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의 주거공간 기억과 경험에 나타난 환경, 행동, 정서의미 요소 분석
ⓒ 2025, Korean Association of Human Ecolog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d how individuals perceive the physical environments, behaviors, and emotional meanings associated with their homes through key memories and experiences. Data were collected from 132 college students, and the results were as follows: Firstly, while many memories were associated with the outdoor environment, the intensity of memories was higher for the indoor environment. In early childhood, awareness of the yard and complex surroundings was significant, whereas, after adolescence, awareness of the local neighborhood and indoor environments increased. Participants described their living environments using various senses, including sight, hearing, and smell. Secondly, behavioral elements primarily centered on play and leisure activities, with memorable experiences often linked to unusual routines. Most relationship behaviors in indoor spaces were recalled with great interest, excluding play, leisure activities and meal gatherings. Interactions were mainly with family, and the number of family members positively influenced relationship behaviors. Thirdly, emotional elements expressed included joy, comfort, nostalgia, and the preciousness of time spent in these spaces. Regarding meaning, participants emphasized the significance of long-term residence, play, social interactions, and the physical environments themselves. Future domestic housing policies should prioritize emotional elements and locality that reflect the life stories of individual residents.
Keywords:
Spatial memories, Spatial experience, Placeness키워드:
공간과 장소, 공간경험, 장소성, 장소기억Ⅰ. 서론
공간은 계획 시 물리적 요소뿐 아니라 경제적, 기능적, 행태적, 심미적 요소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계획된 공간을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도 일반적인 시지각 외에 청각, 후각 등 그 범위가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박유미, 최경란, 2008). 이렇듯 복합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공간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현대사회에서는 공간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요소로 이용자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사건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황용섭, 김주연, 2008). Bollnow(최은정, 곽은순, 2019 ‘재인용’)에 의하면, 인간은 주위를 둘러싼 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그 존재가 규정되고, 공간 내에서 지속적인 인식과 지각의 과정, 움직임, 시간의 흐름, 장소성 등을 통해 공간과 상관관계를 가진다(박유미, 최경란, 2008; 최은정, 곽은순, 2019). 특히, 어린 시절 경험하는 공간은 추억으로 자리하며 정체성과 가치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추후 개인적, 사회적 공간영역에 관련한 태도와 가치 형성의 요인이 된다(임준하, 2017).
수많은 공간 중 집은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공간으로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곳이며, 많은 경우 집에서의 기억에 애착을 두고 있다(전영재, 박수빈, 2021). 일상의 중심으로서 집은 다양한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삶과 정체성의 의미를 생성시키는 곳이다(임준하, 2017). 이렇듯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소이고,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 되며 기억 속에서 시간과 경험을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이형상, 2019). 최근 마케팅 측면에서 이러한 공간 경험을 소셜네트워크나 동영상, AR, VR기술 등에 적용하여 소비자들에게 구매 혹은 이용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완벽한 구현에는 한계가 있다. 집은 물리적인 환경과 함께 거주자의 주거 내 행동과 관계에 의한 비물리적 환경이 결합된 곳이어서(김종진, 2011), 주거에 대한 거주자의 반응, 체험, 이를 통한 정서적 느낌이나 상징적인 기억 등을 막연하게 예측하여 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거주자의 집에 대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억과 경험적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주거환경 관련 주요 기억과 경험을 조사하여 이들이 살았던 집의 물리적 특성, 행동 경험의 유형, 그리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서와 의미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앞으로 주거트렌드 정립에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20대 대학생들의 집에 대한 경험을 분석하여 향후 국내의 청년주거를 포함하는 주거계획의 방향에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의 연구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 1. 조사대상자가 거주했던 주거에서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환경요소는 무엇인가?
- 1-1 그 주거의 환경요소는 개인 특성별로 차이가 있는가?
- 1-2 그 주거의 환경요소는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 2. 조사대상자가 거주했던 주거에서 경험한 인상적인 행동 요소는 무엇인가?
- 2-1 그 주거에서 경험한 행동요소는 개인특성별로 차이가 있는가?
- 2-2 그 주거에서 경험한 행동요소는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 3. 조사대상자가 거주했던 주거와 관련하여 표현한 정서의미 요소는 무엇인가?
- 3-1 그 주거와 관련된 정서의미요소는 개인특성별로 차이가 있는가?
- 3-2 그 주거와 관련된 정서의미요소는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Ⅱ. 문헌고찰
1. 공간과 장소
공간은 개방된 곳으로 특별한 성격 없이 존재하지만, 사람이 공간을 인식하고 특별한 가치를 두면서 장소로 변모하게 될 때 비로소 그곳은 머무르는 곳, 안정된 곳이 된다(함성호, 2014; Tuan, 1977/2020). 공간과 장소는 시간의 개입 여부에 따라 구별되어, 공간은 시간이 배제되는 반면, 장소는 시간이 존재하여 추억, 인과관계 등이 작용한다(함성호, 2014). 즉, 인간의 모든 행동은 시간과 공간의 차원 안에서 발생하고(Sullivan et al., 2015), 장소는 공간 안에서 시간과 인간의 경험이 개입되면서 생성되며 그 의미가 부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장소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경험이 쌓이고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관점을 제공하므로 시간은 장소에 대한 의미와 유대감을 깊게 하는데 필수적이다(Lomas et al., 2024). 물리적 환경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간이 공간과 상호 연계되면서, 낯설고 추상적인 공간이 비로소 의미있고 정체성 있는 친밀한 장소로 변경되는데, 이때 장소성이 형성된다(권선영, 2018; 안유미 외, 2016; 임승빈 외, 2011; Othman et al., 2013). 공간과 장소의 개념 설명에서 자주 언급되는 장소성은 사람이 체험을 통해 어떤 장소에 대해 갖는 주관적인 감정으로, 공간을 장소로 만들고, 특정 장소를 다른 장소와 구별하게 만드는 통합적 특성이다(김미영, 문정민, 2014; 이형관, 2017; Tuan, 1977/2020).
Relph(서동진, 2023, ‘재인용’)는 물리적 환경, 인간활동, 의미를 장소성의 3가지 요인으로 언급하였는데, 물리적 환경은 자연, 인공환경, 인프라 등이고, 인간활동은 생활을 통해 형성된 인적, 문화적 요소, 그리고 의미는 정서적, 상징적 요소로서 장소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정서, 개념, 상징, 애착 등의 요소라 하였다. 김미영, 문정민(2014)은 공간 이미지의 형성 요인으로 움직임과 관련이 적은 시지각적 체험과 환경 안에서의 여가 활동, 참여, 관람 등과 같은 신체 체험을 들었고, 임승빈 외(2011)는 환경에 대한 반응이 물리적 조건과 관련이 있는 행태적 반응과 개인적, 사회적 조건과 관련이 깊은 감정적 반응으로 구분되며, 이 중 행태적 반응은 다시 인간이 물리적 공간을 경험하는 공간 경험 중심형과 공간이 배경 및 행태적 장의 역할을 하는 교류 경험 중심형으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문찬(2002)은 인간이 공간을 경험하여 인지하게 되면 물리적 요소 외에 비실존적 형태인 정서적 충만감이나 기억, 추억 요소가 추가된다고 하는 등 전문가들은 인간의 공간 내 경험 및 의미와 관련한 다양한 요소를 분류, 언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Relph(서동진, 2023, ‘재인용’)의 물리적 환경, 인간활동, 의미를 기반으로 집에 대한 거주 기억과 경험을 분석하였다.
2. 관련 연구 고찰
공간 경험 및 장소성, 장소기억 등 관련 연구들은 분석의 대상을 특정 단지(임준하, 2017), 국가(Ratcliffe & Korpela, 2016), 혹은 주거(Celebi & Hasirci, 2020; Ozak & Gokmen, 2019)와 같이 대상 공간의 범위를 제한하여 조사를 하거나, 제한 없이 대상자들이 방문했던 장소의 경험을 조사한 경우(이형상, 2019)가 있었다.
특정 아파트 단지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 및 장소매핑 방법을 통해 애착의 장소와 기억을 조사한 임준하(2017)의 연구에서는 반사적, 반공용, 사회적 공간으로서 풍부한 의미가 부여되는 단지 내 공간, 즉, 녹지, 보행로, 옥상, 텃밭, 정원 등에 대한 애착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또한, 동네라는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린생활시설은 주로 아동기에 애착을 가지며 이용이 되었지만, 점차 거주자의 공간 이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근린주구의 한계가 나타났다. 그러나 획일적이라 비판받는 아파트라 할지라도, 계획단지 내의 경관과 거주자의 경험이 개인 과거사 및 추억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여 장소에 대한 소속감, 일체감이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Ratcliffe와 Korpela(2016)는 핀란드 거주 성인을 대상으로 핀란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와 기억을 설문조사 한 결과, 자연환경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자연환경과 건축물이 함께 있는 장소(여름별장, 전망대 등), 도시건물의 순으로 나타났다.
집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조사한 연구 중, 성인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의 집에 대한 공간 기억을 조사한 Ozak와 Gokmen(2019)의 연구에서는 공간 기억에 있어서 정원, 거리환경 등 실외환경이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었고, 이웃 및 형제와 함께 놀던 장소가 중요하였으며, 가족 간 대화, 식사 등 대인관계가 공간 기억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실내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어린 시절 집에 대한 기억을 조사한 Celebi와 Hasirci(2020)의 연구에서는 가족의 생활양식, 부모직업, 집 안팎에서의 경험과 가족 간 상호관계, 형제자매와의 공간공유 및 놀이, 이웃 관계 등 가족 및 지인과의 관계가 기억의 중요 요소였다. 가치 있는 경험으로 인식된 집에서의 놀이와 사교는 주로 거실, 주방, 계단, 구석 공간, 공유공간, 외부와의 연결공간에서 발생하였다.
장소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은 연구도 있었다. 대학생들에게 과거에서 현재까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장소와 그 이유를 글로 제시하도록 한 이형상(2019)의 연구에서 학생들은 집, 조부모댁, 동네, 학교, 놀이터, 등하교길 등의 순으로 언급하여, 집과 동네에 대한 애착을 재차 확인하였고, 일회성 방문 장소보다는 장기간 머물거나 방문한 곳에 대한 애착이 더 많았다.
Ⅲ. 연구방법
1.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는 2022년 2학기와 2023년 1, 2학기 3차례에 걸쳐서 지방소재 K대학 내 주거학 관련 교양수업 수강생을 대상으로 수집되었다. 해당 대학의 교양수업은 전체 재학생 대상으로 개설되어 있어 일반 대학생의 집 관련 의식을 알아보기에 적합한 자료수집 대상으로 사료되었다. 또한, K대학 내에는 주거학 관련 학과가 없고, 건축, 실내건축, 산업디자인 등 관련 전공의 일부 학생들이 해당 교양수업을 수강(조사 대상 학생의 10% 내외)하였으나, 해당 전공에서도 주거학 관련 과목은 편성되어 있지 않아, 본 조사에 전공 영향력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학생들에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살았던 주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과거 거주하였던 집의 물리적 환경 관련 기억과 그 곳에서의 행동적, 정서적 경험을 동시에 다루고자 하였다. 당시 주거유형 및 지역 특성(동, 읍면), 거주시기(당시 연령), 거주기간, 가족원 수 및 구성을 기재하도록 하였고,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실내외 주거환경 이미지, 그곳에서의 주요 기억과 경험, 그리고 그 집이 본인에게 어떤 느낌과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자유롭게 기재하도록 하였다. 자료수집은 주거의 개념과 기능, 범위, 유형, 관련 주요 용어(주거요구, 주거가치 등) 등의 내용을 포함한 수업이 3주에 걸쳐 진행된 후 실시되어 학생들이 어느 정도 주거에 대한 인식이 있는 상태였다. 자료수집에는 총 1시간이 소요되었고, 조사 대상 총 146명 중 140명이 자료를 제출하였고, 그중 정보가 부실한 8건을 제외한 132건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 대상 학생의 개인적 특성으로 현재 연령, 성별, 주거유형(본가 기준) 및 주거유형별 거주경험 여부를 추가로 조사하였다.
2. 자료정리 및 분석
수집된 자료는 Relph(서동진, 2023, ‘재인용’)가 분류한 장소성의 3가지 요인인 물리적 환경, 인간 활동, 의미를 기초로, 거주했던 집에서의 기억과 경험을 환경요소, 행동요소, 정서의미요소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표 1>. 환경요소는 다시 지역근린환경, 마당 및 단지환경, 주택 및 외관환경, 실내환경으로 분류하였고, 행동요소는 개인행동과 관계행동, 정서의미요소는 살았던 집에 대한 정서(느낌)와 상징적인 의미로 세부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분류된 요소 및 세부 요소는 표현 및 설명 여부에 따라 0, 혹은 1로 코딩하였고, 기억과 경험의 인식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표 2>의 기준으로 세부 요소에 0점~3점까지 점수를 부여하였으며, 모든 자료는 동일한 기준과 과정을 반복하여 총 2회 검토한 후 점수를 확정하였다. PASW Statistics 18을 이용하여 빈도와 퍼센트, 평균(Mean)으로 각 요소의 전반 개요를 분석하였고, t 검정(혹은 F 검정)을 시행하여 조사대상자 특성별 세부 요소의 차이를 분석하였으며, 각 세부 요소는 내용분석도 함께 하여 세밀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3. 조사대상자의 특성
개인적 특성은 대부분 주관식으로 기재하도록 하였는데, 그 중 연령(만 나이)은 18세에서 27세 범위로 분포하였고, 18세에서 20세는 주로 1, 2학년이, 21세 이상은 3, 4학년, 혹은 군대에서 복학한 저학년 학생이 주를 이루고 있어 21세를 기준으로 연령그룹을 분류하였다. 주거유형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가장 많았고, 빌라, 연립주택, 상가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이 있었는데, 건축법상 주거유형 분류에 따라 아파트, 빌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은 공동주택으로 단독주택, 상가주택,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으로 정리하였다. 조사대상자의 특성은 현재 기준 특성과 과거 해당 주거에서 거주할 당시의 특성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고<표 3>, 통계분석에서 모두 변수로 활용되었다.
조사 학생들의 연령은 20세 이하가 약간 많았고(58.3%), 남녀 성별 비율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각각 51.5%, 48.5%), 현재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많았다(77.3%). 주거유형별 거주경험은 공동주택이 월등히 많았고(91.7%), 단독주택(42.4%), 기숙사(39.4%), 원룸(15.2%) 순이었다.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이 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의 주거유형은 공동주택(61.1%)이 약간 많았으나 현재와 비교하면 15% 이상 적은 수준이며, 거주지역과 거주기간은 동지역(62.5%)과 10년 이하 거주(57.0%)가 읍면지역 및 10년 초과 거주보다 약간 많았다. 거주 시기는 유아동기 및 그 이하(출생~초등학교 시기)가 많았고(86.3%), 청소년기 및 그 이상(중고등학교 이후)은 약 58%로 나타났다. 당시 가족원 수는 4명이 가장 많았고(45.5%), 다음으로 5명 이상(35.0%), 2~3명(19.5%) 순이었고, 같이 지내던 가족은 어머니(95.9%), 아버지(89.4%), 형제자매(78.9%), 조부모(19.5%), 친척(3.3%) 순으로 나타났다.
Ⅳ. 결과분석
1. 환경요소
거주했던 집에서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환경요소는 전체의 93.2%(126명)가 표현, 설명하였다. 세부 요소로는 지역근린환경과 실내환경 건수가 가장 많았고(각각 48.5%), 다음으로 마당 및 단지 환경(40.9%), 주택 및 외관환경(31.1%)의 순으로 나타났다<표 4>. 전반적으로 실내환경보다는 실외환경 관련 묘사가 더 많아(96건, 72.7%), 선행연구에서 성인의 어린 시절 집에 대한 공간 기억 중 실외공간이 행복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결과(Ozak & Gokmen,2019)와 일맥상통하였다. 한편, 표현 및 설명의 정도에 따라 부여된 점수를 보면 실내환경이 .75점으로 가장 높았고, 지역근린환경은 .69점, 그리고 지역근린환경보다 10건 적은 건수로 나타난 마당/단지환경은 .68점으로 비슷하여, 집의 준사적/준공적 공간인 마당과 단지환경 관련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거주자의 애착 장소가 주로 단지 내 환경으로 나타난 임준하(2017)의 연구와 일치하였다.
t 검정을 통해 조사 대학생들의 특성별로 각 세부 요소의 평균 차이를 알아본 결과, 먼저 지역근린환경은 기숙사 거주경험이 있는 경우(p<.05) 점수가 높았다. 기숙사의 제한된 활동반경으로 인한 대학 주변 근린시설에 대한 관심이, 예전 살았던 집의 지역근린환경 관련 기억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유아동기 및 그 이전에 거주했던 집인 경우(p<.05)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게 나타나, 선행연구에서 근린생활시설이 주로 아동기에 애착을 가지며 이용되었던 결과(임준하, 2017)와 달랐다. 이 차이는 임준하(2017)의 연구대상이 특정 아파트 대단지의 거주자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다른 변수의 영향도 고려할 수 있는데, 거주지역의 특성상, 혹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동의 활동범위가 지역근린환경보다 축소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이는 향후 조사를 통해 세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편, 단독주택 경험이 있는 경우(p<.01), 당시 읍면지역(p<.05) 및 단독주택에 거주한 경우(p<.001), 청소년기 및 그 이후에 거주하지 않은 경우(p<.05), 그리고 조부모와 생활한 경우(p<.05) 마당 및 단지환경에 대한 기억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와 가장 근접한 실외환경인 마당과 접할 기회가 많은 단독주택과 읍면지역, 그리고 조부모와의 동거가 관련 환경에의 관심을 높였지만, 중고생과 대학생의 활동 및 관심 범위에서 마당과 단지 환경은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원룸 거주경험이 없는 경우(p<.01), 당시 주거유형이 단독주택인 경우(p<.05) 주택 및 외관환경에 대한 기억이 강했고, 공동주택 거주경험이 있고(p<.05), 당시 집에서의 거주기간이 11년 이상이었으며(p<.05), 청소년기 및 그 이후 거주한 경우(p<.01) 실내환경에 대한 기억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즉, 과거 살았던 집의 환경요소에 대한 기억은 거주 시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유아동기 및 그 이전에 거주한 경우 마당 및 단지환경, 청소년기 이후 거주한 경우에는 지역근린환경과 실내환경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환경요소의 세부요소 4가지를 내용분석하여 <표 5>에 정리하였다. 지역근린환경은 주변 근린시설과의 거리, 시설의 종류(공원, 도서관, 놀이터 등), 혹은 지역분위기, 이웃주택 등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67.2%). 다음으로 주변의 산, 논밭, 들판, 나무, 냇가, 공기와 같은 입지 및 자연환경과 계절에 따른 시각적 변화(설경, 논밭의 색채변화 등)를 인상깊은 환경요소로 기억하였다(45.3%). 또한, 길과 동선, 경로 등을 묘사하였는데(23.4%), 등하굣길이나 본인만 알던 지름길의 경로, 집 주변 길의 폭과 형태, 경사, 재료 등을 세부 설명하였다.
마당 및 단지환경의 경우 마당의 구성과 규모, 개수(33.3%)와 단지 내 놀이터의 구성, 재료, 위치 및 집과의 거리 등을 표현하거나(27.8%), 조경의 세부 풍경 묘사(25.9%), 혹은 기억에 남는 부속 공간(16.7%)을 설명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예전 놀이기구(예: 폐타이어 등)나 또래들끼리만 알 수 있었던 아지트 형태(비밀구덩이), 단지 만의 독특한 조경(예: 소나무 설경, 벚꽃 나무)과 시각적 이미지 외에 후각과 청각을 통해 부지 내 풍경들(예: 단지 내 은행나무 냄새, 밤 마당의 풀벌레 소리 등)을 강하게 표현하였다.
주택 및 외관환경으로는 주거의 형태나 유형(39.0%), 규모(34.1%), 층수나 동수(26.8%)를 설명한 경우가 많았다. 1층에 가족이 운영하는 상가나 공장이 있고, 2층이 주거인 복합 주택도 7건이 있었고, 조부가 직접 지은 초기 주택의 외관과 이후 늘어나는 식구로 인해 증축된 부분을 설명한 경우도 있었다. 안정감 있는 작은 집, 혹은 지금까지 살았던 집 중 가장 큰 집, 접근성이 좋은 1층, 사생활 보호에 좋은 고층, 한 동짜리 아파트, 혹은 하나의 부지에 할머니 집과 우리 집 2채 등으로 규모와 층수 및 동수 등을 표현하였다. 그 외 집의 외관 컬러와 장식(9.8%), 옥상 구성과 설비(9.8%), 위치(7.3%) 및 환경기능(4.9%) 관련 설명을 하였다.
실내환경의 경우 주로 머물고 생활하던 방에 대한 묘사가 가장 많았고(65.6%), 기존의 용도와 다른 활용(예: 내방을 창고로 활용), 오랜 시간 머물면서 느꼈던 온도, 방음 등의 환경기능과 창을 통한 풍경과 위치(예: 침대 머리 쪽에 창이 있어서 늦잠을 못 잠)에 대한 설명, 그 외 전체적인 방의 규모와 개수, 위치, 구조(예: 낮은 천장) 등 다양한 세부 설명이 있었다. 거실(31.3%)은 창에 대한 묘사가 많았는데,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나 창의 크기(예: 통창), 채광, 일출, 혹은 재해로 파손된 창 등에 관한 기억과 가구나 소품 관련 스토리를 통해 본인과 가족의 애착 물건을 강조하였다(예: 한쪽 벽 전체가 책장, 직접 선택한 벽지, 오래된 물품, 애착 피아노 등). 베란다/발코니(17.2%)는 창을 통한 풍경, 그리고 다양한 용도 활용에 대한 묘사가 많았으며, 기타 전반적인 내부구조(예: 긴 복도), 화장실의 개수 및 환경(예: 채광, 온습도 등), 불편했던 설비와 위생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17.2%).
2. 행동요소
전체 조사대상자의 94.7%(125명)가 거주했던 집에서 기억에 남는 행동요소를 묘사하였고, 이는 환경요소와 비슷한 비율이었다<표 6>. 그 중 관계행동이(81.1%, M=1.20) 개인행동에(58.3%, M=0.95) 비해 빈도 및 평균 점수가 높아, 가족 및 지인들과의 교류가 공간기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Ozak와 Gokmen(2019), Celebi와 Hasirici(2020)의 연구에서 대인관계가 공간 기억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가족, 이웃과의 상호관계가 기억의 중요 요소라는 결과와 일치하였다.
조사 대학생들의 특성별 각 세부 요소의 평균 차이를 알아본 결과, 관계행동에서 만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관계행동 관련 경험의 인식 정도는 당시 주거유형과는 큰 관계가 없었으나, 현재 단독주택에 거주(p<.05), 혹은 단독주택에 거주했던 경험이(p<.01) 당시 관계행동 경험에 대한 기억을 인상 깊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고, 많은 가족원 수(p<.05)도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1) 개인행동
기억에 남는 행동요소 중 개인행동은 놀이 및 여가가 51.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면/휴식(32.5%), 출입/이동(20.8%), 식사/간식 및 구경/기다림(각각 14.3%), 독서/공부(13.0%), 작업(9.1%) 순이었다<표 7>. 출입/이동, 작업행동이 실외공간이었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의 개인행동을 설명하였고, 놀이 및 여가는 실내외 공간이 비슷하게 나타났다(각각 21건, 19건).
놀이/여가는 실내외 및 낮밤 상관없이 마당이나 방에서 놀이와 운동을 한 것을 인상 깊은 기억으로 설명하였고, 실외에서는 인라인, 줄넘기, 자전거, 눈썰매와 같은 놀이를, 방에서는 피아노와 같은 취미활동, 장난감 놀이, 오락게임 등 주로 기구와 도구가 동반된 것이 특징이었다. 수면/휴식은 거실 소파 및 창 옆에서 휴식, 일광욕을 하거나, 옷장, 방과 가구의 틈새, 내 방이 아닌 다른 공간(예: 안방, 거실, 옷방, 베란다 등)에서의 수면 경험을 인상 깊게 언급하였다. 출입과 이동 행동으로는 등하교 이동(예: 항상 늦어서 뛰어갔던 기억)에 대한 설명과 일반적이지 않은 대문 출입(예: 열쇠가 없을 때 옆집 옥상을 통해 넘어가거나, 돌을 깔아 담장을 넘어 들어간 경험, 현관 대신 거실이나 베란다 창문을 통해 출입했던 기억)을 표현하였다. 식사와 간식은 일상적인 식사 외에 마당 및 거실과 방에서 즐겨 먹던 과일과 간식, 혹은 집 앞에서 도구를 사용해 깨 먹던 호두, 하교 후 매일 사 먹던 군것질 경험 등을 인상적으로 기억하였다. 구경(10건)은 주로 창을 통해 바깥을 구경하거나 날씨를 살피고, 언덕에서 동네 풍경감상을 하는 경우였고, 기다림(2건)은 단지 내 공터, 혹은 베란다에서 부모의 귀가를 기다리던 일상을 묘사하였다. 그 외에 방, 거실에서 시험공부, 숙제, 독서를 하거나, 텃밭 등에서 정원과 농사일을 하고, 혹은 집에서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했던 경험을 설명하였다.
(2) 관계행동
관계행동은 개인행동과 마찬가지로 놀이/여가 관련 기억과 경험을 가장 많이 언급하여(55.1%), Celebi와 Hasirici(2020)의 연구에서 놀이와 사교가 가치 있는 경험으로 인식된다는 결과와 유사하였다. 다음으로 만남/담소(30.8%), 식사/파티(25.2%), 돌봄/나눔(18.7%), 공간공유(14.0%) 순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수면/휴식, 일반교류, 작업, 구경/감상, 일상 이동, 독서/공부 등이 있었다. 놀이/여가, 식사/파티 관련 기억은 실내(각각 21건, 10건)보다는 실외공간(각각 48건, 17건)이 많았고, 만남/담소, 돌봄/나눔, 공간공유, 수면/휴식 등은 실내공간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가족과의 교류가 대부분이었고, 놀이/여가는 친구, 돌봄/나눔은 반려동물, 일반교류는 이웃과의 교류도 상당수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가족과의 놀이/여가는 형제자매와의 놀이가 많았는데 실내에서는 아지트(천막, 텐트, 이글루 등)에서의 놀이, 실외는 마당, 창고, 옥상, 중정, 단지, 집 앞 등 집 주변에서 숨바꼭질, 장난감 놀이, 눈싸움, 물놀이, 자전거, 운동(축구, 배드민턴 등) 등 계절별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졌다. 실내외에서 아버지와의 놀이를 인상 깊게 묘사한(예: 폭설로 아버지 출근이 불가하여 놀아주심, 공터에서 두발자전거를 타면서 아버지와 친해짐, 집에 자주 못 오시는 아빠와 공놀이 등) 경우도 있었다. 친구와의 놀이/여가는 주로 실외공간, 특히 놀이터에서 이루어졌고, 많은 경우 약속 없이 나가면 항상 친구들이 있었음을 강조하였다. 그 외에는 지역 내의 언덕, 풀숲, 뒷산 등 아지트 성격의 장소에서 놀거나, 복도식 아파트의 긴 복도에서 술래잡기 등을 한 경험을 묘사하였다. 주로 개별 도구와 기구(예: 인라인, 줄넘기, 자전거, 장난감 등)를 활용했던 개인 놀이/여가에 비해 가족이나 친구와의 놀이/여가는 공간과 주변 지형을 활용한 신체 활동이 많았다.
만남/담소는 일상생활에서 가족이 거실, 마당에서 함께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하고, 형제자매와 방에서 함께 수다를 떨던 기억, 혹은 대가족(예: 7명 대가족)이 함께 즐겁게 교류했다거나, 당시 이웃들과 항상 인사하며 정이 넘쳤던 상황이 묘사되었다. 식사/파티는 명절, 휴가와 같은 특별한 때에 가족, 친척이 모두 모여 마당이나 테라스, 집 앞 정자, 혹은 근처 유원지 등에서 생일파티, 고기파티를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었던 기억을 언급하였고, 친구와는 거실에서의 생일파티가 대부분이었다.
돌봄은 강아지, 고양이, 개구리, 토끼, 새, 햄스터 등 반려동물을 돌보았던 경험이 많았고, 그 밖에 맞벌이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윗집 아주머니가 밥을 챙겨주셨다거나, 아파트의 경비아저씨가 아들처럼 돌봐주신 기억을 설명하였다. 한편, 방이 부족하여 가족과 공간을 공유했던 상황을 언급하였는데, 주로 형제자매, 조부모와 방을 공유하거나 적당한 방이 없이 거실에서 생활을 하였고, 방 하나(혹은 단칸방)에 온 가족이 함께 생활했던 모습을 묘사하였다. 수면/휴식은 온 가족이 하나의 방 혹은 하나의 소파에서 함께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던 모습을 기억하였는데, 이 경우는 방이 부족했다기보다 일상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잠을 잤다거나, 안방 TV를 같이 보면서 잠들었던 기억, 혹은 여름에 유일하게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함께 자던 기억 등을 언급한 것이었다. 작업의 경우 주로 채집이 많았는데, 가족과 함께 계절별로 나는 과일(예: 앵두, 산딸기)을 따거나 주변 산이나 텃밭 등에서 나물을 채집했던(예: 엄마와 들에서 봄나물 캐기, 여름에는 밭에서 아빠와 사과 따고, 겨울에는 할머니와 감 따기 등) 경험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3. 정서의미요소
정서의미요소는 전체의 87.1%(115명)가 언급하였고, 환경요소 및 행동요소에 비해 다소 낮은 비율이었다<표 8>. 세부적으로는 당시 살았던 집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경우(M=1.02, 74.2%)가 정서적인 표현을 한 경우(M=.66, 53.0%)에 비해 빈번하게 나타났고, 표현의 강도도 높았다. 20세 이하 연령 및 여학생이 정서적 표현이 강했고(각각 p<.05), 친척과의 동거 여부는 살았던 집에 대한 정서적 표현뿐 아니라 의미 요소의 표현 강도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쳐(각각 p<.05), 가족 외에 다른 친척의 생활이 집에 대한 정서와 의미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서 요소는 즐거움과 관련된 정서(기쁨, 만족, 재미있었음 등)의 표현이 가장 많았고(44.3%), 다음으로 편안함(35.7%), 그리움(17.1%), 소중함(10.0%)의 순이었으며, 여러 가지 복합적 정서(5.7%)와 불편함 및 힘듦(4.3%)을 표현하기도 하였다<표 9>. 주로 당시의 전반 정서를 표현하였고(예: 가장 행복했던 시간, TV나 컴퓨터가 필요 없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과거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정서를 언급하였다(예: 지금도 고사리를 볼 때마다 그때 기억으로 편안해짐, 이제는 재개발로 볼 수 없는 집에 대한 아쉬움/그리움,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소중한 꿈 등). 또한, 당시 공간이나 지역, 환경에 대한 느낌(예: 작은 집 특유의 포근함, 창문 밖 풍경을 보는 행복감, 좋은 지역 환경에 대한 만족감, 따뜻하고 아늑한 내 방,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돌길 등)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의미 요소는 집에 부여한 의의(81.6%)와 집/공간에 대해 본인이 내린 정의(34.7%)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집의 의의는 시간적 측면에서 가장 오래 거주한 집, 유년 및 학창시절을 보낸 집(예: 초중고 성장기를 보낸 집, 내 인생의 절반을 보낸 곳 등), 혹은 출생 후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집 등 보낸 시간에 의의를 둔 경우가 많았다(24건). 대학생 대상으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장소를 조사한 이형상(2019)의 연구에서도 장기간 머물렀던 곳에 대한 애착이 더 많았던 결과와 일치하였다. 교류와 관계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인식했다거나(19건), 지인(친구, 이웃) 및 반려동물과의 교류(9건)에 의의를 두기도 하였다. 한편, 경험에 의의를 두어 무엇을 처음 경험하거나 시도했던 곳(17건, 예: 처음으로 내방이 생겼던 집, 처음으로 소유했던 집,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운 집 등)이라거나, 현재는 하기 어려운 경험의 희소성에 의의를 두어, 당시의 놀이환경(예: 모래바닥, 뺑뺑이)이나 공간(예: 마당), 자연환경(예: 논밭), 물품(예: 연탄) 등 지금과 다른 물리적 환경, 혹은 지금과 다른 가족, 이웃 상황(예: 조부모님, 대가족, 친한 이웃 등), 그리고 지금과 달랐던 정서적 상황(예: 때묻지 않은 순수, 낭만 등)을 설명하기도 하였다(16건). 특징적인 것은 집이나 공간에 대한 긍정적 경험(10건, 예: 마당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됨, 은퇴 후 다시 살고 싶은 집, 지금도 복층 집을 좋아함 등), 즉, 과거의 좋았던 공간 경험이 현재의 주거 이미지, 공간 선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으로 선행연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임준하, 2017), 과거 공간 경험이 개인적 정체성과 주거가치 관련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집/공간의 정의는 자주 가던/머물던 공간(예: 뒷마당, 베란다 등), 주변 환경(예: 자연), 혹은 집 자체를 놀이 장소(9건), 혹은 만남과 모임의 장소(6건, 예: 마당은 만남의 장소)로 지칭하는 등 당시 놀이 행동과 관계 맺음이 중요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안식처 및 피신처(7건)로 보거나, 꿈이자 이상적인 장소(6건), 활력을 주는 곳(4건) 등 신체적, 심리적 안정, 휴식, 감정적 충만감 등 집의 안정감을 언급하였다. 집과 방, 마당 등을 나/가족 그 자체를 표현하는 장소, 나와 희노애락을 같이 해준 친구(6건), 혹은 출발지이자 종착지(4건)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집에 대한 개인과 가족의 정체성 및 정서적 유대감, 존재적 근원과 같은 추상적 정의를 내리기도 하였다.
Ⅴ. 결론 및 논의
본 연구는 대학생들에게 주거환경 관련 주요 기억과 경험을 통해 이들이 살았던 집의 물리적 특성, 행동 경험의 유형, 그리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서와 의미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Relph(서동진, 2023, ‘재인용’)의 장소성 개념에 따라, 집에 대한 물리적 환경, 행동 경험, 정서적 의미로 구성된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요소는 실외환경에 대한 기억이 많았지만, 기억의 강도는 실내환경이 높은 편이었고, 유아동기 및 그 이전에는 마당/단지 환경, 청소년기 및 그 이후에는 지역근린환경과 실내환경 요소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았다. 선행연구(임준하, 2017)와 달리 유아동기의 주거환경 인식이 지역근린환경까지 미치지 않았는데, 시대변화에 따른 유아동 활동범위의 축소, 혹은 지방 중소도시의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 면밀한 분석을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 세부적으로 집 주변의 근린환경과 자연환경, 주로 머물던 실내공간(방)에 대한 묘사가 많았고, 그 외에는 마당과 주택의 형태 및 유형, 규모에 대한 설명도 상당수 있었으며, 현재와 구별되는 주거환경을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설명하였다.
둘째, 행동요소는 놀이와 여가행동이 다수로 선행연구(Celebi & Hasirci, 2020)와 일치하였다. 개인행동은 주로 실내외에서 기구와 도구를 활용한 놀이가 많았고, 본인 방이 아닌 다른 공간,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에서의 놀이/여가, 식사 장소가 아닌 곳에서의 식사/간식, 특별한 출입 행동 등 일상적이지 않았던 경험을 인상깊게 기억하였다. 관계행동은 주로 실외에서 공간과 주변상황 자체를 활용한 신체적 놀이여가활동(예: 아지트놀이, 숨바꼭질 등)이 많았고, 놀이여가 및 식사파티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내공간에서의 관계행동을 인상깊게 기억하였다. 주로 가족과의 상호작용이었는데, 많은 가족원 수가 관계행동에 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놀이여가는 친구, 만남/담소는 이웃도 상당수 있었다. Celebi와 Hasirici(2020), Ozak와 Gokmen(2019)의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교류행동이 공간기억에 큰 영향을 주었다.
셋째, 정서의미요소는 당시 친척과의 동거가 살았던 집에 대한 정서적 느낌과 나름대로의 의미부여를 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요소의 경우 당시의 즐거움과 편안함, 그리움, 소중함을 주로 표현하였고, 그때의 기억을 기반으로 현재의 정서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의미요소는 크게 시간, 관계, 경험의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었다. 즉, 오랜 시간 거주하였고, 가족, 친구, 이웃과의 놀이 및 만남과 같은 관계와 유대에 큰 의미를 두었으며, 당시 집에서 처음 경험했었고,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물리적 환경과 정서 등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당시 좋았던 주거환경과 공간적 특성이 현재에도 집의 이미지나 공간 선호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와 가족의 정체성과 근원으로서의 집, 그리고 안식과 활력, 꿈, 이상으로서 당시 집을 정의하였다. 과거 공간 경험이 주거가치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장기간 거주한 곳에 애착을 가진다는 것은 선행연구(이형상, 2019; 임준하, 2017)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향후 청년주거 및 국내 주거정책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실내공간과 마당 및 단지 이미지에 대한 기억 강도가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읍면지역 거주경험자들이 마당, 단지 내 환경 등에 강한 기억을 가지는 만큼, 청년주택에도 준사적/준공적 성격의 외부공간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 이후로 실내환경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므로 채광 및 위생, 창을 통한 외부 조망, 선호하는 가구스타일 및 소품 등 실내공간의 질적 향상과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실내공간구성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물리적 환경은 시지각적 인지를 우선으로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본 연구에서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 요소가 주거기억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였으며, 향후 주거계획에는 감각적 경험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설계 전략이 필요하다. 주거지에서의 실내외 상호 관입을 위한 개방적 공간계획 및 자연의 적극적 유입뿐 아니라 보행로와 근린시설 등에 걸쳐 다양한 감각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여 장소적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상적인 기억과 경험으로 인식되는 놀이/여가를 비롯하여 정서의미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가족 및 지인과의 교류를 위한 요소가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친척, 조부모와의 동거 경험이 정서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고, 이들이 집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든다는 결과는 현재 핵가족 중심의 주거구조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공간 경험은 공간에서 함께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며, 지인들과의 애착형성을 위한 공간구성이 요구되는데, 세대별 마당 소유가 어려운 공동주택에서는 교류를 위한 세대별 테라스, 자연스러운 교류를 위한 단지 내 가로 시설 및 커뮤니티 공간, 광장과 같은 공간을 비롯하여 관련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주거유형(예: 공동체 주거)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경험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는 측면에서 공간의 다양성과 융통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학생들이 살았던 집에서의 장기간 거주, 가족 및 지인과의 관계, 그리고 지금은 경험하기 힘든 일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당시의 공간 요소가 현재의 공간 선호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결과 측면에서, 삶의 이야기와 정서적 애착이 축적될 수 있는 지속성 있는 거주의 보장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청년주거를 비롯한 향후 주거정책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지원이 핵심이며, 공동주택, 원룸, 기숙사 등 젊은 시절 경험한 다양한 주거유형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설계와 주거 이력 데이터 기반 맞춤형 주거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판단된다.
주거공간은 단순한 기능적 장소를 넘어 개인의 서사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 기반이다. 앞으로의 국내 주거 정책과 계획은 거주자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정성적 요소와 장소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국내 주거환경 및 커뮤니티 계획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20대 대학생들의 주거환경 기억뿐만 아니라 중장년 이후 세대의 주거경험을 조사하여 그 차이를 비교·분석하고, 생애 전반에 걸친 주거 기억의 변화를 고찰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인 주거정책 방향에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2년 한국생활과학회 하계연합학술대회에서 포스터발표 후, 수정 및 보완을 위해 데이터를 새롭게 수집하여 분석한 연구임.
References
- 권선영(2018). 유아와 교사가 경험하는 실존적 공간으로서 유치원의 장소성. 한국디지털정책학회논문지, 16(1), 35-45.
- 김미영, 문정민(2014). 장소성 형성을 위한 장소체험과 이미지구현 연구-재생된 도시공원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0(2), 49-59.
- 김종진(2011). 공간 공감. 파주: 효형출판.
- 문찬(2002). 공간의 시간성과 사용자의 기억. 디자인학연구, 0(46), 192-193.
- 박유미, 최경란(2008). 공간경험을 통한 공간과 오브제의 상호작용. 기초조형학연구, 9(2), 399-411.
- 안유미, 김주연, 백승경(2016). 장소기억 기반 문화예술공간의 재생디자인에 관한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11(5), 105-117.
- 이형관(2017).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도시 장소 상실과 기억의 재생산.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이형상(2019). 장소 기억하기를 통한 대학생의 장소 애착 구조에 관한 연구. 한국지리학회지, 8(2), 121-138.
- 임승빈, 정윤희, 허윤선, 권윤구, ... 최형석(2011). 장소 경험 분석을 통한 도시 내 장소성 특성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39(6), 46-56.
- 임준하(2017). 아파트 키즈의 아파트 단지에 대한 장소애착과 기억 -둔촌 주공아파트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전영재, 박수빈(2021). 공간의 기억과 기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학술대회논문집 (p.360-363), 성남, 한국.
- 최은정, 곽은순(2019). 영아들이 경험하는 어린이집의 공간성: Merleau-Ponty의 공간론을 중심으로. 열린유아교육연구, 24(5), 175-196.
- 함성호(2014). 공간과 장소, 그리고 시간. 플랫폼, 8-13.
- 황용섭, 김주연(2008). 공간 인식 변화에 따른 공간의 사건화에 관한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논문집, 3(1), 29-38.
- Bollnow, O. F. (1971). Pädagogik in Anthropologischer Sicht. In-Tahk Oh & Hyeyoung Chung Translated (2005). Seoul: Moonumsa.
-
Celebi, M., & Hasirci, D. (2020). Childhood homes of interior architects in Turkey. Global Journal of Arts Education, 10(1), 93-102.
[https://doi.org/10.18844/gjae.v10i1.5331]
-
Lomas, M. J., Ayodeji, E., & Brown, P. (2024). Imagined places of the past: The interplay of time and memory in the maintenance of place attachment. Current Psychology, 43, 2618-2629.
[https://doi.org/10.1007/s12144-023-04421-7]
-
Othman, S., Nishimura, Y., & Kubota, A. (2013). Memory association in place making: A review.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85, 554-563.
[https://doi.org/10.1016/j.sbspro.2013.08.384]
-
Ozak, N., & Gokmen, G. P. (2019). Spatial Memory: A childhood house a proposed model of the memory and architecture relationship. IOP Conference Series: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603(2), 022026.
[https://doi.org/10.1088/1757-899X/603/2/022026]
-
Ratcliffe, E., & Korpela, K. M. (2016). Memory and place attachment as predictors of imagined restorative perceptions of favorite places.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48, 120-130.
[https://doi.org/10.1016/j.jenvp.2016.09.005]
- Relph, E. (1976). Place and Placelessness. Duk-Hyun Kim, Hyun Joo Kim, & Seung Hee Shim Translated(2005). Seoul: Nonhyung.
-
Sullivan, D., Stewart, S. A., & Diefendorf, J. (2015). Simmel's time-space theory: Implications for experience of modernization and place.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41, 45-57.
[https://doi.org/10.1016/j.jenvp.2014.11.003]
- Tuan, Y. (1977). Space and Place. Youngho Yoon & Miseon Kim Translated(2020). Seoul: Sai Public.
