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 Vol. 33, No. 2, pp.171-185
ISSN: 1226-0851 (Print) 2234-376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4
Received 03 Apr 2024 Revised 21 Apr 2024 Accepted 26 Apr 2024
DOI: https://doi.org/10.5934/kjhe.2024.33.2.171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에 대한 어머니의 경험 연구

김현정1) ; 양성은2), *
1)인하대학교 대학원 아동심리학전공 박사과정
2)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교수
Mother’s Experiences of their Transgender Children’s Coming Out
Kim, Hyunjung1) ; Yang, Sungeun2), *
1)Department of Child Studies, Inha University
2)Department of Child Studies, Inha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Yang, Sungeun Tel: +82-32-860-8117, Fax: +82-32-863-3022 E-mail: syang@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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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explored experiences of mothers whose children came out as transgender. Seven mothers participated in this study, sharing their narratives through a method called narrative inquiry developed by Clandininin and Connelly(2000). The narrative inquiry focused on understanding their experiences across three dimension: temporality, interrelationship, and place. To collect data,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mothers of transgender children from the moment their children came out.

As a result, mothers reported feelings of shock, surprise, self-blame, loss, and confusion. Over time, however, a gradual shift towards ambivalent experience emerged. Despite ongoing concerns about social stigma surrounding transgender people and their children’s futures, these mothers demonstrated a strong desire for acceptance. On the other hand, in an effort to accept their children as they are, they support their gender transformation, rebuild relationships with their children, and make connection with the community of LGBTQ parents.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examines experiences of mothers with transgender children in South Korea, where research on gender identity is insufficient. In the future, empirical research should be conducted on both transgender individual and their parents to foster a more infromed and productive discourse on gender identity within South Korean society.

Keywords:

Transgender, Cisgender, Coming out, Gender identity, Mother’s experience

키워드:

트랜스젠더, 시스젠더, 커밍아웃, 성별 정체성, 어머니의 경험

Ⅰ. 서론

사람들은 출생과 동시에 의사로부터 신체의 생식기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라는 특정한 성을 부여받는다. 사회적으로는 이렇게 부여받은 ‘남성’ 혹은 ‘여성’의 성별을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게 여기며, 개인이 인지하는 진정한 의미의 성별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Hamidi et al., 2018). 그러나 모든 사람이 사회가 부여한 성으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으며, 어떤 사람은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물학적으로 부여받은 성별 정체성이 아닌 다른 성별 정체성을 가지기도 한다(한영희, 2007). 2000년대 이후부터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SNS나 1인 매체를 통해, 다양화된(장지은, 2021) 젠더와 신체, 성적 지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도 점점 이원화된 젠더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김세라, 양성은, 2023).

2023년 미국 갤럽조사는 미국 인구의 7.6%가 성소수자이며 이 중 0.9%가 트랜스젠더라고 보고하였다(Gallup.com, 2024).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최근의 연구는 어머니가 커밍아웃한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물적, 정서적 지원이 트랜스젠더 자녀의 자존감이나 성소수자 공동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어머니의 역할에 주목한다(Bostwick, et al., 2019). 이는 어머니를 모든 개인의 일차적인 안전망으로 여기고 양육자로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14년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진행한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18.1%가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한 이후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응답했지만 47.0%는 커밍아웃한 전후 어머니와의 관계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하였다(나영정 외, 2014).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한 이후 어머니로부터 자기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았다고 응답한 응답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정신 건강 및 의료적 문제에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답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들이 등장한다. 조수미(2021)는 부모의 지지를 받은 트랜스젠더 자녀는 시스젠더 대조군과 비슷한 정신 건강 결과를 보였다고 분석하였다. Breedlove(2017)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위한 친구/동료 그룹, 성전환자 공동체와 가족의 사회적 지원 유형을 살펴보았는데, 이들 중 가족의 지지, 특히 어머니의 지지가 우울증, 불안 및 회복 탄력성을 가장 강력하게 예측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Monro(2010)의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강한 거부를 당한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성소수자 청소년보다 8배 이상의 자살 시도와 6배에 달하는 심한 우울증을 경험하였다. 반면 포용적인 가족을 둔 성소수자 청소년은 적대적인 가족을 둔 성소수자 청소년보다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3배 이상 높았다(Camp et al., 2020).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은 성별 정체성 자체가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와 차별 경험 때문에 저해된다고 하며, 친구/동료 그룹, 성전환자 공동체, 가족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라고 분석하였다(Pinto, 2014).

이처럼 성소수자의 가족으로부터의 지지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수행된 성소수자 관련 연구는 법률(김시은, 2017; 박보람, 2023; 박한희, 2021), 의료(손인서 외, 2017; 이혜민 외, 2014), 인권(김정숙 외, 2021; 음선필, 2021; 황수연, 2023)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성소수자 자녀를 주제로 하는 연구가 다소 수행되었으나(김정숙, 김명찬, 2021; 심미안 편집부, 2017; 이은지, 2021a; 이은지, 2021b 이지하, 2018; 이지하, 김혜선, 2017; 조수미, 2021; 홍정선, 2020)의 연구가 전부이며,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을 기점으로 어머니의 경험을 탐구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어머니가 트렌스젠더 자녀에 대하여 배우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사고와 내면 및 인생관, 자녀와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이 사건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의 경험에 대한 학문적 분석과 이론적 담론화만을 목적으로 한다.


Ⅱ. 이론적 개념

트랜스젠더는(transgender)는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일반적으로 성별 이분법적인 젠더 규범에서 벗어난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Glbtq.com, 2023). 트랜스젠더의 범주는 좁게는 FTM(female to male), MTF(male to female), 넓게는 젠더퀴어(genderqueer)까지 포함한다(강남순, 2016). FTM은 트랜스 남성을 의미하며, MTF는 트랜스 여성을 뜻한다. 젠더퀴어는 자신을 스스로 남성, 여성 어느 쪽도 아닌, 이분법적이지 않은 성별로 정체화하는 사람으로, 때에 따라 넓은 의미의 트랜스젠더와 겹치기도 한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또한 자신이 부여받은 성에 일치감을 느끼지 못하고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수술과 같은 의학적 조치를 통해서 생물학적으로 부여받은 성을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일치시킨 사람은 물론 본인의 의지로 계획 중인 사람까지 포함하여 트랜스섹슈얼이라고도 칭한다. Reay(2020)는 1990년대를 성전환수술에 의한 트랜스섹슈얼리티에서 트랜스젠더로 전환한 시대로 보고 있다. 현재 트랜스젠더는 성전환수술을 계획하고 있거나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 모두를 칭하고 있지만, 실제 의학적 조치의 실행 여부에 따라 트랜스젠더 삶의 태도는 달라지므로, 이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김종빈 외, 2022).

이때 젠더(gender)란 한 개인이 태어나 주변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환경에 의해 학습되어 자신이 느끼는 여성 혹은 남성으로 후천적인 성을 의미한다(America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5). 송아람(2020)은 생물학적 성과 달리 사회문화적 영향을 받아 형성되므로, 문화권에 따라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고 지적하였으며, 김나림, 김지영(2003)은 고유의 성에 외모, 행동양식, 선호 활동, 의복 등에 초점을 맞추어 인식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하였다. 국외에서는 ‘성별 정체성’이나 ‘성별 표현’이 생물학적 성과 다른 모든 경우를 트랜스젠더라고 하지만, 국내는 주로 ‘성별 정체성’이 생물학적 성과 다를 때 트랜스젠더라고 지칭한다. 이때 성별 정체성은 자신을 남성, 여성 또는 제3의 성별로 느끼는 심리적 기제이고, 성별 표현은 옷, 행동, 목소리, 머리 스타일, 신체적 특징 등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나타내는 방식이다(America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4). 이는 한 개인이 인식하는 자신의 성별로(국가인권위원회, 2020), 개별 주체가 스스로 정체화하는 성 역할이자 출생 이후 생애에 걸쳐 형성되는 가변적인 정체성이며(김규연, 2019), 생물학적 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America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5).

트랜스젠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시스젠더(cisgender)가 있다. 시스젠더는 태어날 때 부여받은 성별, 신체 및 개인 정체성이 일치하는 개인을 칭한다(America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5). 비(非) 트랜스(non-trans)의 다른 표현으로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에게 부여되는 보편적 규범성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며(김지혜, 2011),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같은 현재의 성별 정체성을 갖고 있다(김세라, 양성은, 2023).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확신하거나 끊임없이 의심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측면에서, 육체와 정신의 이중적 작동 중 정신적 인식을 우선으로 여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부 트랜스젠더가 자신을 ‘내가 인지하는 성과 다른 성의 몸에 갇힌 나’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표현에서 트랜스젠더가 정신에 근거한 성별 정체성을 ‘나’라는 실존과 일치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랜스 섹슈얼이 의학적 조치를 통하여 몸을 바꾸고자 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정신에 맞추어 ‘나’와 맞지 않는 몸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은 트랜스젠더를 동성애자, 인터섹스(intersex) 등과 같은 개념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Fisher et al., 2017).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의 경계(gender boundaries)를 넘어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트랜스젠더는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 아닌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성애자와 차이가 있다(Konopka et al., 2020). 인터섹스는 생식기, 내부 장기, 호르몬 등의 생물학적 신체 기관이 여성, 남성으로 특정할 수 없는 상태 혹은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06). 인터섹스에 해당하는 이들은 생물학적 남성 혹은 여성으로 특정할 수 없으므로, 남성 혹은 여성 중 하나로 성별을 선택해서 수술받을 경우, 생물학적 성별과 달라진다는 점에서 트랜스젠더와 유사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인터섹스는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적 성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 아니지만 트랜스젠더는 심리적 차원에서 본인의 성별을 생물학적 성과 다르게 느끼거나, 성별 표현을 생물학적 성과 달리 표현하는 경우를 말한다(Cornwall, 2015).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개념의 구분에 따라 트랜스젠더를 FTM, MTF, 젠더퀴어를 포함하는 범주로 정의한다.


Ⅲ. 연 구 방 법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에 대한 어머니의 경험을 내러티브 탐구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이 경험한 것을 탐색하여 통찰을 얻는 것으로, ‘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와 참여자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의미를 재구성하는 방법이다(Creswell, 2003). Clandinin과 Connelly(2000)는 내러티브 탐구 절차를 다섯 단계로 제시하였다. 첫째, 현장으로 들어가기(being in the field), 둘째, 현장에서 현장 텍스트로 이동하기(from field to field text), 셋째, 현장 텍스트 구성하기(composing field text), 넷째, 현장 텍스트에서 연구 텍스트로 이동하기(from field text to research text), 다섯째, 연구 텍스트 작성하기(composing research text)이다. 이 단계들은 명확하게 구분되기보다는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을 거치며 이루어진다.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의 자녀 커밍아웃의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기’, ‘현장 텍스트 구성하기’, ‘연구 텍스트 작성하기’의 3단계 과정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첫째, ‘현장으로 들어가기’란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상황, 사건, 행위, 그 자체를 뜻하며 연구자는 현장에서 연구참여자와 관계를 형성한다(안영미, 2008). 본 연구자는 현장에 친숙해지기 위하여 [그림 1], [그림 2]와 같이 성소수자부모모임, 인천퀴어축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등에 참석하였다.

[그림 1]

연구자가 참여한 성소수자 관련 행사

[그림 2]

연구자가 참여한 성소수자부모모임

둘째, ‘현장 텍스트 구성하기’는 자료수집 단계로, 연구참여자와의 인터뷰 대화를 녹음하여 저장한 데이터를 주된 현장 텍스트로 구성하였다. 셋째, ‘연구 텍스트 작성하기’는 수집된 자료를 여러 번 읽고 경험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고 기술하였다.

1. 연구참여자

Creswell(1998)은 약 2시간의 심층 면접인 경우, 10명 내외의 참여자가 적절하다고 제시하였다. 이를 참고하여 본 연구에서는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7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의도적 표집과 눈덩이 표집 방법으로 모집하였으며, 자발적인 참여를 위하여 전화로 사전에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후 인터뷰 날짜를 정하고 인터뷰 당일에 서면화하였다. 연구참여자 모집 기준은 첫째,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하는 어머니 중 트랜스젠더 커밍아웃을 한 자녀를 두었으며, 자녀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인 어머니이다. 이는 자녀의 커밍아웃이 자녀 및 주변인과의 관계 변화와 자기 삶의 태도,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기 위함이다. 둘째, 최소 1년 전에 자녀가 커밍아웃한 어머니를 연구참여자로 모집하였다. 그 이유는 자녀가 트랜스젠더로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반 마련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 1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여겼으며, 어머니 역시 자녀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수용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의 일반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연령은 40대에서 60대까지로 40대 1명, 50대 3명, 60대 3명이다. 직업은 사무종사자, 상담사, 주부, 강사, 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력은 대졸 3명, 대학원 재학 1명, 대학원 졸업 3명이었고 생활 수준은 중상층 이상이다. 커밍아웃 당시 자녀의 연령은 16세에서 22세까지이며, 자녀의 성별 정체성은 FTM 2명, MTF 2명, 젠더퀴어 3명이다. FTM은 트랜스 남성을 의미하며, MTF는 트랜스 여성을 뜻한다. 젠더퀴어는 자신을 스스로 남성, 여성 어느 쪽도 아닌, 이분법적이지 않은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사람이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연구참여자의 정보는 다음의 <표 1>과 같다.

연구참여자의 사회인구학적 정보

2. 자료 수집

본 연구는 2022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약 2개월간 개별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심층 인터뷰에 앞서 문자, 전화를 통하여 연구에 대한 소개와 서면 동의를 구하고 인터뷰 날짜를 정하였다. 인터뷰는 약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인터뷰는 연구참여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며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스터디카페 회의실에서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의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하여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연구자가 연구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된 동기와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여 연구참여자가 편안하게 자기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개별 심층 인터뷰의 내용은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 시점, 커밍아웃 이후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변화된 삶 등으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자녀가 커밍아웃했을 당시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트렌스젠더의 어머니로서 어떠한 삶을 살고 있나?’, ‘트랜스젠터 자녀를 둔 어머니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트랜스젠더 자녀는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인가?’ 등의 반구조화된 질문을 사용하였다.

3. 연구의 엄격성과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1985)가 제시한 기준에 따름으로써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생생한 경험을 얻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분석 과정에서도 원자료를 기반으로 문맥과 내용의 재확인 절차를 반복하였다. 또한 일관성(consistency) 확보를 위해 성소수자 관련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비교 및 확인하였다.

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참여자 섭외 단계에서부터 본 연구의 목적 연구자 정보, 연구 절차, 녹취 및 해당 자료의 사용 범위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다. 연구참여자의 정보보호와 비밀보장을 약속하였고, 연구참여자가 원하지 않을 시에는 언제든지 연구 참여를 중단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4. 자료 분석

내러티브 연구에서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은 자료를 세분화하여 이해하기보다는, 자료가 전체 이야기에 포함되어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의미를 갖고 분석된다는 특징을 갖는다(Ezzy, 2002). Webster와 Mertova(2007)에 따르면 이야기는 듣는 사람에게 중요한 사건(critical event)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므로 내러티브 분석에서는 중요한 사건을 찾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Webster와 Mertova(2007)가 말하는 중요한 사건이란 연구참여자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세계관(worldview)의 변화를 드러내는 사건을 말한다. 또한 Grbich(2007)는 내러티브를 분석할 때 연구참여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이야기 내용을 정치적 구조, 문화적 상황, 사회적 배경 등에 연결해서 이해할 것을 강조했다.

본 연구는 Clandinin과 Connelly(2000)가 제시한 3차원적 분석 방법에 따라 자료를 분석했다. 3차원적 분석 방법은 내러티브를 시간성, 상호관련성, 장소의 측면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하여 3차원적 탐구 공간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우선 시간적 연속성에 따라 연구참여자가 이야기하는 자녀가 커밍아웃하는 경험이 당시에는 어떤 의미였고, 그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현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나타난 커밍아웃의 경험이 연구참여자들과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색하였다. 마지막으로 커밍아웃이 일어나는 장소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상황을 분석하였다.


Ⅳ. 연 구 결 과

먼저 연구참여자들이 자녀의 커밍아웃 당시 겪었던 경험을 탐색하고, 커밍아웃 이후에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분석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커밍아웃 당시에는 놀라움, 죄책감, 상실감 등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로 ‘충격’을 경험하였다. 이처럼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자녀의 성별 정체성을 다양성 측면에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커밍아웃 후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를 수용하면서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의 양가적 경험을 하게 된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자녀의 미래에 대한 우려, 어머니 본인의 갈등이 나타났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성전환에 대한 지원, 자녀와의 관계 회복, 공동체와 유대가 나타났다.

다음의 [그림 3]은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자녀의 커밍아웃을 Clandinin과 Connelly(2000)의 분석 방법에 따라 커밍아웃 시점, 커밍아웃 이후로 나누어 제시한 것이다.

[그림 3]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자녀의 커밍아웃

1. 자녀의 커밍아웃

연구참여자들에게 내재화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암묵적 편견으로 작동하여 자녀의 성별 정체성 혼란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성애와 성별 이분법이라는 범주에 사회화된 상태에서 자녀의 커밍아웃 소식을 듣게 된다. 연구참여자들은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이 선택이 아니며 매우 이른 나이부터 인지될 수 있고 성장 환경과 무관하게 형성될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 자기 자녀가 성별 정체성을 ‘착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거나 자녀의 성별 정체성 판단을 의심하기도 했다. 연구참여자 자녀 중에는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커밍아웃하고 어머니를 통해 다른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트랜스젠더 자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다. 형제나 아버지 혹은 학교에 먼저 커밍아웃을 한 이후 시간을 갖고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하기도 한다. 이때 자녀들은 많은 고민과 마음고생을 한 후 어머니와 관계를 끊을 결심까지 하고 커밍아웃하는 사례도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자녀들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확고해짐에 따라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며 커밍아웃하였다. 반면 연구참여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자녀의 커밍아웃으로 놀랍고 당황스러웠으며 한동안 충격에 빠지는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저는 뭔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얘가 하는 소리가…충격은 굉장히 컸는데 끊을 생각은 없다. 너 무슨 소리 하냐…끊을 생각은 없고 내가 무슨 말인지도 잘은 모르겠으니까 일단 알았고 일단 알았고 (연구참여자 D)
이제 여자 차림으로 다녔다는 거를 지 브라더한테 얘기해서 걔가 나한테 얘기하고…그때는…저는 너무 충격이었죠. 완전히…상상을 해보세요. 아들이었던 애가 막 여장을 하고 학교 간다고. (연구참여자 E)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커밍아웃 당시 외적으로는 진지하게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를 회피하고 싶은 내적 갈등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회피하고 싶은 내적 갈등이란 자녀가 트랜스젠더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과 혹시라도 현재의 결정을 뒤바꿀 수도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한테는 표시를 안 했지만 제 안에 바윗덩어리가 가슴 속에 확 들어 앉아가지고 너무 무게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중략) 근데 이때 겨우 고등학교 1학년 때인데 편지에 ‘호르몬도 맞아야겠다’, ‘수술할 거다’라고 했어요. 그때 저는 “지금은 할 수 없다. 만일에 호르몬을 하든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네가 어쨌든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라고 했어요. 좀 딜레이 시키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나 바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연구참여자 B)
저는 지금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데요. 저희 아이가 커밍아웃하는 순간 퇴직을 결심했어요. 제가 천주교 신자이고 되게 과학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액 때문이라고 보고…그…업보…내가 좋은 거를 뭔가 포기하거나 그 힘든 과정을 겪으면 그 나쁜 뭔가가 아이한테 가지 않고 나한테로 오지 않을까 싶어서 퇴직한 게 있어요. (연구참여자 D)

커밍아웃 전에 트랜스젠더 자녀가 겪는 정서적 변화는 어머니를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자녀가 자해 혹은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계획이나 자살 충동 등을 적은 자녀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녀가 자살, 자해, 가출, 부모와의 절연 등을 생각해 온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로, 자녀의 정서적·외형적 변화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녀와 충돌과정을 통해 우연히 커밍아웃하게 되기도 한다. 커밍아웃하는 자녀들 역시 어려움을 겪는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혐오 등으로 인하여 가족에게 커밍아웃 전부터 이미 우울증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김진이, 2017). 연구참여자들의 자녀들은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자살을 결심한 경우는 없었으나, 연구참여자들은 평소와 다른 징후를 느낀 적이 있다. 이는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커밍아웃 당시에 이에 대해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느끼게 했다.

얘가 중3때 언니한테 커밍아웃한 것 같아요, 먼저. (중략) 그러고 나서 고1 때 저한테 커밍아웃했는데 너무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하고는 그때부터 이제 저 자신을 자책하고 ‘내가 애를 잘 못 키웠구나.’ ‘뭔가 애가 사춘기 때 자기 나름대로 도망갈 구멍을 이리로 찾는구나.’ 그래서 저거는 반드시 사춘기에 오는 일시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애가 철이 들고 마음이 안정되고 사춘기가 지나면 돌아오겠지’ 하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어요. (연구참여자 F)
여름에 그 한여름에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안 나오고…얼마나 덥겠어요. 그 안에가…근데 이상하잖아요. 잘 지냈었거든요. (연구참여자 A)
성장기 때 제가 속옷을 사주잖아요…한 번도 착용한 적 없어요. 브래지어나 이런 거…한 번도 착용한 적이 없고…또 생리를 시작 할 때는 엄청 괴로워 했어요. 책상을 탁탁탁 치면서…그래서 제가 책상 치면 ‘생리하는 갑다’를 알 정도로…자기 몸의 신체적인 변화를 굉장히 불편해했었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B)

연구참여자들은 충격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자녀가 그동안 겪었을 마음고생에 마음 아파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자녀들이 모범적이고 순한 기질의 성향이어서 더욱 오랫동안 부모나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긴 고통의 시간을 겪은 것 같다고 응답하였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20대, 30대, 결혼 후 등 트랜스젠더의 커밍아웃 시기는 다양하다.

커밍아웃했을 때 당시에는 어…나중에 이제 다 얘기를 다시 나눠봤을 때는 아이는 전혀 모르고 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이한테 ‘많이 힘들었겠다.’ 혼자 그렇게 생각하느라고. (연구참여자 C)
사춘기 됐다가 이때 딱 자기 다르다는 걸 느껴서 다 그때 나타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꾹꾹 참고 있는 거예요. (연구참여자 E)

2. 커밍아웃에 대한 양가적 경험

커밍아웃 이후 점차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들을 수용하면서 양가적 경험에 도달한다. 여전히 자기 자녀를 외부 세계에 드러내는 것을 꺼리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위축되고 자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지 못한다. 반면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자녀의 성전환을 지원함으로써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성소수자 부모 공동체와 유대를 맺으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1) 부정적 측면

연구참여자들이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드는 가장 큰 감정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자녀의 성별 정체성을 알게 되었을 때, 연구참여자들은 자녀가 사회적, 의료적으로 안전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였다. 어머니들은 트랜스젠더에 관한 어떠한 지식이나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트랜스젠더 자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자녀에게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여 자녀, 자신 그리고 가족 모두를 망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가까운 친지 혹은 주변 사람에게 비밀이 생겼다는 점이다. 또 연구참여자들은 MTF, FTM, 젠더퀴어를 불문하고 자신이 십여 년 이상을 키워 온 딸과 아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제가 알린 게 우리 친정 식구들밖에 없어요. 시댁에는 말도 못 하고요. 얘들 아빠가 거기는 아무도 수용해 줄 것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친구들도 아무도 모르고. (연구참여자 D)
저는 그게 딸로서 가졌던 그 세월만큼 다시 새롭게 아들이라는 걸 할 때 중간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그 상실감은 같은 동성으로서 얘랑 나중에 쇼핑도 같이 좀 하고 오만 잡다한 얘기 나누고 목욕도 하고 맞아요. 얘가 초등학교 때까지 목욕탕도 같이 갔으니까. 그런 것들 동성끼리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이제 못하게 되는 안 하게 되는 그런 것들이 되게 마음이 좀 아렸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B)

또 다른 어려움은 그동안 연구참여자들이 살면서 갖고 있던 믿음과 태도로 인한 어려움이다. 자기 자녀가 커밍아웃하면서 지금까지 배우고, 알고 있던 성별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새로운 세계를 공부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지금까지 연구참여자들은 보통 해부학에 근거한 출생 시 자신의 성이 자신의 성과 같은 게 당연하며, 성별은 엄밀하게 남성이거나 여성으로 구분된다는 믿음을 갖고 살았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자신의 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트랜스젠더에 관하여 찾아보고, 공부하고,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나갔다. 점점 이들을 이해하면서 자녀를 진심으로 수용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트랜스젠더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며, 세상에는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밖에도 교원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연구참여자는 임용시험에 합격 후 자녀의 성별 정체성 때문에 합격이 취소될 것을 걱정하기도 하였다.

혹시나 학교라는 이곳이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다 완벽하게 모든 학생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입학하고 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트랜스젠더라는 그 이유 하나로 임용도 안 된다면…이거는 정말…심각…한…. (연구참여자 B)

연구참여자들은 이제 우리 사회도 나와 다른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하여 성별 정체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률, 사회적 장치 혹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우리 사회의 이분화되어 있는 성별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고, 의사 혹은 전문가에 의해 생물학적으로 지정받은 성별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젠더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성소수자와 시스젠더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하였다.

사회적으로는 음… 사람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고 법적으로는 최소 한도의 안전장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죠. 외국의 사례 보면 혐오 금지법이라고 해서 그런 차별을 하면 911로 바로 전화를 해요. 그래서 경찰이 출동한다든가 해서 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차별한다는 건 옳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런 것들을 하므로 적어도 종교적인 신념이나 어떤 자기의 가치관이 있어도 대놓고 차별을 안 하거든요. 그게 서로 살기가 좋죠. 사람은 어느 사람이나 다 소수성이 있잖아요.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고 많은 반면에,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고 아픈 사람도 있고 건강하다고 언제 아플지 알 수 없고 또 나 아니라 내 주변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소수자의 위치에 갈 수 있잖아요…. (연구참여자 G)
2) 긍정적 측면

연구참여자들은 자기 자녀가 커밍아웃하기 전 트랜스젠더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지만, 딱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도 없었다. 이에 따라 나와 가족들 아니면 내 아이를 누가 받아주나 하는 생각으로 자녀의 성별 정체성을 비교적 잘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자녀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자녀를 온전히 수용하고 공동체와 유대를 맺으며 자녀의 성전환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녀와의 관계가 회복되었다. 커밍아웃 전 다소 까칠했던 자녀의 태도도 전보다 더 부드럽고 긍정적이며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 할머니 등과 문자를 나누는 횟수도 늘어나는 등 부모는 물론 조부모와 관계가 상당히 호전되었다.

근데 가슴 수술을 한다고 할 때 ‘좀 대충 살지…이왕 가지고 태어났는데 뭘…그걸 그렇게 바꿀 수 없으면 받아들여야지’라고. 저는 그런 거 바꿀 수 없는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여성으로 태어난 거 바꿀 수 없고 가슴 가지고 태어난 거 바꿀 수 없고…그냥 생긴 대로 살지 이랬는데 한 대요. 근데 저한테 그거를 “엄마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물었을 때 “네가 그걸 하는 게 행복하다고 하면은 네가 원한다면 해야지” 이렇게 말은 했어요. 말은 우아한 척하고 했는데 사실은 정말 섭섭하더라고요. (중략) 바로 수술을 했고 병원에서 잤는데 그다음 날 아침에 닥터가 왔어요. 닥터가 와서 붕대가 엄청 많잖아요. 그거를 이제 이렇게 풀었을 때 애가 처음으로 가슴이 없는 자신을 본 거잖아…근데 애 얼굴이 완전히 희열이더라구요. “Yes! Yes!” 하면서요. (연구참여자 D)
아이의 성질이요…완전 좀 예전과 다르게 많이 온화해졌고 부드러워진 걸 아니까 저희 외할머니는 이 아이가 너무 괜찮아진 거죠. 그래서 요번에도 여름방학 때 할머니랑 같이 있으면서 저 둘이 너무 사이가 좋고 저보다 더 좋은 거예요. 저렇게 통화하고 할머니 챙겨주고…. (연구참여자 B)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모성의 사회적 확장 현상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연구참여자 삶의 태도, 전문성, 인생관에 변화가 생겼는데, 상담사인 한 연구참여자는 트랜스젠더 아이들은 정서적인 예민함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하면서 내담자 중에서도 트랜스젠더가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 별도의 상담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이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주제로 부모와 상담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하였다. 또 다른 연구참여자는 자녀로 인하여 박사논문 주제도 찾고 성소수자에 관하여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은 자신에게 축복이고 새로운 삶이 시작된 계기라고 하였다. 이에 더하여 그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게 되었으며, 이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두고 후원이나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등 그동안 생각에 머물렀던 일들을 실천하는 실천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보여요. 모습이나 이…정서적인 예민함이 다른 아이들하고 좀 달라요. 제가 트렌스젠더 당사자들을 봐도 굉장히 섬세하고 그런 게 느껴지는 게 그 아이한테도 과거에 있었었거든요. (연구참여자 C)
이번 생에서 이러한 고통과 괴로움을 경험하고 또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있는 게 저는 너무 되게 뭐랄까 나한테는 이게 아주 빛이라고 표현했지만 아주 특별하고 너무너무 내 삶에 있어서는 아…정말 영광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광이에요. (중략) 지금은 또 온전하게 받아들여져 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이게 나의 새로운 경험이 내 삶을 완전히 다르게 살게끔 해주는 것이 너무 삶이 재밌어요. (연구참여자 B)

수용의 단계에 도달한 연구참여자에게 자녀를 변화시키고 싶은지 묻자 “오히려 나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를 변화시켜서 내 아이가 냉대와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이 단계에서 연구참여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의 일부인 자신들의 죄책감을 인정한다. 트랜스젠더가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다른 부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한다고 답하였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서구 문화권은 동양 문화권보다 기본적으로 성문화가 개방적이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트랜스젠더나 트랜스젠더 커플, 트랜스젠더 커플과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도 볼 수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처럼 서구 문화권에서는 성소수자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로 이들을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기를 바란다고 응답하였다.

당연하죠. 외국은 그런 게 너무나 당연하게 되고 있어요. (중략) 외국 동성애자들 결혼식도 보여주고 트랜스젠더 애들도 보여주고 하니까 아무래도 많이 보다 보면 익숙해지잖아요. 사람이 그리고 얘네들이 사회에 진짜 악을 끼치는 존재들이 절대 아니니까 우리와 같은 존재니까 다른 거 없고 그냥 정말 보이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그렇게만 알아줘도 문제가 하나도 없는 건데 너무 잘못된 정보로…혐오하고 또 하고 그러니까. (연구참여자 E)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 후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와 가족 관계는 더 좋아졌고, 자녀는 외모 외에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부모로서 단지 자녀의 건강을 염려하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 탈의실 같은 공공 편의시설 등이 갖추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다. 나아가,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이라든지, 동성혼 등이 제도화되어, 자녀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 또한 트랜스젠더의 경우 어린 시절 호르몬 치료는 중요하다. 미국에 거주했던 연구참여자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어린 시절 지정 성별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면 일찍부터 남성/여성 호르몬 억제제를 처방하고, 사춘기 이후 트랜스젠더 진단을 받으면 호르몬 요법을 사용하는 등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외과적 수술 비용이 전액 의료보험으로 제공된다. 신청자가 많아 순서를 기다리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 점만 제외하면 비용 문제로 불편한 신체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한국은 이러한 의료보험 시스템이나 법률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이호림 외, 2015). 한국도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진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바뀐 거 없어요. 그리고 또 몰랐던게 저도 이제 점점 알아가는 거지만 저는 이제 얘가 여자가 되면 여성으로 다 되어서고, 막 여자같이 행동하고 여자같이 막 다리도 이렇게 이쁘게 하고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거 아니에요. 그냥 얘는 얘 그냥 하나도 변한 거 없고, 우리 애는 그냥 전에 알던 그 애고 단지 모습만 자기가 여성이 되고 싶은 거예요. (연구참여자 E)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은 트랜스젠더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자녀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을 일시적인 성별 정체성의 혼란으로 여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둘째, 자녀의 커밍아웃에 당황, 충격, 상실감을 경험하지만, 이를 빠르게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셋째, 우리 사회의 성인식 수준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 트랜스젠더 자녀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소수자를 위한 모임, 행사 등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에 참석하며 자기 자녀를 격려하고 용기를 잃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Ⅴ. 논의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의 경험에 대한 학문적 분석과 이론적 담론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성소수자부모모임 단체에 참석하는 어머니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고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고,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의·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은 자녀 커밍아웃 후 트랜스젠더 자녀에게서 나타나는 특별한 징후를 성별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여기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로 인지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성별 정체성으로 많은 시간을 고민해 왔던 자녀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형제가 언제부터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경험한 심리적 어려움이나 가족 관계, 또래 관계 등 사회관계 형성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에 등에 관하여 경청하고 공감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나와 같지 않음을 “틀림”이 아닌 “다름”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김진이(2017)는 성소수자 자녀들은 대체로 자기 성적 지향을 가족에게 숨기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이를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털어놓고 이해받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부모가 자녀의 특별한 성적 징후를 발견할 경우, 이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반응 없이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자녀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Ryan(2010)이 제안한 성소수자 자녀와 함께 성소수자의 성별 정체성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 자기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녀에게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애정을 표현할 것, 자녀의 성별 정체성을 지지하고, 자녀를 어른 성소수자 롤모델과 연결해 주거나, 자녀가 성소수자 친구 혹은 연인을 소개할 때 반갑게 맞아주고,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것 등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부모가 자녀의 특별한 성적 징후를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고 지지한다면, 자녀의 성별 정체성을 조기에 발견하여 성별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자녀의 심리·정서적인 측면은 물론 학업·교우관계를 비롯한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병철(2011)은 성소수자 가족의 수용과 지지는 성소수자의 궁극적인 희망이며, 자긍심과 자신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였다. 서구문화권의 경우 초·중등 교육기관에 성 문제 전문가가 상주하여 일찍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과 부모와 상담을 진행하거나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Meyer, et al., 2017). 캐나다의「LGBTQ-포용적인 환경을 위한 교사 프로젝트(The Every Teacher Project on LGBTQ_inclusive Education in Canada & K-12 Schools: Final Report」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지역에서 교사-학생 관계, 학습 내용, 교실 환경이나 학교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통해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공간 형성을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삼고 있다(정성조, 정용림, 2022).

둘째,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 당시 연구참여자들은 충격, 당황, 상실감을 경험하였다(Ishii, 2018). 그런데도 자녀를 사랑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연구참여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녀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고민의 나날을 보냈을 자녀를 걱정하고 이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수용하기 위하여 트랜스젠더에 관한 정보를 찾고, 공부하고,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여하는 등 노력하였다. 이는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처음에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Hill & Menvielle, 2009), 스스로 교육을 받고 다른 어머니들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녀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보호자가 된다는(Pepper, 2012)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자녀 역시 어머니에게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고백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를 설득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어려운 결심을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에게 커밍아웃 후 지지를 받게 되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긍정적이며 밝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자녀를 향한 사랑과 이해가 성별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편견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족이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Pinto(2014)의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셋째, 연구참여자들은 성소수자 관련 교육 시스템,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법적 혼인 인정 등 법률적 제도는 물론 성 중립 화장실, 탈의실 등 편의시설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자녀가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 이는 비단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뿐 아니라 한국 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도 성소수자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물론 공공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가는 세계적 분위기에 발맞추어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것은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한 이들, 그들을 지지하고 사랑해 준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2016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며 성소수자들과 함께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하거나 핑크색 셔츠를 입고 청소년 성소수자의 왕따 문제에 함께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성소수자부모모임, 2014). 이제 한국도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 법률, 교육, 사회복지 등에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넷째, 본 연구의 연구 대상 어머니들은 중산층 이상의 생활 수준의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하는 트랜스젠더 부모이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커밍아웃 후에 지지와 격려,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다수의 선행연구(김진이, 2017; 이혜민 외, 2014; Breedlove, 2017; Camp, et al., 2020)에서는 성소수자 자녀를 거부·부정·수용하지 못하는 부모의 요건으로 종교, 문화적 환경, 권위적인 가정 분위기 등을 언급하고 있으며, 경제적 수준은 언급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국의 성소수자 부모가 서구권 국가의 성소수자 부모와 비교할 때, 성소수자 자녀에게 비수용적 태도를 보이거나 자녀를 거부하는 비율이 높은데, 그 원인은 권위주의 등의 사회문화적인 요인이나, 전통적인 가족관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강현선, 2014). 한국은 집단주의적 사회 분위기로 개인이 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며(조긍호, 2008), 가족을 우선으로 하며 생애 과업으로 결혼을 통해 자손을 낳아 가문을 계승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여긴다(박의주, 2011).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의 부재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부도덕하고 병리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편견을 보인다(김진이, 2017).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계가 있다. 첫째, 성소수자 어머니가 체험한 사례를 어머니의 관점에서 기술하였으므로, 아버지의 체험, 성소수자 당사자의 커밍아웃 체험을 직접 드러내거나 부모 이외 형제·자매, 동성·이성 친구, 지인, 사회적 관계에서의 커밍아웃은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자녀의 커밍아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전적으로 지원하여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하는 7명의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하였으므로, 회피·무시·거부 등 다양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부모·형제와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경험과 체험은 담지 못하였으며, 특정 모임의 소수 인원을 탐색하여 본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부모나 가족에게 거부·회피 등 환영받지 못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청년 혹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형태인 트랜스젠더의 커밍아웃에 대한 가족·친구·주변인의 반응에 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중산층의 생활 수준을 갖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수행하였으므로 다양한 생활 수준, 가족의 형태, 종교, 가족문화 등을 배경으로 한 부모의 경험을 연구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연구대상자를 표본집단으로 하여 다각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성별 정체성에 관한 연구가 미흡한 국내에서 트랜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을 겪은 어머니 중 자녀의 커밍아웃을 수용의 관점에서 받아들인 경험을 고찰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증적 결과가 축적되어 다양한 성별 정체성에 대한 의미 있는 담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3년 한국생활과학회 학술대회 포스터발표를 보완한 것임.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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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 1]
연구자가 참여한 성소수자 관련 행사

[그림 2]

[그림 2]
연구자가 참여한 성소수자부모모임

[그림 3]

[그림 3]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자녀의 커밍아웃

<표 1>

연구참여자의 사회인구학적 정보

연구참여자 연령 직업 거주지역 학력 생활 수준 자녀의 커밍아웃 연령 자녀 정보
A 53 사무종사자 경기도 대졸 중상 21 MTF
B 51 상담사 경남 대학원 재 중하 17 FTM
C 49 상담사 경기도 대학원 졸 중상 18 젠더퀴어
D 50 주부 경기도 대졸 20 젠더퀴어
E 63 강사 서울 대학원 졸 중상 22 MTF
F 67 주부 서울 대졸 중상 16 젠더퀴어
G 59 공무원 전북 대학원 졸 중상 22 F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