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파이 분석을 활용한 농촌주민 삶의 질 지표 부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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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stablish a clear concept of quality of life for rural residents and develop systematic indicator domains using Delphi analysis. A two-round Delphi survey was conducted with 17 experts in the field of rural residents' quality of life. The outcome of this survey defined rural residents' quality of life as "a concept that encompasses all elements that make life valuable in rural areas, including objective living conditions and the subjective perceptions of rural residents." The developed indicator system consists of five main domains: community, health and welfare, economy, education and culture, and environment and safety, along with 15 sub-domains. Notably, 'basic living conditions,' 'healthcare,' 'education,' and 'safety' received high consensus in both rounds of the survey, confirming their status as core elements of rural residents' quality of life. The system also included factors reflecting the unique aspects of rural life, such as 'community' and 'landscape.' The indicator system developed in this study is expected to enhance the quality of life for rural residents by informing the establishment and evaluation of rural policies and connecting with the 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s survey on Rural Wellbeing.
Keywords:
Quality of life, Indicators, Rural residents, Delphi analysis키워드:
삶의 질, 지표, 농촌주민, 델파이분석Ⅰ. 서론
현대 사회에서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경제성장 중심의 발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과 웰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가치가 변화함에 따라, 삶의 질은 국가정책의 주요 목표이자 사회 발전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JL van Zanden et al.(2020)의 OECD Better Life Index, United Nations의 World Happiness Report(Rowan, 2022)등 국제기구의 삶의 질 관련 보고서들은 이러한 전 세계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단순한 경제적 지표를 넘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주관적 웰빙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며, 삶의 질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농촌 주민의 삶의 질 문제 또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Rural development programme(European Network for Rural Development, 2021)을 통해 농촌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2022)의 ‘Rural Development’를 통해 농촌 지역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은 농촌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이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과제임을 시사한다.
한국의 경우, 급격한 인구 과소화 및 고령화로 인해 농촌지역의 삶의 질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2023)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농촌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18.5%에 불과하며, 이는 10년 전인 2012년의 22.7%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이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 감소는 농촌 지역의 공동화와 기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농촌 지역의 고령화 비율은 2022년 기준 24.7%로, 전국 평균 17.4%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농촌 지역의 노동력 부족, 의료 및 복지 서비스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농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학적 변화와 더불어, 농촌 지역의 경제적 침체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태후 외(2023)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65.7%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러한 소득 격차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는 농촌 주민의 경제적 삶의 질이 도시 주민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농업 수입의 불안정성, 농촌 지역의 일자리 부족 등은 농촌 주민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4조에 따라 5년 단위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농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촌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합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농촌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사회적 맥락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정확히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이다. 이 조사는 2004년부터 시작되어, 농어촌 주민의 복지 수준과 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농어촌 복지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조사는 농촌 주민의 소득, 자산, 소비, 노동, 주거, 보건의료, 복지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어,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의 삶의 질 연구 트렌드는 단순한 경제적, 물질적 지표를 넘어 주관적 웰빙, 사회적 관계, 환경의 질, 개인의 자아실현 등 다차원적 요소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Stiglitz et al., 2009). 예를 들어, Diener와 Suh(1997)의 연구는 삶의 질을 측정함에 있어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객관적 생활 조건과 주관적 만족도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따라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Helliwell과 Putnam(2004)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 시민 참여 등 사회적 연결성이 개인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동향은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있어서도 더욱 포괄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기존의 삶의 질 지표들은 주로 도시 중심적이거나 전국 단위의 일반적인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어, 농촌 주민들의 실제 삶의 질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농촌은 도시와는 다른 특수한 환경과 사회경제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제대로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표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의 복지실태조사 문항을 기반으로 하되, 최근의 삶의 질 연구 트렌드를 반영하여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보다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체계를 개발하고자 델파이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의 정의를 도출하고, 지표 부문을 설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농촌주민 삶의 질의 개념
본 연구에서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제3조 제5호에 근거하여 농촌을 “읍·면의 지역”으로 정의하고, 농촌주민을 읍과 면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정의한다.
농촌주민의 삶의 질 개념은 일반적인 삶의 질 논의를 기반으로 하되,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Diener와 Suh(1997)는 삶의 질을 개인의 물질적 생활수준과 주관적 만족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하였고, Sen(1993)은 능력 접근법을 통해 개인이 가치있게 여기는 삶을 살 수 있는 실질적 자유와 기회를 삶의 질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 Van der Ploeg et al.(2000)은 농촌의 다기능성을 강조하며, 농촌이 생태계 서비스 제공, 문화유산 보존, 지역 공동체 유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적 공간임을 인식하고, 이러한 특성이 농촌주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함을 주장했다.
한국의 맥락에서 박대식, 마상진(2007)은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농촌이라는 특수한 지역적 맥락 속에서 개인 또는 집단이 향유하는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의 상태”로 정의하였다. 이들은 농촌주민의 삶의 질이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측면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개념임을 강조하였다.
최근의 연구들은 농촌주민의 삶의 질 개념에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의 개념을 포함시키고 있다. Wilson(2010)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균형이 농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핵심적이라고 보았으며, McManus et al.(2012)은 농촌 지역의 회복력이 주민들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성주인 외(2014)는 농촌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의 삶의 질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높을수록 주민의 삶의 질도 높아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현재 대한민국 농촌주민의 삶의 질 현황을 살펴보면, 도시 주민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2024)의 ‘2023년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주민의 현재 삶에 대한 행복감은 62.2점으로 도시민(64.0점)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5년 전대비 삶의 질 변화 또한 농어촌(30.3%)이 도시(39.9%)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정도채 외(2016)는 농촌 지역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부족이 주민들의 건강 관련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혔으며, 김용욱 외(2018)는 농촌 지역의 교육 인프라 부족과 문화시설의 제한된 접근성이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2020)의 ‘제4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5개년 기본계획(2020~2024)’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고령화, 과소화, 기초생활서비스 부족 등이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의료, 교육, 문화 등 기초생활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김경덕, 홍광표(2018)는 농촌 지역의 생활서비스 접근성 개선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서비스 접근성 개선이 실제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종합하면, 농촌주민의 삶의 질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측면을 포괄하는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농촌주민의 삶의 질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농촌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새로운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존 연구들은 삶의 질의 객관적 측면과 주관적 측면을 모두 강조하면서도,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촌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더불어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농촌주민의 삶의 질 개념을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방법을 활용하여 이를 구체화하고자 한다.
2. 삶의 질 지표 및 지표체계 검토
삶의 질 지표에 관한 연구는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주로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적 지표를 중심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점차 경제적 측면 외에도 사회,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지표 개발로 발전해왔다.
1960년대 Bauer(1966)의 “사회지표” 개념 제안은 삶의질 측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Bauer는 사회의 진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경제지표 외에도 교육, 건강, 고용 등 다양한 사회적 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에 Andrews et al.(1976)는 주관적 웰빙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1990년대에는 UN의 인간개발지수(HDI)가 개발되어 기대수명, 교육수준, 1인당 국민소득을 종합하여 국가의 발전 수준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Stiglitz et al.(2009)의 보고서는 물질적 생활수준, 건강, 교육, 개인활동, 정치적 발언권과 거버넌스, 사회적 연계, 환경, 경제적·물리적 안전 등 8개 영역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접근을 제안했다.
삶의 질 구성 영역에 관한 국내·외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삶의 질 지표, 한국의 사회지표, 농어촌 삶의 질 지표, OECD Better Life Index 등 다양한 지표체계가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표체계들은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를 모두 포함하려 노력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는 소득, 고용, 교육수준 등 계량화가 가능한 요소들을 측정하여 삶의 질의 물리적 조건을 평가할 수 있게 하며, 주관적 지표는 개인의 만족도, 행복감 등 실제 체감하는 삶의 질을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두 가지 유형의 지표를 균형있게 활용함으로써 삶의 질을 보다 포괄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현재 농어촌 삶의 질 지표(김태완 외, 2024)는 경제, 보건복지, 문화공동체, 환경안전, 지역회복의 5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영역별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경제 영역은 1인당 지역내 총생산, 고용률, 천명당 사업체 수, 재정자립도를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 영역은 자살사망률, 기대수명, 긴급복지지원율, 보건복지예산비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화공동체 영역은 삶의 만족도, 문화시설 접근성, 사회활동 참여율, 가족관계 만족도를 측정한다. 환경안전영역은 빈집, 지역안전도, 하수도보급률, 주민 1인당 생활계폐기물처리량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역회복 영역은 합계출산율, 인구 증감율, 청년인구 비율, 교통접근성을 지표로 삼고 있다.
이 중 주관적 지표는 문화공동체 영역의 삶의 만족도와 가족관계 만족도 단 2개에 불과하다. 이는 농촌 주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만족도, 행복감, 생활의 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특히 ‘가족관계만족도’는 배우자와의 관계만을 고려하고 있어, 1인 가구,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다른 영역들에서도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과 만족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부재하여, 객관적 지표만으로는 농촌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주관적 지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OECD의 삶의 질 지표는 11개 영역(주거, 소득, 일자리,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생활 균형)에서 객관적 및 주관적 지표를 모두 사용하고 있으며, 삶의 만족도, 사회적 연대감, 개인의 안전감 등의 주관적 지표를 포함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삶의 질 지표는 8개 영역에서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 정신적 건강, 직장과 가정 생활의 균형 등을 측정하며, 캐나다는 사회적 참여, 정신적 행복, 여가 만족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국민웰빙 측정 지표는 60개의 최종 지표 중 30개가 주관적지표로, 지표의 50%를 차지하여 주관적 지표의 중요성을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관적 지표를 보완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조사는 생활전반, 경제활동, 문화·여가, 교육, 가족, 지역사회·공동체, 보건의료, 사회안전망·복지서비스, 기초생활여건, 환경·경관, 안전 등 11개 영역에 대한 주관적 평가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촌생활 만족도, 삶의 행복도, 경제생활만족도, 주택 만족도, 대중교통 만족도 등을 측정하는 문항들이 있어 이를 주관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복지실태조사의 내용을 지표화하여 현재의 농어촌 삶의 질 지표와 통합한다면, 농촌 주민들의 실제 경험과 만족도를 반영한 보다 포괄적이고 정확한 삶의 질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Ⅲ. 연 구 방 법
1. 델파이 조사 패널의 구성
델파이 기법은 양적인 방법으로 쉽게 측정될 수 없는 정책이나 쟁점이 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의견과 판단을 체계적으로 추출하고 종합하여 집단적 합의를 도출하는 기법이다. 델파이 조사에서 패널 선정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 검토를 통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농촌 주민 삶의 질에 대한 전문지식과 연구경험을 고려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였다.
본 연구의 델파이 조사 패널은 농촌 주민 삶의 질 관련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되었다. 패널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계와 연구기관의 균형있는 참여를 고려하였으며, 농촌 주민 삶의 질의 다차원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 영역의 전문가들을 포함하였다. 소속기관별로는 대학교 8명(47.1%), 연구기관 9명(52.9%)이었으며, 전문 영역별로는 지역사회 4명(23.5%), 보건·복지 4명(23.5%), 경제 3명(17.6%), 교육·문화 4명(23.5%), 환경·안전 2명(11.8%)이었다. 성별은 남성이 13명(76.5%), 여성이 4명(23.5%)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50.5세였다. 관련분야 경력은 25년 이상이 5명(29.4%), 20년 이상이 5명(29.4%), 15년 이상이 4명(23.5%), 10년 이상이 3명(17.6%)으로, 평균 경력은 19.7년이었다.
2. 설문지 구성
1차 델파이 조사는 선행연구 분석을 통해 도출된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안)와 5개 부문(지역회복, 보건·복지, 경제, 교육·문화, 환경·안전), 17개 하위부문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구성하였다.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안)으로는 “농촌에서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객관적인 생활조건과 이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주관적 인지 및 평가”를 제시하였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 영역과 하위부문의 적절성을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구성부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역회복 부문에는 기초생활여건, 가족, 지역공동체, 사회관계망, 사회참여가 포함되었다. 보건·복지 부문에는 보건·의료, 돌봄, 복지서비스 및 사회안전망이 포함되었다. 경제 부문에는 경제활동, 자산, 소득, 소비, 일자리가 포함되었다. 교육·문화 부문에는 교육·보육, 문화·여가가 포함되었으며, 환경·안전 부문에는 환경·경관, 안전이 포함되었다. 각 영역과 하위부문에 대해 5점 리커트 척도(1점: 매우 부적절, 5점: 매우 적절)로 평가하도록 하였으며, 추가, 수정, 통합 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차 델파이 조사는 1차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수정된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안)와 5개 부문, 15개 하위부문에 대한 적절성을 평가하도록 구성되었다. 수정된 정의(안)은 “농촌에서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객관적인 삶의 여건과 농촌 주민의 주관적 인식”으로 제시되었다. 구성부문은 1차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지역회복은 지역사회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하위부문도 기초생활여건, 공동체, 사회참여로 조정되었다. 보건·복지부문은 보건·의료, 돌봄 및 보육, 복지서비스 및 사회안전망으로 재구성되었다. 경제 부문은 자산, 소득, 소비로 단순화되었다. 교육·문화 부문은 교육, 문화, 여가로 세분화되었으며, 환경·안전 부문은 환경, 경관, 안전으로 구분되었다. 각 항목에 대해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하도록 하였으며, 추가적인 의견 제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3. 조사절차
델파이 조사는 2024년 8월부터 9월까지 2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1차 조사는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실시되었으며, 2차 조사는 9월 11일부터 9월 24일까지 실시되었다. 각 차수별 설문지는 이메일을 통해 배부 및 회수되었으며, 필요한 경우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하였다. 1차 조사에서는 17명의 전문가 모두가 응답하여 응답률 100%를 기록하였다. 2차 조사에서도 17명 모두가 응답하여 100%의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2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 결과의 통계값(평균, 중앙값, 사분위수 등)을 함께 제시하여 전문가들이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분석방법
수집된 자료는 Excel을 이용하여 통계처리하였다. 각 항목별 평균, 표준편차, 중앙값을 산출하였으며, 수렴도, 합의도, 내용타당도(CVR)를 분석하였다.
수렴도는 델파이 조사를 통해 얻어진 응답 결과에 대한 수렴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의견이 한 점에서 모두 수렴하였을 때 0의 값을 가지며, 의견의 편차가 클 경우 그 값이 커진다. 수렴도는 사분위수를 이용하여 (Q3-Q1)/2로 산출하였다.
합의도는 전문가들 사이의 합의가 얼마만큼 이루어졌는 가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1-(Q3-Q1)/Mdn으로 계산하였다. 제1사분위와 제3사분위 계수가 일치하여 완전 합의했을 때 1의 값을 가지며, 의견의 편차가 클 경우 수치가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수렴도는 0.5 이하이고 합의도는 0.75 이상일 때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내용타당도는 Lawshe(1975)가 제시한 내용타당도 비율(CVR)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CVR은 특정 항목이 타당하다고 응답한 전문가의 수를 기초로 산정되며, (ne-N/2)/(N/2)의 공식으로 계산된다(ne: ‘타당하다’고 응답한 전문가 수, N: 전체 전문가 수). 본 연구의 패널 수(17명)를 고려하여 CVR 값이 0.42 이상일 때 내용타당도가 확보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최종적으로 적합도와 중요도의 CVR 값이 0.42 이상이거나 수렴도가 0.5 이하, 또는 합의도가 0.75 이상인 항목을 선정하였다. 또한 각 영역과 하위부문의 최종 선정은 이러한 통계적 분석 결과와 함께 전문가들이 제시한 정성적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루어졌다. 특히 전문가들이 제시한 항목의 통합, 분리, 이동 등에 대한 의견을 상세히 검토하여 최종 결정에 반영하였다.
Ⅳ. 결과 및 고찰
1.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 도출
델파이 조사를 통해 농촌주민 삶의 질에 대한 정의를 도출하고 검토하였다. 1차 델파이 조사에서 제시된 초기 정의인 “농촌에서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객관적인 생활조건과 이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주관적 인지 및 평가”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수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생활조건’이라는 용어가 다소 제한적이며, ‘주관적 인지 및 평가’라는 표현이 불필요하게 복잡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2차 델파이 조사에서는 “농촌에서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객관적인 삶의 여건과 농촌 주민의 주관적 인식”으로 수정되었다.
최종적으로 도출된 정의는 농촌주민 삶의 질의 객관적 측면과 주관적 측면을 균형있게 포괄하면서도,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여 개념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1차 델파이 분석 결과
1차 델파이 조사 결과, 농촌주민 삶의 질 지표의 5개 주요 부문과 18개 하위부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하위부문에서 내용타당도(CVR) 값이 0.49 이상으로 나타나 타당성이 확보되었다.
지역회복 부문에서는 ‘지역공동체’가 CVR 1.00으로 가장 높은 합의를 보였으며, ‘기초생활여건’(CVR 0.76)과‘사회참여’(CVR 0.76)도 높은 타당성을 나타냈다. 반면 ‘가족’ 항목은 CVR 0.41로 상대적으로 낮은 합의를 보였다.
보건·복지 부문에서는 ‘보건·의료’가 CVR 1.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고, ‘복지서비스 및 사회안전망’(CVR 0.76)도 높은 타당성을 보였다. ‘돌봄’은 CVR 0.65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여전히 타당한 수준이었다.
경제 부문에서는 ‘소득’과 ‘일자리’가 CVR 1.00으로 가장 높은 합의를 보였고, ‘소비’(CVR 0.88)와 ‘경제활동’(CVR 0.88)도 높은 타당성을 나타냈다. 반면 ‘자산’은 CVR 0.41로 가장 낮은 합의를 보였다.
교육·문화 부문에서는 ‘문화·여가’가 CVR 1.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고, ‘교육·보육’은 CVR 0.76으로 높은 타당성을 보였다.
환경·안전 부문에서는 ‘안전’이 CVR 1.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고, ‘환경·경관’도 CVR 0.88로 높은 타당성을 나타냈다.
합의도와 수렴도 분석 결과, 대부분의 하위부문에서 합의도가 0.75 이상, 수렴도가 0.5로 나타나 전문가 의견이 수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보건·의료’의 경우 합의도 1.00, 수렴도 0.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다.
변이계수(CV) 분석 결과, 모든 하위부문에서 CV 값이 0.5 미만으로 나타나 응답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보건·의료’가 0.081로 가장 낮은 CV 값을 보여 가장 안정적인 응답을 나타냈으며, ‘가족’이 0.238로 가장 높은 CV 값을 보였다.
1차 델파이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농촌주민 삶의 질 부문(안)이 수정되었다. 수정된 안에서는 5개 주요 부문을 유지하되, 각 부문별로 3개의 하위부문으로 조정되었다. ‘지역사회’ 부문은 기초생활여건, 공동체, 사회참여로, ‘보건·복지’ 부문은 보건·의료, 돌봄 및 보육, 복지서비스 및 사회안전망으로 구성되었다. ‘경제’ 부문은 자산, 소득, 소비로, ‘교육·문화’ 부문은 교육, 문화, 여가로, ‘환경·안전’ 부문은 환경, 경관, 안전으로 재구성되었다.
이러한 1차 델파이 분석 결과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 체계가 대체로 적절하게 구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가족’과 ‘자산’ 항목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합의를 보여, 이에 대한 재검토와 개념의 명확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일부 하위부문을 통합하거나 재구성한 것은 지표의 간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3. 2차 델파이 분석 결과
2차 델파이 조사 결과, 농촌주민 삶의 질 지표의 5개 주요 부문과 15개 하위부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하위부문에서 내용타당도(CVR) 값이 0.49 이상으로 나타나 타당성이 확보되었다.
지역사회 부문에서는 ‘기초생활여건’이 평균 4.86, CVR 1.00, 합의도 1.00, 수렴도 0.00으로 가장 높은 합의를 보였다. ‘공동체’와 ‘사회참여’도 각각 평균 4.57, CVR 1.00으로 높은 타당성을 나타냈으며, 합의도 0.80, 수렴도 0.50으로 전문가 의견이 잘 수렴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보건·복지 부문에서는 ‘보건·의료’가 평균 4.86, CVR 1.00, 합의도 1.00, 수렴도 0.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다. ‘돌봄 및 보육’과 ‘복지서비스 및 사회안전망’도 각각 평균 4.71, CVR 1.00, 합의도 0.90, 수렴도 0.25로 높은 타당성과 의견 수렴을 보였다.
경제 부문에서는 ‘소득’과 ‘소비’가 평균 4.71, CVR 1.00, 합의도 0.90, 수렴도 0.25로 높은 합의를 보였다. ‘자산’은 평균 4.29, CVR 0.71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여전히 타당한 수준이었으며, 합의도 0.75, 수렴도 0.50으로 전문가 의견이 수렴되었음을 나타냈다.
교육·문화 부문에서는 ‘교육’이 평균 4.86, CVR 1.00, 합의도 1.00, 수렴도 0.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다. ‘문화’는 평균 4.57, CVR 1.00, 합의도 0.80, 수렴도 0.50으로 높은 타당성을 보였다. ‘여가’는 평균 4.29, CVR 0.76으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여전히 타당한 수준이었다.
환경·안전 부문에서는 ‘안전’이 평균 4.86, CVR 1.00, 합의도 1.00, 수렴도 0.00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다. ‘환경’은 평균 4.57, CVR 1.00, 합의도 0.80, 수렴도 0.50으로 높은 타당성을 나타냈다. ‘경관’은 평균 4.57, CVR 0.71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여전히 타당한 수준이었으며, 합의도 0.90, 수렴도 0.25로 전문가 의견이 잘 수렴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변이계수(CV) 분석 결과, 모든 하위부문에서 CV 값이 0.5 미만으로 나타나 응답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기초생활여건’, ‘보건·의료’, ‘교육’, ‘안전’이 0.078로 가장 낮은 CV 값을 보여 가장 안정적인 응답을 나타냈으며, ‘여가’가 0.198로 가장 높은 CV 값을 보였으나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2차 델파이 분석 결과, 1차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합의를 보였던 ‘가족’과 ‘자산’ 항목이 각각 ‘공동체’와 ‘자산’으로 조정되어 타당성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하위부문에서 높은 타당성과 의견 수렴도를 보여, 수정된 농촌주민 삶의 질 지표 체계가 전문가들의 합의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3. 최종결과
1차와 2차 델파이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농촌주민 삶의 질의 정의와 구성 부문을 최종 도출하였다[그림 1].
농촌주민 삶의 질은 “농촌에서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객관적인 삶의 여건과 농촌 주민의 주관적 인식”으로 최종 정의되었다. 전문가들은이 정의가 농촌이라는 특수한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객관적 여건과 주관적 인식이라는 삶의 질의 두 가지 핵심 측면을 균형있게 포괄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농촌주민 삶의 질 지표 부문은 5개 주요 부문, 15개 하위부문으로 최종 구성되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1차 조사 후 일부 하위부문을 통합하고 재구성한 결과이다.
1차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합의를 보였던 ‘가족’과 ‘자산’ 항목은 2차 조사에서 각각 ‘공동체’로 통합되고 ‘자산’으로 유지되어 타당성이 향상되었다. 특히 ‘공동체’ 항목은 CVR 값이 0.41에서 1.00으로 크게 증가하여, 농촌 맥락에서 가족을 포함한 넓은 공동체 개념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모든 하위부문에서 CVR 값이 0.49 이상으로 나타나 내용타당도가 확보되었으며, 2차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이 CVR 1.00을 기록하여 전문가들 간의 높은 합의를 보여 주었다. 특히 ‘기초생활여건’, ‘보건·의료’, ‘교육’, ‘안전’항목은 두 차례의 조사에서 모두 높은 합의를 보여, 농촌주민 삶의 질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알 수 있다.
합의도와 수렴도 분석 결과, 2차 조사에서 모든 하위부문의 합의도가 0.75 이상, 수렴도가 0.5 이하로 나타나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기초생활여건’, ‘보건·의료’, ‘교육’, ‘안전’ 항목은 합의도 1.00, 수렴도 0.00을 기록하여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였다.
변이계수(CV) 분석 결과, 모든 하위부문에서 CV 값이 0.5 미만으로 나타나 응답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2차 조사에서 CV 값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여 응답의 안정성이 더욱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최종적으로 도출된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와 지표 체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정의와 지표 모두 농촌의 특수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둘째, 객관적 여건(‘기초생활여건’, ‘소득’ 등)과 주관적 인식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구조를 갖추고 있다. 셋째, ‘공동체’와 ‘경관’ 등 농촌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넷째, 5개 주요 부문과 15개 하위부문으로 구성하여 삶의 질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면서도 지표의 간결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두 차례의 델파이 조사를 통해 높은 수준의 전문가 합의를 이끌어내어 지표의 신뢰성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최종 결과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개념적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타당하고 신뢰성 있는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측정 항목을 개발하고, 농촌 정책의 수립과 평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농촌주민 삶의 질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두 차례의 전문가 조사를 통해 농촌주민 삶의 질의 정의를 도출하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부문과 하위부문을 체계화하였다.
우선, 농촌주민의 삶의 질은 “농촌에서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객관적인 삶의 여건과 농촌 주민의 주관적 인식”으로 정의되었다. 이는 기존의 삶의 질 개념에 농촌이라는 공간적,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객관적 여건과 주관적 인식이라는 두 가지 핵심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향후 농촌주민 삶의 질 관련 연구와 정책의 개념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는 농촌주민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 체계로 5개 부문(지역사회, 보건·복지, 경제, 교육·문화, 환경·안전)과 15개 하위부문을 도출하였다. 이 지표 체계는 도출된 정의를 충실히 반영하여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한 ‘공동체’, ‘경관’ 등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1차 델파이 조사 결과, 모든 하위부문에서 내용타당도(CVR) 값이 0.49 이상으로 나타나 타당성이 확보되었다. 특히 ‘지역공동체’, ‘보건·의료’, ‘소득’, ‘일자리’, ‘문화·여가’, ‘안전’ 부문에서 CVR 값이 1.00으로 가장 높은 합의를 보였다. 이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에 있어 이러한 요소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을 보여준다.
2차 델파이 조사에서는 1차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일부 하위부문을 통합하고 재구성하였다. 그 결과, ‘가족’과 ‘자산’ 항목이 각각 ‘공동체’와 ‘자산’으로 조정되어 타당성이 향상되었다. 이는 농촌 맥락에서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 개념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하위부문에서 CVR 값이 0.71 이상으로 나타나 전문가들 간의 높은 합의를 보여주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초생활여건’, ‘보건·의료’, ‘교육’, ‘안전’ 항목이 두 차례의 조사에서 모두 높은 합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이러한 요소들이 농촌주민 삶의 질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농촌 지역의 기초 인프라 개선,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 교육 기회 확대,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등이 농촌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공동체’와 ‘경관’ 항목의 포함은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결과로, 농촌 지역의 사회적 자본과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Helliwell과 Putnam(2004)이 주장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과 Van der Ploeg et al.(2000)이 제시한 농촌의 다기능성 개념을 실제 지표에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학술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본 연구에서 도출된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와 구성부문은 농촌 정책의 수립과 평가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2020)의 ‘제4차 농어업인 삶의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5개년 기본계획’의 실행과 평가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여건’과 ‘보건·의료’ 항목의 높은 중요도는 농촌 지역의 인프라 개선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 향상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이 지표 체계는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와 연계하여 활용될 수 있다. 기존의 실태조사 항목들을 본 지표 체계에 맞추어 재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운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농촌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공동체’와 ‘경관’ 항목의 포함은 농촌 삶의 질 연구에 있어 사회적 자본과 환경적 요소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는 등 농촌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농림축산식품부, 2023), 본 연구의 결과는 변화하는 농촌의 모습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연구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첫째, 본 연구에서 개발된 지표 체계는 각 하위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측정 지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향후 연구에서는 각 하위부문별로 구체적인 측정 지표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는 전문가 의견에 기반하여 지표 체계를 개발하였으나, 실제 농촌주민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농촌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나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지표 체계의 현실 적합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 개발된 지표 체계가 실제 정책 수립과 평가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이 필요하다. 농촌의 환경과 주민들의 욕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토와 업데이트를 통해 지표 체계의 유효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 개발된 농촌주민 삶의 질 정의와 지표 구성부문은 농촌 정책의 수립과 평가, 그리고 농촌 삶의 질 관련 연구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지표 체계를 바탕으로 한 실증 연구와 정책 적용을 통해, 농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기초생활여건, 보건·의료, 교육, 안전 등 핵심적인 영역에 대한 집중적인 개선 노력과 함께, 공동체와 경관 등 농촌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24년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과학기술연구개발사업(세부과제번호 : PJ01745801)의 지원사업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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