woman's parent's home.
Not giving love and recogn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